장발장 전2권 중 제1권 지은이: 비토르 위고 옮긴이: 강명희 펴낸날: 1992. 11. 20. 입력일: 1997. 8. 23. 입력자: 신원택 교정자: 임종욱, 김은정 점역출판: 부산맹인점자 도서관 (저자 소개) 빅토르 위고는 1802 년 프랑스 동부 브장송에 태어나 1885 년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위대한 작가입니다. 위고는 인간의 기분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사회와 인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있는 그대로 작품 속에 담은 작가입니다. 위고의 시집에는 "가을날의 나뭇잎", "황혼의 노래", "마음의 소리" 등이 있으며, 특히 소설에는 불후의 걸작으로 꼽히는 "노트르담드 파리"(우리나라에선 "노트르담의 꼽추"로 번역됨)가 있습니다. 수상한 사람 1815 년 10월초, 어느 날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멀리 남쪽으로 떨어진 프랑스의 디뉴라는 시골 마을에 어떤 낯선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들어 왔습니다. 50세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로 중간 키에 딱 벌어진 체격을 하고 있었지만 먼 길을 걸어온 듯, 몹시 지쳐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차림새는 마을 사람들이 이제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너무도 초라했습니다. 웃옷은 다 떨어져 너덜너덜하고 낡은 넥타이는 꾸깃꾸깃 구겨진 데다 바지는 닳아서 무릎 부분에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창가나 문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은 웬지 모르게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이 낯선 남자를 지켜 보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그는 무슨 볼일이 있는지 관청으로 들어가더니 15분 쯤 지나자 다기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여관을 한군데 찾아내자 거리 쪽으로 나 있는 주방의 문을 열었습니다. 안에서는 요리사들이 한창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주인이 불 옆에서 얼굴도 들지 않고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식사를 하고 좀 묵어 갔으면 하는데요." "예, 예. 어서 들어오십시오!" 기분좋은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난 주인은 뒤를 돌아보며 손님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았습니다. "식사할 돈은 가지고 있겠지요?" "예, 물론 돈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들어 오십시오." 여행객은 안심한 듯 불 가까이 다가가 앉았습니다. 추위를 걱정하기엔 이른 가을이긴 하지만 이 산골짜기 마을에서는 밤이 되면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 뼛속까지 추위가 스며들었습니다. 여관 주인은 바쁜 듯이 왔다갔다 하면서 손님 쪽을 흘끔흘끔 곁눈질하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종이 쪽지에 무엇인가를 적어 견습 요리사인 소년을 불러 귀엣말을 했습니다. 소년은 곧장 관청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여행객은 아무런 눈치도 못한 채, 재촉하듯 물었습니다. "아직 식사 준비가 안 됐나요?" "예, 이제 곧 됩니다." 그럭저럭하는 사이에 소년이 관청으로부터 무어라고 잔뜩 적힌 서류 용지룰 받아 가지고 왔습니다. 주인은 그것을 심각하게 있더니 손님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안 됐지만 재워 드릴 수가 없소이다." "그건 또 무슨 소리죠? 돈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어쨌든 우리 집에서는 숙박은 안 돼요. 물론 식사도 안 되고. 자, 빨리 나가 주시오!" 여행객이 다기 무엇인가 말하려 하자 주인은 남자의 귓가에 입을 바싹 대고 위협하는 듯한 말투로 덧붙었습니다. "이러쿵저럭쿵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마시오. 당신이 장발장이라는 것도, 또 당신이 어디서 무슨 짓을 했는지도 다 알고 있으니까. 자, 보시오 당신도 관청의 이 서류는 읽을 수 있을 테니." 그 말을 듣자 여행객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가죽 배낭을 어깨에 메고 한층 피곤해 보이는 걸음으로 그 곳을 나갔습니다. 남자는 드디어 정제가 알려졌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허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저녁 식사와 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어느덧 주위는 깜깜해졌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계속 걸어갔습니다. 마침내 선술집 같은 가게가 눈에 띄었습니다. 살짝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자 술을 마시던 손님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이미 이 여행객을 알고 있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 남자는 이 곳에서도 매정하게 내쫓겼습니다. "아까 여관을 쫓겨났습니다. 난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죠?" "그런 건 우리가 알 바 아니오!" 선술집 주인은 서슬이 퍼런 목소리로 대꾸했습니다. 남자는 어쩔 수 없이 또 무거운 배낭을 어깨에 메고 밤거리로 나왔습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었습니다. 들개처럼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거리를 헤맸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그는 교도소 앞에 와 있었습니다. 그렇다, 이 곳에 사정해 보자. 그는 문에 달린 종을 울렸습니다. 쪽문이 살짝 열리고 수위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저어, 하룻밤만이라도 좋으니 여기서 묵어 갈 수 없을까요? 어디서도 나를 재워 주지 않아서요." "이봐,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마. 여긴 여관이 아니란 말이야!" 수위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문을 쾅 닫아 버렸습니다. 또다시 정처없이 방황하다가 아담한 주택이 늘어서 있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문득 보니 어떤 집의 창문으로부터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살짝 안을 들여다보니 마침 저녁 식사를 하려는 듯 방 한가운데 테이블 위에는 식기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술병은 불빛에 아름답게 반짝이고 요리 냄비에서는 따뜻한 김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부모와 아이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식탁에 둘러 앉아 있었습니다. 여행객은 빨려들어가듯 넋을 잃고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런 집이라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하여튼 그는 결심을 한 듯 창유리를 똑똑 두드려 보았습니다. 주인이 자리에 일어나 램프를 손에 들고 창문을 열러 왔습니다. "저어, 실례합니다. 돈은 낼 테니까 수프를 한 그릇 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정원 구석의 헛간이라도 좋으니 하룻밤만 재워 주십시오. 제발 부탁합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하고 주인은 의심스러운듯 물었습니다. "저는 길가던 여행자인데 오늘 저녁 이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하루 종일 걸어왔더니 이젠 완전히 지쳐 버렸습니다. 돈은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당신 혹시 마을에서 떠들고 있는 그 사람이 아니오?" 하고 소리치더니 창문으로부터 물러나 벽에서 총을 내리자마자 그 총부리를 창 밖의 남자에게 겨누었습니다. 부인은 황급히 두 아이를 껴안고 주인의 뒤에 몸을 숨겼습니다. "빨리 없어져! 꾸물거리면 당장 쏴 버릴 테다!" "제발 물 한 컵만이라도." 매달리듯이 애원하는 여행객의 눈앞에서 창문은 거칠게 닫히고 빗장을 지르는 소리가 차갑게 울려 펴졌습니다. 밤은 깊어 가고 알프스 산에서 내리부는 쌀쌀한 바람이 세차게 그의 얼굴에 몰아쳤습니다. 여행객은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채, 마을 변두리 나무 밑에서 밤을 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하늘에는 어느 사이엔가 먹구름이 몰려와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았습니다. 남자는 하는 수 없이 다시 마을 안으로 되돌아와 큰 교회 앞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 있는 돌벤치에 몸을 던지듯이 아무렇게 드러누웠습니다. 이미 배고픔도 피로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교회 건물에서 나이든 부인 한 사람이 나와 벤치에 누워 있는 남자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말을 걸었습니다. "아니,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죠?" "보다시피 자고 있지 않소?" 그의 대답은 자신도 모르게 심술궂고 거칠게 변해 있었습니다. "어째서 여관에 가지 않았나요?" "마침 돈이 다 떨어졌어요." 하고 그는 불쾌한 듯 대답했습니다. "이걸 어쩌나! 나도 마침 가진 돈이 없는데." "그래도 있는 대로 좀 주세요." 여행객은 부인으로부터 몇 개의 동전을 받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돈으로는 여관에 갈 수 없을 거예요. 그렇다고 여기서 이렇게 밤을 새울 수도 없잖아요? 글쎄요, 어딘가 부탁을 해 보면 재워 줄지도 모르겠는데." "여기저기 부탁해 보았지만 모두 거절당했어요." "그럼 저기 있는 숙소에도 부탁을 해 보았나요?" "아니오." "그렇다면 지금 곧 가 보세요." 부인이 가리킨 것은 미리엘 주교관(카톨릭 지역을 관리하며 책임을 갖고 있는 주교가 사는 집)이었습니다. 미리엘 주교 미리엘 주교는 75세였지만 나이보다는 젊어 보였습니다. 웃으면 새하얀 이가 보이고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실제로 덕이 많고 자비가 넘치는 성직자로서 디뉴 마을에서 이 사람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여동생인 바티스틴과 가정부 마글루아르였습니다. 두 사람 다 60세가 넘은 여자들이었습니다. 미리엘 주교는 원래는 풍족한 상류 사회의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으나 1789 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인해 모든 재산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주교로서의 급여도 대부분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신은 검소한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또한 주교관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고 한밤증에도 빗장을 지르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던 사람들도 마음대로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두 여자는 항상 그것을 불안하게 생각해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면 주교는 변함없이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당신들이 자는 방에만 자물쇠를 채우도록 해요." 동생인 바티스틴은 원래부터 오빠를 존경하고 있었으므로 별 불평을 하지 않았으나 마글루아르는 늘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 밤, 주교는 서재에 틀어박혀 늦게까지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일이 끝나 식당으로 들어간 주교에게 마글루아르는 식탁을 차리면서 자못 심각한 듯 말했습니다. "저녁에 시장으로 물건 사러 갔다가 들은 이야기인데요, 무서운 부랑자가 마을에 들어왔대요. 모두들 걱정하고 있어요. 그러니 부디 오늘 밤만이라도 바깥문을 잠그게 해 주세요." 바로 그 때 밖에서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들어오세요." 하고 주교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문이 휙 열리면 한 남자자 들어왔습니다. 바로 그 여행객이었습니다. 한 발을 들여놓자 그 남자는 그 곳에 우뚝 섰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마글루아르는 숨을 들이쉰 채 두려움에 떨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했습니다. 바티스틴도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면서 꼼짝도 않고 주교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미리엘 주교가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향해 말을 걸려는 순간 남자 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장발장이라는 사람인데 죄를 짓고 툴롱 교도소에서 19 년 동안 있었습니다. 4일 전에 겨우 형기를 마치고 출옥했습니다. 툴롱에서 50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걸어왔더니 이젠 녹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관청에서 준 죄수였다는 표시인 노란 통행권을 보였을 뿐이데 어디서도 재워 주질 않는군요. 여기저기 돌아다닌 끝에 광장의 돌벤치에 누워 있었지요. 바로 그 곳에서 어떤 친절한 부인이 지나다가 이 곳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여기는 여관은 아닌 것 같은데 하룻밤 묵어 갈 수 있을까요? 돈이라면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교도소에서 일해서 모은 돈이 109 프랑쯤 됩니다. 그러니까 숙박비는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습니다. 배도 고프고 죽을 것 같아서." 주교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마글루아르에게 말했습니다. "마글루아르, 저녁 식사를 1인분 더 준비해 줘요." 그 말을 듣고 남자는 믿어도 좋을지 어떨지 몰라 망설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두세 발짝 앞으로 나오며 다시 말했습니다. "설마 저를 놀리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저는 이제 막 교도소에서 나온 사람입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노란 통행권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습니다. "그래도 재워 주시겠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마글루아르, 손님 방도 준비해 줘요." 마글루아르에게 그렇게 명령하고 나서 주교는 다시 남자 쪽으로 얼굴을 돌려 의자에 앉기를 권했습니다. 그제야 남자는 비로소 이 곳의 주인이 자기를 조롱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정말 재워 주시는 겁니까? 이런 죄인을 말입니까! 저를 개처럼 쫓아 버리지는 마십시오! 아, 정말 좋으신 분이군요! 당신은 대체 어떤 분이십니까?" "나는 여기에 살고 있는 신부입니다." "아아, 정말 그렇군요. 제가 깜박 했습니다. 그 둥근 모자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그런데 신부님, 돈은 얼마나 내면 되겠습니까?" "돈은 필요없습니다. 아, 참 당신은 아까 109 프랑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요? 그만큼 모으는데 몇 년이 걸렸나요?" "19 년입니다." "19 년이나? 그것도 교도소에서." 미리엘 주교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그 곳에 마글루아르가 1인분의 식기를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 램프가 좀 어두운 것 같군요." 주교는 마글루아르에게 말했습니다. 마글루아르는 그 말뜻을 곧 알아차린 듯 즉시 주교의 침실로 가 훌륭한 한 쌍의 은촛대를 가지고 왔습니다. "자, 이리로 좀더 가까이 오시오." 매우 친절한 주교의 말에 그는 참지 못하고 소리치듯이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몹시 배가 고팠거든요. 그런데 너무 친절히 해해 주셔서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당신은 자신의 이야기 따위는 하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은 자기 이름을 대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슬픔과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 집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으니까요. 이 곳을 내 집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나는 처음부터 당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어요." "아니, 뭐라고요?" "그 이름은 '형제'라는 뜻입니다. 결국 우리들은 형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마글루아르가 저녁 식사를 날라 왔습니다. 더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수프 그리고 조금이지만 그래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돼지고기와 양고기에다 무화과나 무 열매와 치즈까지 곁들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커다란 빵과 포도주 한 병도 있었습니다. 주교는 기도를 하고 나서 빨리 먹으라고 남자에게 재촉했습니다. 그는 걸신들린 듯이 마구 먹어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도중에 주교가 마글루아르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습니다. "어쩐지 식탁이 허전한 것 같군요. 무엇인가 부족하지 않아요?" 그 말을 듣자 마글루아르는 잠자코 침실로 가 6인분의 은식기와 커다란 스푼을 가지고 왔습니다. 여행객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은식기를 꺼내 와 손님에게 대접하는 일은 미리엘 주교의 순수한 자랑거리였습니다. 식사가 끝났습니다. 주교는 앞으로 여행객이 갈 길을 잠시 물었으나 그 이상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주교는 밤 기도를 하기 위해 자리를 떴지만 곧 돌아와 은촛대를 남자에게 하나 들게 하고 말했습니다. "자, 손님이 주무실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남자는 주교의 뒤를 따라갔는데 여행객의 침대는 예배실 앞에 준비되어 있으므로 그 곳에 가기 위해서는 주교의 방을 지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지나가자 마침 마글루아르가 주교의 침대 가까이에 있는 벽장 안에 은식기를 넣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안내 받은 방의 침대에는 새하얀 침대보가 깔려 있었습니다. "그럼 여기서 편안히 쉬십시오. 내일 아침에는 떠나시기 전에 여기서 막 짠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한 잔 드리지요." 하고 주교는 말했습니다. "이거 정말 고맙습니다." 하고 남자는 온순하게 대답하고 손에 들고 있던 은촛대를 옆의 작은 탁자에 놓고 왼손에 들고 있던 배낭을 침대 밑의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이 때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자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주교의 친절에 그저 감사하기만 한 것처럼 보였던 그의 눈은 돌연 험상궂은 빛을 띠었습니다. "아니,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군요, 신부님. 바로 옆방에 저를 재우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나쁜 놈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남자는 뻣뻣하게 서서 미리엘 주교를 향해 팔짱을 끼고 위협하는 듯한 표정으로 상대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거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주교는 온화하고 밝은 얼굴로 남자를 다시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그래도 좋단 말입니까? 정말 괜찮다는 말이죠, 신부님?" 미리엘 주교는 천장으로 눈길을 돌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과연 어떻게 될지는 하느님만이 아시는 일입니다." 그리고 주교는 커다란 휘장(여러 폭의 천을 이어서 만든 것으로 둘러치는 막)이 쳐 있는 제단 앞으로 다가가 그를 위해 소리내어 기도드렸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단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성큼성큼 침대 옆으로 걸어갔습니다. 주교는 뜰에 나가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하느님을 섬기는 자신의 사명에 대해 깊이 깨닫고 크나큰 기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한편 남자는 피곤에 지쳐 녹초가 되어 있었으므로 침대에 새하얀 침대보가 깔려 있는 것 따위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죄인들이 곧잘 그렇듯이 콧김으로 거칠게 양촛불을 끄자 옷을 입은 채로 쓰러지듯이 침대에 몸을 던져 그대로 정신없이 잠들어 버렸습니다. 죽은 듯이 자고 있는 이 남자 장발장이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 온 사람일까요? 그가 태어난 곳은 파리의 동쪽에 있는 브리라는 시골 농가였습니다. 집안이 가난했기 때문에 어릴 때 글을 배울 수도 없었습니다.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몇 살 위인 누나의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25세가 되었을 때 누나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이번에는 뒤에 남은 누나와 일곱 명의 어린 조카들을 그가 돌보아야만 했습니다. 가장 큰 아이가 여덟 살, 막내가 한 살이었습니다. 그는 정원수나 가로수의 가지를 치는 일을 했으나 그 수입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농가의 일을 도우며 어렵게 살아갔습니다. 그래서 젊은이 장발장은 얼마 안 되는 적은 돈을 모으기 위해 그저 일만 할 뿐, 친구를 사귄다거나 결혼을 꿈꾸는 일 따위는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녁이 되면 그는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식탁에 마주앉아 잠자코 형편없는 저녁 식사를 들곤 했습니다. 그럴 때 누나는 그의 접시에서 고기 조각과 양배추 건더기 등을 건져 말없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수프를 떴습니다. 어느 해인가 몹시 추운 겨울, 일을 하러 나가려고 해도 일거리가 없고 집에는 빵 한 조각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일곱 명의 아이들은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어느 일요일 저녁, 마을의 교회 근처에 있는 빵집 앞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놀란 주인이 뛰어 나가 보니 밖으로부터 뻗은 손이 한 조각의 빵을 움켜지고 있었습니다. 주인은 밖으로 뛰어 나가 도망치는 남자를 붙잡았습니다. 빵도둑은 다름아닌 장발장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1795 년의 일이었습니다. 장발장은 재판에 넘겨졌는데 빵을 훔친 것뿐만 아니라 이따금 총으로 밀렵을 한 사실도 발각되어 5 년 동안 감옥살이를 해야 하는 무거운 벌을 받았습니다. 쇠줄에 묶인 27일 간의 괴로운 여행 끝에 그는 툴룽 교도소에 수감되었습니다. 그리고 장발장이라는 이름은 이미 없어지고 24601 호로 불려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누나와 일곱 아이들의 일이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어서 교도소에 있는 동안 네 번이나 탈옥을 시도해 그 때마다 붙잡혀 형량이 점점 무거워져 결국에는 19 년이라는 긴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기나긴 세월을 꾹 참고 견디며 1815 년 10월 드디어 자유의 몸으로 돌아왔을 때, 장발장은 이미 46세가 되어 있었지만 새로운 희망을 안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결심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교도소를 나온 그를 맞이해 준 것은 세상 사람들의 차디찬 눈초리와 멸시뿐이었습니다. 도둑질 교회의 큰 시계가 밤 2시를 알리는 소리에 장발장은 놀란 눈을 떴습니다. 주교관의 푹신한 침대 위였습니다. 다시 자려고 눈을 감았으나 쉽게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눈을 뜨고 있는 그의 머리속에 어젯밤까지 있었던 일들이 하나 둘 떠올랐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던 식탁, 훌륭한 은식기, 커다란 스푼, 은촛대. 그것은 훌륭한 은제품들이었습니다. 가지고 나가서 팔면 아무리 적게 받아도 2백 프랑은 받을 수 있을 텐데.그것이 바로 옆의 벽장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는 1시간 남짓 가슴 속의 어두운 생각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큰 시계가 3시를 알렸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 그는 부스스 상반신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침대 곁에 있는 배낭을 끌어당겨 그 안에 손을 쑥 집어넣어 무엇인가 예리한 철봉 같은 것을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침대에서 휙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발소리를 죽이며 옆의 주교 침실 쪽으로 살짝 다가갔습니다. 은제품이 그 곳의 벽장 안에 놓여 있는 것은 어젯밤에 보아서 알고 있습니다. 슬며시 문을 밀자 옆방은 깜깜하고 미리엘 주교의 희미한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자신도 놀랄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주교의 침대 가까이로 갔습니다. 마침 그 때 구름 사이로부터 달빛이 쏟아져 들어와 방 안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온화하게 미소 짓는 듯한 주교의 잠자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장발장은 오른손에 철봉을 꽉 쥐고 핏발선 눈을 주교 쪽으로 돌렸습니다. 그러나 주교의 자는 얼굴은 아무런 불안감이나 의심도 없는 듯 평화로운 모습 그 차체였습니다. 이런 죄인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주저하는 마음을 털어 버리려는 듯 고개를 흔들고 성큼성큼 벽장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뜻밖에도 문은 잠겨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은식기와 은촛대를 움켜쥐고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자기 침대 옆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훔친 식기와 은촛대, 철봉을 가방 속에 쑤셔 넣고 창문을 넘어 정원으로 뛰어내려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미리엘 주교는 여느때처럼 일찍 일어나 정원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 때, 마글루아르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습니다. "주교님, 은식기와 은촛대가 보이질 않아요! 주교님께서 어디 다른 곳에 두셨어요?" "아니, 난 모르는 일이오." "그럼 역시 도둑맞은 것이 분명하군요. 그 남자예요. 바로 그 남자가 훔쳐 갔다구요!" 정원의 화초가 누군가의 발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혀 있었습니다. 주교가 그것을 애처로운 눈길로 쳐다보고 있는데 그 자리를 떠났던 마글루아르가 다시 돌아와 말했습니다. "그 남자는 없어요. 도망가 버렸어요. 저길 보세요. 저기에서 담을 넘어간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습니다. 주교는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이윽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도대체 그 은식기는 원래 우리들의 것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군요. 그것은 우리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더욱더 가난한 사람들이 가져야 할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젯밤의 그 남자도 그렇게 가난한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으니까요." 마글루아르는 놀란 얼굴로 주교를 향해 말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어요, 주교님? 앞으로 식사를 하실 때는 어떻게 하지요?" "아니, 난 나무 그릇만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세 사람이 식탁에 앉았을 때, 누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예, 들어오세요." 하고 주교가 대답하자 문이 거칠게 열리며 헌병처럼 보이는 세 남자가 한 남자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왔습니다. 붙잡혀 온 사람은 바로 장발장이었습니다. 그 중에 계급이 높은 듯한 헌병이 무엇인가 이야기를 시작하려 했을 때, 주교는 벌떡 일어나 장발장 곁으로 다가가 말했습니다. "아, 난 또 누구신가 했군요. 은촛대 한 짝을 잊고 가셨더군요. 그것도 당신에게 드리려고 했는데." 장발장은 깜짝 놀라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주교는 모르는 척했습니다. "그러면 이 남자가 이야기한 것이 사실이란 말입니까? 이상한 차림새가 눈에 띄어 붙잡아 조사해 보니 은식기와 은촛대를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말씀드렸겠지요? 이 곳에서 묵었는데 선물로 받았다고요." "예, 그 말씀대로입니다. 그럼 이대로 놓아 주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장발장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교가 내미는 은촛대를 받아들이면서 그는 부들부들 몸이 떨렸습니다. 주교는 속삭이듯이 그러나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내 말을 잘 들으십시오. 이것들은 당신이 참된 인간이 되기 위해 쓰는 것입니다. 당신은 이미 악의 세계가 아니라 선의 세계에 속한 사람입니다. 이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장발장은 주교의 집을 나서자 도망치듯이 디뉴 마을을 빠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앞뒤 생각할 것도 없이 무작정 들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조금도 시장기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의 머릿속은 몹시 어지러웠습니다. 그 때까지 가지고 있었던 인간을 믿지 못하는 그의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을 그는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흔들림이 그를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차라리 헌병에게 끝려가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는 일도 없었을 텐데. 멀리 저편에는 알프스 산들이 이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태양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습니다. 장발장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혼자 들판에 응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 때 길 건너편에서 열 살 정도 된 소년이 행상 바구니를 등에 지고 이 쪽으로 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바지가 찢어지고 무릎이 뚫어졌지만 소년은 즐거운 듯 노래를 부르며 손 한의 동전을 공기처럼 던져 올리면서 걸어왔습니다. 마침 장발장이 있는 곳 가까이까지 왔을 때 40수(20수가 1 프랑)짜리 동전이 소년이 손에서 미끄러져 내려 그의 앞으로 굴러왔습니다. 장발장은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조건 그 위를 큰 구두로 밟았습니다. 소년은 그의 앞으로 달려와 말했습니다. "아저씨, 그 발 좀 치우세요. 그 돈은 제 것이예요." 장발장은 그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잠자코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저어, 아저씨, 그 발을 치우고 제 돈을 돌려 주세요. 그 돈은 제 돈이란 말이예요." 장발장은 소년의 말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 느닷없이 소년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너, 이름이 뭐니?" "쁘띠 제르베라고 해요." 장발장은 그 말을 듣고 아무 소리 하지 않은 체 또 입을 꽉 다물었습니다. 소년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그의 웃옷 칼라에 손을 대고 그의 몸을 흔들며 외쳤습니다. "저 좀 보세요, 아저씨. 돈을 돌려 주셔야지요!" 장발장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소리쳤습니다. "시끄러워, 임마! 빨리 꺼져 소년은 두려움에 떨며 잠시 주춤하더니 돌연 뛰기 시작해 그 길러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나 한참을 뛰자 숨이 찼는지 소년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슬픈 울음소리는 장발장의 귀에도 들렸으나 그는 멍하니 깊은 생각에 잠겨 꼼짝도 않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소년의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어느덧 해도 완전히 빛을 잃어 어두워졌습니다. 장발장은 문득 정신을 차리고 한기를 느낀 듯 웃옷의 단추를 채우고 일어서려고 발을 움직였습니다. 그러자 은화 한 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니, 이것은?"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소년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깜짝 놀란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소년을 소리쳐 불렀습니다. "얘야, 쁘띠 제르베! 쁘띠 제르베!" 대답은 없었습니다. 차가운 바람만이 되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장발장은 땅바닥에 털썩 무릎을 끓고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어며 신음하듯 말했습니다. "아아, 난 왜 이렇게 어리석고 마음이 비뚤어졌을까!" 후회로 가득한 장발장의 가슴은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마침내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습니다. 19 년 이래 그가 우는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장발장은 깜깜한 들판 한가운데 혼자 웅크린 채 한없이 울고 있었습니다. 그 눈물과 함께 그 때까지 비뚤어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함께 흘러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윽고 그는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러나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다음 날 아침 아직 동이 트기 전 어둑어둑할 때, 어떤 마부가 미리엘 주교관 앞을 지나다가 한 남자가 대문 앞에 깔린 돌 위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뿐입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2 년쯤 지난 1817 년의 어느 봄날 저녁이었습니다. 파리 근처의 몽페르메이유라는 쓸쓸한 마음에서의 일입니다. 그 마을 변두리에 색다른 간판을 입구에 내건 여관이 있었습니다. 간판에는 한 사람을 등에 업고 걸어가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 귀퉁이에 "워털루의 용사"라는 글씨가 씌어 있었습니다. 마침 이 여관 앞을 오른팔로는 어린 여자 아이를 안고 왼팔로는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든 젊은 여자가 지나갔습니다. 여자는 차림새가 초라하고 몹시 피곤해 보였습니다. 얼굴색도 나빠 마치 병자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팔에 안긴 어린 아이는 마치 병자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팔에 안긴 어린 아이는 예쁜 옷을 입고 뺨이 반짝거리는 모습이 꼭 사과 같았습니다. 이 여자는 여관 앞에서 두세 살 정도의 작은 여자 아이 두 명이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자기 팔에 안고 있는 아이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입니다. 그녀는 다정한 눈길로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어머나, 정말 귀여운 아이들이로구나!" 그 소리를 듣자 문 입구의 의자에 앉아 두 딸을 넌지시 쳐다보고 있던 어머니인 듯한 여자가 그 길을 지나가던 여자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잠시 쉬었다 가세요. 저는 저 아이들의 엄마랍니다. 이 여관은 제 남편인 테나르디에가 운영하고 있고요." 그렇게 이야기하는 여자의 말투는 어딘가 만만찮은 구석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젊은 여자는 기쁜 듯이 다가와 말했습니다. "아이를 내려놓고 잠시 우리 아이들과 놀게 하면 어떻겠어요?" 하고 여관의 안주인은 자못 친절한 듯 말했습니다. 곧 친해져 재미있게 놀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눈길을 주면서 젊은 여자는 상대방의 친절한 말투에 마음이 느긋해져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팡틴이라고 하며 시골을 떠나와 파리로 가 직장 생활을 했는데 남편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고 합니다. 하는 수 없이 어린 아이를 데리고 고향인 몽뜨르유로 돌아가 무슨 일이든 하며 살아갈 생각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뭐예요." "코제트라고 해요." "나이는요?" "이제 곧 세 살이 돼요." "그럼 우리 집 큰 애와 동갑이군요." 두 여자는 순진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한동안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어쩜 저렇게 금방 친해질까요? 저렇게 놀고 있는 것을 보니 마치 세 자매인 것 같군요."라고 말하고 여관집 안주인은 혼자서 자꾸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이 말을 듣자 팡틴은 갑자기 무엇인가 결심한 듯 여관집 안주인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습니다. "저어, 부탁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를 잠시만 맡아 주실 수는 없을까요?" 여관집 안주인은 뜻밖의 말에 깜짝 놀라 상대방을 다시 쳐다보았습니다. 팡틴은 깊이 생각하며 고민하는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고향에 돌아가더라도 아이를 데리고는 마음먹은 대로 일할 수가 없어요. 지금 갑자기 우리 아이를 댁의 아이들과 함께 길러 주실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양육비는 제가 힘 자라는 대로 드리겠어요." 여관집 안주인은 안으로 들어가 한참 동안 남편과 의논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잠시 위에 밖으로 나온 안주인은 팡틴에게 말했습니다. "아이를 맡기려면 한 달에 7 프랑은 내셔야 해요. 그리고 6개월 분은 선불로 주셔야겠어요. 말하자면 7 프랑씩 6개월이니까 42 프랑을 지금 당장 지불해 주신다면 아이를 맡아 드리겠어요." "맡아 주실 수만 있다면 물론 이 자리에서 드리지요." "그것말고도 준비금이 15 프랑은 더 필요합니다." 안에서 남자가 소리쳤습니다. "아, 참 그렇군요. 그럼 전부 해서 57 프랑인데 어떠세요?" 라고 다시 말을 바꾸는 여관집 안주인에게 젊은 여자는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습니다. "물론, 괜찮아요. 뒤를 쫓아오듯이 남자가 또 소리쳤습니다. "아이에게 입힐 옷은 가지고 있겠지요?" "그럼요, 가지고 있고말고요. 전부 고급옷들뿐이에요. 이 가방 안에 있어요." "그것은 전부 두고 가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겠어요." 이 때 안에서 소리치던 여관 주인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마르고 작은 몸집에 족제비 같은 눈을 한 남자였습니다. 그는 팡틴에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신다면 좋습니다. 아이는 우리들이 맡아 키우기로 하겠소." 팡틴은 애원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무엇이든지 말씀하시는 대로 하겠어요.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그 날 밤 팡틴은 테나르디에의 여관에 머물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몽뜨로유 마을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안심도 되지만 어린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는 것은 살을 에는 듯이 괴롭고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테나르디에 부부는 여관에 전혀 손님이 오질 않고 빚 갚을 날짜도 닥쳐 와 고민하던 참이었으므로, 뜻밖의 행운이 굴러 들어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당신 참 잘했소. 덕분에 빚도 몽땅 갚을 수 있게 되었으니." 하고 테나르디에는 싱글벙글하며 말했습니다. "뭘요, 제가 한 일이 있나요? 저 쪽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뿐인데요, 뭐." 이 테나르디에 부부는 겉으로는 친절해 보이는 여관 주인이지만 사실은 아주 나쁜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워털루 전쟁 프랑스에서는 1789 년에 일어난 대혁명으로 인해 그 때까지 계속되었던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 정치가 행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군인의 영웅으로 나타난 나폴레옹이 혁명 중에는 눈부신 활약을 했으나 나중에는 생각이 바뀌어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올라 스스로 공화제를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1815 년 6월 18일, 영국, 프러시아(독일), 오스트리아의 연합군과 워털루 평원에서 결전을 벌이다 참패했습니다. 바로 그 날 밤의 일이었습니다. 때마침 둥근 보름달이 도처에 시체가 널려 있는 싸움터를 비추어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무시무시하고도 어쩐지 기분나쁜 광경이었습니다. 어디에서 왔는지 들개들이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짐승뿐이 아니었습니다. 전사자로부터 소지품을 빼앗아 가려는 사람들 또한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한밤중이 가까운 시각에 어떤 그림자가 쥐처럼 싸움터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사람의 그림자는 온통 주위에 쓰러져 있는 시체의 주머니를 마구 뒤져서는 금이나 귀중품 등을 훔쳐 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도둑이니만큼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면서도 대담하고 뻔뻔스러울 정도로 침착하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훔친 물건을 들고 있을 수 없을 만큼 많아지면 근처의 숲 속으로 돌아가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자에게 그것을 건네주고 또 기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어슬렁거리던 남자가 갑자기 멈춰 서서 몸을 구부렸습니다. 몇 구의 시체가 겹쳐져 있는 그 밑으로 팔 하나가 쑥 나와 있었습니다. 그 손가락에 무엇인가 반짝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금반지였습니다. 남자는 재빨리 그것을 빼냈습니다. 허리를 펴고 만족스러운 듯이 주위를 둘러보는 남자의 얼굴을 달빛이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 때 그는 움찔 놀라서 몸을 떨며 그 자리에 멈춰 섰습니다. 누군가에게 뒤에서 붙잡힌 것이었습니다. 몹시 놀라 뒤를 돌아보니 그 시체의 손이 남자의 웃옷 끝을 쥐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영국 헌병일 거라고 생각했던 남자는 죽은 사람의 손이라는 것을 알고 안심을 하면서도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체 위에 다시 한 번 몸을 구부리고 살펴보니 높은 계급의 군인답게 가느다란 금줄의 계급장 표시를 어깨에 달고 있었으며 가슴에는 은으로 된 십자 훈장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상처투성이였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깊은 상처는 나 있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남자는 급히 십자 훈장을 떼어 내고 시체의 웃옷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어 시계와 돈을 꺼내 자기 주머니에 쑤셔 넣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죽어 있는 줄로만 알았던 그 남자가 눈을 떴습니다. 아직 죽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에게 몸을 스쳐 의식이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아, 간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그 남자는 쥐어짜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다시 말했습니다. "어느 쪽이 이겼나요?" "영국군입니다." 하고 남자는 쌀쌀맞게 대답했습니다. "그래요? 내 주머니를 좀 뒤져 보아 주시겠습니까? 지갑과 시계가 있을 텐데." 남자는 그의 말을 따라 찾는 시늉을 하고 나서 말했습니다. "그런 것은 없는데요." "아, 도둑맞았군요. 당신에게 드리려고 했는데." 그 때 순찰하는 병사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남자는 당황해서 일어나며 말했습니다. "이제 그만 가 봐야겠습니다. 그럼 몸조심하십시오." "잠깐 기다려 주시오. 내 목숨을 구해 준 당신의 이름은?" 남자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으므로 군인은 다시 물었습니다. "프랑스 군인인 것 같군요. 계급은 뭐죠?" "하사입니다." "이름은?" "테나르디에입니다." "그 이름을 잊지 않겠소. 당신도 내 이름을 기억해 두십시오. 나는 퐁메르시라고 합니다." 남자는 그 말도 채 끝나기 전에 근처의 숲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자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이 날 밤, 싸움터를 헤매며 금품을 찾아다녔던 사람들이 테나르디에 부부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두 사람은 이 날 밤 훔친 것을 밑천으로 몽페르메이유에서 여관을 차렸던 것입니다. 더구나 테나르디에는 뻔뻔스럽게도 자신이 마치 워털루 전쟁의 용감한 병사였던 것처럼 간판을 내걸고 마을 사람들을 속였습니다. 게다가 혹시라도 퐁메르시가 살아 있다면 사례금을 듬뿍 받아 내려고 계획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테나르디에 부부는 못된 꾀를 내는 데 있어서는 보통 사람 이상으로 뛰어났으나 장사하는 수완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이 부부의 인품이 알려짐에 따라 여관에는 전혀 손님이 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여관을 꾸려 나가기가 힘들게 되어 두 사람은 여기저기서 자구만 돈을 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팡틴이 나타나 코제트를 맡겨 준 것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호박이 덩굴째로 굴러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테나르디에는 팡틴을 속여서 받은 돈으로 여기저기 빌린 돈을 갚았습니다. 그러나 돈은 금방 또 없어지고 빚은 다시 쌓였습니다. 그러자 테나르디에 부인은 코제트의 옷을 전부 파리로 가지고 가 내다 팔았습니다. 그 때문에 코제트는 입고 있는 옷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팡틴이 코제트의 양육비로 두고 간 돈도 몽땅 써 버리고 옷도 다 없애자, 어쩐지 코제트를 공짜로 키워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테나르디에 부부는 코제트를 한층 더 혹독하게 다루었습니다. 코제트는 개나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이 다 먹고 남은 찌꺼기를 먹어야만 했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호되게 야단을 맞고 늘상 얻어 맞기만 했습니다. 주인 부부의 두 딸이 공주님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코제트의 생활은 가엾은 짐승의 삶처럼 비참했습니다. 한편 어머니인 팡틴은 한 달에 한 번씩은 반드시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편지를 보내 코제트의 안부를 물어 왔습니다. 그러면 이 부부는 코제트는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거짓 답장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팡틴은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선불 기한인 6개월이 지나자 약속대로 코제트의 양육비를 매달 7 프랑씩 꼬박꼬박 보내 왔습니다. 그러나 결코 이 돈이 코제트를 위해 쓰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1 년도 채 지나기 전에 테나르디에는 더 한층 욕심을 부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팡틴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습니다. 코제트도 점점 커 가기 때문에 더 잘 키우기 위해서는 7 프랑으로는 너무 부족합니다. 앞으로는 매달 12 프랑씩 보내 주십시오. 팡틴은 그의 요구대로 힘든 생활 속에서도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매달 12 프랑을 어떻게든 마련해 욕심많은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12 프랑은 다시 15 프랑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1 년이 지나고 2 년이 지났습니다. 그 근처의 사람들은 이렇게 수군거렸습니다. "저 부부도 그러고 보면 상당히 인정이 많지 않아요? 생활도 넉넉지 않은데 버린 아이를 데려다 키우고 있으니 말이에요." 사람들은 코제트를 버려진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설령 버려진 아이라고 하더라도 어린 코제트의 생활은 너무나도 비참했습니다. 코제트는 다섯 살이 되자 이미 하녀가 하는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심부름을 하고 청소, 빨래, 설거지에다 손님들의 짐까지 날라야 했습니다. 이렇게 혹사를 당하면 어린 아이가 주눅이 들고 몰골이 말이 아닌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코제트는 야위고 창백한 얼굴에 끊임없이 힐끔힐끔 주의를 둘러보며 남의 눈치만 살피는 아이가 되어갔습니다. 겨울이 되자 코제트의 모습은 더욱 가련해졌습니다. 온통 누덕누덕 기운 헌 옷을 걸치고 빨갛게 곱은 손에 커다란 비를 쥐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 괸 채, 새벽 거리를 쓸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코제트에게 종달새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습니다. 종달새처럼 작고 오들오들 떨면서 아침 일찍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이 소녀의 모습은 그 별명과 딱 어울렸습니다. 다만 이 가련한 종달새는 결코 지저귀는 일이 없었습니다. 마들렌 팡틴이 고향인 몽뜨르유로 돌아가기 2 년쯤 전부터 이 마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몽뜨르유 마을은 옛날부터 목걸이와 팔찌를 만드는 보석 산지였으나 원료가 비싸기 때문에 아무리 팔아도 그다지 이익이 남지 않았습니다. 1815 년이 저물어 갈 무렵 한 남자가 이 마을에 들어와 싼 재료를 이용해 검은 장식 구슬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내 훌륭하게 성공했습니다. 그 때문에 예전보다 훨씬 싸게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되어 프랑스 전역에서 많은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마들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몽뜨르유 사람들은 자기네 마을에 활기를 번영을 되찾아 준 인물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인물은 12월의 어느 알 저녁, 등에 배낭을 짊어지고 손에 지팡이를 짚고 남의 눈을 피하듯이 이 마을로 들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마침 그 때 마을에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람은 자기 몸의 위험을 무릅쓰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 불길에 휩싸인 두 아이를 구해 냈습니다. 그 아이들이 바로 헌병 대장의 아이들이었으므로 그 사람은 통행권을 보일 필요도 없이 아무 조사고 받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그는 마들렌이라는 사람으로 나이는 50세 가까이로 보이며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라는 평판이 나 있었습니다. 머리는 은회색이고 학자처럼 고지식해 보이는 모습이었으나 손이나 얼굴 색깔은 오랫동안 노동을 해 온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장식 구슬의 제조로 큰 이익을 올려 2 년 만에 훌륭한 공장을 세우고 많은 직원을 둘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은행에도 막대한 예금을 한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지 돈만 아는 벼락 부자가 아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쓰고 마을의 병원에도 많은 기부금을 내어 훌륭한 시설을 갖추도록 했습니다. 학교도 여러 개 짓고 보육원도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그의 그러한 행동을 보고 사람들은 마들렌 씨를 시장으로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거절했습니다. 국왕은 그에게 훈장을 하사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한사코 받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다시 몇 년이 흘러 그의 이름이 전국에 알려지게 되자 국왕은 다시 그를 시장으로 임명하려고 했습니다. 이번만은 마을 사람들도 그의 거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마들렌 씨는 본의 아니게 시장 자리에 앉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마들렌 씨는 총을 쏘면 백발 백중이고 보통 사람과는 비교도 안 되는 뛰어나 체력을 가지고 있어서, 넘어진 말을 일으켜 세우거나 진창에 빠진 마차를 거뜬히 움직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외출을 할 때에는 언제나 주머니를 금화로 가득 채우고 나갔지만 돌아오면 주머니는 텅 비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도중에 만난 가난한 사람이나 불쌍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나누어 주고 자비를 베풀기 때문입니다. 1821 년초, 디뉴의 주교 미리엘 신부가 운명하셨다는 기사가 신문에 보도되었습니다. 마들렌 씨는 그 소식을 듣자 다음 날부터 검은 색 옷을 입고 미리엘 주교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그 일이 또다시 마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마들렌 씨가 그 훌륭한 성직자였던 미리엘 주교와 상당히 절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그가 예의를 표현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모임이 있던 날 저녁, 나이가 지긋한 어떤 부인이 용기를 내어 마들렌 씨에게 물었습니다. "시장님은 돌아가신 주교님의 친척 뻘이 되십니까?"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검은 양복을 입고 계시잖아요?" "아, 그건 제가 젊었을 때 주교님 밑에서 일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답을 듣자 노부인은 물론 마을 사람들은 시장의 겸손한 인품을 더욱 높이 칭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시장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들도 신뢰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들렌 씨와 스쳐 지나갈 때에도 그 남자의 지켜 보는 사람들 중에는 그를 차가운 의심의 눈으로 끊임없이 감시하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마을 안에서 마들렌 씨와 스쳐 지나갈 때에도 그 남자의 눈은 '저 자는 어떤 사람일까,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이야.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테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남자는 쟈베르라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형사였습니다. 그는 경찰관으로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한 생각과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경차관으로서 자신의 임무에는 끝까지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부랑자나 불량배 또는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진드기처럼 미워하는 남자였습니다. 쟈르베는 세상 사람들의 기쁨이나 즐거움을 모른 채, 또 알려고도 하지 않고 사람을 체포하는 냉담한 일을 하는 것만을 삶의 보람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인물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몽뜨르유 마을에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포슐방이라는 짐마차를 끄는 할아버지가 진창에서 마차가 옆으로 나자빠지는 바람에 그 밑에 깔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때마침 그 근처를 지나가던 마들렌 씨는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마차에는 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전날 내린 비로 길바닥이 축축해져 수레 바퀴는 점점 진창 속으로 가라앉아 할아버지의 몸은 서서히 밑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애썼으나 허사였습니다. 할아버지는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눌려 죽을 것같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힘을 합쳐 마차를 움직이려고 모두 매달렸지만 마차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빨리 도와 줘! 죽을 것 같아!" 하고 할아버지는 신음했습니다. 기중기(무거운 물건이 들어올리는 기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것을 가지고 오려면 15분이나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 마들렌 씨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습니다. "누군가 마차 밑에 들어가 등을 받치고 들어 올릴 사람은 없었습니까? 제가 100 프랑의 사례금을 내겠습니다." 사람들은 웅성거렸지만 해 보겠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럼 200 프랑이면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 볼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내도 소용이 없을 것 같군요." 하고 이 때 많은 인파 뒤쪽에서 냉냉한 목소리가 울려 펴졌습니다. 잿빛 프록 코트를 입고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굵은 지팡이를 든 남자, 쟈베르 형사였습니다. "마들렌 씨, 나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딱 한 사람 알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퉁룰 교도소 죄수였던 남자인데." 그의 말에 마들렌 씨의 얼굴 근육이 바르르 떨렸습니다. 그 동안에도 마차는 조금씩 진창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포슐방 할아버지의 비명 소리도 차츰 가늘어졌습니다. 마들렌 씨는 쟈베르를 흘끗 보더니 씰룩이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런 뒤 한 마디도 없이 순식간에 마차 밑으로 기어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였습니다. 마들렌 씨는 납죽 엎드려 팔과 다리에 있는 힘을 다했으나 마차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마들렌 씨의 이마에 진땀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 속에서 뜻밖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온 힘을 다한 마들렌 씨의 등이 마치 기중기처럼 마차를 조금씩 들어올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환성을 지르며 달려와 일제히 힘을 모았습니다. 마차는 들려 올라가고 노인은 구조되었습니다. 마차 밑으로부터 기어나온 마들렌 씨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고 온몸이 진흙투성이였습니다. 그 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포슐방 할아버지는 마들렌 씨의 발밑으로 기어와, "오오, 하느님!" 하고 외칠 정도였습니다. 단 한 사람, 쟈베르 형사만은 마들렌 씨에게 차디찬 시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마들렌 씨의 친절한 행동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포슐방 노인의 다리뼈가 부러진 것을 알고 즉시 병원에 입원시키게 하고 마차가 부서지고 말도 죽어서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사람을 시켜서 파리의 어느 수녀원에서 정원을 가꾸는 일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전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으로 변해 활기찬 마을이 되어 있는 몽뜨르유로 돌아온 팡틴은 검은 구슬 장식을 만드는 마들렌 씨의 공장에 취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공으로서 어떻게든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어서 팡틴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수입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될 수 있는 한 절약해서 코제트에게 열심히 보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 년쯤 지났을 때, 팡틴에게 숨겨 둔 아이가 있다는 소문이 나 그 이야기가 공장 감독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어느 날 아침, 그녀가 공장에 나가자 감독은 그녀를 불러내 50 프랑을 건네 주며, "내일부터는 공장에 나올 필요가 없소."라고 명령했습니다. 팡틴은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아이가 있는 것이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듣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앞으로 테나르디에게 보낼 돈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울면서 감독에게 애원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감독은 남의 험담하기를 좋아하는 여자들로부터 소문을 듣고 마들렌 씨와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팡틴을 그만두게 했던 것입니다. 마들렌 씨는 이 일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팡틴 쪽에서는 마들렌 씨를 몹시 원망하게 되었습니다. 공장에서 해고당한 팡틴은 날마다 몽뜨르유 마을을 돌아다니며 일거리를 찾았습니다. 좀처럼 일거리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숨겨 둔 아이가 있는 단정치 못한 여자라는 소문이 온 마을에 퍼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겨우 바느질하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군인들의 셔츠를 꿰매 주고 하루에 12수를 받는 일이었습니다. 그 중 10수를 저축해 테나르디에게 보내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추운 겨울날에도 불을 때지 않고 식사도 변변히 하지 못했습니다. 파리에 있을 때부터 원래 건강한 몸이 아니었으므로 곧잘 피로에 지쳐버렸습니다. 게다가 가슴이 나빠진 듯 심한 기침이 나와 그녀를 괴롭게 했습니다. 열도 나고 몸이 나른했습니다. 테나르디에게 끊임없이 돈이 재촉해 왔습니다. 곧 보내지 주지 않으면 코제트를 내쫓아 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어떤 때, 테나르디에로부터 온 편지에는 이번 겨울에 코제트에게 입힐 옷이 없어서 털실 옷을 만들어 주어야 하니 10 프랑을 더 보내 달라고 씌어 있기도 했습니다. 팡틴은 어찌해야 좋을지를 몰랐습니다. 퍼뜩 생각이 떠올라 거리의 이발소로 달려가 아름다운 금발을 빗어 보이며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이 머리카락을 사 주시겠어요?" 이발소 주인은 머리카락을 10 프랑에 사 주었습니다. 이것으로 코제트가 겨울을 춥지 않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하며 팡틴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자 또 테르나르디로부터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코제트가 심한 홍역에 걸렸으므로 비싼 약을 먹이지 않으면 안 되니 당장 40 프랑 보내 달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팡틴은 너무 지나친 요구에 질렸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치과 의사에게로 가 예쁜 앞니를 두 개 뽑아 달라고 해서 그것을 팔았습니다. 당시에는 이를 해 넣을 때, 다른 사람의 진짜 이를 사용했던 것이었습니다. 코제트의 병이 나을 수만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이 가련한 어머니는 이를 뽑아 피가 흥건한 입을 씰그러뜨리며 쓸쓸하게 미소짓는 것이었습니다. 1823 년초, 큰 눈이 내린 날 밤이었습니다.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던 팡틴은 그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젊은 남자들에게 이가 뽑힌 얼굴이 이상하다며 심한 모욕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 중의 한 남자는 팡틴을 붙잡아 길에 쌓여 있는 눈을 그녀의 목덜미에 억지로 쑤셔 넣었습니다. 너무나 분한 나머지 팡틴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 남자에게 맹렬히 달라들었습니다. 남자는 불시에 공격을 당해 그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팡틴은 울면서 그 남자를 마구 때리고 할퀴기도 했습니다. 그 때 많은 사람들 속에서 쟈베르 형사가 나타나 팡틴을 통행인에게 난동을 부린 몹쓸 여자라고 하면서 경찰서로 끌고 갔습니다. 경찰서에서 아무리 그 이유를 설명해도 들어 주질 않았습니다. "네가 어떤 여자인지는 자세히 다 알고 있다. 교도소에 6개월 간 들어가 있으라구." 하고 쟈베르 형사는 차디차게 내뱉었습니다. "6개월이나 교도소에 있으라니요! 제가 잘못한 것이 아니에요! 그 남자가 제게 아주 나쁜 짓을 했단 말이에요! 아아, 우리 코제트는 어떻게 하면 좋아요! 형사님, 제발 부탁입니다. 제발 그런 끔직한 일만은 하지 말아 주세요!" 팡틴은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쟈베르 형사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인가? 자, 6개월 간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거야. 이렇게 결정되면 하느님이라도 어쩔 수 없는 법이지." 바로 그 때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하고 점잖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쟈베르는 뒤를 돌아보고 그 사람이 마들렌 시장이라는 것을 알자 눈을 번뜩였지만 그래도 정중하게 인사를 했습니다. "아니, 시장님이 아니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마들렌 시장은 말했습니다. "쟈베르 형사, 이 여자를 감옥에 넣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로부터 확실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죄가 있는 쪽은 이 여자를 조롱하고 폭력을 휘두른 그 남자들입니다. 팡틴은 이 사람이 마들렌 시장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자신을 공장에서 내쫓은 나쁜 남자인 것입니다. 그 남자가 지금 자기를 구해 주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녀는 이 일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습니다. 시장과 쟈베르는 서로 논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아니, 시장님, 이 여자는 시민에게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그것은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그런 사람을 체포하는 것은 경찰관인 제 의무입니다." "쟈베르 형사, 그 말은 틀렸습니다. 시장은 판결권을 가질 수 있다는 법률에 근거해 이 여자의 석방을 명합니다." "그렇지만, 시장님, 이 여자는 제 입장으로서는." "내 말대로 하십시오." 반론의 여지가 없는 강력한 말이었습니다. 쟈베르는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팡틴은 그 때까지 미워하고 있었던 마들렌 씨에 의해 구원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들렌 씨에게 그녀가 공장에서 해고당한 사정을 사실대로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시장님." 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끓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팡틴이 마들렌 시장의 친절한 도움을 받았을 때 그녀 가슴 속의 병은 이미 몹시 악화된 상태였습니다. 마들렌 씨는 몸이 쇠약해진 팡틴을 즉시 자신이 경영하는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그 곳은 카톨릭의 수녀들이 간호사로 일하면서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아 주는 병원이었습니다. 마들렌 시장은 팡틴의 신상을 조사해 보고 그녀가 얼마나 불우한 처지에 놓여 있는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테나르디에에게 많은 돈을 보내 팡틴은 병석에 누워 있으므로 즉시 코제트를 데리고 와 달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테나르디에는 코제트를 데리고 오기는커녕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더욱더 많은 돈을 요구했습니다. 마들렌 씨는 날마다 3시에는 어김없이 병원으로 가 팡틴을 문병했습니다. 의사에게 상태를 물어 보니 그녀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들렌 씨는 팡틴에게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가서 코제트를 데려오겠어요." 마들렌 씨는 그 자리에서 자기가 대필을 해서 편지를 쓰고 팡틴에게 서명을 하도록 했습니다. 이 편지를 가진 사람에게 코제트를 보내 주십시오. 지금까지 든 비용은 전부 이 사람이 지불할 것입니다. 팡틴으로부터 쟈베르 형사 다음 날, 마들렌 씨는 코제트 데리러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쟈베르 형사가 찾아왔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안내를 받아 마들렌 씨 앞에 온 쟈베르는 여느 때와는 달리 몹시 우울한 표정이었습니다. "무슨 일이지요, 쟈베르 형사?" "실은, 저를 면직시켜 주도록 본부에 말씀드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느닷없이 또 무슨 소리입니까?" "시장님, 저는 당신을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당치 않은 잘못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시장은 순간 얼굴색이 변했으나 쟈베르는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당신을 옛날 20 년 전 툴룽 교도소에서 보았던 장발장과 동일한 인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는 교도소를 나온 뒤에도 또 어떤 주교관에서 도둑질을 한 것 같은데 그 때 이후로는 그의 행방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함부로 쓸데없는 상상을 해서 당신을 장발장이라고 경시청에 고발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경시청에서는 뭐라고 했습니까?" "제 고발은 엉터리라고 하면서." "그럼?" "결국 진짜 장발장이 잡혔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 마들렌 씨는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탁자 위에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괴로운 듯한 소리를 목구멍 깊숙한 곳으로부터 토해 냈습니다. 쟈베르는 매우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그 경위를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그 남자는 어떤 주교관에서 은촛대를 훔쳐서 아라스 교도소에 수감되었는데 원래 장발장을 알고 있던 죄수가 이 자가 장발장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역시 툴룽에서 장발장을 보아서 알고 있던 다른 세 명의 죄수와도 대면을 시켰더니 대답은 여전히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시장님을 고발할 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놀란 저는 즉시 아라스까지 가서 아 두 눈으로 보고 왔습니다." "그래서요?" "유감스럽게도 그 남자는 틀림없는 장발장이었습니다." 마들렌 씨는 신음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것이 확실합니까?" "확실합니다." "그 남자는 뭐라고 했습니까?" "자기는 샹마티외라는 사람이며 장발장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증거는 완벽하게 확보되어 있습니다." 마들렌 씨는 웬지 침착하지 못한 태도로 손에 든 서류를 까닭없이 넘기고 있다가 다시 쟈베르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리스의 재판은 언제 열린다고 합니까?" "내일입니다. 아마 하루면 끝나리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습니까?" 마들렌 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아 물끄러미 방의 한쪽 구석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쟈베르에게 나가도 좋다고 알렸습니다. "아니, 시장님. 저는 면직을 시켜 주십사 하고 찾아왔는데." 마들렌 씨는 제 정신이 돌아온 듯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아니오, 당신은 훌륭한 경찰관입니다. 자신의 작은 잘못을 지나치게 크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면직을 시킬 수는 없습니다. 돌아가 주시오. "시장님, 고마운 말씀이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부디 면직시켜 주십시오." 그래도 시장이 고개를 흔들자 입구 쪽으로 걸어가 경례를 하면서 말했습니다. "관대하신 말씀에 그대로 따를 수는 없지만 어쨌든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직무는 계속하기로 하겠습니다." 쟈베르의 발소리가 멀어져 가는 것을 들으면서 마들렌 씨는 깊은 생각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마들렌 씨가 장발장이라는 것은 여기서 새삼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발장은 다시 태어나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미리엘 주교의 고귀한 사랑에 감화되어 참된 인간이 되려고 열심히 노력해 온 결과가 지금의 마들렌 씨인 것입니다. 현재의 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성자처럼 여겨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쟈베르 형사의 말은 마들렌 씨의 가슴에 엄청난 충격을 가한 것이었습니다. 가슴 속 깊이 묻어 두었던 그 이름이 다시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괴로웠습니다. 그의 생각은 몹시 어지럽혀져 괴롭고 답답한 느낌이 그의 가슴을 죄어 왔습니다. 쟈베르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샹마티외라는 남자는 누구일까? 마들렌 씨의 마음 속에서는 두 가지의 대립된 생각이 서로 뒤엉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어도 좋단 말인가!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이 고장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일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 노력해 왔던 몸이 갑자기 죄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인가! 스스로 자청해서 지옥으로 떨어질 필요가 있는 것일까?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회생시키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 사람의 죄 없는 인간이 나의 희생물이 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래도 태연하게 모른 체하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아아, 난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이 두 가지 생각과 싸우다 지친 마들렌 씨는 방 안을 돌아다니기를 멈추고 의자에 기대어 잠시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바로 그 때 시계가 새벽 3시를 알렸습니다.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니 활짝 열린 창문을 통해 차가운 바람이 불어 들어와 마들렌 씨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디차게 식어 있었습니다. 창 밖은 여전히 깊은 어둠이 싸인 채, 적막하기만 했습니다. 고백 마들렌 씨를 태운 마차가 아라스 마을에 도착한 것은 그날 밤 8시가 지나서였습니다. 그는 곧장 재판소로 달려 갔습니다. 재판은 이미 시작되었고 방청석은 만원이었습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수첩을 꺼내 '몽뜨르유 시장 마들렌'이라고 써서 그것을 찢어 내 정리(법정에서 잡일을 하는 법원 직원)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야 겨우 특별 방청인 자격으로 법정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서둘러 피고석을 보니 두 사람의 경찰관 사이에 한 남자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더러운 옷차림, 거친 태도, 안절부절못하는 표정, 그것은 디뉴 마을에 도착했을 때의 그의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나는 다시 저런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자 숨이 답답하고 가슴이 막힐 것 같았습니다. 검사가 일어나 막힘없는 어조로 논고(검사가 피고의 죄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함)를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듣고 있던 마들렌 씨는 두려워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재판이 끝나갈 무렵 재판장이 피고를 향해 말했습니다. "피고는 특별히 더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 남자는 벌떡 일어나 갑자기 큰 소리로 아우성치기 시작했습니다. "순엉터리 이야기야! 다 엉터리라고! 난 떨어져 있는 사과를 주웠을 뿐이야. 그것뿐이라고! 그런데 모두들 나를 장발장이라고 했어. 난 샹마티외란 말이야. 내가 왜 이렇게 고통을 당해야만 하냐고!" 재판장이 증인을 불렀습니다. 세 사람의 증인은 다들 입을 모아 이 남자가 장발장이 틀림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에게는 이미 반론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것으로 형을 선고한다." 하고 재판장이 말했습니다. 바로 그 때 마들렌 씨가 급히 방청석에서 일어나 칸막이 문을 밀어젖히며 법정으로 나왔습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고 온몸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마들렌 시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하고 재판장이 의아한 듯 물었습니다. 재판소에 가득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마들렌 씨는 다른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는 듯 증인석으로 걸어갔습니다. "너희들 나를 잘 봐라! 여기 있는 나를 본 기억이 없나?" 마들렌 씨의 목소리는 몹시 떨리고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습니다. 증인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고개를 흔들며 그를 본적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들렌 시장은 말했습니다. "재판장님, 이 피고를 석방시켜 주십시오. 부디 부탁합니다. 장발장은 바로 접니다." 사람들은 숨을 죽였습니다. 검사는 방청석에 앉은 사람들을 향해 이 중에 의사가 있으면 나와 마들렌 씨를 진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는 마들렌 씨의 머리가 이상해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마들렌 씨는 검사를 향해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검사님, 배려는 감사합니다만 저는 정신이 돈 것이 아닙니다. 어쨌든 이 일의 경위를 자세히 말씀드려야 할 것 같군요. 저는 틀림없는 장발장입니다. 저는 시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죄인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사실을 말씀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저희 집의 난로 안을 찾아보시면 증거가 나올 것입니다." 이어서 그는 세 사람의 죄수를 향해 말했습니다. "나는 너희들을 알고 있다!" 그리고는 세 사람의 이름을 정확히 알아맞히고 각자의 팔과 등에 난 상처자국뿐만 아니라 몸에 새겨진 무신까지도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세 사람은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이제 모든 이야기는 끝난 셈입니다. 저는 분명히 진짜 장발장입니다." 마들렌 씨는 여린 미소를 띠면서 주위를 띠면서 주위를 둘러보ㄴ았습니다. 모두들 어리둥절한 채 말이 없었습니다. 재판관도 검사도 배심도 모두들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들의 역할을 잊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마들렌 시장이 장발장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장발장이 자기 대신에 감옥에 가야 할 한 남자를 구하기 위해 자청해서 이름을 밝히고 나선 숭고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도 또한 똑똑히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을 끼얹은 듯 아주 고요해진 법정 안에서 장발장은 고개를 숙이며 다시 했습니다. "저를 체포하시지 않는다면 일단 돌아가겠습니다. 정리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남아 있습니다. 제 주소에 대해서는 검사님께서도 잘 알고 계실 터이니 언제라도 담당관을 보내 주십시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문 쪽으로 걸어나갔습니다. 문은 저절로 열렸습니다. 그는 그 곳을 빠져 나가 법정 밖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이윽고 샹마티외는 석방되었으나 그는 무슨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습니다. 팡틴은 열이 매우 높아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와 주던 마들렌 시장이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은 일이 그녀에게는 몹시 걸렸습니다. 아침 해가 뜰 무렵 수녀가 약을 조제하고 있는 곳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비쳤습니다. 마들렌 시장이었습니다. 그는 수녀의 안내를 받아 팡틴의 병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는 야윌 대로 야위어 꺼칠해진 팡틴의 자는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들렌 씨의 머리도 하룻밤새 하얗게 세어 버렸습니다. 이윽고 팡틴은 눈을 뜨고 그 곳에 서 있는 사람이 마들렌 씨라는 것을 알아차리자 힘없는 목소리로 재촉하듯 말했습니다. "저어, 코제트는, 코제트는 어디?" 마들렌 씨는 당황했습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때마침 그 때 의사가 들어와 대신 대답해 주었습니다. "자, 침착하세요. 아이는 저 쪽에 있어요." "그럼 당장 만나게 해 주세요!" 하고 팡틴은 결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아직은 안 됩니다. 아이를 만나면 흥분해서 몸에 해롭습니다. 좀더 기다리세요." 바로 그 때 밖의 정원 쪽에서 여자 아이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아아, 저 목소리는 코제트야! 틀림없어! 저건 코제트의 목소리야! 얼마나 컸을까? 앞으로는 함께 살 수 있어. 그리고." 거기까지 말을 마친 그녀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를 잃어 갔습니다. "팡틴!" 하고 마들렌 씨는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팡틴은 입을 다문 채, 마들렌 씨의 팔에 손을 얹고 뒤를 돌아다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들렌 씨가 뒤를 돌아보니 그 곳에 서 있는 것은 쟈베르였습니다. 쟈베르의 얼굴은 여느 때와 같은 냉랭한 표정 뒤에 감출 수 없는 승리의 기쁨에 찬 기운이 넘쳐 나고 있었습니다. 결국 내 생각은 틀림없었던 거야 라고 말하는 듯이. "시장님, 도와 주세요!" 팡틴의 비명에 마들렌 씨, 아니 장발장은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안심해요. 저 사람은 당신 때문에 온 것이 아니에요." 그러고 나서 쟈베르를 향해 말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당신의 용건은 알고 있소." "잔소리 말고 빨리 나와!" 방에 들어선 쟈베르는 태도가 돌변해 갑자기 시장의 목에 팔을 걸었습니다. "시장님!" 하고 팡틴은 너무나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질렀습니다. "잠자코 있어! 시장 따위는 여기 없으니까!" 하고 쟈베르는 차갑게 웃었습니다. "부탁이 있는데." 장발장은 목에 감긴 상대의 손을 뿌리치려고도 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어떤 부탁이냐? 말해봐라!" "나를 체포하는 것을 3일 간만 기다려 주시오. 이 여자의 아이를 찾으러 갔다 오겠소." "웃기지 마! 그 사이에 달아날 속셈이로군!" 팡틴은 이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우리 아이를 데리고 가다니요? 그럼 그 애가 여기 없단 말인가요? 시장님, 우리 코제트는 어디에 있는 거죠?" "시끄럽다! 시장 같은 것은 이제 없어! 여기 있는 건 장발장이라는 도둑이야! 그 놈을 이렇게 잡으러 온 거라구!" 팡틴은 갑자기 상반신을 일으켜 장발장과 쟈베르를 번갈아 쳐다보며 뭔가 이야기하고 싶은 듯이 입을 열을 벌렸으나 이가 부딪치기만 할 뿐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양팔을 앞으로 내미는가 싶더니 그대로 푹 쓰려져 버렸습니다. 눈은 크게 뜬 채 더 이상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팡틴은 이미 숨을 거두었던 것입니다. 장발장은 자신의 목을 잡고 있던 쟈베르의 손을 휙 뿌리치며 말했습니다. "당신이 이 여자를 죽인 것이오." "이봐, 농담하지 마.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수갑을 채울 테다." 방의 한구석에 낡은 침대가 있었습니다. 장발장은 그 침대에 다가가더니 아주 간단한 받침 철봉을 떼어 내 손에 쥐었습니다. 그 힘을 보자 쟈베르는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장발장은 철봉을 한 손에 쥔 채 팡틴은 누워 있는 침대로 다가가 뒤를 돌아보며 쟈베르에게 말했습니다. "잠시 동안 나를 그냥 놔 두시오." 그렇게 서슬이 퍼래서 큰 소리치던 쟈베르도 숨을 죽이고 장발장이 하는 일을 지켜 볼 뿐이었습니다. 장발장은 팡틴 앞에 무릎을 꿇고 무엇인가 속삭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녀의 머리를 살짝 들어 베개에 눕혀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까부터 크게 뜬 채로 있던 그녀의 눈을 감겨 주었습니다. "이제 됐소. 자, 앞으로는 어떻게 하든지 따르겠소." 하고 장발장은 일어서서 쟈베르에게 말했습니다. 생플리스 수녀 쟈베르는 장발장을 경찰 유치장에 넣어 버렸습니다. 마들렌 시장이 체포되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온 마을에 펴졌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라스 재판소에 있었던 일은 아직 모르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 때 까지 마들렌 시장이 해 온 훌륭한 일 등에 대해서는 곧 잊어버리고 사람들은 이러쿵 저러쿵 제멋대로 마구 험담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날 밤 일이었습니다. 마들렌 씨의 집을 지키는 할머니가 몹시 낙담해서 문 옆의 작은 창가에 앉아 있을 때 입니다. 갑자기 창문이 열리고 팔 하나가 안으로 쑥 들어왔습니다. 할머니는 그 팔을 싸고 있는 소매를 본 기억이 났습니다. 그것은 마들렌 씨의 팔이 틀림없었습니다. "어머나, 시장님." 할머니는 매우 놀라 소리쳤습니다. "아무래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어서 내 마음대로 나왔어요. 미안하지만 생플리스 수녀님을 불러 주시겠어요?" 할머니에게 있어서 마들렌 시장은 지금도 여전히 신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므로 그의 부탁을 받자마자 즉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수녀를 부르러 갔습니다. 마들렌 씨는 층계를 올라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책상에 앉더니 종이에다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나고 생플리스 수녀가 들어왔습니다. 수녀의 얼굴은 창백해 보였으며 지금까지 울고 있었는지 눈이 충혈되어 있었습니다. 마들렌 씨는 무엇인가를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이것을 주교님께 전해 주셨으면 합니다. 수녀님이 읽어 보셔도 괜찮습니다." 수녀가 그 종이를 들고 읽었습니다. "방에 남겨 둔 종이를 전부 맡아 주십시오. 오늘 병원에서 죽은 팡틴의 장례 비용은 제가 맡기는 이 돈으로 처리해 전부 써 주십시오. 그리고." 마들렌이 보여 준 종이의 글을 다 읽은 생플리스 수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장님, 불쌍한 그 여자의 얼굴을 한 번 보고 가시지 않겠습니까?" "아닙니다. 그냥 가겠어요. 나는 쫓기고 있는 몸입니다. 만약 그 방에서 붙잡히기라도 한다면 죽은 사람의 영혼에 더욱 상처를 주는 일이 될 테니까요." 하고 그가 대답한 바로 그 순간 대문 근처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습니다. "누구 한 사람 들어가지도 않았어요."라고 대답하는 것은 문지기 할머니였습니다. "거짓말! 2층에 불이 켜져 있잖아!" 하며 거칠게 소리치는 목소리는 쟈베르였습니다. 마들렌 씨는 급히 손에 든 촛대의 촛불을 끄고 방의 구석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수녀는 책상 옆으로 가 무릎을 끓었습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문을 밀어 젖히며 쟈베르가 뛰어들어왔지만 그 곳에서 조용히 기도하고 있는 수녀를 보자 당황한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는 수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실례하지만 이 방에 아까 아무도 없었습니까?" "네, 저말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고 수녀는 분명하게 대답했습니다. 제 아무리 형사라고 해도 하느님을 섬기는 수녀를 더 이상 의심할 수는 없었습니다. "실례했습니다."라고 말하고 그는 방을 나갔습니다. 생플리스 수녀는 존경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죄를 용서해 주시기를 마음 속으로 하느님께 빌었습니다. 그로부터 2시간쯤 지났을 때 몽뜨르유 마을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진 숲 속을 무엇인가 무거워 보이는 꾸러미를 옆에 낀 남자가 땅바닥을 살피는 듯 조심스럽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날로부터 4일 뒤 마들렌, 즉 장발장은 파리에서 몽페르메이유로 가는 마차 안에서 경찰에게 체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때 그는 이미 전의 그 묵직한 꾸러미는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경찰도 그것을 감춘 장소를 알 리가 없었습니다. 장발장은 원래 있었던 툴룽 교도소로 다시 보내졌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823 년 가을, 툴롱 항에서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오랜 항해 끝에 선체가 파손된 오리온 호라는 군함이 수리를 받기 위해 툴롱 항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배에 짐을 싣고 내리는 따위의 작업에는 교도소의 죄수들도 동원되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오리온 호를 구경하러 모여든 사람들의 눈앞에 무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리온 호 배 위에서는 수병(해군의 병사)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었는데 몇 명인가 모여서 돛대에 돛을 달려고 한순간 그 중의 한 사람이 발이 미끄러져 몸이 완전히 거꾸로 되어 밑으로 떨어져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그 돛대로부터 늘어져 있던 로프를 재빨리 붙잡아 공중에 엉거주춤한 상태로 매달렸습니다. 그 곳은 상당히 높은 곳으로 게다가 아래는 깊은 바다였습니다. 수병이 매달려 있는 로프는 그네처럼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필사적으로 로프를 잡고 기어오르려고 했으나 점점 힘이 빠져 드디어는 두 손이 스르르 풀리는 것을, 밑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도 곧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 뒤에 일어날 일을 상상하고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만 얼굴을 손으로 가렸습니다. 그 때 갑자기 한 남자가 원숭이같이 가벼운 몸짓으로 쭈르르 돛대를 타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는 붉은 옷을 입고 녹색 모자를 쓴 무기 징역수였습니다. 남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돛대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로프의 끝부분을 그 곳에 매고 밑으로 늘어뜨렸습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 보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로프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 축 늘어진 수병에게 다가가더니 로프 끝을 그의 몸에 묶었습니다. 한 발짝만 늦었더라면 수병은 기력이 다해 바다로 떨어졌을 것입니다. 몸놀림이 가벼운 죄수는 놀라운 정도의 힘으로 수병을 끌어 안고 돛대를 내려가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안심한 사람들의 환성이 부둣가를 매웠습니다. 죄수들을 지키는 툴롱 교도소의 나이 많은 간수 한 사람은 너무 감동한 나머지 눈에 눈물을 머금었습니다. "대단한 공적을 세웠어. 저 사람은 교도소에서 내보내 줘야 해."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죄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까 하던 일을 계속하려고 저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위험을 무릅쓰고 수병을 구출한 것이 힘들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느라 현기증이 났는지 갑자기 남자는 비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란 가슴을 죄고 있을 때, 그의 몸은 바다에 완전히 거꾸로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즉시 보트를 타고 근처 일대를 수색했으나 결국 시체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주위는 수심이 깊고 오리온 호 외에도 다른 군함이 정박해 있었으므로 헤엄쳐 나 갈 수가 없어 바다에 빠져 죽은 것이 분명했습니다. 다음 날 툴롱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1823 년 11월 17일 어제 오리온 호 선상에서 작업 중이던 죄수 한 사람이 수병을 구하고 돌아오던 도증에 잘못해서 바다에 빠져 익사했다. 그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죄수의 이름은 장발장이라고 한다. 코제트 1823 년 크리스마스날 밤에는 작은 시골 마을인 몽페르메이유도 떠들썩했습니다. 선술집도 겸하고 있는 테나르디에의 여관에서는 마부와 행상인 등 많은 손님들이 모여들어 술을 마시며 법석대고 있었습니다. 테나르디에는 손님들을 상대로 자신도 술을 마시고 말다툼을 하면서 뭔가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습니다. 코제트는 주방의 구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몸에는 매우 남루한 옷을 걸치고 맨발에 나막신을 신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뜨개질하고 있는 것은 테나르디에의 딸들이 신을 양말이었습니다. 난로 옆의 벽에는 가죽 채찍이 걸려 있었습니다. 밖은 이미 깜깜했습니다. 코제트는 물 길러 갈 일만이 걱정이었습니다. 이 근처에서는 멀리 떨어진 숲 속까지 샘물을 길으러 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물통은 점점 비어 가고 있었습니다. 코제트는 뜨개질을 하면서도 물 길러 갈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물이 다 없어지기 전에 빨리 아침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행상인인 듯한 남자가 들어와 말에게 먹일 물을 좀 달라고 했습니다. "코제트, 어서 물을 길어 와!" 하고 테나르디에 부인이 코제트에게 소리쳤습니다. 코제트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 큰 물통을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올 때 빵을 사 가지고 와. 자, 돈 여기 있다." 코제트는 돈을 받아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문 입구로 나갔으나 잠시 그 곳에 멈추었습니다. 어두운 숲 속까지 가는 것이 무서웠던 것입니다. "빨리 갔다 와!" 안으로부터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코제트는 쫓기다시피 밖으로 나왔으나 크리스마스날 밤이어서 거리는 밝고 활기에 차 있었습니다. 코제트가 몹시 가지고 싶어하는 인형이 늘어서 있는 가게도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회 앞을 지나자 길은 갑자기 어두워지고 집집마다 문틈으로 아주 희미한 불빛만이 새어 나오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드디어 마을의 집들도 보이지 않고 주위에는 깜깜한 들판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쪽 멀리 으슥한 숲이 보였습니다. 겨우 숲의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숲 속은 한층 더 어둡고 쥐 죽은 듯 고요했습니다. 몸이 떨려 오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야단을 맞아도 좋다, 이대로 돌아가 버릴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되돌아간다면 테나르디에 부인의 얼굴은 숲 속의 어떤 도깨비보다 더 무섭게 변할 것입니다. 숲 속에서도 샘까지의 샛길은 익숙해져 있으므로 헤매는 일은 없었습니다. 샘은 천연적으로 솟아나는 물로 30센티미터 정도의 깊이였습니다.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웠지만 낮에 물을 길을 때 하는 것처럼 왼손으로 떡갈나무 가지를 더듬어 찾아 그것을 꼭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윗몸을 앞으로 구부려 통을 샘물 속에 담갔습니다. 그 때 주인에게서 받은 돈이 앞치마 주머니에게 샘물 속으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날이 어두워서 코제트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코제트는 물이 든 물통을 들어올려 풀 위에 놓고 잠시 꼼짝 않고 있었습니다.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 버리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어두운 하늘에 불그스름한 별 하나만이 기분 나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무섭다기보다는 차라리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두려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코제트는 굳게 마음먹고 물통의 손잡이를 잡은 다음 깜깜한 어둠 속을 정신없이 비틀거리며 시작했습니다. 큰 소리로 하나, 둘, 셋, 넷 하고 세면서 걸어갔습니다. 열까지 세자 다시 처음부터 반복해서 소리내어 외쳤습니다. 그러나 불과 두세 발짝만 걸으면 물통의 무게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열 걸음 앞으로 나아가다가는 쉬고 또 열 걸음 걸어가서는 쉬어야 했습니다. 소녀의 가늘고 야윈 팔은 어깨로부터 떨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마침내 작은 몸은 한 발짝도 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지쳐 버렸습니다. 어두운 숲 속의 길은 아직도 여전히 길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코제트는 외로움과 슬픔이 가슴 속에 복받쳐 올라 그 자리에 쓰러져 울고 싶어졌습니다. 물통 따위는 그 곳에 내팽개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물을 길어 가지 않으면 주인 여자에게 얼마나 지독하게 혼이 날 것인가? 또 벽에 걸려 있는 그 가죽 채찍으로 죽도로 매를 맞을 것은 뻔한 일이었습니다.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오, 하느님! 하느님!" 하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어찌 된 일인지 손에 들고 있던 물통이 갑자기 가벼워졌습니다. 누군가의 커다란 손이 물통의 손잡이를 함께 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키가 큰 남자가 소녀의 곁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코제트는 웬지 이 사람이 조금도 무섭게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뜸직해 보이는 그 사람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물통은 너에게는 너무 무거운 것 같구나. 손을 놓아라. 내가 들어다 주마." 코제트는 물통을 놓았습니다. "정말 무겁구나. 이것은 어린 아이가 들기에는 무리다. 넌 몇 살이니?" "아홉 살이에요." "그런데도 이런 곳까지 물을 길으러 오니?" "예, 숲 속 깊은 곳의 샘까지요." "그래서 이 물통을 어디까지 가지고 가니?" "저어기, 아주 멀리 가야 해요." 그 남자는 잠시 말이 없더니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럼 넌 어머니가 안 계시니?" "예, 아주 오래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 남자는 멈춰서서 어린 코제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네 이름이 뭐니?" "코제트예요." 그 남자는 코제트라는 이름을 듣자 깜짝 놀라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어둠 사이로 소녀를 찬찬히 뜯어보며 다시 말했습니다. "집은 어디니?" "몽페르메이유예요." "그럼 여기서 몽폐르메이유 마을까지 돌아가는 거니?" "예." "누가 너에게 이렇게 고된 일을 시키니?" "테나르디에 부인이요." "그 집은 무슨 일을 하지?" "여관이에요." "그럼 아저씨는 오늘 밤 그 곳에서 묵어가야겠다. 나를 좀 안내해 다오." 그 사람은 상당히 빠른 걸음으로 걸었으나 코제트는 열심히 따라갔습니다. 웬지 마음이 즐거워지고 피로는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그 여관에는 하녀가 없니?" "없어요. 하지만 여자 아이가 둘 있어요." "그 주인 집 딸들이로구나. 그 애들은 뭘 하니?" "날마다 예쁜 인형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요." "그럼 너는?" "저는 하루 종일 일을 해요." 그렇게 대답하자 마음이 슬퍼져 코제트의 눈에 눈물이 괴었습니다. 그러나 코제트는 다시 말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일이 끝났을 때에는 조금은 놀 수 있어요." "뭘 하고 노니?" "납으로 된 조그만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요. 저는 장난감이 그것밖에 없어요. 주인집 아이들은 많이 가지고 있지만 빌려 주지 않으니까요." 드디어 교회 앞을 지나 가게가 늘어서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가제들이 문을 닫지 않았구나." "예, 크리스마스니까요." 두 사람은 빵가게 앞을 지나쳤으나 코제트는 주인 여자가 빵을 사 오라고 한 이야기를 깜박 잊고 있었습니다. 여관 근처까지 오자 코제트는 남자의 팔을 붙잡고 말했습니다. "아저씨." "왜 그러니?" "집에 다 왔으니까 이제 물통을 저에게 주세요." "다른 사람이 물통을 들어다 준 것을 알면 주인 아주머니에게 매를 맞아요." "흐음, 그래?" 문이 열리고 주인 여자의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지금까지 뭘 하다 오는 거니!" 코제트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습니다. "이 아저씨가 여관에 묵고 싶다고 해서?" "으응, 그러니? 손님을 안내했니?" 그녀의 얼굴 표정을 부드럽게 했으나 남자의 차림새를 보자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우리 집은 싸게는 안 돼요. 아시겠지요?" 남자는 테나르디에의 여관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그 남자는 장발장이었습니다. 그는 죽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때 툴롱 항에서 일부러 바다에 떨어져 익사한 것처럼 꾸미고 물 속으로 잠수해 헤엄쳐 나가 한 척의 작은 배를 겨우 찾아 밤중까지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한밤중에 남몰래 해안으로 헤엄쳐 가, 다행히도 약간의 돈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간신히 허술한 옷을 사 입고 모습을 감추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몽페르메이유로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숲 속에서 코제트를 만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장발장은 테이블을 향해 앉아 다시 소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아아, 이 아이가 바로 코제트란 말인가. 결코 사랑스러운 소녀라고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몸은 야위고 얼굴은 창백한 데다 자주 울어서인지 눈은 부어서 부석부석했습니다. 손에는 동상이 생기고 다리는 갸날펐습니다. 그리고 주눅이 들어 흠칫거리는 태도가 온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누더기옷 사이로 보이는 맨살에는 주인 여자에게 맞은 상처 자국이 검게 남아 있었습니다. 팡틴이 이 모습을 보면 얼마나 슬퍼할 것인가! 테나르디에 부인은 갑자기 버럭 소리쳤습니다. "그래, 빵은 어떻게 했니?" 코제트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습니다. 빵에 대한 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야단맞는 것이 두려워 거짓말을 했습니다. "빵집이 문을 닫아서 빵을 사지 못했어요." "정말이냐? 내일이면 알 수 있겠지. 거짓말을 했다가는 그냥 두지 않을 테다. 그럼 어서 돈을 내 놔." 코제트는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돈이 없었던 것입니다. "너, 없어졌다고 말하려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얼렁뚱땅 날 속일 셈이냐?" 여주인은 무섭게 소리를 지르며 벽에 걸려 있는 채찍에 손을 댔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저도 모르게 그만 어딘가에 떨어뜨렸나 봐요. 앞으로 조심할 테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코제트는 몸을 움츠리며 필사적으로 외쳤습니다. 이 때 아까부터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장발장이 가만히 주머니에서 은화 하나를 꺼내며 말을 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 아까 그 아이 주머니에서 무엇인가 떨어진 것 같았는데.혹시 이것이 아닙니까?" 그는 은화를 주인 여자에게 내밀었습니다. "아아, 맞아요.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주인 여자가 말했으나 그것은 코제트에게 준 것보다도 훨씬 큰 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려는 시치미를 떼고 돈을 받더니 코제트에게 얼굴을 돌리고 말했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짓을 하면 용서하지 않을 테다!" 이 때 여관집의 두 딸이 그 곳에 들어왔습니다. 코제트와는 전혀 딴판으로 예쁘고 귀여운 옷을 차려 입은 모습에 얼굴에 윤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둘 다 인형을 안고 있었습니다. 코제트는 너무나도 인형이 갖고 싶었지만 아직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었으므로 부러운 듯이 두 소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너, 게으름 피우면 안 돼! 열심히 일하란 말이야, 알았지!" 하고 주인 여자가 소리쳤습니다. 장발장은 주인 여자를 돌아보며 타협하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했습니다. "좀 놀게 해 주시지요." 주인 여자는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말하려는 듯 벌컥 화를 내며 말을 쏘아붙였습니다. "당치 않아요. 공짜로 먹여 주고 있는데. 거기다가 태평하게 놀릴 수는 없어요." "뭘 뜨게 하는 것이죠?" "우리 아이들 양말이에요." "저것을 다 뜨면 얼마어치의 물건이 됩니까?" "글쎄요, 한 30수는 되겠지요." "그럼 그것을 나에게 5 프랑에 넘겨 주십시오." 그 소리를 듣고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손님들이 장발장을 돌아보며 어리석다는 듯이 웃었습니다. 그러자 주인인 테라르디에게 뻔뻔스럽게 앞으로 나와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손님이 이처럼 희망하시니 거절할 수가 없네요. 말씀하신 가격대로 넘겨 드리지요." "그럼 여기 5 프랑 있소이다. 자, 코제트, 네가 일할 대가를 내가 지불했으니 마음껏 놀아도 좋다." 코제트는 불안한 표정으로 주인 여자를 쳐다보았습니다. "네 마음대로 해!" 하고 주인 여자는 내뱉듯이 말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귓가에다 속삭였습니다. "저 남자 차림새는 볼품없지만 사실은 부자인가 봐요." "애 생각도 그래." 하고 테나르디에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코제트는 주뼛주뼛 일어서더니 뒤에 놓인 상자에서 나무 조각과 나무 토막 따위를 꺼내 와 조용히 인형 놀이를 흉내내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보니 테나르디에의 딸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이 바로 옆에 뒹굴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자 코제트는 살짝 다가가 잠시 망설이더니 재빨리 손을 뻗쳐 그 인형을 안아 보았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안아 보는 인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집 딸 이이 하나가 곧 알아차리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머나, 엄마, 코제트가 내 인형을!" 코제트는 난생 처음 인형을 안아 보고 너무나 기뻐서 정신이 없어 그 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코제트, 너 뭘 하는 거냐!" 코제트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고 당황해서 인형을 내려놓고 두려움에 떨며 훌쩍이기 시작했습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부인?" 하고 장발장은 주인 여자에게 물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것이 글쎄 우리 아이 인형에 손을 댔잖아요." "그것이 어쨌단 말입니까? 그저 만지기만 한 정도로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천만에요. 저런 더러운 손으로 만지다니 참을 수 없어요." 그 말을 듣자 장발장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습니다. 주인 여자는 그 틈을 타 테이블 밑에서 울고 있는 코제트를 힘껏 걷어찼습니다. 장발장은 곧 돌아왔습니다. 그의 팔에는 멋진 인형이 안겨져 있었습니다. 마을의 모든 아이들이 무척 가지고 싶어하는 인형으로 아직 아무도 사지 못했던 '여왕님 인형'이었습니다. 그것을 코제트 앞에 놓고 그는 말했습니다. "자, 네게 주려고 사 온 인형이다." 코제트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장발장을 쳐다보았습니다. 주인 여자와 두 딸들도 어안이 벙벙해 꼼짝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코제트는 기쁨으로 눈을 반짝이면서도 걱정스러운 듯이 주인 여자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받아도 괜찮은가요?" "괜찮겠지, 뭐!" 하고 주인 여자는 분해서 내뱉는 말투로 대답했습니다. "정말 제가 가져도 돼요. 아저씨?" 하고 코제트는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장발장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복받쳐 오르는 감정 때문에 목이 메어 소리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코제트는 처음에는 주뼛주뼛 인형에 손을 대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보더니 드디어 인형을 의자 위에 놓고 자기는 그 앞에 앉아 기쁜 듯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술을 마시던 손님들도 전부 돌아갔습니다. 장발장도 일어서서 자기 방으로 내려가려고 하다 문득 생각이 떠올라 층계 밑의 초라한 방을 들여다보니 코제트의 잠자리가 보였습니다. 더럽고 누추한 모포를 뒤집어쓰고 있으면서도 코제트는 인형을 꼭 껴안고 행복한 듯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머리맡에는 떨어진 나막신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이렇게 불쌍한 코제트에게 도대체 누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줄 것인가! 그의 가슴에 뜨거운 감정이 끓어올랐습니다. 장발장은 커다란 금화를 나막신 속에 넣어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발소리를 죽이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증명서 다음 날 아침, 여관 주인 테나르디에는 어젯밤 손님의 숙박료를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테나르디에 부인도 놀랄 정도의 비싼 정도의 비싼 금액이었습니다. "당신, 이건 너무 지나친 것 같지 않아요?" "상관 없어. 돈이 있는 놈에게서는 받아 낼 수 있는 만큼 받아 내는 거야." 그 손님은 놀랄 정도의 비싼 숙박료를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지불했습니다. 그리고는 주인 여자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장사는 잘 되나요?" "아휴, 웬걸요. 지독한 불경기라서요. 손님 같은 분은 좀처럼 와 주시질 않아요. 게다가 우리 집에는 귀찮은 식객이 있어서." 손님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으나 화가 난 때문인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게 귀찮은 식객이라면 제가 데리고 갈까요?" "정말이세요, 손님?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일까요." "그럼 그 아이를 불러 주십시오." "코제트! 코제트!" 하고 부인은 큰 소리로 코제트를 불렀습니다. 안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테나르디에가 억지 웃음을 띠며 나타났습니다. "손님, 저희들이 그 아이를 어릴 때부터 키웠습니다. 사실은 떼어 놓고 싶지 않습니다. 애를 키우는 데 돈도 상당히 많이 들었고." "그러면 보내지 않겠다는 것입니까?" "아니오,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만한 돈을 내지 않으면." "그 돈이 얼마죠?" "1500 프랑 정도 받으면 될 것 같은데요." 그것은 기가 질릴 정도의 큰 금액이었지만 손님은 잠자코 지갑을 꺼내 그 돈을 테이블 위에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자, 코제트를 불러 주시오." 곧 주인 여자의 손에 이끌려 코제트가 나타났습니다. 어젯밤에는 멋진 인형을 받고 오늘 아침에는 나막신 속에서 금화를 발견한 코제트는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 손님은 코제트에게 보따리를 건네 주면서 말했습니다. "자아, 넌 오늘부터 이 아저씨의 딸이 되는 것이니까 이 안에 있는 옷으로 갈아 입거라." 보따리 안에는 여덟 살 정도의 여자 아이가 입을 따뜻하고 예쁜 털옷과 멋진 구두, 양말 등이 모두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해가 높이 솟았을 때, 초라한 옷차림을 한 손님이 예쁜 옷을 입은 소녀의 손을 잡고 몽페르메이유 마을에서 파리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소녀가 여관에서 일하던 코제트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이 떠난 뒤 여관에서는 테나르디에게 부인을 불러 손님으로부터 우려낸 1500 프랑을 자랑스러운 듯이 보였습니다. "흐음.그런데 좀더 받아 낼 걸 그랬나 봐요." 하고 부인은 말했습니다. 그녀는 테나르디에보다 더한 욕심쟁이였던 것입니다. "정말 그렇군. 상당한 부자인 것 같던데 우리가 요구하기만 하면 만 프랑이라도 주었을지 모르겠군." "그러고 보니 그 남자는 처음부터 코제트에게 입힐 옷을 준비해 가지고 있었어요. 어딘가 수상한 남자예요." 그 말을 듣고 보니 과연 그 남자는 이상한 구석이 많았습니다. 테나르디에는 황급히 집을 뛰쳐 나가 두 사람의 뒤를 쫓았습니다. 언덕 기슭 가까이에서 두 사람을 겨우 따라잡았습니다. 그리고 숨을 헐떡이면서 그 손님에게 말했습니다. "손님,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코제트를 도로 데려가야겠습니다. 그 대신 돈을 돌려 드리겠어요." 코제트는 두려워 떨며 그 손님에게 매달렸습니다. "무슨 일입니까?"라고 그 손님은 정색을 하고 되물었습니다. "아, 예. 원래 코제트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맡아 기르던 아이이기 때문에 남에게 넘겨 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아이 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없으니 이 아이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서류라도 있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여행객은 잠자코 주머니를 뒤졌습니다. 테나르디에는 다시 큰 돈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가슴을 두근거리며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꺼낸 것은 돈이 아니라 작은 종이 쪽지였습니다. "자, 여기 당신 말대로 증명서가 있소이다. 이것을 읽어 보시오." 테나르디에는 그것을 받아 들고 읽었습니다. 이 편지를 가진 사람에게 코제트를 보내 주십시오. 지금까지의 비용은 전부 이 사람이 지불합니다. 팡틴으로부터 증명서는 틀림없이 팡틴의 글씨였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테나르디에는 한층 더 악인의 본성을 드러냈습니다. "아, 정말 그렇군요. 하지만 손님, 여기에도 씌어 있듯이 지금까지의 비용은 전부 지불해 주셔야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그 손님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엄한 말투로 대답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이 아이의 어머니는 120 프랑을 빌렸는데 나는 300 프랑을 보냈소. 여러 가지 비용을 계산하더라도 당신에게 줄 돈은 35 프랑밖에 되지 않는데 나는 아까 1500 프랑이나 지불하지 않았소?" 테나르디에는 대답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될 대로 되라는 듯 마구 지껄여됐습니다. "그런 핑계는 아무 소용이 없소! 어쨌든 3000 프랑을 더 내 놓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코제트를 데리고 가겠소!" 여행객은 그의 그런 말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든 굵은 지팡이를 바꾸어 잡으며 코제트에게 말했습니다. "자, 가자. 코제트." 테라르디에는 상대의 당당한 태도와 굵은 지팡이를 보자 겁에 질려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커다란 사냥감을 잡으려다 놓친 것만이 못내 분했습니다. 드디어 장발장은 코제트를 데리고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한적한 교외에 있는 고르보 저택이라는 크지만 매우 황폐한 집에 살았습니다. 노인과 소녀의 즐거운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코제트의 즐거운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코제트의 생활은 이제까지 지내 온 것과는 전혀 딴판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여관 앞을 청소하지 않아도 되고 주인 여자의 눈치를 보아 가며 흘끔흘끔 주위를 살필 필요도 없었습니다. 코제트는 밝고 구김살없는 소녀로 변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노래도 부르고 웃기도 하였습니다. 이 낡은 집에는 두 사람 외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지만 조금도 쓸쓸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코제트는 장발장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장발장도 코제트를 자신의 딸처럼 귀여워했습니다. 그 사랑스러운 마음은 날이 갈수록 더해 갔습니다. 그는 자기가 새 사람으로 태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신은 단지 코제트를 위해 살고 있는 것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밤에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코제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늘에 있는 팡틴이 얼마나 기뻐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장발장은 몽뜨르유 시장으로 있을 때 모았던 많은 재산의 일부를 나중 일에 생각해 어떤 비밀 장소에 숨겨 두었던 것입니다. 현재 생활에 곤란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모두 그 돈 덕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근처 사람들에게는 나라에서 나오는 연금으로 생활한다고 말하고 전말 그런 사람인 것처럼 옷차림도 수수하게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 저택의 한쪽 방에 한 노파가 와 살게 되었습니다. 이 할머니는 장발장의 집 청소 등의 일도 해 주었는데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아주 좋아해 두 사람의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알고 싶어했습니다. 어느 날, 장발장이 자기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본 할머니는 문틈으로 살짝 그 안을 엿보았습니다. 장발장은 그 때 웃옷자락을 뜯어 천 프랑짜리 지폐를 몇 장이나 꺼내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이 이야기는 즉시 할머니의 입을 통해 이웃 여자들 사이에 퍼졌습니다. 당시 교회 근처에 언제나 저기 한 사람이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장발장은 그 앞을 지날 때마다 항상 얼마간의 돈을 살짝 적선해 주었습니다. 어느 날 밤, 여느 때처럼 그 곳을 지날 때 또 동전을 던져 주었더니 그 때까지 웅크리고 앉아 있던 거지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에게 흘끗 시선을 던졌습니다. 그리고는 곧 얼굴을 파묻어 버렸습니다. 극히 짧은 순간의 일이었습니다. 장발장은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그 자리에 우뚝 섰습니다. 다시 한 번 거지의 얼굴을 보고 싶었으나 거지는 얼굴을 푹 파묻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어디선가 본 얼굴이야. 그래, 그건 틀림없는 쟈베르의 얼굴이야. 그렇지만 그가 거지 노릇을 하고 있을 리는 없어. 아마 착각이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두 번 다시 그 일에 대해서는 마음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로부터 3, 4일이 지난 어느 날 밤의 일이었습니다. 장발장이 코제트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는데 누군가가 대문을 열고 들어와 복도에서 그의 방을 살짝 들여다보는 눈치였습니다. 그는 촛불을 끄고 꼼짝 않고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멀어져 가는 발소리에 그는 문으로 뛰어가 열쇠 구멍으로 내다보았습니다. 살금살금 복도를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은 무서운 그 남자, 쟈베르 형사와 똑같았습니다. 이제 한시도 더 지체할 수는 없었습니다. 곧 이 곳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는 서둘러 방 안을 정리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밖으로 나와 거리의 모습을 살폈습니다. 다행히도 안개가 낮게 깔리기 시작하고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는 코제트의 손을 잡고 고르보 저택을 뒤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