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 작) 임성희 옮김 등장 인물: 에스트라공, 블라디미르, 럭키, 뽀조, 소년 <제1막> 나무가 있는 시골집 저녁때 에스트라공이 땅바닥에 앉아 구두를 벗으려고 한다. 두손으로 애쓰며 잡아 당긴다. 힘이 다 빠져 멈추고는 가쁜 숨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다. 같은 동작이 반복된다. 블라디미르가 들어온다. 에스트라공: (다시 단념하면서) 아무리 애써도 안되는 구만. 블라디미르: (다리를 벌리고 빳빳한 걸음거리로 조금씩 다가서면서) 나도 그걸 믿게 되는군. (걸음을 멈추며) 오랫동안 나도 속으로 브라디미르야, 넌 아직 최후의 노력을 다하진 않았어. 침착해야지, 라고 자신에게 말하고는 다시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안된다는 생각을 물리치려고 했었지. (자기 일에 대해서 생각하며 사색에 잠기더니 에스트라공을 향하여) 자, 보아하니 자네도 마찬가지지 뭐야. 에스트라공: 그렇다고 생각해? 블라디미르: 다시 만나게 되서 반갑네. 난 자네가 영영 가버린 줄 알았지. 에스트라공: 나 역시 기쁘군. 블라디미르: 우리의 재회를 어떻게 축하한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일어나, 내 껴안아 줄 테니. (에스트라공을 향하여 팔을 내민다) 에스트라공: (화난 표정으로) 지금은 안돼. 지금은 안된다구. 잠시 침묵 후에 블라디미르: (언짢은 표정으로 쌀쌀하게) 귀하께서는 어제 밤을 어디서 지내셨는지? 에스트라공: 개천에서. 블라디미르: (놀라며) 개천에서라구! 어디 있는 개천 말이지? 에스트라공: (움직이지 않고) 저쪽에 있는. 블라디미르: 헌데 얻어맞진 않았나? 에스트라공: 얻어맞았지... 많이는 아니지만, 블라디미르: 밤낮 같은 놈들한테서? 에스트라공: 같은 놈들이냐구? 그걸 알 수 있나. 잠시 침묵 후에 블라디미르: 내가 그 일을 돌이켜 생각할 때마다 그 때 내가 없었더라면 자네가 어떻게 됐을까 하고 생각해 보곤 하지. (굳은 표정을 지으며) 지금쯤 아마 한 더미 백골이 되었겠지. 틀림없고 말고. 에스트라공: (기분이 상해서) 그래 그것이 어쨌다는 것인지... 블라디미르: (실망하여) 혼자 사는 놈에게 이건 좀 심하군. (잠시 후에 또박또박) 한편 생각해 보면 지금 낙망한대야 아무 소용없지 하고 나 자신에게 말한다네. 벌써 옛날 천 구백년 경에 그런 생각을 했어야 됐지. 에스트라공: 넋두릴랑 그만하고 이 빌어먹을 놈의 물건이나 좀 벗겨 주라구. 블라디미르: 아마 맨 먼저 에펠탑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을 텐데. 그 때만 하더라도 일이야 어찌 됐든 의젓했었지. 헌데 이젠 다 글렀어. 거기에 올라가는 것도 막을 걸. (에스트라공은 여전히 신발을 벗으려고 갖은 애를 다 쓴다) 자네 무얼 하고 있나? 에스트라공: (작은 목소리로) 좀 도와 주구려! 블라디미르: 아픈가? 에스트라공: 아프냐구? 아프냐고 물으신다 그 말씀이지! 블라디미르: (골이 나서) 자기만 아파 본 듯이 말하는구만! 나는 무시하고, 그래도 내 자신하고 바꿔보면 아마 내 것이 어떤 것인지 바로 말할 걸세. 에스트라공: 아팠었나? 블라디미르: 아팠었냐고? 아팠었냐고 물으신다, 그 말씀이지! 에스트라공: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건 그렇다고 하고 단추나 잠그시지. 블라디미르: (몸을 수그리며) 그렇군. (단추를 잠근다) 암, 조그마한 일이라도 등한히 하면 안되지. 에스트라공: 당신은 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데, 그래 당신한테 무슨 말을 하라는 건지. 블라디미르: (꿈꾸듯이) 마지막 순간이라... (생각에 잠기더니) 기다리는 게 좀 길지만 그건 참 좋은 것일거야. 주가 그렇게 얘기했더라? 에스트라공: 안 도와주겠다는 거요? 블라디미르: 때로는 내가 그 마지막 순간이 언젠가는 오겠지 하고 자신에게 이른다오. 그럴 때면 나 자신이 우스꽝스러워 보이거든. (모자를 벗어 들고는 손을 쳐다보며 손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모자를 흔들다가 다시 쓴다) 어떻게 표현할까? 속이 후련할 게고, 동시에 (적당한 표현을 찾다가) 등골이 오싹하겠지. (강조하며) 오싹할 거야. (다시 모자를 벗어 들고는 그 속을 들여다 본다) 제기랄! (마치 무엇을 떨구어 버리려고나 하듯이 모자 위를 두드리다가 다시 그 속을 들여다 본다) 자, 됐군... (에스트라공은 젖먹던 힘을 하단 끝에 신발을 벗는데 성공한다. 신발 속을 들여다보더니 그 속에 손을 넣고 훑어보다가 신발을 돌리고 흔들다가 무엇이 땅바닥에 떨어지지 않았나 싶어 땅바닥 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멍한 채 손을 다시 구두 속에 집어넣는다) 그래서? 에스트라공: 아무 것도 아니야. 블라디미르: 보여 주게나. 에스트라공: 볼 것이 아무것도 없다구. 블라디미르: 다시 신발을 신어보라고. 에스트라공: (발을 잠시 쳐다보다가) 발을 좀 쉬게 하려고. 블라디미르: 저 사람 좀 보게나, 자기 발이 잘못된 줄은 생각지 않고 신발 탓만 하고 있으니, (다시 한 번 모자를 벗더니 속을 들여다 보다가는 손을 그 속에 집어넣고 모자를 흔들다가, 그 위를 가볍게 두드리다가 먼지를 털고 다시 쓴다)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거든. (침묵, 에스트라공은 발가락 사이에 공기가 좀 통하도록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다리 운동을 한다) 도둑놈 하나가 구원을 받았다구. (잠시 후에) 그게 놀라운 비율은 아니지만. (잠시 후에) 고고... 에스트라공: 무엇이라고 하는 거요? 블라디미르: 회개를 하면 어떻게 될까? 에스트라공: 무엇을 회개한다는 말인지? 블라디미르: 뭐... (머뭇거리다가) 자세한 것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네만. 에스트라공: 세상에 태어난 것을 말인가? 블라디미르는 웃음을 터뜨리다가 얼굴에 긴장기를 띄우고 손으로 볼두덩을 누르며 곧 웃음을 억제한다. 블라디미르: 이젠 감히 웃지도 못한다니까. 에스트라공: 권리가 박탈된 걸 말하려고 하시는군. 블라디미르: 미소나 지을 수 있을까. (만면에 한참 잔뜩 미소를 짓다가 갑자기 미소가 사라진다) 그게 아니거든 할 수 없지. (잠시 후에) 고고... 에스트라공: (참지 못하여) 어쨌다는 것인지. 블라디미르: 성경 읽었나? 에스트라공: 성경이라... (잠시 생각하더니) 아마 한 번쯤 떠들어 본 일이 있을 거야. 블라디미르: 신부가 가르치지 않는 학교에서? 에스트라공: 어떤 학교였는지 생각이 안나는구만. 블라디미르: 감화원과 혼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에스트라공: 그럴지도 모르지. 성지의 지도는 기억나는데, 여러가지 색으로 되고 아주 예쁜 것이지. 사해는 엷은 하늘색이었고 쳐다보기만 해도 목이 말랐다고. 속으로 우리가 신혼여행을 거기로 가서 헤엄도 치고, 행복하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대. 블라디미르: 자네는 시인이 되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지. 에스트라공: 시인이었었는데. (누더기를 보이며) 티가 안나는지. 침묵 블라디미르: 내가 무슨 얘기를 했더라... 다리는 좀 어때? 에스트라공: 붓는구만. 블라디미르: 아, 맞았어. 도둑 얘기였었지. 기억나나? 에스트라공: 아니. 블라디미르: 얘기해 줄까? 에스트라공: 싫어. 블라디미르: 그것이 시간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니까. (잠시 후에) 구세주 크리스마스와 함께 두 도둑이 십자가에 달렸었지. 사람들이... 에스트라공: 누구 말인데. 블라디미르: 구세주 그리고 두 도둑. 사람들의 얘기가 하나는 구원을 받았고 또 하나는... (그는 구원받는다는 말의 반대말을 찾아내려 한다)... 저주를 받았다는군. 에스트라공: 무엇에서 구원을 받았다는 것인지. 블라디미르: 지옥에서. 에스트라공: 나 가겠어.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허지만... (잠시 후에) 어째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루한가? 에스트라공: 들었어야 대답하지. 블라디미르: 복음서를 쓴 네 사도 중에 한 사람만 그런 이야기를 했거든. 넷이 모두 그 자리에 있었으면서... 여하튼 멀지 않은 곳에 말이야. 그리곤 그중 하나만 한 도적이 구원받았다고 했거든. 자, 고고, 한 번쯤 말대꾸를 해 보게나. 에스트라공: 듣고 있다구. 블라디미르: 넷 중에 하나만 말이야. 셋 중에서 둘은 그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세째번 사도는 그들 둘이 그에게 욕했다고 말하고 있거든. 에스트라공: 누구를. 블라디미르: 무어라구? 에스트라공: 도시 이해할 수가 있어야지... (잠시 후에) 누구에게 욕했다는 건가. 블라디미르: 구세주에게 말일세. 에스트라공: 그건 왜? 블라디미르: 구세주가 자기들을 구해주지 않는다고. 에스트라공: 지옥에서? 블라디미르: 아니! 그게 아니라 죽음에서 구해주지 않는다고. 에스트라공: 그래서? 블라디미르: 그래서 그 둘이다 저주받았음이 틀림없지. 에스트라공: 그래서 어쨌다는 건지. 블라디미르: 그래서 그 둘이다 저주받았음이 틀림없지. 에스트라공: 그래서 어쨌다는 건지. 블라디미르: 그런데 그 나머지 다른 사도는 그중 한 도적은 구원을 받았다고 하니. 에스트라공: 그래? 그럼 그들의 말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되지. 블라디미르: 그 넷이서 다 그곳에 있었거든. 그리곤 그중 하나만 구원받은 도둑 이야기를 한단 말야. 왜 다른 사도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고 그 사도의 이야기를 믿어야 하는지. 에스트라공: 누가 그의 이야기를 믿는다는 것이지? 블라디미르: 보든 사람이 그렇지. 사람들은 그의 주장만 믿거든. 에스트라공: 사람들이란 다 멍청하니까 그렇지. 에스트라공은 찡그리면서 일어서더니 왼쪽으로 가서 멈추어서서 멀리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는 오른쪽으로 가더니 멀리 바라본다. 블라디미르가 눈으로 그를 지켜보다가 신발을 주워들고 그 속을 쳐다보고는 급히 떨군다. 블라디미르: 제기랄! (그는 땅에 침을 뱉는다) 에스트라공은 무대 한가운데에 다시 오더니 안쪽을 들여다 본다. 에스트라공: 아름다운 곳이로군. (다시 돌아서서 난간 있는 데까지 와서 관중을 본다) 아름다운 경치이거든. (블라디미르를 향하여) 떠나자구. 블라디미르: 그럴 수 없어.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리니까. 에스트라공: 참 그렇군. (잠시 후에) 확실히 여긴가? 블라디미르: 무엇이? 에스트라공: 기다려야 될 곳이. 블라디미르: 그가 말하길 나무 앞이라고 했거든. (둘이서 나무를 쳐다본다) 다른 나무가 보이나? 에스트라공: 이건 무엇이지? 블라디미르: 버드나무 같군. 에스트라공: 잎은 어디 있지? 블라디미르: 나무가 죽은 게 틀림없어. 에스트라공: 가지가 더 축 늘어지지 않는군. 블라디미르: 제 철이 아니라 그런지도 모르지. 에스트라공: 내게는 관목 같아 보이는군. 블라디미르: 작은 관목이야. 에스트라공: 그냥 관목 같은데. 블라디미르: 허나, (다시 말을 꺼낸다) 자네 무슨 말을 하려 했지? 여기가 그 자리가 아니라고. 에스트라공: 저기 같은데. 블라디미르: 그가 꼭 온다고는 안했거든. 에스트라공: 오지 않는다면? 블라디미르: 내일 다시 오지. 에스트라공: 그리고 모레도 다시 오고. 블라디미르: 그럴지도 모르지. 에스트라공: 그래서 매일같이 계속해서 말이군. 블라디미르: 무슨 말인지. 에스트라공: 올 때까지란 말이지. 블라디미르: 자넨 잔인하군. 에스트라공: 우린 이미 어제 오지 않았고. 블라디미르: 아내야, 자네 거짓말하는군. 에스트라공: 그럼 어제 우리가 무얼 했지. 블라디미르: 어제 무엇을 했나? 에스트라공: 응. 블라디미르: 글쎄... (화를 내며) 자네가 대답해 보게나. 에스트라공: 내 생각엔 우리가 이곳에 왔었는데. 블라디미르: (한바퀴 둘러보더니) 이 장소를 알아보겠어? 에스트라공: 그런 건 아니고. 블라디미르: 그렇다면? 에스트라공: 그건 상관없어. 블라디미르: 어찌 됐든... 저 나무만은... (관중을 향해서)... 이 늪만 있으면 되니까. 에스트라공: 오늘 저녁이 확실한가? 블라디미르: 무엇이? 에스트라공: 기다려야 되는 것이. 블라디미르: 토요일이라고 그가 말했지. (잠시 후에) 나도 그렇다고 믿어. 에스트라공: 일을 끝낸 후에란 말이지. 블라디미르: 틀림없이 적어 놓았을거야. (여러 가지 지저분한 잡동사니로 뒤범벅이 된 호주머니를 뒤적인다) 에스트라공: 일을 끝낸 후에란 말이지. 블라디미르: 틀림없이 적어 놓았을거야. (여러 가지 지저분한 잡동사니로 뒤범벅이 된 호주머니를 뒤적인다) 에스트라공: 무슨 토요일이란 말인지. 오늘이 토요일이든가, 일요일이든가? 월요일이든가, 아니 면 금요일? 블라디미르: 당황해서 마치 날짜가 경치 속에 쓰여져 있기나 하듯이 주위를 돌아본다) 이럴 수가 없는데. 에스트라공: 아니면 목요일. 블라디미르: 어떻게 할까? 에스트라공: 만약 어제 저녁에 그가 와서 헛탕을 쳤다면 당신도 짐작하겠지만 그는 오늘 다시 오지 않을 걸. 블라디미르: 헌데 자넨 어제 우리가 왔었다고 하지 않았어? 에스트라공: 나도 실수할 수 있지. (잠시 후에) 자, 잠깐 아무말도 말기로 하지, 어때? 블라디미르: (낮은 소리로) 좋소. (에스트라공이 다시 땅 위에 앉는다. 블라디미르는 무대 위를 종종걸음으로 왔다갔다 하다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려고 걸음을 멈추는 것이었다. 에스트라공은 잠이 든다. 블라디미르가 에스트라공 앞에 선다) 고고야... (침묵) 고고야... (침묵) 고고! (에스트라공이 벌떡 깨어 일어난다) 에스트라공: (다시 지긋지긋한 현실로 돌아와) 나는 자고 있었는데. (힐책하는 어조로) 왜 당신은 날 좀 자게 놔두지 않는거요. 블라디미르: 내가 적적했었기 때문이지. 에스트라공: 난 꿈을 꾸었어. 블라디미르: 재게 말하지 말게. 에스트라공: 꿈 속에서... 블라디미르: 말하지 말라고! 에스트라공: (허공을 향하여) 이것이면 당신에게 족하다는 말씀이지. 디디, 당신은 마음씨가 고약하다구. 당신에게 내 꿈얘기를 못하면 누구에게 하라는 건지. 블라디미르: 혼자 간직하게. 자넨 내가 그런걸 참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않나. 에스트라공: (냉정한 모습으로) 가끔 우리들이 헤어지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오. 블라디미르: 멀리 못 갈 걸. 에스트라공: 바로 그게 문제거든. (잠시 후에) 디디, 당신은 바로 그게 문제라고 생각지 않소? (잠시 후에) 길이 아름답고, (잠시 후에) 동행자들이 착하기 때문에. (잠시 후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지 않아? 디디. 블라디미르: 침착하라고. 에스트라공: (황홀한 듯이) 침착... 침착하라고... (꿈꾸듯이) 영국 사람들은 조용하다고 말하지. 그들은 조용한 사람들이거든. (잠시 후에) 당신 갈보 집에 간 영국 사람 이야기를 들어봤어. 블라디미르: 그럼. 에스트라공: 얘기해 주구려. 블라디미르: 그만 해 두라구. 에스트라공: 한 영국 사람이 술 취해서 갈보 집에 갔더라나. 포주가 그에게 금발의 여인을 원하는지, 다갈색 머리칼의 여인 혹은 적발의 여인을 원하는지 물었더라오. 계속하지. 블라디미르: 그만! 블라디미르가 나간다. 에스트라공은 일어서서 무대 끝까지 그를 따라간다. 에스트라공의 표정은 권투선수를 응원하는 군중의 표정과 같다. 블라디미르는 다시 돌아 와 에스트라공 앞을 지나서 눈을 아래로 향한 채 무대로 건너간다. 에스트라공은 그를 향하여 몇 걸음을 떼다가 우뚝 선다. 에스트라공: (부드럽게) 나에게 무엇인가 말하려고 했었지. (블라디미르는 대답하지 않는다. 에스트라공이 한발 앞으로 다가선다) 무엇인지 나에게 말할 게 있었지? (침묵, 다시 한발 앞으로) 디디, 말해 봐. 블라디미르: (돌아다 보지 않고) 난 아무것도 말할 게 없다구. 에스트라공: (한발 다가서며) 화났어? (침묵, 한발 다가서며) 미안! (침묵, 한발 다가서며 그의 어깨를 만진다) 자, 디디, 생각해 보라구. (침묵) 손 이리 줘! (블라디미르가 뒤를 돌아본다) 껴안아 줘. (블라디미르의 몸이 빳빳해진다) 고집부리지 말고 가만히 있어 줘. (블라디미르는 부드러워진다. 둘이 서로 껴안는다. 에스트라공이 뒤로 물러선다) 마는 냄새가 나는구만. 블라디미르: 신장에 좋다고 해서. (침묵, 에스트라공이 주의깊게 나무를 쳐다본다) 마는 냄새가 나는구만! 블라디미르: 신장에 좋다고 해서. (침묵, 에스트라공이 주의깊게 나무를 쳐다본다) 무얼 하지? 에스트라공: 기다리는 거지. 블라디미르: 좋아하지만 기다리는 동안은 무얼 한담? 에스트라공: 목매다는 게 어떨지? 블라디미르: 그게 우리 둘을 같이 묶어두는 방편이겠군. 에스트라공: (흥분해서) 묶어둔다? 블라디미르: 거기 따르는 모든 것도 함께. 목매달아 죽은 사람이 떨어지는 곳엔 망드라고라가 나지. 그래서 우리가 그 풀을 뜯으면 소리를 지른다는 거야. 몰랐나? 에스트라공: 즉시 목매달자. 블라디미르: 같은 가지에? (둘이 다 나무에게로 다가서며 나무를 쳐다본다) 나뭇가지를 못 믿겠구만. 에스트라공: 어쨌든 해볼 수밖에. 블라디미르: 해 보게나. 에스트라공: 당신 한 다음에 하겠어. 블라디미르: 아니야, 자네가 먼저 해야지. 에스트라공: 여부가 있나. 블라디미르: 이해하지 못하겠군. 에스트라공: 조금만 숙고해 보라구. 블라디미르가 생각에 잠긴다. 에스트라공: 설명해 주지. (잠시 생각하더니) 나뭇가지말야. 나뭇가지... (화를 내며) 좀 이해하려고 귀를 기울여 봐! 블라디미르: 자네만 믿는다구. 에스트라공: (힘주어) 가벼운 고고. 나뭇가지는 꺾어지지 않고, 고고 죽다. 디디는 무거워 나무가지 꺾어지고... 디디만 홀로. (잠시 후) 한편... (정확한 표현을 찾아본다) 블라디미르: 그 생각을 못했구먼. 에스트라공: (속으로 찾던 표현을 생각해 내고는)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자는 가장 적게 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헌데 내가 자네보다 더 무겁단 말이지? 에스트라공: 당신이 말하지 않았나? 난, 아무 것도 모르고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이 반반 되니까, 말하자면 거의 그렇다는 거지. 블라디미르: 다 좋은 데 무얼한담? 에스트라공: 아무 것도 하지 말자고. 그 편이 더 현명할 테니. 블라디미르: 그가 우리에게 무엇이라 말할 건지 두고 보세. 에스트라공: 누구 말이요? 블라디미르: 고도 말이지. 에스트라공: 좋은 생각이오. 블라디미르: 마음의 결정이 날 때까지 기다려 보자구. 에스트라공: 한편 생각해 보면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구. 블라디미르: 그가 무엇이라 말할지 알고 싶거든. 믿져야 본전이니. 에스트라공: 헌데 그에게 요구했던 게 무엇이던가? 블라디미르: 자네 그 자리에 있었잖아? 에스트라공: 귀를 기울이지 않았거든. 블라디미르: 무어... 똑 떨어지게 얘기한 건 없구. 에스트라공: 일종의 기도문이었군. 블라디미르: 맞았어. 에스트라공: 막연한 애원. 블라디미르: 좋도록 생각하게. 에스트라공: 무엇이라고 대답했나? 블라디미르: 두고 봐야겠다구. 에스트라공: 아무 것도 약속 못하겠다는 거군. 블라디미르: 심사 숙고해야 된다구 하더군. 에스트라공: 머리를 안정시키고 말이지. 블라디미르: 가족과 상의하고. 에스트라공: 친구들과 의논하고. 블라디미르: 그의 대리인들과도 의논하고. 에스트라공: 그의 특파원들과도 의논하고. 블라디미르: 자기 장부도 들춰보고. 에스트라공: 은행잔고도 확인하고. 블라디미르: 결정짓는다는 거지. 에스트라공: 그게 정상적이지. 블라디미르: 그렇지 않아? 에스트라공: 그런 것 같군. 블라디미르: 내 생각도 그렇고. 휴식 에스트라공: (불안한 표정) 헌데 우린? 블라디미르: 무엇이라고? 에스트라공: 우린 어떻게 되느냐구 물었지 않소. 블라디미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에스트라공: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블라디미르: 우리의 역할이라니? 에스트라공: 서두르지 말고 생각해 보구려. 블라디미르: 역할? 애원하는 역이겠지. 에스트라공: 그 정도라 말씀이신가? 블라디미르: 귀하께서는 특수한 요구를 내세우려는 건지. 에스트라공: 그럴 권리가 없다는 것인가? 블라디미르가 웃자 에스트라공이 급히 그의 웃음을 막는다. 미소없이 마찬가지 동작. 블라디미르: 자네 혼자 나를 웃길 수는 없지. 에스트라공: 우린 권리가 없다는 말씀인가? 블라디미르: 우리가 그걸 팔아먹었지. 침묵. 두사람은 움직이지 않은 채 팔을 축 늘어뜨리고 머리를 숙이고 무릎에 힘이 빠져 서 있다. 에스트라공: (가는 목소리로) 우리는 매인 몸이 아니겠어? (잠시 후에) 응? 블라디미르: (손을 들며) 들어 봐! 둘이 다 이상하게 몸이 굳어진 채 귀를 기울인다. 에스트라공: 아무 것도 안 들리는데. 블라디미르: 뒤! (둘이 귀를 기울인다. 에스트라공은 균형을 잃고 쓰러지려고 한다. 블라디미르에게 매달리나 그도 역시 비틀비틀거린다. 꼭 붙어서 눈을 마주보며 듣는다) 내게는 아무 것도 안 들리는군. (안도의 숨을 내쉬고 긴장이 풀려 서로 떨어진다) 에스트라공: 놀라게 했지 뭐야. 블라디미르: 난 그인줄 알았다구. 에스트라공: 누구 말이오? 블라디미르: 고도. 에스트라공: 제길, 갈대 숲에 불어온 바람이었군. 블라디미르: 난 꼭 소리를 치는 줄 알았거든. 에스트라공: 왜 그가 소리를 지르겠어? 블라디미르: 그가 탄 말에게 소리를 치는 줄 알았지. 침묵 에스트라공: 떠나자구. 블라디미르: 어디로? (잠시 후에) 오늘 밤 아마 그의 집에서 배불리 먹은 후 뜨뜻하고 마른 짚단 위에서 잠자게 되겠지. 기다릴만 하지 않아? 에스트라공: 밤새도록 기다리는 건 못하겠어. 블라디미르: 아직 해도 지지 않았는 걸. 침묵 에스트라공: 배고파. 블라디미르: 당근 먹을래? 에스트라공: 딴 것은 없어? 블라디미르: 무우도 있을 거야. 에스트라공: 당근 하나 줘. (블라디미르는 주머니를 뒤지더니 무우를 하나 꺼내어 그에게 준다) 고마와. (그걸 물어 뜯는다. 신음하는 소리로) 무우구만! 블라디미르: 미안! 난 꼭 당근인 줄 알았거든. (다시 주머니 속을 뒤져보나 무우 밖에 없다) 가진 게 무우 밖에 없군. (여전히 찾아본다) 아마 자네가 마지막 하나 남은 당근을 먹어 치운 게 틀림없어. (찾아보더니) 자, 여기 있어. (당근을 하나 꺼내어 에스트라공은 그걸 소매로 닦고 먹기 시작한다) 무우는 도로 주게. (에스트라공이 그에게 무우를 도로 준다) 더 있으니 천천히 먹으라구. 에스트라공: (씹으면서) 당신에게 한 질문이 있지 않아. 블라디미르: 아, 그래. 에스트라공: 대답 안 했지? 블라디미르: 당근 맛이 좋지? 에스트라공: 달군. 블라디미르: 됐어. 잘 됐어. (잠시 후에) 무얼 물었더라? 에스트라공: 생각 안 나는구만. (씹어 먹는다) 바로 이게 골치 썩인다는 말이지. (그는 당근을 즐기는 빛으로 쳐다보며 손가락 끝으로 잡고는 한바퀴 돌려 본다) 맛 좋구만, 당신 당근. (생각에 잠긴 모양을 하고 끝을 빨아 본다) 그렇지, 생각이 나는구만. (한 입 물어 뜯는다) 공포에 질려 고개를 돌리고 기다린다. 뽀조와 럭키가 등장한다. 뽀조는 럭키의 목에 포승을 감아 묶고는 그를 앞세우고 들어온다. 그래서 처음에는 줄을 단 럭키만 보인다. 포승줄이 길기 때문에 럭키가 무대 한가운데 와서야 뽀조가 나타난다. 럭키는 무거운 트렁크와 접는 의자, 음식 담는 바구니, 그리고 팔에 외투 하나를 걸쳤다. 뽀조는 채찍을 하나 들었다. 뽀조: (무대 뒤에서) 더 빨랑 가라! (채찍을 내두르는 소리, 뽀조가 나타난다. 둘이서 무대를 가로질러 걷는다. 럭키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앞을 지나간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본 뽀조가 발걸음을 멈춘다. 포승줄이 팽팽해진다. 뽀조가 사정없이 줄을 뒤로 잡아 당긴다) 뒤로돌앗! (자빠지는 소리, 럭키가 짐을 전부 진 채 넘어진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그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는 그를 도와 주러 가려고 하면서도 그들과 상관없는 일에 말려드는 것이 겁이 나서 엉거주춤한다. 블라디미르가 럭키를 향하여 한발 띄어 놓는다. 에스트라공은 그의 소매를 잡아 끈다) 블라디미르: 이거 놔! 에스트라공: 잠자코 있으라구. 뽀조: 조심하시오! 그는 사나운 놈이니.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그를 쳐다본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이오. 에스트라공: (낮은 목소리로) 바로 그가 아닌지? 블라디미르: 누구 말인데? 에스트라공: 그것도 몰라 물어? 블라디미르: 고도 말인가? 에스트라공: 맞았어. 뽀조: 인사 드립니다. 뽀조라고 하지요. 블라디미르: 아니지. 에스트라공: 고도라고 말했어. 블라디미르: 아니야. 에스트라공: (뽀조에게) 선생, 고도 씨가 아니시오? 뽀조: (무서운 소리로) 나 뽀조요! (침묵) 처음 듣는 이름이오! (침묵)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느냐고 묻지 않소?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서로 눈짓으로 물어본다. 에스트라공: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는 시늉을 하며)... 뽀조... 뽀조라고... 블라디미르: (역시 같은 표정으로) 뽀조라... 블라디미르: 뽀조요. 보조요? 에스트라공: 뽀조... 생각 안 나는데. 블라디미르: (타협하는 어조로)... 난 고조라는 가족을 알고 있는데, 그 어머니가 자수를 놓는 여자였었고. 뽀조가 위협하는 모양을 하며 앞으로 다가선다. 에스트라공: (또록또록한 목소리로) 우리는 이 고장 사람들이 아니랍니다, 선생님. 뽀조: (걸음을 멈추며) 어찌됐든 사람이지요. (안경을 쓴다) 내 눈으로 봐도 그렇군. (안경 벗는다) 나와 같은 종류로군. (껄껄대고 웃는다) 뽀조와 같은 종류라! 하늘의 피가 있는! 블라디미르: 다시 말하자면... 뽀조: (명확한 어조로) 고도가 누구지? 에스트라공: 고도라? 뽀조: 당신이 나를 고도로 보지 않았소. 블라디미르: 아, 아닙니다. 선생님. 절대 그런 일 없읍니다. 뽀조: 그게 누구요? 블라디미르: 저, 그게... 그저 아는 사람이지요. 에스트라공: 아니, 그게 아니라, 거의 모르는 사람입니다. 뽀조: 물론... 잘 모른다 해도... 허지만 어쨌든. 에스트라공: 나는 아마 그를 알아보지도 못할 겁니다. 뽀조: 당신 나를 그 사람이라고 보지 않았소. 에스트라공: 그건... 어두워서... 피곤하기도 하고... 정신도 어지럽고... 기다리다 보니... 솔직이 말씀드려...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던 겁니다. 블라디미르: 저사람 이야기를 듣지 마십시오. 선생님, 듣지 마십시오. 뽀조: 기다림이라니? 그러니까 그를 기다렸다 그 말씀이지? 블라디미르: 달리 말씀드리자면. 뽀조: 여기에서? 내 영지에서? 블라디미르: 흉악한 음모를 꾸민건 아니랍니다. 에스트라공: 선의를 갖고 그랬읍니다. 뽀조: 길이란 누구라도 갈 수 있긴 하지. 블라디미르: 바로 그걸 서로 말하던 참이었읍니다. 뽀조: 창피한 일이긴 하지만, 할 수 없지. 에스트라공: 도리 없지요. 뽀조: (손을 크게 벌려) 그 얘긴 그만 하기로 하고. (포승줄을 잡아 다닌다) 일어섯! (잠시 후에) 자빠지기만 하면 잠들어 버린단말야. (포승줄을 잡아다닌다) 일어나, 송장 같은 놈! (럭키가 일어나 물건을 주섬주섬하는 소리, 뽀조가 포승줄을 잡아 끈다) 뒤로 물러섯! (럭키가 뒷걸음질 친다) 정지! (럭키가 선다) 뒤로 돌앗! (럭키가 뒤로 돌아선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향하여 공손히) 여러분을 만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들이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을 보자) 그렇습니다. 진실로 기쁩니다. (포승줄을 잡아당긴다) 더 가까이 왔! (럭키가 앞으로 다가선다) 정지! (럭키가 선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향하여) 보시는 바와 같이 길이란 혼자 가면 지루합니다... (시계를 쳐다본다)... (계산해 보며)... 여섯 시간 동안, 그렇습니다. (끈을 잡고) 여섯 시간, 사람 그림자도 못 보고. (럭키에게) 외투! (럭키가 트렁크를 땅에 놓고 앞으로 다가서서 외투를 주고 뒤로 물러서서 트렁크를 다시 잡는다) 이걸 잡어. (뽀조가 그에게 채찍을 내민다. 럭키가 앞으로 다가와서 양손에다 물건을 들었기 때문에 몸을 숙이고는 입으로 받아문 다음 뒤로 물러선다. 뽀조가 외투를 걸치기 시작하며 걸음을 멈춘다) 외투! (럭키가 전부 땅에 내려놓고 다가서서 뽀조가 외투입는 것을 돕고는 뒤로 물러서서는 다시 물건들을 집어든다) 채찍! (럭키가 앞으로 다가서서 뽀조가 외투 입는 것을 돕고는 뒤로 물러서서는 다시 물건들을 집어든다) 채찍! (럭키가 앞으로 다가서서 몸을 숙이자 뽀조가 그에게서 채찍을 집어든다. 럭키는 뒤로 물러선다) 여러분 보시는 바와 같이 본인은 같은 동족과 떨어져서는 오래 살 수 없습니다. (그는 두 사람을 쳐다본다) 비록 동족들이 나를 불완전하게 닮았을지라도. (럭키에게) 의자! (럭키가 트렁크 바구니를 땅에 내려놓고 다가서서 접는 의자를 옮겨놓은 다음 물러서서 트렁크와 바구니를 다시 집어든다. 뽀조가 접는 의자를 쳐다본다) 더 가까이! (럭키가 트렁크와 바구니를 내려놓고 다가서서 접는 의자를 옮겨 놓은 다음 물러서서 트렁크와 바구니를 다시 집어든다. 뽀조는 의자에 앉아서 럭키의 가슴에 채찍의 끝을 댄 다음 밀어 젖힌다) 뒤로 갓! (럭키가 물러선다) 더 (럭키가 뒤로 더. 물러선다) 정지! (럭키가 선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에게) 그래서 두분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알지 못하는 길을 더 가기에 앞서 두분 곁에 잠시 머무르고자 합니다. (럭키에게) 바구니! (럭키가 다가서서 바구니를 주고 나서 뒤로 물러난다) 야외의 신선한 공기란 식욕을 돋군단 말이야. (그는 바구니를 열더니 닭 한 조각, 빵 한 조각과 포도주 한 병을 꺼낸다. 럭키에게) 바구니! (럭키가 앞으로 다가서서 바구니를 집어들고 뒤로 물러서서 움직이지 않고 선다) 더 멀리! (럭키가 물러선다) 저기! (럭키가 발걸음을 멈춘다) 저놈이 냄새를 피워서. (술잔에 술을 가뜩 부어 마신다) 우리의 건강을 빌며. (병을 내려놓고 먹기 시작한다) 침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점점 대담하게 럭키 주위를 돌다가 자세히 쳐다본다. 뽀조는 식성좋게 닭고기를 잡아 뜯고는 뼈다귀를 빨고나서 집어던진다. 럭키는 트렁크가 땅에 닿을 때까지 주저앉았다가 급작히 다시 일어서서는 또 주저앉기 시작한다. 서서 조는 사람처럼. 에스트라공: 어째서 저럴까? 블라디미르: 피곤한 것 같군. 에스트라공: 왜 짐을 내려놓지 않을까? 블라디미르 내 알 수 있나? (둘이서 럭키에게 더 바짝 다가선다) 에스트라공: 말 걸어 보면 어떨까? 블라디미르: 저것 좀 봐! 에스트라공: 무엇을? 블라디미르: (손으로 가리키며) 목을 말이야. 에스트라공: (목을 쳐다보며)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블라디미르: 이쪽에 서 봐. 에스트라공이 블라디미르 자리에 선다. 에스트라공: 참말이군. 블라디미르: 살점이 떨어졌잖아. 에스트라공: 포승 줄 때문이군. 블라디미르: 끈이 비벼대서 그렇지. 에스트라공: 어쩔 도리 없지. 블라디미르: 매듭이 있어 그래. 에스트라공: 그것도 팔자소관. 둘이서 다시 자세히 살피다가 얼굴을 들여다 본다. 블라디미르: 못생긴 얼굴은 아닌데. 에스트라공: (어깨를 추기며 입술을 찡그린다) 그렇게 생각해? 블라디미르: 좀 계집애 같아. 에스트라공: 거품을 내는군. 블라디미르: 아마 천치일 거야. 에스트라공: 형편없는 놈이야. 블라디미르: (머리를 내밀며) 갑상선이 부은 것 같군. 에스트라공: 잘 모르겠는데. 블라디미르: 헐떡이는군. 에스트라공: 그럴 수 밖에. 블라디미르: 눈 좀 보게! 에스트라공: 눈이 어째서? 블라디미르: 눈이 앞으로 튀어나왔어. 에스트라공: 네게는 터질 것 같아 보이는데. 블라디미르: 잘 모르겠군. (잠시 후에) 그에게 좀 물어 보게. 에스트라공: 그래도 괜찮을까? 블라디미르: 손해날 것 없잖아? 에스트라공: (겁이 난 모양으로) 여보세요... 블라디미르: 더 크게. 에스트라공: (더 크게) 여보세요... 뽀조: 내버려 두시오! (둘이서 뽀조를 돌아본다. 뽀조는 다 먹고 나서 손등으로 입을 닦는다) 그가 좀 쉬려고 하는 것을 보시지 않소? (그는 파이프를 꺼내어 담배를 담기 시작한다. 에스트라공은 땅에 흩어진 뼈를 보고는 구미가 당기는듯 뚫어지게 쳐다본다. 뽀조는 성냥을 켜 파이프에 불을 붙이기 시작한다) 바구니! (럭키가 움직이지 않아서 뽀조는 골이 난 표정으로 성냥을 던지고는 끈을 잡아당긴다) 바구니! (럭키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다가와서 바구니에 병을 담고는 자기 자리에 돌아와서 전과 같은 태도를 취한다. 에스트라공은 뼈다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뽀조는 두 번째 성냥을 그어대고는 파이프에 불을 당긴다) 도리 없지요. 불을 켜는 것은 그의 일이 아니니. (한 모금 빨고는 다리를 쭉 편다) 아! 좀 낫군. 에스트라공: (머뭇거리며) 날. 뽀조: 어째서 그러지 이 친구? 에스트라공: 저:다 잡수셨지요... 저 뼉다귀는 더 필요... 없으시지요... 나리? 블라디미르: (분격하여) 자네 좀 기다리지도 못하나? 뽀조: 아니야, 그걸 묻는 게 당연하지. 내게 뼉다귀가 필요하냐 말씀이지. (채찍 끝으로 뼈다귀를 뒤적거리면서) 나에게는 필요없지만. (에스트라공이 뼈다귀 있는 곳으로 한 발 다가선다) 허지만... (에스트라공이 우뚝 선다) 허지만 원칙적으로 뼈다귀는 짐꾼 차례지. 그런즉 그에게 물어봐야해. (에스트라공이 럭키에게 몸을 돌리고는 머뭇거린다) 그러지 말고 물어 봐요. 겁내지 말고 물어 봐요. 그가 당신에게 대답할 거요. 에스트라공이 럭키에게 가서 그 앞에 선다. 에스트라공: 여보시오... 미안하지만, 여보시오. 럭키는 아무 반응이 없다. 뽀조가 채찍으로 철썩 친다. 럭키가 고개를 든다. 뽀조: 이 돼지 같은 새끼야. 너한테 말하잖아. 대답하란 말이야. (에스트라공에게) 자, 다시 말해보시지. 에스트라공: 여보세요. 실례합니다. 뼈다귀 말씀인데요. 필요하신지요. 럭키가 한참 동안 물끄러미 쳐다본다. 뽀조: (기뻐하며) 여봐! (럭키가 머리를 숙인다) 대답하라구! 필요해, 필요치 않아? (럭키 대답 않는다. 에스트라공을 향하여) 당신 차지요. (에스트라공이 뼈다귀를 향해서 달려들어 집어서는 갉아먹기 시작한다) 별 일이 다 있단 말이야. 저놈이 뼈다귀를 먹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처음인데. (근심스러운 듯이 럭키를 쳐다본다) 저놈이 아프다고 나뒹굴어지지나 말아야 할텐데. (파이프를 빤다) 블라디미르: (큰 소리로) 이건 수치야! 침묵. 깜짝 놀란 에스트라공은 뼈다귀 갉아먹기를 중단하고 블라디미르와 뽀조를 번갈아 쳐다본다. 뽀조는 아무말 않고 있고 블라디미르는 점점 안절부절 못한다. 뽀조: (블라디미르에게) 무슨 특별한 것에 대해서 말씀하려는 거요? 블라디미르: (더듬거리지만 단호하게, 럭키를 가리키며) 사람을 이렇게 다루다니... 사람은 다 마찬가진데... 난... 아니 이럴 수가 있나... 수치야! 에스트라공: (지지 않으려고) 망신거리라구! (그는 다시 갉아먹기 시작한다) 뽀조: 당신들은 가혹하신 양반들이군요. (블라디미르에게) 실례지만 춘추가 얼마 되시는지? (침묵) 예순?... 일흔?... (에스트라공을 향하여) 저 양반 몇 살이나 되었을까? 에스트라공: 그에게 물어 보십시오. 뽀조: 실례가 되는 걸 알고 있읍니다. (그는 채찍에다 대고 파이프를 툭툭 털더니 일어난다) 이만 작별하겠읍니다. 길동무가 되어주신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잠시 생각하더니) 여러분 계신데서 한 대 더 피워볼까 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둘은 아무말도 않는다) 무어, 저는 이름 있는 흡연가는 못되니까요. (손을 가슴에다 대면서) 이걸 피우면 심장이 두근두근 해지기 때문에. (잠시 후에) 니코친 때문인지요. 아무리 주의를 한다 해도 니코친을 빨아들이게 되거든요. (한숨을 쉰다) 어쩔 도리 없지요. (침묵) 헌데 혹시 흡연가가 아니신지? 그러신가요? 안 그러신가요? 어째됐든 그거야 하나의 부분적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지만. 헌데. 이제 길을 떠나려고 한번 일어나고보니 도로 앉으려면 적당한 구실이 있어야겠는데.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누구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면. (블라디미르를 향하여) 무어라고 하셨지? (침묵) 아무 말씀도 안 하셨던가? (침묵) 아무래도 좋아요. 저... (무슨 생각을 한다) 에스트라공: 아! 이제 좀 낫군. (뼈다귀를 집어던진다) 블라디미르: 떠나자구. 에스트라공: 벌써? 뽀조: 잠깐만! (그는 포승줄을 잡아당긴다) 의자! (채찍으로 의자를 가리킨다. 럭키가 접는 의자를 가져온다) 더 이쪽으로! 바로 거기에! (그가 다시 앉는다. 럭키가 물러나서는 트렁크와 바구니를 다시 집어든다) 자, 다시, 의자에 앉았군! (다시 파이프에 담배를 담기 시작한다) 블라디미르: 떠나자구. 뽀조: 설마 새가 쫓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좀 더 계시지, 그걸 후회하시지 않을 테니. 에스트라공: (혹시 동냥이나 받게 되지 않을까 하고 눈치를 보며 시간이 있으니 서둘 것 없는데. 뽀조: (파이프에 불을 붙이고는) 언제나 두 대째는 첫 대째보다 맛이 덜하거든. (파이프를 입에서 떼고 파이프를 물끄러미 쳐다보나. 다시 파이프를 문다) 그래도 맛은 좋긴 하지만. 블라디미르: 나 가요. 뽀조: 나와 같이 있는 걸 더 참지 못하시는구만. 내가 비록 인간적이진 못해도 그게 무슨 상관 있나. (블라디미르에게) 경솔한 행동을 하기 전에 좀 생각해 보구려.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으니까. 해가 저물기 전에 좀 생각해 보구려.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으니까. 해가 저물기 전에 지금 떠난다고 가정해 봅시다. (셋이서 하늘을 쳐다본다)... 불이 꺼졌군.... (그가 다시 불을 붙여 준다)... 그렇게 되면... 당신네들이 말하는 고데... 고도... 고뎅... 인가 하는... (침묵)... 이름은 잘 모르지만 당신네들의 장래... 적어도 당신네들에게 당장 닥쳐 올 미래를 손에 쥐고 있다는 그 친구와의 만날 약속은 어떻게 되는 거지? 에스트라공: 그의 말이 옳아. 블라디미르: 그걸 어떻게 아셨지요? 뽀조: 됐어! 그가 다시 나에게 말을 거니. 이러다간 정말 둘이서 정이 들고 말겠는 걸. 에스트라공: 저 사람 왜 짐을 내려놓지 않는지? 뽀조: 나도 그 친구를 만나 봤으면 좋겠군.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마음이 기쁘거든. 시시한 인간에게도 배울 게 있으니. 견문도 넓히고 행복하다는 것도 느끼게 되거든. 당신네들 (둘 다 자기가 노려보고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하여 두사람을 차례로 하나씩 주의깊게 쳐다보더니) 당신네들도, 누가 알 수 있소. 아마 나에게 무엇인지 가져다 줬을지. 에스트라공: 저 사람 왜 짐을 내려놓지 않지? 뽀조: 내려놓지 않을 걸. 블라디미르: 당신한테 질문을 하는 거요. 뽀조: (기뻐하며) 질문이라? 누구? 어떤 질문인데? (침묵) 금방 당신은 내 앞에서 벌벌 덜며 나를 나으리라고 불렀는데 이젠 질문을 다 하다니. 나중에 무슨일이 있을지 모르겠군. 블라디미르: (에스트라공에게) 저 사람이 자네 얘기하는 걸 귀담아 듣는 것 같군. 에스트라공: (럭키 주위를 빙빙 돌더니) 무어라구 하는 거요? 블라디미르: 인제 물어보라고, 정신을 차리고 있으니. 에스트라공: 그에게 물어보라니 무얼 말이요? 블라디미르: 왜 그가 짐을 내려놓지 않는지. 에스트라공: 나도 왜 그렇게 안 하는지 모르겠는 걸? 블라디미르: 그러니 그한테 물어보라고 하지 않아. 뽀조: (질문을 놓칠까봐 오고가는 말을 근심스런 빛으로 귀담아 듣더니) 당신 그가 왜 짐을 내려놓지 않느냐고 물으시는데. 블라디미르: 네, 바로 그것이지요. 뽀조: (에스트라공에게) 당신도 나와 동감이지요? 에스트라공: (럭키 주위를 계속 돌면서) 그가 바다표범처럼 숨을 헐떡이는구만. 뽀조: 내 당신에게 대답하리라. (에스트라공을 향하여) 허지만 제발 잠자코 계시오. 당신이 내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고 있으니. 블라디미르: 이리 와 보게. 에스트라공: 무슨 일인데? 블라디미르: 그가 말하려고 해. (서로 움직이지 않고 기대고서 그들은 대답을 기다린다) 뽀조: 좋아요. 모두 이 자리에 있겠지? 모두 날 쳐다보구 있나? (그는 럭키를 쳐다보고는 포승줄을 잡아다닌다) 돼지 같은 놈! 날 쳐다 봐. (럭키가 그를 쳐다본다) 됐어. (파이프를 주머니에 넣더니 조그만 분무기를 하나 꺼내어 목에 다 뿌리던 분무기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고 기침을 하고 침을 뱉더니 분무기를 다시 집어 들고는 목에 뿌리고 또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나는 준비가 다 됐는데. 모두 내 얘기를 잘 귀담아 듣나. (그는 럭키를 쳐다보고는 포승줄을 잡아 당긴다) 앞으로 갓! (럭키가 앞으로 나온다) 거기 섯! (럭키가 걸음을 멈춘다) 모두 준비 됐나? (그는 럭키를 맨 나중으로 셋을 쳐다보더니) 무엇이라구? (럭키가 고개를 든다) 난 허공에 대고 말하길 싫어하니까. 좋아, 좀 살펴보자구. (무슨 생각을 한다) 에스트라공: 나 가오. 뽀조: 당신이 나에게 물은 것이 정확히 무엇이었더라? 블라디미르: 그가 왜... 뽀조: (골이 나서) 내 얘기를 중단시키지 말고! (잠시 후에 더 조용해지자) 우리 모두가 같은 시각에 입을 열면 헤어 날 도리가 없지 않소. (잠시 후에) 내 무얼 말하든 중이었더라? (잠시 후에 더 큰 소리로) 내가 무얼 말하든 중이었더라? (잠시 후에 어 큰 소리로) 내가 무얼 말하든 중이었더라? 블라디미르는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의 흉내를 낸다. 뽀조는 그게 무슨 영문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에스트라공: (힘을 주어) 짐! (그는 손가락으로 럭키를 가리킨다) 왜 늘 짐을 지고 있는 건지? (그는 숨을 헐떡이며 등을 굽히는 사람의 흉내를 낸다) 어째서 내려놓지 않는지. (그는 두 손을 벌리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시 일어서다) 어째 그럴까? 뽀조: 난 알고 있지. 좀 일찍 그런 이야기를 하시지. 어째 그가 좀 편한 자세를 취하지 않는지, 주의해서 검토해 봅시다. 그는 그럴 권리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가졌읍니다. 그런즉 그가 땅에 내려놓지 않는 것은 그가 그걸 원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지요? 이거야말로 합당한 대답입니다. 그러면 어째서 그가 그걸 원치 않느냐고요? (잠시 후에) 여러분, 그 까닭을 말씀드리지요. 블라디미르: 잘 들어 보게! 뽀조: 저놈 속셈은 나한테 감탄을 자아내게 하여 나로 하여금 저를 데리고 있게 하려는 것이지요. 블라디미르: 저놈을 쫓아 버리실 작정이신가? 뽀조: 저놈이 내 눈을 속이려고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걸. 블라디미르: 쫓아 버리실 작정이신가요? 뽀조: 저놈이 제가 짐을 잘 든다고 내가 장래에 저를 그런 자격이 있다고 해서 데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에스트라공: 저 사람을 더 이상 원치 않으신단 말씀이지요? 뽀조: 실상 저놈이 돼지처럼 짐을 잘 나르거든, 제 직업도 아닌데. 블라디미르: 쫓아 버리실 작정이신가요? 뽀조: 저놈은 제가 절대 지치지 않고 짐을 나른다고-내가 취하는 결정을 후회할 거라고 상상하는 모양이지만 철없는 생각이지. 뭐, 마치 내가 사람을 못 구하게 된 거 같군. (셋이 모두 럭키를 쳐다본다) 맙소사! (침묵) 저것 보라구! 자내 당신 질문에 대답한거나 다름없지. 딴 질문 있소? (분무기를 뿜는다) 블라디미르: 운명에 따라서 내가 저 사람 자리에 서고 저 사람이 내 자리에 설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라오. 모든게 팔자 소관이니, 어쩔 수 없는 거지. 블라디미르: 쫓아 버리실 작정인가요? 뽀조: 무어라구요? 블라디미르: 쫓아 버리실 작정인가요? 뽀조: 그렇소. 그러나 쫓아 버릴 수도 있지만, 바꾸어 말하자면 불문곡직하고 궁둥이를 걷어차서 쫓아 버리는 대신 원래 내 성품이 착해서, 저놈을 쌩쏘뵈르 시장에 끌고가서 무엇과 바꿀 생각이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런 놈들을 쫓아 버릴 수는 없지요. 제대로 하자면 죽여 없애야 될 거요. 럭키가 운다. 에스트라공: 저 사람 우는군. 뽀조: 개를 키웠다해도 저보다 체면을 더 잘 지킬 텐데. (뽀조가 에스트라공에게 자기 손수건을 내민다) 당신이 그를 불쌍히 여겨서 저놈을 달래시요. (에스트라공이 머뭇거린다) 집으시오. (에스트라공이 손수건을 집는다) 눈물을 닦아 주시오. 눈물을 닦아주면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덜 날 거요. 에스트라공이 주저한다. 블라디미르: 이러 줘, 내가 할 테니. (에스트라공이 손수건을 주려하지 않는다. 어린애 같은 시늉을 한다.) 뽀조: 서두르라고, 곧 울음을 그칠 테니. (에스트라공이 럭키에게 다가가서 그의 눈을 닦아줄 것처럼 선다. 럭키가 에스트라공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찬다. 에스트라공이 손수건을 땅에 떨구고는 뒤로 홱 물러나서 아퍼 소리를 지르고 발을 절면서 무대를 한바퀴 돈다) 손수건! (럭키가 트렁크와 바구니를 내려놓고 손수건을 집어서 뽀조에게 다가가서 그에게 주고는 뒤로 물러서서 트렁크와 바구니를 다시 잡는다) 에스트라공: 개 같은 놈! 재수 더럽게 없다! (바지를 올려 입는다) 날 병신 만들었어. 뽀조: 재가 당신에게 저놈은 외부 사람을 좋아 않는다고 진작 얘기하지 않았소. 블라디미르: (에스트라공에게) 좀 보자구. (블라디미르가 그의 정강이를 그에게 보여 준다. 뽀조에게 화를 내며) 피가 난다! 뽀조: 그거 좋은 징조라구. 에스트라공: (아픈 정강이를 하늘에 쳐들면서) 나 더 이상 걷지 못하겠어! 블라디미르: (부드럽게) 내 자네 업고 가지. (잠시 후에) 경우에 따라서는 말이지. 뽀조: 이제 더 안 우는구만. (블라디미르에게) 그러다 보니 당신이 저놈 대신 당했구만.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세상 울음이란 그양이 일정하거든. 한 사람이 울기 시작하면 어디에선가 한 사람이 울음을 그치거든. 웃음도 마찬가지고. (뽀조가 웃는다) 그러니 시대를 원망하지 맙시다. 그 세상이 더 살기 좋았던 건 아니니까. (침묵) 그렇다고 우리가 살고 잇는 세상을 예찬할 것도 없구. (침묵) 더 이상 얘기 맙시다. (침묵) 인구가 늘은 건 사실이야. 블라디미르: 좀 걸어보게. 에스트라공이 좀 절면서 걷다간 럭키 앞에 멈추고는 그에게 침을 뱉고 처음 무대 막이 오를 무렵 그가 앉았던 자리에 가서 앉는다. 뽀조: 누가 나에게 이 아름다운 것들에 대하여 가르쳐 주었는지 아시요? (잠시 후에, 손가락으로 럭키 있는 쪽을 가리키며) 저게! 블라디미르: (하늘을 쳐다보며) 헌데 밤이 오지 않으려나 보지? 뽀조: 저놈이 없었다면 나야말로 내 직업과 연관이 있는 천한 것 밖에 생각하고 느끼지 않았을 거야. 아름다움이라든지, 은총이나 우선적인 진리, 내 그런 것들을 알 수 없다는 건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었지. 그래서 내가 <크눅크>를 둔 거지. 블라디미르: (하늘을 쳐다보다 말고 자기도 모르게) 크눅크라니요? 뽀조: 벌써 육십년 전의 일이라오. (속으로 셈을 한다) 맞았어. 벌써 육십년. (우쭐하며 일어서서) 내 나이가 그렇게 들어 보이지 않을 거야. 그렇지? (블라디미르가 럭키를 쳐다본다) 저 놈에다 대면 나야 새파란 젊은이 같지? 그렇지 않아? (잠시 후에 럭키에게) 모자! (럭키가 바구니를 내려놓고 자기 모자를 벗어 든다. 백발이 머리에서 펄럭이다. 럭키가 자기 모자를 옆구리에 끼고 다시 바구니를 집어든다) 자, 이제 나를 쳐다 보시오. (뽀조가 자기 모자를 벗는다. 그는 완전한 대머리다) 보셨지요? 블라디미르: 크눅크란 무었인가요? 뽀조: 이 고장 사람이 아니군. 그렇다면 당신 우리 세대 사람이긴 한가? 옛날엔 어릿광대를 두었는데 현대에는 크눅크를 두거든. 물론 그걸 둘 수 있는 사람들이 말이야. 블라디미르: 그럼 지금 당신은 그를 쫓아내실 작정입니까? 저렇게 늙고 충실한 하인을? 에스트라공: 더러운 놈! 뽀조는 점점 더 흥분한다. 블라디미르: 알맹이를 다 빨아 먹고는... (표현을 찾다가)... 마치 바나나 껍질처럼 버리신다는 건가요. 솔직이 말씀하십시오. 뽀조: (양손을 머리에 갖다 얹고는 신음하며) 내 더... 못 참겠어... 저놈이 하는 짓을 당신 모르지... 아이구 골치야... 저 놈이 사라져야지... (팔을 뒤흔든다)... 내 미쳐... (팔로 머리를 감싸안고 푹 고꾸라진다) 더... 더는... 못 참아... 침묵. 모두 뽀조를 쳐다본다. 럭키가 벌벌 떤다. 블라디미르: 더 못 참는다는 거야. 에스트라공: 못 보겠군. 블라디미르: 저 사람 미치는데. 에스트라공: 먹는 게 다 도로 나올 것 같아. 블라디미르: (럭키에게) 당신 어떻게 감히? 수치스런 일이지! 저렇게 착한 주인을! 저렇게 고통을 당하도록 내버려 두다니! 그렇게 오래 전부터 모시고 있으면서! 참말! 뽀조: (흐느끼며) 옛날에는 착했는데... 날 도와주고 즐겁게 해 주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해 주었는데... 이제 와서는... 날 죽이려 들다니... 에스트라공: (블라디미르에게) 저 사람 하인을 바꾸려는 거요? 블라디미르: 무어라구? 에스트라공: 난, 뽀조 저 사람이 하인을 바꾸려고 하는지 이젠 더 하인을 안 쓰려고 하는지 이핼 못해서. 블라디미르: 그렇지 않을걸. 에스트라공: 무어라구요? 블라디미르: 모르겠는걸. 에스트라공: 본인한테 물어보라구. 뽀조: (진정을 하고) 여러분, 나는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지도 못합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모든 것을 잊어 버리시기 바랍니다. (점점 침침해지며) 내가 무어라고 말했는지도 잘 모르겠읍니다. 허지만 내가 한 말중에 진실은 하나도 없다는걸 확신하셔도 됩니다. (일어나더니 가슴을 치며) 내가 고통을 당하는 사람같아 보입니까? 내가? 잘 보십시오! (주머니를 뒤적인다) 내 파이프를 어떻게 했더라. 블라디미르: 유쾌한 야회야. 에스트라공: 영원히 잊지 못할. 블라디미르: 아직 끝나지 않았거든. 에스트라공: 끝나지 않은 것 같구만. 블라디미르: 이제 시작인걸. 에스트라공: 무시무시해. 블라디미르: 꼭 연극보는 것 같아. 에스트라공: 서어커스 같은데. 블라디미르: 뮤직홀 같다구. 뽀조: 헌데 내 히이스 파이프는 어디 갔지? 에스트라공: 웃기는구만! 자기 연통을 잃어버렸다는 거야. (큰 소리로 웃는다) 블라디미르: 내 갔다 올께. (무대 뒤로 향한다) 에스트라공: 왼쪽 복도 끝에 있다구. 블라디미르: 내 자리 좀 봐 주게. (그는 나간다) 뽀조: 나의 아브둘라를 잃어버렸다! 에스트라공: (우스워 몸을 뒤틀며) 배꼽 빼는구만! 뽀조: (머리를 들며) 그런 것 보면 안 돼요. (블라디미르가 없는걸 알아차리고 매우 섭섭하여) 아, 그가 가버렸어!... 나에게 작별인사도 없이! 이럴 수가 있나? 그를 잡아둘 것이지. 에스트라공: 주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혼자 기다렸었다오. 뽀조: 아! (잠시 후에) 잘 됐어. 에스트라공: 이리 오시오. 보조: 그건 왜? 에스트라공: 두고 보면 아실거요. 뽀조: 당신 내가 일어서는걸 보구 싶다는 건가? 에스트라공: 오시오... 오시라구요. 빨리. 뽀조가 일어나서 에스트라공 쪽으로 간다. 에스트라공: 어어! 저런! 에스트라공: 인제 끝났소이다. 블라디미르가 침울한 표정을 하고 들어오며 럭키를 밀어젖히고 접는 의자를 발로 차서 뒤접어엎고 흥분해서 왔다갔다 한다. 뽀조: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나? 에스트라공: 당신 신나는 걸 놓쳤다구, 참 유감인데. 블라디미르가 발걸음을 멈추고 접는 의자를 바로 세우며 좀 진정을 하고 다시 왔다갔다 한다. 뽀조: 좀 정신이 가라앉는가 보군. (눈을 한바퀴 돌려 보고는) 그러고 보니 모든 게 다 잠잠해지는 것 같군. 한없는 적막이 자리 잡는다. 들어들 보시오. (팔을 든다) 목신도 잠들었다. 블라디미르: (걸음을 멈추며) 밤은 영영 오지 않으려는지? 셋이서 하늘을 쳐다본다. 뽀조: 당신, 먼저 떠날 의향이 없으신가? 에스트라공: 무어라 말씀드릴까요. 아시겠지만... 뽀조: 당연하지요, 당연해. 나 자신 당신과 입장을 바꾸어 고뎅... 고데... 고도... 인가, 아뭏든 당신이 잘 아는 그 작자와 내가 약속이 있었더라면 오밤중까지 기다렸다가 포기하더라도 포기할 거요. (접는 의자를 쳐다본다) 다시 앉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군. 에스트라공: 도와드릴까요? 뽀조: 만약 당신이 나에게 부탁을 한다면. 에스트라공: 무얼 말인데요? 뽀조: 다시 의자에 앉는 걸 부탁한다면 말이요. 에스트라공: 그것이 도움이 될까요? 뽀조: 그럴 것 같은데. 에스트라공: 그러시죠. 청컨대 다시 앉으시지요, 선생님. 뽀조: 아니, 아니야. 그렇게 해서는 안돼. (잠시 후 낮은 목소리로) 좀 더 강하게 요청하라구. 에스트라공: 자, 이렇게 서 계시지 마세요, 감기 드시겠읍니다. 뽀조: 그렇다구 생각하시우? 에스트라공: 여부가 있나요. 뽀조: 어쩌면 당신 말이 옳을지 몰라. (그가 다시 앉는다) 친구, 고마와 자, 다시 앉았군. (시계를 쳐다본다) 허지만 내가 늦지 않으려면 이제 떠나야겠는걸. 블라디미르: 시간이 멈추었읍니다. 뽀조: (귀에다 시계를 가져다 대고) 그걸 그대로 믿지 말라구. 젊은이, 그걸 무턱대고 믿지 말라구. (주머니에 시계를 다시 집어 넣는다) 무슨 말이든지 다 들어주겠지만 그것만은 안돼지. 에스트라공: (뽀조에게) 그는 오늘 모든 걸 어둡게만 본답니다. 뽀조: 창공만 빼놓고. (근사한 표현을 찾아낸 걸 대견스럽게 여기며 웃는다) 참으면 좀 나아지겠지. 헌데 보아하니 당신네들 이 고을 사람들이 아니라서 우리 고장의 황혼 풍경이 어떤 건지 모르는 것 같은데, 어떤가 말해 드릴까? (침묵. 에스트라공은 자기 구두를 만져보고 블라디미르는 자기 모자를 만지작거린다. 럭키 모자가 땅에 떨어지지만 그는 알지 못한다) 내 당신들을 흡족히 해주구 싶은데. (분무기를 뿜는다) 좀 주의해 주시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여전히 만지작거리고 있고 럭키는 반쯤 졸고 있다. 뽀조는 채찍으로 쳐서 소리를 내지만 채찍은 적은 소리 밖에 내지 않는다) 어찌된 셈이야, 이채찍이. (그는 일어서더니 채찍을 가지고 더 힘차게 쳐서 큰 소리를 내고 만다. 럭키가 깜짝 놀라 잠을 깬다. 에스트라공은 신발을 떨구고 블라디미르는 모자를 떨군다. 뽀조는 채찍을 던진다. 더 이상 아무 쓸모가 없군. (그는 블라디미르와 뽀조를 쳐다본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던 참이었더라? 블라디미르: 떠나자구. 에스트라공: 이렇게 서 있지 마시라구요. 숨 넘어 가시겠읍니다. 뽀조: 정말 그래. (다시 앉더니 에스트라공에게) 당신 이름이 무엇이더라? 에스트라공: (즉석 대꾸를 하며) 까뛸르. 뽀조: (듣지 않고는) 아 그래 밤말이지. (고개를 든다) 헌데 좀 정신을 차려보라구. 그렇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될 것이니. (하늘을 쳐다보며) 쳐다들 봐요.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럭키를 제하고는 모두가 하늘을 응시한다. 럭키가 조는 걸 본 뽀조는 포승줄을 잡아다닌다) 이 돼지 같은 놈아, 하늘 좀 보란 말이야! (럭키가 고개를 젖힌다) 됐어 충분해. (그들은 고개를 내린다) 하늘이 하늘 자체로 볼때 뭐 그다지 엄청난 게 있어. 하늘은 창백하면서 햇빛에 빛나고 있지. 어느날 이 시각의 보통 하늘처럼. (잠시 후) 이 위도상에 있어서. (잠시 후) 날씨가 좋을 때. (목소리가 노래하는 것 같다) 한 시간쯤 되었다. (산문읊는 조로 시계를 쳐다보며) 대략, (다시 서정시를 읊는 것 같이. 머뭇거리며 목소리를 낮춘 후에) 아침 열시 경부터 우리에게 (목소리가 높아지며) 붉고 흰 햇살을 끊임없이 퍼붓더니 해는 광채를 잃어가기 시작했고 점점 점점 더 파리, (두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파리해지더니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좌우로 손을 벌리면서) 쾅! 끝이야. 더 이상 꿈쩍 안 하거든! (침묵) 헌데 (꾸중하는 듯이 손을 들더니)... 허지만, 이 부드럽고 조용한 듯한 장막 뒤에서, (하늘을 향해서 눈을 드니 럭키만 제해 놓고 다른 사람들도 그를 따른다) 밤이 말을 타고 달려와서, (목소리가 더 떨리기 시작한다) 우리에게 달려들 거야.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펑! 이렇게 말이야. (영감이 사라진다) 우리가 거의 기다리지 낳을 때, (침묵. 목소리가 힘이 없다.) 이렇게 되는 게 우리 인생이야. 긴 침묵. 에스트라공: 그걸 그래도 알고 있으니. 블라디미르: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거지. 에스트라공: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고 있으니. 블라디미르: 더 염려할 것 없어. 에스트라공: 기다리기만 하면 될 터이니. 블라디미르: 이제까지 그랬듯이. (모자를 주워서는 속을 들여다 보고 털더니 다시 쓴다) 뽀조: 당신들 나를 어떻게 보았읍니까?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무슨 영문인지 몰라 그를 멍하니 쳐다본다) 좋다고? 보통이라고? 그런대로 괜찮다고? 그저 그렇다? 솔직히 나쁘다고? 블라디미르: (먼저 무슨 얘기인지 알아 듣고) 오, 아주, 썩 훌륭하다고 봤지요. 뽀조: (에스트라공에게) 당신은? 에스트라공: (영어 악센트를 섞어가며) 오, 아주, 아주 좋은 분이라고 봤읍니다. 뽀조: (감격하여) 여러분, 감사하오! (잠시 후에) 나는 사람들이 나의 사기를 북돋우어 줄 것을 간절히 바라마지 않았읍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마지막에 와서 좀 마음이 약해졌지요. 그걸 알아보지 못하셨나? 블라디미르: 오, 무어 아주 약간. 에스트라공: 전부터 그러시는 줄 알았지요. 뽀조: 내 기억력이 약해서. 침묵 에스트라공: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군요. 뽀조: (미안해서) 지루들 하시지? 에스트라공: 약간 그렇다고 할까요. 뽀조: (블라디미르에게) 당신을 어떻소? 블라디미르: 신나는 편은 못되지요. 침묵. 뽀조는 내적인 고민에 사로잡혀 있다. 뽀조: 여러분, 여러분은... (적당한 말을 찾는다) 나에게 친절히 대해 주었읍니다. 에스트라공: 천만에요! 블라디미르: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뽀조: 아니, 정말 당신들은 예의바르게 행동했소. 그래서 내 생각은... 좀 지루해 하는 이 착한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을 궁리중이요. 에스트라공: 금화 하나라도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읍니다. 블라디미르: 우리들은 동냥아치들이 아닙니다. 뽀조: 내가 그대들에게 시간 가는 것이 덜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면 무얼 하는게 좋을까, 바로 그걸 속으로 생각 중이요. 내 그대들에게 뼈다귀도 주었고 이것저것 얘기해 주었고 황혼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이 모든 것은 아는 것인데 다른 것은 그만 두구라도. 헌데, 그것이면 충분한건지, 바로 그 점이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오. 그것이면 충분한지. 에스트라공: 단돈 백 전이라도. 블라디미르: 닥쳐! 에스트라공: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 뽀조: 그것이면 충분하지?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도량이 넓은 사람이니, 그게 내 타고 난 천성인 걸. 바로 오늘, 내가 좀 해봐도 할 수 없지. (그는 포승줄을 잡아다닌다. 럭키가 그를 쳐다본다) 내가 몸이 아플 것 같은데, 틀림없이. (일어나지 않고 몸을 굽히더니 채찍을 다시 잡는다) 무엇을 더 좋아 하실는지? 그를 춤추게 할까요? 노래를 시킬까요? 시를 외우게 할까요, 생각하게 할까요?... 에스트라공: 누굴 말인데요? 뽀조: 누구라니! 당신네들 무슨 생각들 한거요? 블라디미르: 그가 생각한다구요? 뽀조: 그렇구 말구. 큰 소리로 생각한다오. 옛날에는 아주 아름답게 생각하기로 했다구. 내가 몇 시간씩 계속 들었는데. 이제는... (그가 오한을 한다) 할 수 없지. 그러면 그에게 무엇에 대해서 생각하게 시킬까요? 에스트라공: 차라리 그가 춤을 추는 것이 좋겠는데요. 그게 더 즐거울 터이니까요. 뽀조: 반드시 그렇진 않지. 에스트라공: 디디, 그 편이 더 즐겁겠지? 블라디미르 ; 난 그가 생각하는 걸 들었음 좋겠는데. 에스트라공: 먼저 춤추고 그 다음에 생각할 수 도 있을 테지? 그렇게 요구해도 지나친게 아니라면. 블라디미르: (보조에게) 그게 가능한가요? 뽀조: 물론 그보다 쉬운 주문도 없지. 사실 그게 자연스런 순서지. (잠시 웃는다) 뽀조: 옳은 얘기야! 블라디미르: 춤추라고 하지요. 침묵 뽀조: (럭키에게) 들었지? 에스트라공: 절대 거절하지 않나요? 뽀조: 곧 설명하겠소 (럭키에게) 이 망할 놈, 춤추란 말이야! 럭키가 트렁크와 바구니를 땅에 놓고 앞으로 약간, 난간 앞으로 다가서더니 뽀조를 향해 돌아선다. 에스트라공은 좀 자세히 보려고 일어난다. 럭키가 춤춘다. 멈춘다. 에스트라공: 이게 전분가? 뽀조: 더 계속! 럭키가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더니 멈춘다. 에스트라공: 자, 이 돼지 같은 놈! (그가 럭키의 동작을 흉내낸다) 나도 그만치 하겠군. (그가 흉내를 내다가 자빠질뻔 한다) 연습만 조금 하면. 블라디미르: 그가 피곤한가 보죠. 뽀조: 예전에는 저놈이 프로방스 춤, 이집트 춤, 흔들거리는 춤, 지그댄스, 스페인 춤 그리고 뱃사람 춤까지 추었다오. 기뻐서 뛰었지요. 이젠 방금 그것 밖에 안 한답니다. 저놈이 춤을 무어라고 부르는지 아나요? 에스트라공: 전구 제조인의 죽음. 블라디미르: 늙은이의 암. 뽀조: 그물 춤이라오. 그물 속에 옭아매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오. 블라디미르: (심미가가 하는 모양으로 몸을 비비 꼬면서) 거기에 아마 무슨 연유가 있겠군... 럭키가 자기 짐 있는 곳으로 곳으로 갈 준빌 한다. 뽀조: (마치 말에게 하듯이) 우-아! 럭키 움직이지 않는다. 에스트라공: 한 번도 거절하는 법이 없다는 말씀이죠? 뽀조: 재 당신에게 곧 설명하겠소. (주머니를 뒤적인다) 잠깐만. (찾는다) 내 배를 어쨌더라 (찾는다) 제길! (놀란 모양으로 고개를 든다. 숨 넘어가는 목소리로) 내 분무기가 없어졌다! 에스트라공: (힘없는 목소리로) 내 왼쪽 폐가 몹시 허약해졌어. (가벼운 기침을 한다. 굵은 음성으로) 그러나 내 오른쪽 폐는 끄떡없지! 뽀조: (보통 목소리로) 할 수 없지. 없는대로 지내는 거지. 내가 무슨 말 하던 중이더라. (그가 잠시 생각한다) 기다리시오! (생각 해 본다) 내 정신 좀 봐! (고개를 든다) 좀 도와 줘요! 에스트라공: 난 찾고 있는 중인데. 블라디미르: 나 역시. 뽀조: 기다리시오. 셋이서 동시에 모자를 벗고 손을 이마에 가져다 대고는 쪼그리면서 정신을 가다듬는다. 긴 침묵. 에스트라공: (의기 양양해서) 아! 블라디미르: 저 친구 찾은 모양이군. 뽀조: (성급하게) 그래 어떻게 됐지? 에스트라공: 왜 럭키는 짐을 땅에 내려놓지 않는 거지? 블라디미르: 안 내려 놓을 걸. 뽀조: 확실히 그렇다고 자신있소? 블라디미르: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이미 그렇다고 말하지 않았읍니까? 뽀조: 내가 벌써 그렇다고 얘기했던가? 에스트라공: 그가 그렇게 말했던가? 블라디미르: 그러고 보니 저 친구 짐을 땅에 내려놓았군. 에스트라공: (럭키를 힐끗 쳐다보더니) 정말 그렇군. 그래서 어떻다는 거지. 블라디미르: 그가 짐을 내려놓았으니 우리가 그에게 어째서 짐을 내려놓지 않느냐고 물을 수 없지 않아? 에스트라공: 어째 저 친구가 짐을 땅에 내려놓았을까? 뽀조: 바로 그게 문제지. 블라디미르: 춤추기 위해서. 에스트라공: 그건 사실이야. 뽀조: (손을 들며) 잠깐만! (잠시 후에) 아무말도 마시오! (잠시 후에) 맞았어. (모자를 다시 쓴다) 알아 냈거든.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모자를 쓴다. 블라디미르: 저 분이 알아냈다고. 뽀조: 자, 무슨 영문인지 얘기하지요. 에스트라공: 무슨 얘기를 하시려는 거지. 뽀조: 보면 알지요, 얘기하기가 곤란한데. 블라디미르: 얘기하지 마시오. 뽀조: 오! 겁낼건 없고. 내가 잘 할 수 있으니. 그러나 긴 얘기는 하지 않고 시간도 늦고 했으니. 그런데 어떻게 하면 짧게 그리고 명확하게 얘기를 할 수 있을지 당신네들 한테 묻고 싶은데 잠깐 생각해 보겠오. 에스트라공 ; 길게 얘기하세요. 그래야 덜 길게 될 것이니. 뽀조: (잠시 생각해 보더니) 그렇게 되겠지. 여기 두 가지 것 중에서 하나가 보이지요? 에스트라공: 돌았군. 뽀조: 내가 그에게 춤, 노래, 사색하기 그중에서 무얼 하나 그에게 청하든가... 블라디미르: 됐읍니다. 충분합니다. 알아들었으니까요. 뽀조: 그렇지 않으면 그에게 아무것도 청하지 않는거요. 좋소, 내 얘기 중간에서 끊지 말기 바라오. 자, 내가 그에게 예를 들면... 춤추라고 한다 합시다. 그러면 무슨일이 일어날 것인지? 에스트라공: 휘파람 불기 시작하는군. 뽀조: (화가 나서) 내 아무말도 않을테니. 블라디미르: 제발 계속해 주십시오. 뽀조: 당신은 계속 내가 하는 걸 중간에서 중지시켜 버리니. 블라디미르: 계속, 계속하세요. 굉장히 재미있으니. 뽀조: 좀 더 강력히 요청하시오. 에스트라공: (두 손을 맞잡고) 제발 빕니다. 선생님 하시는 말씀 계속하여 주십시오. 뽀조: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블라디미르: 당신이 그에게 춤추라고 하는 것까지. 에스트라공: 노래하라고. 뽀조: 이제 생각나는군. 내가 그에게 노래하라구 하지.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내가 요청한대로 그가 노래를 하던가, 아니면 노래하는 대신 내가 그에게 요구한 것처럼 예를 들면 춤추거나 혹은 생각하거나... 블라디미르: 아주 명확하군요, 명확해요. 계속하십시오. 에스트라공: 그만! 블라디미르: 헌데 오늘 저녁에는 당신이 요구하는 것을 무엇이나 다 하는군요. 뽀조: 그건 날 마음을 연약하게 만들어 나로 하여금 저놈을 먹여살리게 하는 거요. 에스트라공: 조금 후에 저 사람 자기가 한 말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할꺼야. 블라디미르: (뽀조에게) 이렇게 말해도 반박하지 않으십니까? 뽀조: 지쳤다오. 침묵 에스트라공: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아무도 안 오고 아무도 안 떠나고 참 지긋지긋하군. 블라디미르: (뽀조에게) 그에게 생각하라고 하시지요. 뽀조: 그놈에게 모자를 줘요. 줘. 블라디미르: 그의 모자라니오? 뽀조: 그놈은 모자없인 생각할 수 없답니다. 블라디미르: (에스트라공에게) 그에게 모자를 주라구. 에스트라공: 내가? 그놈이 나에게 어떤 짓을 했는데! 그건 안 되지! 블라디미르: 내가 그걸 줘야겠군. (움직이지 않는다) 에스트라공: 자기 보고 찾아가라고 하지. 뽀조: 그놈에게 갖다주는 게 나을거요. 블라디미르: 내 그걸 갖다주지. 에스트라공이 모자를 집어서 팔을 내밀어 럭키에게 준다. 럭키는 꼼짝않는다. 뽀조: 그걸 씌워줘야 한다오. 에스트라공: (뽀조에게) 그걸 집으라구 일러주셨으면. 뽀조: 직접 씌워주지요. 블라디미르가 조심스럽게 럭키 뒤로 돌아가서 살그머니 다가서서 그의 머리에 모자를 씌워주고 급히 물러난다. 럭키는 꼼짝않는다. 침묵. 에스트라공: 저 작자 무얼 기다리는 거지? 뽀조: 물러서시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럭키로부터 물러선다. 보조가 포승줄을 잡아다닌다) 이 돼지야, 생각해! (잠시 후에 럭키가 춤추기 시작한다) 그만! (럭키가 멈춘다) 앞으로 갓! (럭키가 뽀조 쪽으로 온다) 거기 섯! (럭키가 선다) 생각햇! (잠시 기다린다) 럭키: 한편:에 관해서라면... 뽀조: 그만! (럭키가 입을 다문다) 뒤로 갓! (럭키가 뒤로 물러선다) 거기 섯! (럭키가 선다) 이럇! (럭키가 관중을 향하여 돌아선다) 생각햇! 럭키: (단조로운 어조로) 뿌엥쏭과 왓뜨만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형상을 한 하나님은 까까까까 하얀 수염을 달고 까까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성스러운 무관심, 성스러운 실어증을 가지시고 왜 그런지 모르지만 몇몇을 제외한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나이다. 그는 성스러운 미란다 모양으로 어째 그러한지 분명치는 않으나 불과 고통 속에 신음하는 자들과 함께 고통을 받고 계시며 아무도 의심할 수 없는 바이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기둥에 불을 지르고 간간이 찾아오긴 하지만 우리가 반기는고요, 그렇게 고요하고 오늘날까지도, 가끔 그렇게 푸른 하늘 나라에 지옥을 올려보낼 것이오. 그러나 베르느. 앙. 브레쓰의 인체측정학 아카데미가 인정을 하였지만 연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미래를 미리 예견하지는 않겠으나 인간이 측정할 수 있는 한도에서 가장 정확하게 증명된 바에 의하면 테스튀와 콘아르의 연구에 의하면 왜 그런지 잘 모르지만 화르토프와 벨쇄의 일을 위하여 뿌엥과 왓뜨만의 연구 이후 인간이란 그 반대의견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인간, 한마디로 인간은 영양의 향상과 폐물의 제거에도 불구하고 여위어가고 있는 중이며 그와 동시에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체육-정구, 축구, 육상, 도보경기, 자전거, 수영, 승마, 비행, 겨울 스포츠, 여름 스포츠, 스케이팅, 아스팔트 스케이팅, 정구, 비행, 운동, 겨울 운동, 가을 운동, 풀밭 정구, 굳은 땅 위의 정구, 비행, 정구, 지상, 해상 공중에서 하는 하키와 같은 운동, 페니실린, 대용약품, 한마디로 이상 말한 것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왜 그런지는 몰라도 작아지고 있고, 정구, 비행, 열 여덟 구멍보다 아홉 구멍짜리 골프, 얼음판 정구,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쎄느, 세에우와즈, 쎄에마른느, 마른네우즈에서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마르고 줄어들고 반복하건데 우와즈, 마른느, 한마디로 말해서 볼테르가 죽은 후 매 파이프당 완전한 손실은 노르망디에서 잘 달아 매 파이프당 평균 두손가락 백그람 정도였는데 결과적으로 어찌됐든 사실이 입증하고 있고 그리고 또 한편 가장 중요한 것에서 발췌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인백과 페터만의 실험에 비추어 보면 농촌, 산, 바다가 그리고 물줄기, 물줄기 옆에서 공기는 변함이 없고 대기와 땅은 혹심한 추위에 의하여, 혹심한 추위에 의하여 대기와 땅은 슬프게도 그들 세기의 일곱 번째로 돌을 위하여 생겨졌고, 돌을 위하여 커다란 바탕과 혹심한 추위에 의하여 대기, 땅 바다는 바다 위에 땅 위에 공기 속에 어째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구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입증 하고 있고, 다음으로 간단하게 결과적으로 슬프게도 그 다음으로 돌들을 휘하여 내 다시 계속하지만 아무도 의심할 수 없고. 미리 미래를 예견하지 맙시다. 그와 병행하여 처음에 얘기하던 것을 다시 계속하였는데, 정구 그 다음 수염, 불꽃, 눈물, 그렇게도 푸르고 그렇게 고요한 풀들에도 불구하고, 노르망디의 머리, 머리, 정구, 버려지고 끝나지 않은 직업 더 신중한, 돌 한마디로 슬프다, 내가 다시 반복하지만, 버려지고 끝나지 않은 노르망디의 머리, 머리에도 불구하고, 정구, 머리, 슬프다, 돌, 콘아르 콘아르...(뒤범벅. 럭키는 아직도 큰소리로 외친다) 정구!... 돌!... 그렇게 조용한!... 콘아르... 미완성!... 뽀조: 그의 모자! 블라디미르는 입을 다물고 쓰러지는 럭키의 모자를 잡아챈다. 완전한 고요. 승리자들의 헐떡이는 숨소리. 에스트라공: 내 원수 갚았도다. 블라디미르는 럭키의 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그 속을 들여다 본다. 뽀조: 그걸 나에게 주오! (블라디미르의 손에서 모자를 뺏은 다음 땅에다 팽개치고는 그 위에서 뛴다) 이렇게 하면 더 생각하지 못하겠지. 블라디미르: 헌데 작자가 혼자 가는 방향을 잡을 수 있을까요? 뽀조: 저놈이 갈 길을 인도해 주는건 나야. (럭키를 발로 걷어찬다) 일어섯! 돼지 같은 놈! 에스트라공: 아마 죽은 모양이지. 블라디미르: 당신 저 사람 죽이겠읍니다. 뽀조: 일어섯! 이 송장아! (포승줄을 잡아다니자 럭키가 약간 미끄러진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에게) 날 좀 도와주시오. 블라디미르: 어떻게 하라는 말씀인지? 뽀조: 잡아 일으키라구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럭키를 세우고 잠시 부축인 다음 다시 놓는다. 그가 다시 자빠진다. 에스트라공: 부러 그러는거야. 뽀조: 그를 잡고 있어야겠는 걸. (잠시 후에) 자, 자, 그를 일으켜요! 에스트라공: 진저리 나는 걸. 블라디미르: 자, 다시 한 번 힘써 보지. 에스트라공: 저 사람 우리를 누구로 아는 건지? 블라디미르: 그만 두자구. 그들은 럭키를 세우고는 그를 쓰러지지 않도록 붙잡고 있다. 뽀조: 그놈을 놓지 마시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흔들거린다) 움직이지 말아요! (뽀조가 가방과 바구니를 집으러가서는 럭키에게로 가져온다) 잘 잡고 계시오! (그는 다시 트렁크를 럭키의 손에 쥐어주나 곧 땅에 떨구고 만다) 이걸 놓치지 말아요! (그는 다시 시작한다. 트렁크를 만지더니 럭키는 정신을 조금씩 차리고 그의 손가락은 손잡이 주위를 결국 꼭 잡고만다) 그걸 꼭 잡아요! (바구니를 가지고 마찬가지 방법을 쓴다) 자, 이젠 당신들 그놈을 그냥 놔도 되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럭키에게서 물러서자 럭키는 몸을 비틀거리고 몸을 흥청거리나 손에 트렁크와 바구니를 들고 자빠지지는 않는다. 뽀조는 물러서면서 채찍으로 소리를 낸다) 앞으로 갓! (럭키가 앞으로 간다) 뒤로 돌아갓! (럭키가 뒤로 물러선다) 뒤로 돌아갓! (럭키가 다시 돈다) 됐어, 저놈이 걸을 수 있거든.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를 향하여) 여러분, 감사하오. 내가 당신들에게... (주머니를 뒤적인다)... (주머니를 뒤적인다)... (뒤적인다)... 헌데 내 시계를 어디에다 둔거지? (뒤적인다) 제기랄! (실성한 얼굴을 들고) 진짜 회중시계인데. 여러분, 초침이 달린거랍니다. 할아버지가 주신건데. (뒤적인다) 어쩌면 땅에 떨어졌는지도 몰라.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와 함께 땅바닥을 살펴본다. 뽀조는 발로 럭키의 모자를 뒤적거린다) 이런 변이 있나! 블라디미르: 어쩌면 당신 호주머니에 있을지도 모르지요. 뽀조: 잠깐, (몸을 구부려 머리를 배에 갔다 대더니 귀를 기울여 듣는다) 아무 소리도 안들리는데! (그 둘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한다. 침묵) 똑딱 소리가 나야 할 텐데. 블라디미르: 쉿! 셋이 모두 몸을 굽히고 듣는다. 에스트라공: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뽀조: 어디서? 블라디미르: 심장 소리군. 뽀조: (실망하여) 제기랄! 블라디미르: 쉿! 셋이서 귀를 기울인다. 에스트라공: 시계가 죽었는지도 모르지. 모두 일어선다. 뽀조: 당신들 중에서 나쁜 냄새를 피우는게 누구요? 에스트라공: 당신들 중에서 나쁜 냄새를 피우는건 저 친구이고 말 냄새를 피는 것은 저지요. 뽀조: 당신들과 작별해야겠군. 에스트라공: 회중시계는 어떻게 하구요? 뽀조: 성에다 두고온게 틀림없어. 에스트라공: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뽀조: 아듀. 블라디미르: 아듀. 에스트라공: 아듀. 침묵.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아듀. 뽀조: 아듀. 에스트라공: 아듀. 침묵 뽀조: 감사하오. 블라디미르: 감사 드립니다. 뽀조: 아무것도 아닌걸 가지구. 에스트라공: 그렇지 않읍니다. 뽀조: 아니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블라디미르: 그렇지 않읍니다. 에스트라공: 그래두 안 그렇지요. 침묵 뽀조: (주저하면서) 못 떠나겠군. 에스트라공: 그게 인생이랍니다. 뽀조는 뒤로 돌아서서 럭키와 떨어져 포승줄을 풀며 무대 뒤로 간다. 블라디미르: 방향을 잘못 드셨는데요. 뽀조: 기운을 차려야겠는데. (줄이 다 풀리자 즉 무대 뒤에 이르자 뒤로 돌아서 외친다) 비켜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후면으로 물러서서 보조 쪽을 바라본다. 채찍소리) 앞으로 갓! (럭키가 꼼짝 않는다) 에스트라공: 앞으로 갓! 블라디미르: 앞으로 갓! 채찍소리, 럭키가 흔들거린다. 뽀조: 더 빨리! (무대 뒤에서 나와 럭키 뒤를 따라 무대를 가로지른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모자를 벗고 손을 흔든다. 럭키가 나간다. 뽀조는 포승줄과 채찍을 쳐서 소리를 낸다. 더 빨리! (뽀조가 사라질 무렵 뽀조가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돈다. 포승줄이 팽팽해진다. 럭키가 자빠지는 소리가 난다) 내 의자! (블라디미르가 의자를 찾아다가 뽀조에게 주나 뽀조는 그걸 럭케에게 집어 던진다) 아듀! 에스트라공 블라디미르: (손을 흔들며) 아듀! 아듀! 뽀조: 일어섯! 이 돼지야! (럭키가 일어나는 소리) 앞으로 갓! 아듀! 더 빨리! 이 돼지새끼야! 이럇! 아듀! 침묵 블라디미르: 덕분에 이럭저럭 시간 보냈군. 에스트라공: 뭐 아무래도 시간은 지나기 마련인데. 블라디미르: 그렇긴해도 아무일 없으면 시간이 그렇게 빨리가진 않거든. 잠시 후 에스트라공: 이젠 무얼 한담? 블라디미르: 글쎄. 에스트라공: 갑시다. 블라디미르: 갈 수 없지.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에스트라공: 정말 그렇군. 잠시 후 블라디미르: 저 사람들은 많이 변했어. 에스트라공: 누구 말인데. 블라디미르: 저 두 사람. 에스트라공: 참 그렇군. 얘기 좀 합시다. 블라디미르: 저 사람들 많이 변했지? 에스트라공: 그럴지도 모르지. 변하지 않는건 우리 둘 뿐이니. 블라디미르: 그럴지도 모르다니? 이건 확실한데. 그 둘을 잘 봤지 않아? 에스트라공: 그렇다고 해두지. 허지만 난 그 둘을 처음 보는걸. 블라디미르: 아니야, 자네 그 사람들 만난 일 있어. 에스트라공: 그렇지 않대두. 블라디미르: 내 자네한테 말해 두지만 우리는 그들을 알고 있다구. 자네 기억력이 없어서. (잠시 후) 그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과 동일인이 아닌 다음에야. 에스트라공: 그럼 그들은 우리를 왜 몰라봤을까? 블라디미르: 그거야 상관 없지. 나 역시 그들을 모른 척 했으니까. 그리구 아무도 우릴 알아보지 못하거든. 에스트라공: 그만 해두지. 우리에게 필요한건... 아야! (블라디미르는 꼼짝 않는다) 아야! 블라디미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람들과 동일인이 아닌 다음에야. 에스트라공: 디디! 이건 다른쪽 발이라구. (그는 처음 막이 오를때 앉아 있던 장소에 쩔룩거리면서 간다) 무대 뒤에서: 여보세요! 에스트라공이 걸음을 멈춘다. 둘이서 소리나는 쪽을 쳐다본다. 에스트라공: 또 시작인 모양이군. 블라디미르: 꼬마야, 이리와. 소년이 겁에 질린 듯이 들어온다. 멈춘다. 소년: 알베르 씨입니까? 블라디미르: 꼬마야, 이리와. 소년이 겁에 질린 듯이 들어온다. 멈춘다. 소년: 알베르 씨입니까? 블라디미르: 그래. 에스트라공: 왜 왔지? 블라디미르: 다가와 봐. 소년은 꼼짝 않는다. 에스트라공: (큰 소리로) 앞으로 오라고 하지 않아! 소년은 겁에 질린듯 앞으로 다가오다가 멈춘다 블라디미르: 누가 보냈지? 소년: 고도님이... (입을 다문다) 블라디미르: 예상한 대로야. (잠시 후에) 이리 오너라. 소년은 꼼짝 않는다. 에스트라공: (큰 소리로) 앞으로 오라고 하잖아! (소년이 겁에 질린듯 앞으로 다가오다가 멈춘다) 너 왜 그렇게 늦게 왔지. 블라디미르: 고도 씨가 전하는게 있지? 소년: 예, 선생님. 블라디미르: 그럼 어디 말해 보렴. 에스트라공: 너 어째 이렇게 늦었지? 소년이 둘을 번갈아 쳐다보다 누구에게 대답할지 모른다. 블라디미르: (에스트라공에게) 좀 가만 두라구. 에스트라공: (블라디미르에게) 나 하는 대로 내버려 두라구. (소년에게 가까이 가서) 지금 몇 신줄 알아? 소년: (뒤로 물러서며) 그건 제 잘못이 아닌데요, 선생님. 에스트라공: 그럼 내 잘못이란 말이지? 소년: 겁이 나서 그랬읍니다, 선생님. 에스트라공: 무엇 때문에 겁이 난단 말이야? 우리 때문에? (잠시 후에) 대답해 봐! 블라디미르: 이제 알았군. 다른 친구들이 저애한테 겁을 준거지. 에스트라공: 언제부터 와 있었니? 소년: 한참 됐읍니다, 선생님. 블라디미르: 채찍을 두려워한게로구나? 소년: 그렇습니다, 선생님. 블라디미르: 소리지르는 것도? 소년: 예, 선생님. 블라디미르: 두 사람 소리지르는 것 말이지? 소년: 예, 선생님. 블라디미르: 그 두 사람 아는 사람이니? 소년: 아닙니다. 선생님. 블라디미르: 너 이 고장에 사니? 소년: 예, 그렇습니다, 선생님. 에스트라공: 이거 전부 거짓말이라구! (그는 소년의 팔을 잡고는 흔들어댄다 진실을 얘기해! 소년: (떨면서) 전부 사실인걸요, 선생님. 블라디미르: 가만 놔두라구. 어떻게 된거야? (에스트라공이 소년을 놔주고는 뒤로 물러서서 팔을 얼굴에 가져다 댄다. 블라디미르와 소년이 그를 쳐다본다. 에스트라공은 자기의 얼굴이 떨리는걸 발견한다) 어떻게 된거야? 에스트라공: 나는 불행해. 블라디미르: 그런 거짓말! 언제부터? 에스트라공: 잊어버렸어. 블라디미르: 기억력이 없을 때가 있지. (에스트라공이 말하려다가 그만두고는 쩔룩거리며 가서 앉고는 신발을 벗으려고 한다. 소년에게) 그래서? 소년: 고도님이... 블라디미르: (얘기를 막으며) 내 너를 어디서 꼭 봤는데, 그렇지? 소년: 모르겠는데요, 선생님. 블라디미르: 처음 오는 거니? 소년: 그렇습니다, 선생님. 침묵 블라디미르: 허긴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 (잠시 후에) 좋아. 얘기 계속해 봐. 소년: (단숨에) 고도님이 오늘 저녁 못 오시지만 내일은 틀림없이 오시겠다고 선생님들에게 말씀 드리라구 했읍니다. 블라디미르: 그게 전부니? 소년: 예, 선생님. 블라디미르: 너 고도 씨 심부름을 하고 있니? 소년: 예, 선생님. 블라디미르: 네가 하는 일은 무엇이냐? 소년: 염소를 지킨답니다, 선생님. 블라디미르: 그분 마음씨 착하니? 소년: 예, 선생님. 블라디미르: 널 때리는 법 없이? 소년: 아니오, 저는 때리지 않으십니다. 블라디미르: 그럼 누굴 때리지? 소년: 내 동생을 때린답니다, 선생님. 블라디미르: 동생이 있다구? 소년: 예 선생님. 블라디미르: 무슨 일을 하지? 소년: 양떼를 지킵니다. 선생님. 블라디미르: 그럼 넌 왜 안 때리니? 소년: 모르겠읍니다, 선생님. 블라디미르: 얼 사랑하는가 보구나. 소년: 모르겠읍니다. 선생님. 블라디미르: 먹을건 많이 주니? (소년이 머뭇거린다) 너한테 먹을 건 충분히 주느냐 말이다. 소년: 괜찮게 줍니다. 블라디미르: 넌 불행하지 않니? (소년이 우물우물한다) 내 말이 들리니? 소년: 예, 선생님. 블라디미르: 그렇다면? 소년: 잘 모르겠읍니다, 선생님. 블라디미르: 제가 불행한지 아닌지 모른단 말이지? 소년: 모르겠읍니다, 선생님. 블라디미르: 그럼 나와 같구나, (잠시 후에) 너 어디서 잠자니? 소년: 곡간에서요, 선생님. 블라디미르: 네 동생과 함께? 소년: 예, 선생님. 블라디미르: 건초더미 속에서? 소년: 예, 선생님. 잠시 후 블라디미르: 좋아, 가봐라. 소년: 고도님에게 무엇이라고 전할까요, 선생님. 블라디미르: 그분에게... (머뭇거린다) 그분에게 네가 우릴 봤다고 해라. (잠시 후) 너 우릴 잘 봤지? 소년: 예, 선생님. (뒤로 물러나며 머뭇거리다가 뛰어나간다) 갑자기 조명이 어두워진다. 잠시 후에 밤이 된다. 무대 후면에서 달이 돋아 올라 고정된 자리에서 무대를 은빛으로 물들인다. 블라디미르: 결국! (에스트라공이 일어나 신발을 손에 들고 블라디미르 있는 쪽으로 간다. 신발을 난간 근처에 내려 놓고는 다시 일어나 달을 쳐다본다) 자네 무얼 하지? 에스트라공: 당신과 똑같지. 나도 저 창백한 것을 쳐다보고 있는거지. 블라디미르: 아니 신발을 가지구 무얼 하느냐구. 잠시 후 에스트라공: 여기에 두는 거지. (잠시 후) 누군가 나같은... 같은... 사람, 허지만 발이 나보다 작은 사람이 오면 이 신발들은 그의 발에 꼭 맞을꺼야. 블라디미르: 그렇다고 맨발로 갈 순 없잖아. 에스트라공: 예수도 맨발로 걸었는 걸. 블라디미르: 예수! 예수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 널 예수와 비교하는건 아니겠지! 에스트라공: 평생 나를 그와 비교했는 걸. 블라디미르: 예수 살던 곳은 더운 곳이었다구! 날씨도 좋고. 에스트라공: 그래서 빨리 십자가에 못박은거지. 침묵 블라디미르: 우린 여기서 아무것도 할게 없어. 에스트라공: 다른 곳도 마찬가지야. 블라디미르: 고고, 그렇게 굴지 말라구. 내일이면 모든게 해결될 텐데. 에스트라공: 어떻게? 블라디미르: 어린애 얘기하는 것 들었잖아? 블라디미르: 그애 말이 내일은 고도가 틀림없이 올 거라구. (잠시 후) 어떻게 생각하나? 에스트라공: 그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이 말씀이지. 블라디미르: 돌았나? 어디가서 은신을 해야지. (그는 에스트라공의 팔을 잡아 끈다) 이리 오라구. (그를 잡아다닌다. 에스트라공은 처음엔 따라가더니 반항한다. 둘이 선다) 에스트라공: (나무를 쳐다보며) 우리도 무슨 줄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블라디미르: 이리 오라구. 점점 쌀쌀해지니. (잡아당긴다. 위와 마찬가지 동작) 에스트라공: 내일 내가 줄을 갖고 오는걸 잊지 말도록 상기시켜 줘. 블라디미르: 그래, 이리 오라구. (잡아당긴다. 위와 같은 동작) 에스트라공: 우리가 이렇게 늘 함께 있은 지가 얼마나 됐지? 블라디미르: 잘 모르겠네. 글쎄, 한 오십년. 에스트라공: 당신 내가 듀랑스 강물에 몸을 던진 날을 기억하오? 블라디미르: 돈도를 따고 있을 때였지. 에스트라공: 당신이 날 건져냈지. 블라디미르: 그건 이제 지난 과거의 일이고. 에스트라공: 내 옷들을 햇빛에 말렸지. 블라디미르: 자, 그 생각 그만하구 이리 오라구. (위와 마찬가지 동작) 에스트라공: 잠깐. 블라디미르: 나 추운데. 에스트라공: 각자 혼자 씩 있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잠시 후) 우린 같은 길을 걸을 팔자가 아니었는데. 블라디미르: (골내지 않고) 그걸 누가 알수 있나. 에스트라공: 아니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어. 블라디미르: 자네 생각이 서로 헤어지는게 좋다고 생각한다면 헤어지는거지. 에스트라공: 지금은 그럴 필요없구. 침묵 에스트라공: 그럼 갈까? 블라디미르: 같이 감세.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 막이 내린다 - <제2막> 그 다음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 난간 근처에 에스트라공의 신발이 뒤굽을 나란히 대고 앞부리는 따로 벌려져 있다. 럭키의 자가 같은 장소에 있다. 나무에 잎들이 달려 있다. 블라디미르가 급히 들어온다. 걸음을 멈추고 나무를 한동안 바라다 본다. 그러더니 갑자기 무대위를 이리저리 성큼성큼 걷기 시작한다. 그가 다시 신발 있는 곳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몸을 굽혀 한짝을 주워서 들여다보고 냄새 맡더니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다시 급한 발걸음을 띠기 시작한다. 오른쪽 무대 끝에서 걸음을 멈추어 이마에 손을 대고 먼 곳을 한참 바라다본다. 다시 왔다갔다 하다가 왼쪽 무대 끝에서 멈추고 같은 동작을 한다. 왔다갔다 하다가 갑자기 손을 대고, 머리를 뒤로 젖힌 후, 고래고래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블라디미르: 개 한마리가 들어왔네... (너무 낮은 소리로 시작했기 때문에 중단하고는 기침을 하고 좀 더 놓은 소리로 다시 시작한다) 멍멍이 한 마리가 들어왔네. 주방 안으로 들어와서 송아지 순대를 슬쩍했다네. 그러나 국자들고 나타난 요리장은 그 멍멍이를 두들겨 때려 죽였다네. 그걸 본 다른 멍멍이 동지들은 급히 서둘러 장사를 치러 주었다네. - 노래를 중단하고는 잠시 사색에 잠겼다가 다시 시작한다. 그걸 본 다른 멍멍이 동지들은 급히 서둘러 장사를 치러 주었다네. 하얀 나무로 된 십자가 아래. 그곳엔 이런 글이 씌어 있다네. 멍멍이 한 마리가 들어왔네, 주방 안으로 들어와서 송아지 순대를 슬쩍 했다네. 그러자 국자를 들고 나타난 요리장은 그 멍멍이를 두들겨 때려 죽였다네. 그걸 본 다를 멍멍이 동지들은 급히 서둘러 장사를 치러 주었다네. - 그는 노래를 중단한다. 마찬가지 동작. 그걸 본 다를 멍멍이 동지들은 급히 서둘러 장사를 치러 주었다네. - 노래를 중단하고 마찬가지 동작. 더 낮은 목소리. 급히 서둘러 장사를 치러 주었다네. - 입을 다물고 움직이지 않은채 한참 있다가 다시 흥분한 사람처름 무대 위를 이러저리 왔다갔다 한다. 다시 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가 신발 앞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왼쪽 무대 뒤로 뒤어가서 먼 곳을 쳐다보다가 오른쪽 무대 뒤켠 멀리 쳐다본다. 그러자 에스트라공이 맨발 벗고 고개를 숙인채 왼쪽 무대 입구로 들어와서 무대를 천천히 통과한다. 블라디미르가 돌아서서 그를 본다. 블라디미르: 또 왔어! (에스트라공이 걸음을 멈추지만 고개는 들지 않는다. 블라디미르가 그에게 간다) 자, 이리와 내가 껴안아 줄테니. 에스트라공: 날 건드리지 말라고! 블라디미르가 괴로운듯이 걸음을 멈춘다. 침묵 블라디미르: 자네 내가 가버리길 원하나? (잠시 후) 고고! (잠깐있다가 블라디미르가 그를 자세히 본다) 두들겨 맞았나? (잠시 후) 고고야! (에스트라공은 여전히 침묵을 지킨다, 머리를 숙인채) 엊저녁 어디서 잤지? (침묵 블라디미르가 다가선다) 에스트라공: 날 건드리지 말라고! 묻지도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같이 있어! 블라디미르: 내 언제 자네 떠났었나? 에스트라공: 날 떠나게 내버려 두었지. 블라디미르: 나를 좀 봐! (에스트라공은 움직이지 않는다. 쩡쩡 울리는 소리로) 나를 좀 보라고 그러지 않아! - 에스트라공이 고개를 든다. 서로 뒤로 물러 섰다가 앞으로 나오고 마치 예술품 앞에서 처럼 고개를 숙였다가 서로 쳐다보며 조금씩 떨면서 상대방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껴안고는 서로 등을 두드려준다. 둘이 떨어지자 에스트라공은 부축을 받지 않게 되어 하마터면 자빠질뻔 했다. 에스트라공: 지긋지긋한 하루였어! 블라디미르: 누가 자넬 지치게 만들었나? 말해 봐. 에스트라공: 하루가 도 지난거야. 블라디미르: 아직 끝난건 아니지. 에스트라공: 내게는 끝난거지. 무슨 일이 있어도. (침묵) 당신 조금 전에 노래했지. 내 들었다구. 블라디미르: 사실이야. 생각이 나는군. 에스트라공: 들으면서 가슴아팠다네. 속으로 저 친구 혼자있으면서 내가 영영 떠난 줄 알고 노래하는군 하고 생각했다네. 블라디미르: 자기 기분을 마음대로 지배할 수 없는 법이거든. 별난 기분이었어. (잠시 후) 밤 새 한번도 잠을 깨지 않았거든. 에스트라공: (슬픈 표정을 짓고) 내 말대로잖아. 나와 같이 있지 않을 땐 당신 소변 보는게 고통스럽지 않지. 블라디미르: 네 생각이 몹시 났구나... 그러면서 동시에 난 홀로 기뻤었지. 이상하지 않아? 에스트라공: (분개하여) 기뻤다니? 블라디미르: (한참 생각해 보더니) 표현이 잘못 됐는지 모르겠구만. 에스트라공: 그래 지금은 어때? 블라디미르: (숙고해 보고 나서) 지금... (기뻐서) 네가 다시 돌아왔지 않아... (무표정하게) 자, 우리 둘이 모였어... (슬프게) 나도 다시 여기 있고. 에스트라공: 당신 보다시피 내가 있으면 당신 건강이 덜 좋아. 나 역시 컨디션이 낫고. 블라디미르: (삐쭉하며) 그럼 왜 자넨 밤낮 되돌아 오지? 에스트라공: 나도 알 수 없어 블라디미르: 허나 난 그이유를 알지. 왜냐하면 자네 혼자선 자기 방어를 할 수 없으니까 그런거지. 만약 내가 자네와 같이 있었더라면 자네 두들겨 맞는걸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텐데. 에스트라공: 당신도 내가 맞는 걸 막아내지 못했을거야. 블라디미르: 왜? 에스트라공: 그들은 열 명이나 되었으니까. 블라디미르: 내 얘긴 그게 아니고 자네가 두들겨 맞지 않도록 붙잡고 있었으리라는 말일세. 에스트라공: 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블라디미르: 그렇담 왜 두들겨 팬거지. 에스트라공: 모르겠어. 블라디미르: 아니야, 고고, 자넨 알 수 없겠지만 나는 알겠어. 짐작이 좀 갈 텐데. 에스트라공: 당신한테 난 아무짓도 안했다고 했잖아. 블라디미르: 아마 그러지도 모르지. 하지만 무얼 하든 안 하든간에 살고 싶으면 어떻게 처신하느냐 하는게 중요하다구. 자, 이제 그런 이야기 그만 그치고, 자네 돌아왔으니 나는 기쁘이. 에스트라공: 그들은 열 명이었다고. 블라디미르: 자네도 속으론 기쁘지. 솔직이 말하게. 에스트라공: 무엇 말인가. 블라디미르: 날 다시 보게 된 것이. 에스트라공: 당신 그렇다고 생각하나? 블라디미르: 그렇다고 해 줘. 실상 그렇지 않아도. 에스트라공: 무어라고 말해야 된담? 블라디미르: 나는 기쁘다고 말해 주게. 에스트라공: 나는 기뻐. 블라디미르: 나 역시. 에스트라공: 나 역시. 블라디미르: 우린 기뻐. 에스트라공: 우린 기뻐. (침묵) 기쁘니 우리 무얼 할까?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리잖아. 에스트라공: 사실 그렇구만. 침묵 블라디미르: 어제 이후 이곳에 새로운 게 있다구. 에스트라공: 그가 오지 않는다면? 블라디미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다가) 생각해 보세. (잠시 후) 네 자네한테 어제 이후 이곳에 새로운 게 있다구 하잖아. 에스트라공: 모든 데서 고름이 흐르거든 블라디미르: 저 나무를 좀 보라구. 에스트라공: 같은 고름 속에 두 번 빠질 순 없지. 블라디미르: 내가 나무를 보라구 하잖아. 에스트라공이 나무를 쳐다본다. 에스트라공: 저 나무 어젠 저기 있었는데. 블라디미르: 있었다구. 기억나지 않는 모양이군. 우리 까닥하다간 거기에 목매달아 죽을 뻔 했지. (잠시 생각한다) 정말. (단어를 띠엄띠엄 발음하면서) 목-매달아-죽을뻔-했지. 하지만 자네가 싫다고 해서. 기억나지 않아? 에스트라공: 아마 꿈을 꾼게지. 블라디미르: 자네 그걸 벌써 잊어버렸나. 에스트라공: 본래 그렇게 생긴걸. 금방 잊어버리든가 아니면 절대 잊어 버리지 않지. 블라디미르: 뽀조와 럭키도 잊어버렸단 말인가? 에스트라공: 뽀조와 럭키? 블라디미르: 다 잊어버렸군! 에스트라공: 어느 미친놈이 날 발길로 걷어찼다는건 생각이 나는데. 블라디미르: 그게 럭키였다고! 에스트라공: 그건 생각이 나는데. 헌데 그게 언제쯤이었더라. 블라디미르: 그놈을 끌고다니던 사람 기억나나? 에스트라공: 그 사람이 나한테 뼈다귀를 줬지. 블라디미르: 그게 뽀조였다구. 에스트라공: 당신 그게 어제 일었단 말이지. 블라디미르: 그렇다고. 잘 생각해 봐. 에스트라공: 이 장소에서. 블라디미르: 물론이지! 알아보지 못 하겠나? 에스트라공: (갑자기 화를 내며) 알아보라니! 알아볼 게 무어 있단 말인가? 난 평생 모래밭에만 굴러다녔는데! 당신을 나더러 거기에서 뉘앙스를 찾아보라구! (한바퀴 돌아보고는) 이 더러운 꼴들을 좀 보라구! 난 전연 꼼짝하지 않았는데! 블라디미르: 진정하게 진정해. 에스트라공: 그렇다면 당신 경치 얘긴 그만두고! 지하 얘기나 하구려! 블라디미르: 어찌 됐든지 자네 이게(손짓으로 가리킨다) 보끌뤼즈지방과 닮았다구는 말하지 않겠지? 큰 차이가 있으니까. 에스트라공: 르. 보끄뤼즈지방에 갔다오지 않았는데! 난 먹구 오줌이나 싸는 내 인생을 여기에서 지냈는데! 여기! 개똥 같은 라. 매르드끌뤼즈에서! 블라디미르: 허지만 우리같이 보끌뤄즈에 가지 않았나? 그게 거짓말이라면 내 손가락에 불을 켜지. 우리 포도따기를 같이 했지. 그렇지, 루씨용의 보넬리라는 사람네 집에서. 에스트라공: (좀 진정을 하고) 있을 수 있는 일이지. 난 전연 아무것도 눈여겨 보지 않았으니. 블라디미르: 그 공장은 온통 빨간 색깔이었지. 에스트라공: (더 참을 수 없어 하며) 난 아무것도 눈여겨 본게 없다구 하잖아! 침묵. 블라디미르가 깊은 한숨을 쉰다. 블라디미르: 자넨 무척 까다롭구만, 고고. 에스트라공: 헤어지는게 훨씬 낫겠어. 블라디미르: 자네 늘 그 말 했지. 그리고 번번이 다시 되돌아오고. 침묵 에스트라공: 제대로 헤어지려면 날 죽여야 할꺼야. 먼저번 사람 처럼. 블라디미르: 누구처럼? (잠시 후 ) 누구처럼 이라구! 에스트라공: 다른 수많은 사람들처럼. 블라디미르: (점잖은 태를 보이며) 우리 각자 자기의 십자가를 지는거야. (한숨을 쉰다) 에스트라공: 그동안 우리 흥분하지 말고 조용히 얘기해 봄세. 얘기 안 하고는 못배기니. 블라디미르: 정말 그래. 우리 둘이는 아무리 얘기해두 끝이 안나니까. 에스트라공: 얘기하는 건 잡생각 안 하려고 하기 때문이지. 블라디미르: 우린 그런 구실을 갖고 있고. 에스트라공: 다른 소리 듣지 않기 위해서도. 블라디미르: 우린 그런 이유를 갖고 있어. 에스트라공: 모든 사자의 목소리를. 블라디미르: 그런 것들이 날아가는 소리를 내거든. 에스트라공: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블라디미르: 모래알을 밟는 소리를. 에스트라공: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침묵 블라디미르: 그 모든게 한꺼번에 말을 하지. 에스트라공: 모두 한 마디씩. 침묵 블라디미르: 속인다고나 할까. 에스트라공: 중얼거리지. 블라디미르: 속삭인다구. 에스트라공: 중얼거린다구. 침묵 블라디미르: 무어라구들 말하지? 에스트라공: 그들의 인생에 대해서. 블라디미르: 목숨만 붙어 사는 것 가지고는 충분치 않다는거야. 에스트라공: 그들이 얘기해야 대. 블라디미르: 죽었다구만 하는 것으론 부족하다는 말씀이지. 에스트라공: 그걸 가지곤 충분치 않아. 침묵 블라디미르: 펜을 굴리는 소리가 나는군. 에스트라공: 나뭇잎 소리지. 블라디미르: 재 소리라구. 에스트라공: 나뭇잎 소리라니까. 긴 침묵 블라디미르: 무슨 얘기 좀 하라구. 에스트라공: 무얼 말할까 생각중이라구. 블라디미르: (괴로와하며) 아무거라도 말하게. 에스트라공: 이젠 무얼 할까?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리는 거지. 에스트라공: 정말 그렇군. 침묵 블라디미르: 기다리기 힘들어! 에스트라공: 노래 좀 해보라구. 블라디미르: 안, 못하겠어.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하다가)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 하라면 되겠지. 에스트라공: 그건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군. 블라디미르: 처음 시작이 어려운 거지. 에스트라공: 아무것에서부터든 출발하면 되니까. 블라디미르: 그래도 무엇인가 정해야지. 에스트라공: 사실이야. 침묵 블라디미르: 날 좀 도와줘. 에스트라공: 나 무얼 좀 생각중이야. 침묵 블라디미르: 찾으려고 애쓰면 무슨 소리가 들리는 법이거든. 에스트라공: 참말 그래 블라디미르: 그렇게 되면 찾아내는 걸 불가능하게 하지. 에스트라공: 맞았어. 블라디미르: 그건 생각하는 걸 막거든. 에스트라공: 그렇다구 생각 못하는 건 아니지. 블라디미르: 아니야, 생각할 수 없게 돼. 에스트라공: 그렇다구 생각하나? 블라디미르: 전혀 생각할 수 없게 되거든. 에스트라공: 생각할 수 없다구 해서 안달할 것도 없잖아? 블라디미르: 생각한다는 게 최악의 수단은 아니거든. 에스트라공: 다 지당하고 옳으신 말씀인데, 그래두 어느 정도는 그렇다구? 에스트라공: 사실이 그래. 자, 서로 질문을 해 보자구. 블라디미르: 그게 그렇다니 무슨 얘기야. 에스트라공: 그 점을 빼면 그렇다는 거지. 블라디미르: 물론 그렇긴 해. 에스트라공: 그러면? 우린 행복하다구 해 둘까? 블라디미르: 생각을 했다는 건 무서운 일이야. 에스트라공: 생각해 본 일이 있던가? 블라디미르: 그런데 이 시체들은 모두 어디서 오는거지? 에스트라공: 납골당에서. 블라디미르: 맞았어. 에스트라공: 물론 그렇지. 블라디미르: 약간은 생각했던 게 틀림없어. 에스트라공: 맨 처음에 말이지. 블라디미르: 납골당. 에스트라공: 쳐다보지만 않으면 되는거야. 블라디미르: 눈을 그쪽으로 잡아다니는데 안 봐. 에스트라공: 허긴 그래. 블라디미르: 안 보려구 애써도 소용 없다구. 에스트라공: 결사적으로 우리의 시선을 대자연으로 향하여야 해. 블라디미르: 그럴려고 해 보았지. 에스트라공: 사실 그래. 블라디미르: 오! 물론 그게 최악의 수단은 아니지. 에스트라공: 무엇 말이야! 블라디미르: 생각해 봤다는 것 말일세. 에스트라공: 물론 그야 그렇지. 블라디미르: 생각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에스트라공: 도리 없지 않아? 블라디미르: 그렇긴 그래. 침묵 에스트라공: 그게 조금씩 시간을 보내기에는 참 괜찮았는데. 블라디미르: 이젠 딴 걸 찾아야 하겠어. 에스트라공: 자, 그러니. 블라디미르: 자, 그러니. 에스트라공: 자, 그러니. 그들이 생각에 잠긴다. 블라디미르: 내 무슨 얘기를 하던 중이더라? 다시 계속하면 되겠는데. 에스트라공: 언제 말인데. 블라디미르: 맨 처음에 말일세. 에스트라공: 무엇의 처음에? 블라디미르: 오늘 저녁, 내 무어라구 했더라... 에스트라공: 제길. 그걸 나에게 묻는건 좀 지나치지 않아. 블라디미르: 잠깐... 서로 껴안았었고... 기뻤었고... 기쁘니 무얼할까... 기다린다... 자... 올 것이고, 기다린다... 기쁘니까... 기다린다... 자... 아! 에스트라공: 나무라니? 블라디미르: 생각 안나? 에스트라공: 피곤해서. 블라디미르: 좀 쳐다보라구. 에스트라공이 나무를 쳐다본다. 에스트라공: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블라디미르: 어제 저녁엔 모든 게 캄캄하고 앙상하였지! 오늘은 나뭇잎으로 온통 덮혀 있잖아. 에스트라공: 나뭇잎으로? 블라디미르: 단 하루밤 사이에! 에스트라공: 아마 봄인게지. 블라디미르: 단 하루밤 사이에. 에스트라공: 어제 우리 여기에 오지 않았다구 했지않아. 어제밤 악몽을 꾼게로군. 블라디미르: 그럼 네 말대로 하면 어제 어디 있었지? 에스트라공: 알 수 있나. 다른 칸에. 공터가 모자라는건 아니니까. 블라디미르: (자신 있게) 좋아. 우리 엊저녁에 여기 오지 않았어. 그렇다면 우리가 무얼 했느냐 말이야! 에스트라공: 우리가 엊저녁에 무얼 했냐구? 블라디미르: 생각 좀 해봐. 에스트라공: 그저 잡담이나 했겠지. 블라디미르: (정신을 가다듬고) 무엇에 대해서? 에스트라공: 아...무어 이것저것에 관해서. 신발에 대해서. (틀림없다는 태도로) 맞았어, 이제 생각이 나는데. 엊저녁 우린 신발 얘기를 했지. 한 반세기 전부터 그 얘기지만. 블라디미르: 다른 사실이나 상황 같은 건 생각나지 않나? 에스트라공: (지쳐서) 날 괴롭히지 말라구, 디디. 블라디미르: 해, 달, 같은 것도? 생각나지 않는단 말이지. 에스트라공: 그것들 거기 있었겠지. 언제나 처럼 말일세. 블라디미르: 좀 특수한 것 본 기억 없나? 에스트라공: 미안하네. 블라디미르: 뽀조랑 럭키는? 에스트라공: 뽀조? 블라디미르: 뼈다귀 말이야. 에스트라공: 등뼈라고 하는 편이 낫겠는데. 블라디미르: 그걸 준 이가 뽀조라구. 에스트라공: 모르겠는데. 블라디미르: 발길로 얻어 채인건? 에스트라공: 발길로 얻어 차인 것? 그래 맞았어, 발길로 얻어 채였지. 블라디미르: 걷어찬게 럭키라고. 에스트라공: 이게 모두 엊저녁 얘기든가? 블라디미르: 다리를 이리 내봐. 에스트라공: 어느쪽 말인가? 블라디미르: 두 쪽 다, 바지를 걷어올리고. (에스트라공은 한 쪽 발로 땅을 딛고 발을 내밀다가 자빠질 뻔 한다. 블라디미르가 발을 잡자 에스트라공은 몸을 가누지 못한다.) 네 바지를 좀 올리라고. 에스트라공: (비틀거리며) 안 되는데. 블라디미르가 바지를 올리고는 발을 쳐다보고선 내려놓는다. 에스트라공이 자빠질 뻔 한다. 블라디미르: 저쪽 발. (에스트라공이 방금 내민 발과 마찬가지 발을 내민다) 저쪽이라고 하지 않아! (저쪽 발도 마찬가지 모양으로 살펴보더니) 이거 보라구, 상처가 썩기 시작하는군. 에스트라공: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블라디미르: 네 신발이 어디있지? 에스트라공: 던졌을 거야. 블라디미르: 언제. 에스트라공: 잘 모르겠어. 블라디미르: 왜? 에스트라공: 생각 안 나는데. 블라디미르: 왜? 에스트라공: 몰라. 블라디미르: 아니, 왜 자네가 그걸 던졌냐구. 에스트라공: 그걸 신고는 다리가 아파서. 블라디미르: (시발을 가리키며) 저기 있지 않아, (에스트라공이 신발을 쳐다 본다) 자네가 엊저녁 놓고 간 그 자리에. 에스트라공이 신발 있는데로 가서 몸을 굽히고는 살펴본다. 에스트라공: 내 신발이 아닌데. 블라디미르: 자네 것이 아니라니! 에스트라공: 내건 까만 신발인데, 이건 노란 색깔이니. 블라디미르: 자네 것이 노랗다구 확신하나? 에스트라공: 말하자면 회색이었지. 블라디미르: 그런데 이건 노랗단 말씀이지? 이리 줘 봐. 에스트라공: (신발 한 짝을 들면서) 이젠 초록 빛깔이 나는데. 블라디미르: (앞으로 다가오며) 이리 내봐. (에스트라공이 그에게 신발짝을 준다. 블라디미르가 그걸 쳐다보더니 화를 내며 던진다) 이런 일도 있구나! 에스트라공: 봤지. 이게 모두... 블라디미르: 이제 알겠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겠어. 에스트라공: 이게 모두... 블라디미르: 이건 누워서 떡먹기처럼 간단한 문제야. 어느놈이 와서 자네 신발을 들고 자기 걸 놓고 간 거야. 에스트라공: 왜 그랬을까? 블라디미르: 자기 것이 맞지 않았으니 그렇겠지. 그래서 자네걸 가져간 거야. 에스트라공: 내건 아주 작았는걸. 블라디미르: 너한테 그렇고 그놈한테는 작지않았으니까. 에스트라공: 피곤해. (잠시 후) 떠나지. 블라디미르: 그럴 수 없어.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리지 않아? 에스트라공: 내 정신 좀 봐. (잠시 후에) 그럼 어떻게 한담? 블라디미르: 별도리가 없지. 에스트라공: 헌데 난 더 못 기다리겠는걸. 블라디미르: 작은 무우 하나 줄까? 에스트라공: 그것밖에 없어? 블라디미르: 작은 무우와 큰 무우가 있어. 에스트라공: 당근은 없나? 블라디미르: 아니. 헌데 자넨 당근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야. 에스트라공: 그럼 작은 무우 하나 줘. (블라디미르가 호주머니를 뒤지나 큰 무우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중에 작은 무우 하나 꺼내어 에스트라공에게 주자 그는 그걸 받아 들여다 보고 냄새를 맡아본다) 까만색이군. 블라디미르: 작은 무우야. 에스트라공: 나는 분홍색 나는 것이 좋은데, 당신도 알다시피! 블라디미르: 그럼 안 먹겠단 말이지. 에스트라공: 난 분홍색이 좋아. 블라디미르: 그럼 그거 이리 내. 에스트라공이 그걸 도루 돌려준다. 에스트라공: 당근 구하러 갈께. 에스트라공은 움직이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이것 참 아무 의미없게 되는데. 에스트라공: 아직 완전히 그렇지는 않고. 침묵 블라디미르: 시험해 보는게 어때? 에스트라공: 다 시험해 보았다구. 블라디미르: 신발 말일세. 에스트라공: 그렇게 생각하나? 블라디미르: 그래서 시간 보내는 거지. (에스트라공이 머뭇거린다) 틀림없이 좋은 기분 전환을 시켜줄거야. 에스트라공: 피로를 풀어주기나 하겠지. 블라디미르: 오락이라구. 에스트라공: 피로 풀어주는 것이라니까. 블라디미르: 어쨌든 신어 봐. 에스트라공: 좀 도와 주겠어? 블라디미르: 물론. 에스트라공: 둘이 있으면 그럭저럭 잘 꾸려나가거든. 그렇지, 디디? 블라디미르: 암 그렇구 말구. 자, 먼저 왼쪽부터 신어보라구. 에스트라공: 언제나 우리가 살아 있다는 인상을 주는 그 무엇을 찾아내기 마련이거든. 블라디미르: (참지 못하여) 그래, 그래 우린 요술장이니까. 허지만 우리가 결정한 목표에서 벗어나지는 말자구. (한 쪽 신발을 집어 든다) 이리 와. 발을 내 봐. (에스트라공이 그에게 가까이 가서 발을 쳐든다) 저쪽 말이야. 이 돼지야. (에스트라공이 딴 발을 든다) 더 높이! (둘이서 서로 붙잡고 무대 위를 뒤뚱거린다. 블라디미르가 끝내 신발을 신기고 만다) 좀 걸어봐. (에스트라공이 걷는다) 어때? 에스트라공: 맞는구만. 블라디미르: (호주머니에서 노끈을 집어내면서) 구두끈을 매어주지. 에스트라공: (미친듯이) 아니야, 아니야, 구두끈 필요없어! 블라디미르: 후회할거라구. 저쪽도 신어보지. (같은동작) 자, 어때? 에스트라공: 이쪽도 맞아. 블라디미르: 발 아프지 않아? 에스트라공: (기대고 몇 발작 떼더니) 아직은 괜찮아. 블라디미르: 그럼 신어줘. 에스트라공: 너무 큰데. 블라디미르: 언젠가 양말을 신게 되면. 에스트라공: 사실 그렇군. 블라디미르: 그럼 신는거지? 에스트라공: 인제 신발 얘긴 그만하구. 블라디미르: 그래 그렇지만. 에스트라공: 됐어 그만! (침묵) 어쨌든 좀 앉아야겠어. 눈으로 어디에 앉을까 살피더니 제 일막에서 앉았던 장소에 가서 앉는다. 블라디미르: 그게 바로 엊저녁 자네가 앉았던 곳이라구. 침묵 에스트라공: 잠 좀 잤으면 좋겠는데. 블라디미르: 엊저녁 좀 잤지 않아. 에스트라공: 좀 자야겠어. 그는 머리를 양 무릎 사이에 넣고 태아의 앉는 모양을 한다. 블라디미르: 좀 기다려 봐. (에스트라공은 가까이 가서 큰 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한다) 자장, 자장. 에스트라공: (머리를 들면서) 너무 크게 하지마. 블라디미르: (덜 크게) 자장, 자장. 자거라, 자장, 자장, 자장, 자거라... 에스트라공이 잠든다. 블라디미르는 자기 상의를 벗어서 그의 어깨를 덮어준 다음, 몸에 열을 나게 하려고 팔을 길게, 넓게 운동시킨다. 후다닥 깨어난 에스트라공은 일어나서 급히 몇 발자국 가 본다. 블라디미르가 그에게 뛰어가서 자기 팔로 그를 감싼다. 블라디미르: 저기... 저기... 나는 저기 있어... 겁내지 말라고. 에스트라공: 난 자빠지기도 하였지. 블라디미르: 이젠 끝났어. 더 이상 생각 말자구. 에스트라공: 난 순간적으로... 블라디미르: 아니, 난 아무 얘기도 하고 싶지 않아. 이리 오라구 좀 걸을테니. 블라디미르는 에스트라공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게 시킨다. 에스트라공이 더 이상 못가겠다고 할 때까지. 에스트라공: 되었어! 나는 피곤하니. 블라디미르: 자네 저기서서 아무것도 않는 편이 더 낫겠지. 에스트라공: 응. 블라디미르: 생각나는대로 하라구. (그는 에스트라공을 놓아 주고는 자기 상의를 집어 입는다) 에스트라공: 그만 가자구. 블라디미르: 갈 수 없어.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리나까. 에스트라공: 참말. (블라디미르가 다시 왔다갔다 하나 좀 잠자코 있을 순 없나? 블라디미르: 춥군. 에스트라공: 너무 일찍 왔어. 블라디미르: 언제나처럼 밤이 오지 않거든. 에스트라공: 헌데 밤이 오지 않거든. 블라디미르: 엊저녁처럼 말이야 밤은 갑자기 닥치거든. 에스트라공: 그래서 캄캄한 밤이 되지. 블라디미르: 그렇게 되면 우린 떠나도 돼. 에스트라공: 그리고는 다시 낮이 될걸. (잠시 후) 무얼 한담. 무얼 할까? 블라디미르: (발걸음을 멈추며 격한 어조로) 우는 소리를 좀 그만하지 못하겠어? 날 영 성가시게 굴려고 한단 말야. 그놈의 징징우는 소리를 내면서. 에스트라공: 나 가네. 블라디미르: (럭키를 발견하면서) 저런! 에스트라공: 아듀. 블라디미르 럭키의 모자! (가까이 간다) 한 시간 전부터 여기 있으면서 저걸 못보다니! (대단히 만족해 하며) 됐어! 에스트라공: 당신과는 영영 이별이야. 블라디미르: 내가 장소를 제대로 찾아왔거든. 이젠 됐어 (그는 럭키의 모자를 주워서 한참 들여다 보고는 위로 치켜들면서 훌륭한 모자였음이 틀림없어. (그 모자를 자기 모자가 있는 자리에 놓고 자기 모자는 에스트라공에게 준다) 자, 이걸 받아. 에스트라공: 무얼? 블라디미르: 이걸 말야. 에스트라공이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받는다. 블라디미르는 럭키의 모자를 두 손으로 바로잡는다. 에스트라공은 블라디미르의 보자를 자기 모자 자리에 놓고 자기모자는 블라디미르에게 준다. 블라디미르는 에스트라공의 모자를 받는다. 에스트라공은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두 손으로 바로잡는다. 블라디미르는 에스트라공의 모자를 럭키 모자가 있는 자리에 놓고 럭키의 모자를 에스트라공에게 준다. 에스트라공은 럭키의 모자를 받는다. 블라디미르는 두 손으로 에스트라공의 모자를 바로잡는다. 에스트라공은 럭키의 모자를 블라디미르의 모자가 있던 자리에 놓고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블라디미르에게 준다. 블라디미르가 자기 모자를 잡는다. 블라디미르는 자기 모자를 에스트라공의 모자가 있는 자리에 놓고 에스트라공의 모자를 에스트라공에게 돌려준다. 에스트라공이 자기의 모자를 받는다. 블라디미르가 두 손으로 자기의 모자를 바로잡는다. 에스트라공이 자기 모자를 럭키의 모자가 있던 자리에 놓고 럭키의 모자를 블라디미르에게 준다. 블라디미르가 럭키의 모자를 받는다. 블라디미르가 럭키의 모자를 자기 모자가 있던 자리에 놓고 자기 모자를 에스트라공에게 준다. 에스트라공이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받는다. 블라디미르가 두 손으로 럭키의 모자를 바로잡는다. 에스트라공이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블라디미르에게 주자 그는 받아서 에스트라공에게 주고 그는 그걸 받아서 블라디미르에게 주고 그는 그걸 받아서 던진다. 이 모든 것이 빠를 동작으로 이루어진다. 블라디미르: 이 모자 나에게 맞나? 에스트라공: 모르겠어. 블라디미르: 아니, 어떻게 생각하느냐구. 그는 멋을 부리며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는 마네킹의 태를 부린다. 에스트라공: 흉칙하다구. 블라디미르: 보통보다 못한건 아니겠지? 에스트라공: 마찬가지야. 블라디미르: 그렇다면 이걸 갖겠어. 내 모자를 쓰면 머리가 아팠으니까. (잠시 후) 어떻게 표현할까? (잠시 후) 내 머리를 할퀴는 것 같다구. 에스트라공: 나 가네. 블라디미르: 더 놀지 않겠어? 에스트라공: 무얼 하고 놀아? 블라디미르: 뽀조와 럭키 놀음을 하지. 에스트라공: 그런건 알아야 할 말이지. 블라디미르: 내가 럭키역을 할 테니 자네가 뽀조역을 맡게. (럭키의 흉내를 내며 짐을 지고 축 늘어지는 시늉을 한다. 에스트라공이 놀라서 그걸 쳐다본다) 해 보라구. 에스트라공: 무얼 하란 말이야? 블라디미르: 나한테 욕설을 퍼부우라구! 에스트라공: 개 같은 놈! 블라디미르: 더 크게! 에스트라공: 더러운 놈! 못된 놈! 블라디미르는 짐에 눌린 모양을 하고 앞으로 갔다 뒤로 물러섰다 한다. 블라디미르: 나한테 사색하라고 해. 에스트라공: 어떻게? 블라디미르: 이 돼지야, 사색해! 하고 말하라구. 에스트라공: 사색해, 돼지야. 침묵 블라디미르: 사색은 못하겠어! 에스트라공: 그만! 블라디미르: 나한테 춤추라고 해. 에스트라공: 나 가네. 블라디미르: 춤추라고, 이 돼지야! (그는 자기 몸을 그 자리에 서 비틀거린다. 에스트라공은 급히 자리를 떠난다) 못해! (머리를 들고는 에스트라공이 그 곳에 없는 걸 보고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지른다) 고고! (침묵. 그는 무대 위를 종종걸음으로 그리곤 뛰어 다니기 시작한다. 에스트라공이 숨을 헐떡이며 다시 돌아와서 블라디미르에게 달려간다. 둘이서 서로 몇 발자국의 간격을 두고 선다) 자네 끝내 또다시 돌아왔군! 에스트라공: (숨을 헐떡이며) 난 저주 받었어. 블라디미르: 어디까지 갔었는데? 난 자네 영영 떠나간 줄 알았지. 에스트라공: 경사진 곳까지. 그들이 온다네. 블라디미르: 누가? 에스트라공: 누군지 몰라. 블라디미르: 몇 명이나? 에스트라공: 몰라. 블라디미르: (의기양양하게) 고도가 오는거야! 결국은! (감격해서 에스트라공을 끌어안는다) 고고야! 그게 고도라구! (우린 살았어! 그를 마중나가세! 이리와! (에스트라공을 무대 뒷켠으로 잡아끈다. 에스트라공은 싫다고 하며 몸을 빠져나와서는 맞은편 쪽으로 달려간다) 고고야! 다시 돌아 와! (침묵. 블라디미르가 금방 에스트라공이 들어온 쪽으로 뛰어가서 먼 곳을 쳐다본다. 에스트라공이 급히 되돌아와서 블라디미르에게로 뛰어가자 그는 뒤를 돌아다 본다) 자네 다시 와 주었군! 에스트라공: 난 이제 마지막이야. 2: 먼 곳까지 갔었나? 1: 경사진 곳까지. 2: 그러고 보니 우리 있는 곳은 지대가 높은 데로군. 우리가 고지 위에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군. 1: 저쪽에서도 온다구. 2: 우린 포위당했군! (1은 허겁지겁 무대 후면의 막 있는 쪽으로 줄달음질 치다가 막히자 자빠진다) 바보 같으니라구! 그쪽엔 통로가 없어. (블라디미르가 그를 다시 바로세우고 난간 있는 쪽으로 데리고 온다. 청중을 향하여) 저쪽에는 아무도 없단 말이야. 저쪽으로 빠져 나가라구. 어서. (그는 에스트라공을 구덩이 있는 쪽으로 밀어붙인다. 에스트라공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친다) 이것봐. (잠시 생각한다) 꺼져버리라구. 에스트라공: 어디로. 블라디미르: 나무 뒤로. (에스트라공이 뛰어가서 나무 뒤에 서지만 그의 몸이 거의 보인다) 꼼짝하지마! (에스트라공이 나무 뒤에서 나온다) 결국 이 나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군. (에스트라공에게) 자네 좀 돌지 않았어? 에스트라공: (좀 진정을 하며) 내 정신이 좀 나갔어. (부끄러운듯이 고개를 숙인다) 용서하게! (그리곤 머리를 번쩍 들고는 이제 그런 일 없어! 당신 지금부터 보면 알겠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말해 줘. 블라디미르: 아무것도 할 게 없어. 에스트라공: 당신 거기 서 있어. (그는 블라디미르를 왼쪽 무대 쪽으로 데리고 가서 무대 쪽으로 등을 돌리게 하고 길 쪽을 보면서 서 있게 한다) 거기에 움직이지 말고 눈을 크게 뜨고 있어! (자기는 맞은편 무대 출구로 간다. 블라디미르는 그를 어깨 너머로 바라본다. 에스트라공은 걸음을 멈추고 먼 곳을 바라보다가 돌아선다 둘이서 서로 어깨 너머로 바라본다) 옛날 좋은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등을 서로 마주대고! (서로 잠깐 쳐다보다가 자기가 맡은 곳을 지켜본다) 아무도 오는게 안 보여? 블라디미르: 아니. 에스트라공: 나도 안 보이는군. 다시 지켜보다. 침묵 블라디미르: 자네 혹시 잘못 본게 아냐? 에스트라공: (뒤로 돌아서며) 무어라구? 블라디미르: (더 큰 소리로) 자네가 잘못 본게 틀림없다구. 에스트라공: 큰 소리를 내지마. 둘이 다시 지켜보기 시작한다. 긴 침묵 블라디미르 에스트라공: 시에 뒤로 돌아서며) 그게 혹시... 블라디미르: 아! 미안. 에스트라공: 말해 봐. 블라디미르: 아니야! 에스트라공: 뭐가 아니야! 블라디미르: 내 자네 말을 막았어. 에스트라공: 천만에. 성이나서 서로 노려본다. 블라디미르: 자, 체면차리지 말고. 에스트라공: 고집부리지 말구, 어서. 블라디미르: (힘주어) 말하려던 걸 끝내라구. 침묵. 서로 향하여 가까이 가다가 선다. 블라디미르: 불쌍한 친구 같으니! 에스트라공: 그래. 우리 서로 욕질하자구. 블라디미르: 고고야! 에스트라공: 디디야! 블라디미르: 네 손 다구. 에스트라공: 자, 여기. 블라디미르: 내 품안에 와! 에스트라공: 당신 품안에? 블라디미르: (팔을 벌리며) 이 속에. 에스트라공: 그래. 둘이서 껴안는다. 침묵 블라디미르: 재미있을 때 시간도 잘 가거든. 침묵 에스트라공: 이젠 무얼하지. 블라디미르: 우선. 에스트라공: 우선. 침묵 블라디미르: 체조를 하는게 어때? 에스트라공: 몸 운동을. 블라디미르: 부드럽게 하기 운동을. 에스트라공: 몸풀이 운동을. 블라디미르: 회전 운동을. 에스트라공: 몸풀이 운동을. 블라디미르: 우리 몸을 덥게 하기 위하여. 에스트라공: 우리 정신을 가다듬기 위하여. 블라디미르: 시작해 보드라구. 그가 아래 위로 뛰기 시작한다. 에스트라공이 그를 따라간다. 에스트라공: (멈추며) 이만, 나 피곤해서. 블라디미르: (멈추며) 아직 몸의 컨디션이 충분히 좋지 않아. 그래두 숨쉬기라두 해야지. 에스트라공: 나 숨쉬기 더 않겠어. 블라디미르: 자네 말이 옳아. (중지) 그럼 나무처럼이나 하지.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 에스트라공: 나무처럼이라니? 블라디미르가 비틀거리며 나무 흉내를 낸다. 블라디미르: (중단하며) 자, 자네도 해 봐. 에스트라공: 당신은 신이 날 쳐다보고 있다구 생각해? 블라디미르: 눈 감아야 돼. 에스트라공이 눈을 감고는 더 비틀거린다. 에스트라공: (멈추고 이리저리 주먹을 휘둘러대며) 하나님이시여, 저를 불쌍히 여기옵소서! 블라디미르: (화가 나서) 난 어떻게 하구? 에스트라공: (마찬가지 동작으로) 저를! 저를! 불쌍히! 저를! 뽀조와 럭키가 들어온다. 뽀조는 눈이 멀었고 럭키는 제일막에서와 같이 짐을 지고 있다. 제일막에서처럼 포승줄도 있지만 뽀조에게 좀 더 가까이서 럭키를 따라갈 수 있도록 짧게 했다. 럭키는 새 모자를 썼고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보자 걸음을 멈춘다. 뽀조는 계속 걸어가다가 럭키와 부딪친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뒤로 물러선다. 뽀조: (럭키에게 매달리자 럭키는 힘없이 비틀거리다) 누가 있어? 누가 소릴 질렀지? 럭키가 지고 있던걸 모두 떨구면서 자빠진다. 둘이서 짐 한가운데 누워 꼼짝 않고 있다. 에스트라공: 그게 고도야? 블라디미르: 폭싹 자빠지는군. (더미 근처로 가자 에스트라공은 그를 따른다) 인제야 증원군이 왔군. 뽀조: (겁에 질림 목소리로) 살려주시오. 에스트라공: 이게 고도야? 블라디미르: 우리가 맥이 빠지기 시작했었는데. 자, 인제는 오늘 저녁 끝까지 재미있게 됐군. 뽀조: 날 살려! 에스트라공: 저 사람 구해 달라고 하는군. 블라디미르: 이젠 우리만이 홀로 밤을 기다리고, 고도를 기다리고, 기다리지 않게 되었어. 밤새 동안 우린 투쟁을 하였고 우리만의 힘으로 싸웠지. 벌써 내일이 되었군. 에스트라공: 그들은 단지 구해 달라고 하는군. 블라디미르: 이젠 우리만이 홀로 밤을 기다리고, 고도를 기다리고, 기다리지 않게 되었어. 밤새 동안 우린 투쟁을 하였고 우리만의 힘으로 싸웠지. 벌써 내일이 되었군. 에스트라공: 그들은 단지 지나가는 객인데. 뽀조: 날 살려! 에스트라공: 저 사람 구해 달라고 하는군. 블라디미르: 이젠 우리만이 홀로 밤을 기다리고, 고도를 기다리고, 기다리지 않게 되었어. 밤새 동안 우린 투쟁을 하였고 우리만의 힘으로 싸웠지. 벌써 내일이 되었군. 에스트라공: 그들은 단지 지나가는 객인데. 뽀조: 날 살려! 블라디미르: 벌써 시간 지나는게 다르다구. 해는 질 것이고 달이 뜰 것이고 그리고 우린 여길 떠나겠지. 에스트라공: 허지만 저 사람들은 여길 지나가기만 하는 사람들인데. 블라디미르: 그러면 됐지. 뽀조: 살려줘요! 블라디미르: 불쌍한 뽀조. 에스트라공: 난 저 사람인 줄 알았어. 블라디미르: 누가. 에스트라공: 고도. 블라디미르: 그렇지만 저건 고도가 아니라구. 에스트라공: 고도가 아니라구! 블라디미르: 고도가 아니야. 에스트라공: 그럼 누구란 말인가. 블라디미르: 저건 뽀조야. 뽀조: 나야! 나라구! 날 일으켜 줘요! 블라디미르: 혼자 일어날 수 없는 모양이지. 에스트라공: 떠나자구. 블라디미르: 안돼.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에스트라공: 참 그래. 블라디미르: 어쩌면 저사람 너에게 줄 뼈다귀를 갖고 있을거야. 에스트라공: 뼈다귀? 블라디미르: 닭뼈다귀, 생각 안나? 에스트라공: 그게 저 사람이었던가? 블라디미르: 그렇다구. 에스트라공: 좀 달라구 해봐. 블라디미르: 먼저 저 사람을 도와줘야 할 것 아닌가. 에스트라공: 무얼 하는걸 도와준다는 거야? 블라디미르: 일어나는걸. 에스트라공: 혼자 일어나면 되겠구만. 블라디미르: 일어서지 못 한다구. 에스트라공: 어째서? 블라디미르: 모르겠어. 뽀조가 몸부림치며 신음하고 주먹으로 땅을 친다. 에스트라공: 먼저 뼈다귀를 좀 달라구 하면 어떨까? 안 주겠다면 저기에 쳐박아 두고. 블라디미르: 우리 마음대로 저 사람을 처리하자는 말이지. 에스트라공: 그래. 블라디미르: 우리가 도와주는데 조건을 붙이자, 그 말이지. 에스트라공: 맞았어. 블라디미르: 그러고 보니 그게 영리한 생각이야. 그런데 한가지 겁이 나는데. 에스트라공: 무엇이? 블라디미르: 갑자기 럭키가 다 뒤집어 엎지 않을까 하고 말일세. 그렇게 되면 영 볼짱 다 보는게 되니. 에스트라공: 럭키라구? 블라디미르: 어제 자네에게 덤빈 그놈 말일세. 에스트라공: 열 명이 있었다구 했잖아. 블라디미르: 아니 그 전에 자네한테 발길질한 놈 말일세. 에스트라공: 그놈이 저기 있어? 블라디미르: 좀 쳐다보라구. (손짓으로 가리킨다) 당분간은 죽은 듯이 있지만 그러나 저놈이 조만간 발광을 할 수가 있단 말일세. 에스트라공: 그래. 블라디미르: 좋은 생각이야, 허지만 우리가 그럴 힘이 있을까? 저놈이 정말 잠자고 있는 건지? (잠시 후) 아니야, 뽀조가 제발 살려달라고 우릴 부르는 걸 이용하면 제일 좋을 거야. 에스트라공: 더 이상 도와달라고 안하는구만. 블라디미르: 아마 희망을 잃은게지. 에스트라공: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블라디미르: 쓸데없는 얘기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마세. (잠시 후. 격한 어조로) 기회가 왔으니 무슨 수를 써야지. 우릴 필요로 하는게 매일은 아닌데. 아니야, 정확히 말해서 지금 저 사람들이 꼭 우릴 필요로 하고 있는건 아니지. 다른 사람들도 우리만큼 어쩌면 우리보다 더 잘할 터이니까. 우리가 방금 들은 구원요청은 차라리 인류 전체에게 보내어진거야. 단지, 우리가 그걸 원튼 원치 않든 지금 이 시각 이 장소에서 인류란 우리 둘 뿐이지. 너무 늦기전에 그걸 잘 이용해 보세. 단 한 번이라도 잔인한 운명이 우리에게 지워진 멋을 품위 잇게 발휘해 보세. 자네 생각은 어떤가? 에스트라공: 무슨 얘긴지 안 들어서. 블라디미르: 팔짱을 끼고 할까말까 망설이는 것은 우린 우리의 인간 조건을 충실히 따르는 거라구. 호랑이는 동족이 위기에 빠지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뛰어들지. 그렇지 않으면 깊은 숲속으로 도망쳐 버리고. 헌데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거든. 우리가 여기서 무얼 할 것인가 바로 그점을 우리 자신에게 물어봐야 될 문제이거든. 우린 운이 좋게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그렇구 말구. 이 광막한 혼란 가운데서 우리가 고도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것 그 점은 확실하네. 에스트라공: 사실 그래. 블라디미르: 그렇지 않으면 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지. (잠시 후) 우린 지정된 만날 장소에 와 있어. 그게 전부야. 우리는 성인은 아니지만 우리는 만날 장소에 와 잇거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될라구? 에스트라공: 수없이 많지. 블라디미르: 자네 그렇게 생각하나? 에스트라공: 모르겠어. 블라디미르: 그럴 수도 있지. 뽀조: 살려주시오! 블라디미르: 현재의 사항에서 뚜렷한 것은 시간이란 기다리기 무척 지루하고 우리를 무어라고 할까, 처음에는 합리적인 것 같아 보이면서 거기에 우리 자신 습관이 들게 되는 행동으로 치우게 하거든. 자넨 그것이 우리의 이성이 붕괴되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그거야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이성이 깊은 심연의 암흑을 이미 헤매고 있는게 아니겠어. 바로 그 점을 나는 가끔 생각하네. 자네 내 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나. 에스트라공: 우린 모두 날 때부터 정신이 돌았어. 어떤 인간들은 돌은 채 그냥 있지. 뽀조: 살려줘요. 돈 줄 테니! 에스트라공: 얼마 주겠오. 뽀조: 백 프랑. 에스트라공: 그것 가지곤 안 돼. 블라디미르: 나 같으면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겠는데. 에스트라공: 당신은 그거면 충분하단 말이지? 블라디미르: 그게 아니라, 나 같으면 사람이 태어나면서 모두 제 정신을 갖고 나지 않았다고는 확신하지 않는다 그 말이지. 헌데 문제는 거기에 있는게 아니구. 뽀조: 이백 프랑. 블라디미르: 우린 기다리는거지. 지루하게 생각되는군. (손을 든다) 아니야,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만, 우린 뭐니 뭐니 해도 지루함을 실컷 맛보고 있으니까. 좋아. 기분 전환 거리가 제발로 찾아 왔는데도 우린 무얼 하고 있는거야. 그걸 그냥 썩히니. 자 시작하세. (뽀조 쪽으로 가다 멈춘다) 잠시 후엔 모든게 다 사라지고 우린 다시 홀로 남게 될거야. 이 적막 속에서. (몽상에 잠긴다) 뽀조: 이백 프랑. 블라디미르: 곧 갈 테니. 그는 뽀조를 일으키려고 애쓰지만 실패한다. 온 힘을 다 기울이다가 비틀거리며 짐 속에 자빠진다. 일어나려고 하나 실패한다. 에스트라공: 모두 어떻게 된거야. 블라디미르: 살려줘! 에스트라공: 나 가네. 블라디미르: 날 버리구 가지 말라구! 그렇게 되면 이 사람들이 날 죽일거야. 뽀조: 여기가 어디지? 블라디미르: 고고! 뽀조: 나 먼저. 블라디미르: 도와 줘. 에스트라공: 난 가네. 블라디미르: 나 먼저 도와 줘. 그러면 같이 갈께. 에스트라공: 약속하지. 블라디미르: 맹세해. 에스트라공: 우리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 블라디미르: 절대로 안 돌아오지! 에스트라공: 우리 아리에즈에 가지. 블라디미르: 자네가 좋은 데로. 에스트라공: 난 늘 아리에즈에 가서 돌아다니고 싶었거든. 블라디미르: 거기 가서 돌아다니면 되지 않아. 에스트라공: 누가 방귀를 꾸었지. 블라디미르: 뽀조가 꾸었어. 뽀조: 내가 꾸었소! 내가! 날 좀 봐줘! 에스트라공: 구역질 나는군. 블라디미르: 빨리! 빨리! 손 줘! 에스트라공: 난 가네. (잠시 후. 더 큰 소리로) 나 가네. 블라디미르: 결국 나혼자 일어서게 되겠지. (일어나려고 하지만 도로 자빠진다) 조만간 일어나겠지. 에스트라공: 왜 그래? 블라디미르: 꺼져 버려. 에스트라공: 거기 있을 거야? 블라디미르: 당분간. 에스트라공: 일어나자구. 자, 감기 들겠어. 블라디미르: 내 상관 말구. 에스트라공: 자, 디디. 너무 고집부리지 말구. (그가 블라디미르에게 손을 내밀자 블라디미르가 급히 그 손을 잡는다) 자, 일어 섯! 블라디미르: 잡아다녀야지. 에스트라공이 잡아다니다가 비틀거리며 자빠진다. 긴 침묵 뽀조: 나 살려! 블라디미르: 우리 여기 있다구! 뽀조: 당신 누구요. 블라디미르: 우리는 사람들이요. 침묵 에스트라공: 누워 있으니 세상 편하군. 블라디미르: 일어날 수 있나? 에스트라공: 모르겠어. 블라디미르: 일어나 봐. 에스트라공: 조금 있다, 조금 있다가. 침묵 뽀조: 어떻게 된 셈이요? 블라디미르: (큰 소리로) 입 좀 닥치지 못하겠어! 이 콜레라같은 놈 제 생각밖에 못하는군. 에스트라공: 잠좀 자는게 어때. 블라디미르: 저 놈이 말하는것 들었지? 글쎄 어떻게 된 셈이냐고 묻지 않아. 에스트라공: 그냥 놔두고 잠좀 자. 침묵 뽀조: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에스트라공: (팔딱 일어나며) 무어야? 어떻게 된거지? 블라디미르: 잠 들었었나? 에스트라공: 그런 것 같아. 블라디미르: 또 저 개같은 뽀조놈이 그랬지 뭐야! 에스트라공: 입을 꼭 다물고 있으라고 해! 아귀통을 바숴 버려! 블라디미르: (뽀조를 때리며) 가만 있지 못하겠어? 입 닥치지 못해? 이 벌레 같은 놈! (뽀조가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며 빠져나가 기어서 멀어져간다. 가끔 멈추고 눈먼 봉사의 허우적거리는 손짓으로 럭키를 부른다. 블라디미르는 손짓으로 럭키를 부른다. 블라디미르는 팔굼치를 괴고 그가 가는 것을 본다) 그놈! 달아 났네! (뽀조가 쓰러진다. 침묵) 그놈이 자빠졌다. 에스트라공: 그놈이 일었었나? 블라디미르: 아니. 에스트라공: 헌데 당신이 그가 자빠졌다고 했잖아. 블라디미르: 무릎으로 기어 갔었다구. (침묵) 아마 우리가 너무 지나쳤나봐. 에스트라공: 우리가 늘 그런건 아니지. 블라디미르: 그는 우리의 구원을 눈물로 호소했거든. 우리는 귀를 틀어막고 있었고 그가 여러번 요청했지. 우린 그를 때렸어. 에스트라공: 정말 그랬어. 블라디미르: 그는 더 움직이지 않아. 아마 죽었나보지. 에스트라공: 우리가 이 진창에 빠진 것도 그를 도우려고 한 때문이야. 블라디미르: 참말 그랬어. 에스트라공: 당신 너무 세게 두들겨 준 거 아냐? 블라디미르: 힘을 주어 몇 차례 때렸지. 에스트라공: 그러지 말아야겠는데. 블라디미르: 네가 그렇게 하길 바랬잖아. 에스트라공: 허긴 그래. (잠시 후) 이젠 무얼 하지? 블라디미르: 그놈한테 기어가볼까? 에스트라공: 날 떠나지 말아! 블라디미르: 그놈을 부를까? 에스트라공: 그래 부르지. 블라디미르: 뽀조! (잠시 후) 뽀조! (잠시 후) 대답 않는군. 에스트라공: 같이 해보지. 블라디미르: 그놈이 움직였어. 에스트라공: 그놈 이름이 뽀조인게 틀림없어? 블라디미르: (괴로운듯이) 뽀조 씨! 돌아와. 다시 다치지 않을테니. 에스트라공: 딴 이름으로 불러보는게 어떨까! 블라디미르: 너무 심한 상처를 받지나 않았을까 걱정이야. 에스트라공: 아마 재미있을 거야. 블라디미르: 무엇이. 에스트라공: 하나씩 딴 이름으로 불러보는 것 말이야. 시간을 잘 보내게 될거야 그러다보면 진짜 이름이 걸리겠지. 블라디미르: 그의 이름이 뽀조라고 그러지 않아. 에스트라공: 곧 보면 알지. 자, (잠시 생각한다) 아벨! 아벨! 뽀조: 사람살려! 에스트라공: 보라구! 블라디미르: 이런 놀이는 진저리 난다구. 에스트라공: 어쩌면 또 한놈 이름은 카인인지도 모르지. (부른다) 카인! 카인! 뽀조: 날 살려줘! 에스트라공: 온 인류를 상징하는 이름이야. (침묵) 저 조그만 구름 좀 봐. 블라디미르: (눈을 들며) 어디 말이야? 에스트라공: 저기 하늘 꼭대기에. 블라디미르: 그래서? (잠시 후) 그게 뭐 그리 대단한가? (침묵) 에스트라공: 자, 딴 얘기나 꺼내지, 어때? 블라디미르: 내 방금 자네한테 그러자고 하려 했는데. 에스트라공: 무얼 말인가? 블라디미르: 아! 저것 봐. 침묵 에스트라공: 이제 일어나기 시작하는게 어때. 블라디미르: 한번 그래 보지. 둘이서 일어난다. 에스트라공: 그렇게 어렵지 않군. 블라디미르: 모든게 의지력의 문제거든. 에스트라공: 인제 무얼 한담? 뽀조: 사람 살려! 에스트라공: 떠나자구. 블라디미르: 그럴 수 없어.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리니까. 에스트라공: 참 그래. (잠시 후) 무얼 한담? 뽀조: 사람 살려! 블라디미르: 저 사람 구해 주는게 어떨까? 에스트라공: 어떻게 하면 된다? 블라디미르: 저 사람 일어나려구 해. 에스트라공: 그래서. 블라디미르: 누군가 자기를 도와주기 바라거든. 에스트라공: 그럼 도와주지. 다른 생각할게 없잖아? 그들은 뽀조를 도와 일으켜 주고는 간격을 둔다. 뽀조는 다시 자빠진다. 블라디미르: 그를 부축해 주어야 할까 봐.(같은 동작. 뽀조가 둘 사이에서 꼼짝 않고 그들의 목을 손으로 붙잡고 서 있다) 이 작자가 서 있는데 익숙해져야 할 텐데. (뽀조에게) 이제 좀 낫소? 뽀조: 당신들은 누구요. 블라디미르: 정신 좀 나지 않아요? 뽀조: 난 장님이요. (침묵) 에스트라공: 아마 보이지 않는 미래를 더 잘 볼 수 있겠지? 블라디미르: (뽀조에게) 언제부터 그렇소? 뽀조: 내 시력이 아주 좋았다오. 헌데 당신들은 친구요? 에스트라공: (소리를 내어 웃으면서) 저 사람 우리가 친구인가 묻는구만. 블라디미르: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가 자기 친구냐구 물은거야. 에스트라공: 그게 어떻다는거지? 블라디미르: 우린 도와줌으로써 친구라는걸 입증했거든. 에스트라공: 그래 우리가 친구가 아니었다면 도와 주겠다나? 블라디미르: 그랬을지도 모르지. 에스트라공: 물론이지. 뽀조: 당신들 강도가 아니요? 에스트라공: 강도라니? 강도같이 생겼소? 블라디미르: 저런! 그는 장님이잖아. 에스트라공: 피리를 가졌군! 참말. (잠시 후) 저 사람 무얼 말한다. 뽀조: 날 떠나지 마시오. 블라디미르: 그건 문제가 아닌데. 에스트라공: 당분간은. 뽀조: 지금 몇 시지요? 에스트라공: (하늘을 살피며) 가만 있자... 블라디미르:일곱 시?... 여덟 시?... 에스트라공: 지금 무슨 계절인지에 따라 다르지. 뽀조: 저녁인가요? 침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황혼을 쳐다본다. 에스트라공: 해가 떠오르는 것 같은데. 블라디미르: 그럴리 있나. 에스트라공: 만약 새벽이라면? 블라디미르: 바보 같은 소릴 말라구. 저쪽이 서쪽이데. 에스트라공: 당신 그걸 어떻게 알아? 뽀조: (괴로와하며) 지금 저녁입니까? 블라디미르: 해가 움직이지 않는 걸. 에스트라공: 또 올라온다고 내가 말하잖아. 뽀조: 어째 당신네들 대답 안 하시죠? 에스트라공: 당신한테 얼간이 같은 소릴 안 하려니까. 블라디미르: (자신있게) 저녁이랍니다. 신사양반, 우린 저녁에 도착했읍니다. 내 친구가 의심하게 하는데 사실 솔직이 말씀드려 본인도 순간적으로 그렇지 않나하고 생각했읍니다. 허지만 본인이 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온 건 아닙니다. 당신에게 지금 오늘의 하루가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읍니다. (잠시 후) 그 얘긴 그만 드리고 좀 기분이 어떠신지? 에스트라공: 앞으로도 얼마동안이나 저 친구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 (그들은 뽀조를 반쯤 놓았다가 그가 또 자빠지려고 해서 다시 잡는다) 우리가 장승은 아닌데. 블라디미르: 제가 잘 들은건지 모르지만, 예전엔 당신 말씀이 시력이 좋았다구 하셨지요. 뽀조: 예. 꽤 좋았지요. 침묵 에스트라공: (화가 나서) 더 자세히 얘기하라구요. 블라디미르: 가만 좀 놔둬요. 저 사람이 자기 과거의 행복을 다시 기억해 내려고 하잖아. (잠시 후) 좋은 기억...그건 좀 가슴 아플거야. 뽀조: 꽤 좋았지요. 블라디미르: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되셨나요? 뽀조: 모르겠읍니다. 블라디미르: 어제만 하더라도. 뽀조: 질문은 말아주세요. 장님들이란 시간 관념을 갖지 않았으니까요. (잠시 후) 시간에 관계되는 것 역시 보지 못합니다. 블라디미르: 저런! 난 꼭 그 반대인 줄 알았는데. 에스트라공: 나 가네. 뽀조: 여기가 어디지요? 블라디미르: 모릅니다. 뽀조: 혹시 라.뿔랑슈라는 곳이 아닌가요? 블라디미르: 모르겠는데요. 뽀조: 어떻게 생긴 곳인지. 블라디미르: (한바퀴 돌아다 보고는) 묘사할 수 없군요. 아무것도 닮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없구 나무 하나 있읍니다. 뽀조: 그럼 이게 라.뿔랑슈가 아닌가. 에스트라공: (몸을 굽히며) 기분 전환 거리를 얘기하고 있군. 보조: 내 하인은 어디 있지요? 블라디미르: 저기요. 뽀조: 왜 내가 부르는데도 대답 안 하지요? 블라디미르: 모르겠는데요. 자는 것 같은데 죽었는지도 모르죠. 뽀조: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똑똑히 얘기 좀 해 주시지요. 에스트라공: 똑똑히라니! 블라디미르: 당신 둘이 다 넘어진거요. 뽀조: 다쳤는지 가서 좀 봐 주시오. 블라디미르: 당신을 다룰 수 없지 않소? 뽀조: 둘 중에 하나만 가 봐도 되지 않소? 블라디미르: (에스트라공에게) 자네 가 봐. 뽀조: 그래요. 당신 친구가 가보면 되겠군요. 그 사람 냄새도 많이 피우니. 블라디미르: 가서 좀 깨워봐. 에스트라공: 그놈이 나한테 한 걸 생각해 보라구! 죽으면 죽었지 못하겠어. 블라디미르: 그놈이 자네한테 한 일은 기억하고 있구만. 에스트라공: 난 아무 기억도 없어. 나한테 말해 준건 당신이야. 블라디미르: 사실 그래. (뽀조에게) 내 친구는 두려워 하고 있거든요. 뽀조: 두려워할 것 없읍니다. 블라디미르: (에스트라공에게) 헌데 자네가 봤다는 사람들은 어디 갔지? 에스트라공: 모르겠는데. 블라디미르: 어쩌면 어디 이 근처에 쪼그리고 앉아서 우리 얘기를 엿듣고 있는게 아냐? 에스트라공: 그럴거야. 블라디미르: 그냥 오다가 멈췄는지도 모르지. 에스트라공: 그럴 것 같군. 블라디미르: 수기 위하여. 에스트라공: 기력을 회복하려고. 블라디미르: 되돌아갔는지도 모르지. 에스트라공: 그런 것 같아. 블라디미르: 그게 공상에 의한 모습이었는지 모르지. 에스트라공: 환상인 것 같아. 블라디미르: 환각일거야. 뽀조: 저 사람 무얼 기다리죠? 블라디미르: (에스트라공에게) 자네, 무얼 기다리더라? 에스트라공: 난 고도를 기다리지. 블라디미르: (뽀조에게) 내 친구가 두려워 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 드렸지요. 어제 저 친구가 당신 하인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하는데 당신 하인이 그를 찼답니다. 뽀조: 아! 글쎄 저런 인간들에겐 친절하게 해 주면 안 되지요. 친절을 참지 못하니까요. 블라디미르: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뽀조: 먼저 저놈을 질식시키지 않을 정도로 포승줄을 잡아다니도록 시키시오. 대개 그렇게하면 저놈은 무슨 반응을 보리거든요. 그래도 꼼짝 않으면 발길로 몇 대 아랫배와 되도록 얼굴을 까라고 하시오. 블라디미르: (에스트라공에게) 자네도 들은 바와 같이 겁낼 것 하나도 없다구. 이런 기회를 이용해서 복수를 하라구. 에스트라공: 저놈이 만약 덤비면? 뽀조: 아니, 아니야. 저놈은 절대 덤비는 법이 없으니까. 블라디미르: 여차 하면 내가 달려가 도와 줄 테니. 에스트라공: 눈으로 날 지켜야 돼. (그가 럭키 있는 곳으로 간다) 블라디미르: 먼저 그놈이 살아 있나 보라구. 죽었으면 두들겨 줄 필요 없구. 에스트라공: (럭키에게 몸을 가까이하며) 숨을 쉬고 있네. 블라디미르: 그럼 일러 준 대로 해. (갑자기 에스트라공이 소리를 치며 럭키를 미친듯이 발로 찬다. 허지만 차다가 발이 아파 발을 절며 끙끙 소리를 내며 럭키에게서 물러선다. 럭키가 정신을 차린다) 에스트라공: (한 발로 걷다 말고) 아, 제기랄! 에스트라라공이 땅에 앉아서 신발을 벗으려고 애쓴다. 허지만 곧 벗는 걸 포기하고 몸을 움츠리고 머리를 양발 사이에 끼고 팔로 고개를 둘러싼다. 뽀조: 어떻게 된 셈이야? 블라디미르: 내 친구가 좀 다쳤지요. 뽀조: 럭키는 어찌되고? 블라디미르: 아니, 저게 럭키가 아냐? 뽀조: 무어라구? 블라디미르: 저게 럭키죠? 뽀조: 모르겠어. 블라디미르: 당신, 당신은 뽀조죠. 뽀조: 그야 물론 내가 뽀조죠. 블라디미르: 어제와 똑같이? 뽀조: 어제? 블라디미르: 어제 만나지 않았소? (침묵) 기억 안 나세요? 뽀조: 난 어제 아무것도 만난 기억이 없는데요. 허지만 내일 가서는 오늘 누굴 만났는지 전연 기억이 없을꺼요. 그러니 무얼 좀 알아볼려고 나한테 물어봐야 소용 없지요.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서 이젠 지긋지긋 하니까요. 자, 일어나! 블라디미르: 당신이 저놈을 팔려고 쏀.쏘뵈르에게 데리고 갔지요. 당신이 그 얘기를 우리한테 하셨지요. 그가 춤추고 사색하였읍니다. 이제 생각 나시나요? 뽀조: 정 우기신다면 그렇다고 해 둡시다. 제발 날 놔 주시오. (블라디미르가 물러난다) 일어낫! 블라디미르: 저놈이 일어나는군. 럭키가 일어나서 짐을 집는다. 뽀조: 그렇게 해야지. 블라디미르: 이렇게 어디로 떠나십나까? 뽀조: 그건 내가 알바가 아니지요. 블라디미르: 당신 참 많이 변하셨읍니다. 짐을 진 럭키는 뽀조 앞에 와서 선다. 뽀조: 채찍! (럭키가 짐을 내려놓고 채찍을 찾아서 그걸 뽀조에게 주고 짐을 다시 집는다) 줄! (럭키가 짐을 내려놓고 포승줄 끝을 뽀조의 손에 쥐어주고나서 다시 짐을 집는다) 블라디미르: 트렁크 속에는 무엇이 있읍니까? 뽀조: 모래요. (포승줄을 잡아다닌다) 앞으로 갓! (럭키가 비틀거린다. 뽀조가 뒤따라간다) 블라디미르: 잠깐만. 뽀조가 멈춘다. 꾼이 팽팽해진다. 럭키가 들고 있던걸 모두 떨어뜨리면서 자빠진다. 뽀조가 비틀거리며 때를 마춰 줄을 놔주고 그 자리에서 비틀거린다. 블라디미르가 그를 부축인다. 뽀조: 어떻게 된 셈이야? 블라디미르: 저놈이 자빠졌답니다. 뽀조: 빨리 저놈이 잠들기 전에 깨워 주시오. 블라디미르: 내가 당신 부축해 주지 않으면 자빠질꺼 아니요? 뽀조: 괜찮을 것 같은데. 블라디미르 가 럭키를 발길로 걷어찬다. 블라디미르: 일어섯! 돼지! (럭키가 다시 일어나서 짐을 집는다) 저놈이 일어섰군. 뽀조: (손을 내밀면서) 줄! 럭키가 짐을 놓고 포승줄 끝을 뽀조 손에 쥐어주고 다시 짐을 집는다. 블라디미르: 아직 떠나지 마시오. 뽀조: 나 떠나오. 블라디미르: 당신이 도와줄 사람 없는 곳에서 자빠지면 어떻게 할 생각이요? 뽀조: 일어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거요. 블라디미르: 떠나기 전에 그놈을 노래시켜 보세요. 뽀조: 누구한테? 블라디미르: 럭키에게. 뽀조: 노래 하라구? 블라디미르: 예, 그렇지 않으면 사색하라구. 그렇지 않으면 무얼 외어보라구. 뽀조: 저놈은 벙어리인걸. 블라디미르: 벙어리라니! 뽀조: 물론 완전히 신음도 못한다오. 블라디미르: 벙어리라니! 언제부터요? 뽀조: (갑자기 화를 내며) 그 빌어먹을 놈의 시간을 가지고 나를 작작 못살게 구는구료. 주책없는 짓이요! 언제! 언제! 그것밖에 모르니. 다른 날과 하등 다른게 없는 어느날이라고 하면 충분치 않단 말이요? 저놈은 어느날 벙어리가 되었고 나는 어느날 장님이 되었고 또 어느날엔가 우리는 귀머거리가 될거요. 어느 날 우리가 태어났던거와 같이 그 어느날과 마찬가지 날, 마찬가지 순간에 죽을거요. 그걸로 충분치 않단 말이요? (더 또박또박하게) 그 여자들이 무덤에 걸터앉아 출산을 하게 되면 잠깐 해가 비쳤다간 다시 밤이오는거요. (줄을 잡아다닌다) 앞으로 갓! 그들이 나간다. 블라디미르는 그들을 무대 끝까지 바래다주고는 멀리 사라져가는 그들을 쳐다본다. 누군가가 자빠지는 소리와 함께 블라디미르는 자빠지는 흉내를 내는걸 보고 그들이 자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침묵 블라디미르가 에스트라공에게 간다. 그는 자고 있다. 블라디미르가 그를 한참 물끄러미 바라다보다가 그를 깨운다. 에스트라공: (놀란 표정에 알 수 없는 말로 중언부언 하다가 결국에 가서) 왜 당신은 날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거요? 블라디미르: 너무 적적해서. 에스트라공: 난 행복한 꿈을 꾸었는데. 블라디미르: 그러다 보면 시간이 잘 가지. 에스트라공: 난 꿈에... 블라디미르: 그만! (침묵) 난 그 사람이 정말 장님인지 모르겠거든. 에스트라공: 누구 말인데? 블라디미르: 진짜 장님은 자기가 시간 관념이 없다고 할 것인가? 에스트라공: 누가. 블라디미르: 뽀조 말일세. 에스트라공: 그가 장님이라구? 블라디미르: 그가 그렇게 말했어. 에스트라공: 그게 어쨌다는건지. 블라디미르: 헌데 그가 우릴 보는 것 같았거든. 에스트라공: 그렇게 상상을 한거지. (잠시 후) 떠나자구. 아니 갈 순 없지. 사실 그래. (잠시 후) 당신 그게 그가 아니라는 걸 확신해? 블라디미르: 누가 아니라는 걸? 에스트라공: 고도가 아니라는 걸. 블라디미르: 누가? 에스트라공: 뽀조가. 블라디미르: 아니야! 아니야! (잠시 후) 아니라니까. 에스트라공: 그래도 일어나 봐야겠는 걸. (간신히 일어난다) 아얏! 블라디미르: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모르겠군. 에스트라공: 내 발이! (다시 주저앉아 신발을 벗으려고 해 본다) 날 도와줘! 블라디미르: 딴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 난 자고 있었단 말인가? 내가 지금 혹시 잠자구 있는게 아닌지? 내일 내가 잠을 깨었다구 확신하게 될 때 오늘 하루에 대해 무어라구 할 것인지? 내가 나의 친구 에스트라공과 이 자리에서 해가 질 때까지 고도를 기다렸다구 할건가? 뽀조가 하인을 데리고 지나갔고 우리에게 말했다구 할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허지만 이 모든 얘기중 어느 정도가 진실일지? (에스트라공이 신발을 벗으려고 애쓰다가 헛탕을 치고는 다시 쭈그려 앉는다. 블라디미르가 그를 쳐다본다) 저 친구는 아무것도 모를거고 자기가 발로 채였다는 것, 내가 홍당무를 줄 것이라는 걸 말하겠지. (잠시 후) 무덤을 올라타고 어렵게 태어나다. 구덩이 저 밑바닥에서 무덤 파는 사람이 꿈꾸는 모습을 하고 열심히 곡괭이 질을 한다. 나이를 먹어 서서히 늙어가고 대기는 우리의 외침으로 가득차다. (그가 듣는다) 허나 우리의 습관은 아랑곳 없다는 듯. (그는 에스트라공을 쳐다본다) 나역시, 누군가가 나를 바라본다. 저 친구 잠자코 있어, 세상모르고 자고 있어 하고 속으로 생각하지. 잠시 후) 더 계속하지 못하겠군. (잠시 후) 내 방금 무어라고 얘기했던가? 블라디미르는 급히 왔다갔다 하다가 왼쪽 무대 출구 근처에 서서 멀리 바라본다. 소년: 여보세요...(블라디미르가 돌아선다) 알베르 씨. 블라디미르: 다시 계속하자. (잠시 후, 소년에게) 나 알아보지 못하겠어? 소년: 모르겠읍니다, 선생님. 블라디미르: 어제 온게 너였지? 소년: 아닙니다, 선생님. 블라디미르: 오늘 처음 오나? 소년: 그렇습니다, 선생님. 침묵 블라디미르: 고도 씨가 보낸거지? 소년: 예, 선생님. 블라디미르: 오늘 저녁 안 오신다지? 소년: 예, 선생님. 블라디미르: 그렇지만 내일은 오신다지? 소년: 예, 선생님. 블라디미르: 틀림없겠지? 소년: 예, 선생님. 침묵 블라디미르: 오다가 누구 못봤니? 소년: 못 봤읍니다. 선생님. 블라디미르: 두...(머뭇거린다) 사람. 소년: 아무도 못 봤읍니다. 선생님. 침묵 블라디미르: 그분 무얼하시지? 고도 씨 말이야. (잠시 후) 내 말 들리니? 소년: 예, 선생님. 블라디미르: 그렇다면? 소년: 아무것도 안하십니다. 선생님. 침묵 블라디미르: 네 동생은 좀 어때? 소년: 아프답니다, 선생님. 블라디미르: 어제 온게 아마 동생이었지? 소년: 모르겠어요, 선생님. 침묵 블라디미르: 그분 수염 달렸지? 고도 씨 말이다. 소년: 예, 선생님. 블라디미르: 황금색이냐, 아니면...(머뭇거린다)...아니면 검은색이냐? 소년: (머뭇거리며) 흰색 같은데요, 선생님. 침묵 블라디미르: 맙소사. 침묵 소년: 고도 씨한테 무어라구 전할까요? 선생님. 블라디미르: 그분에게...(잠시 중단하였다가)...그분에게 네가 날 보았고 그리고... (잠시 생각한다) 날 보았고, (잠시 후 블라디미르가 앞으로 다가서자 소년이 물러선다. 블라디미르가 멈추자 소년도 멈춘다) 네가 틀림없이 날 보았다고 그래. 너 내일 와서 오늘 나를 만나지 않았다고 하지 않겠지? 침묵. 블라디미르가 갑자기 앞으로 한 발 다가서자 소년이 화살처럼 달아난다. 침묵.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른다. 블라디미르는 꼼짝 않는다. 에스트라공이 잠을 깨고 신을 벗고 일어나서 손으로 신발을 들어 난간 앞에다 놓고는 블라디미르 있는 쪽으로 가서 그를 쳐다본다. 에스트라공: 어떻게 된거야. 블라디미르: 아무렇지도 않아. 에스트라공: 나 가네. 블라디미르: 나도. 침묵 에스트라공: 내가 오래 자든가? 블라디미르: 모르겠어. 침묵 에스트라공: 어디로 갈까? 블라디미르: 아무데나 가까운 곳으로. 에스트라공: 아니야,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버리자구. 블라디미르: 그렇 수 없어.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내일 다시 와야 되니까. 에스트라공: 어째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리려고. 에스트라공: 참 그렇군. (잠시 후) 오늘 안 왔던가? 블라디미르: 아니. 에스트라공: 이젠 시간이 너무 늦었는 걸. 블라디미르: 그래 방이거든. 에스트라공: 우리가 그를 팽개쳐 둔다면? (잠시 후) 우리가 그를 팽개쳐 둔다면? 블라디미르: 그렇게 되면 그는 우릴 벌 줄거야. (침묵. 그는 나무를 쳐다본다) 나무는 혼자서 사는 데. 에스트라공: (나무를 쳐다보며) 이게 뭐야. 블라디미르: 나무야. 에스트라공: 아니 무슨 종류의 나무냐구. 블라디미르: 모르겠어, 버드나무. 에스트라공: 이리 와 봐. (그가 블라디미르를 나무 있는 쪽으로 끌고 간다. 나무 앞에서 우뚝 선다. 침묵) 목매다는게 어때? 블라디미르: 무엇으로. 에스트라공: 무슨 끄나풀 없어? 블라디미르: 아니. 에스트라공: 그럼 목매달 수 없겠어. 블라디미르: 떠나자구. 에스트라공: 잠깐, 내 혁대가 있어. 블라디미르: 너무 짧지 않아. 에스트라공: 내가 매달리면 당신이 내 발목을 잡아당기라구. 블라디미르: 그럼 내 발목은 누가 당기구? 에스트라공: 참 그렇군. 블라디미르: 그렇다구 해두구 이리 좀 내봐. (에스트라공이 자기 바지를 매고 있는 허리띠를 푼다. 바지통이 너무 넓어 발목까지 내려온다. 둘이서 줄을 쳐다본다) 정 필요하다면 이것으로라도 되겠어. 헌데 튼튼하긴 한지? 에스트라공: 보면 알지. 이리 줘 봐. 둘이서 각자 한끝을 잡고 당긴다. 툭 끊어진다. 둘이서 자빠질 뻔 한다. 블라디미르: 이것 가지곤 안 돼. 침묵 에스트라공: 디디. 블라디미르: 왜. 에스트라공: 나 이런 생활 계속 못하겠어. 블라디미르: 그런 얘긴 누구나 하지. 에스트라공: 서로 헤어지는게 어때? 좀 낫지 않을까? 블라디미르: 내일 목 매달기로 하지. (잠시 후) 고도가 오지 않는다면 말이야. 에스트라공: 오면 어떻허구. 블라디미르: 우린 구원받게 되는거지. 블라디미르가 자기가 쓰고있던 럭키의 모자를 벗어 그 속을 들여다 보다가 손을 넣어 흔들고는 다시 쓴다. 에스트라공: 자, 갈까? 블라디미르: 네 바지나 바로 입고. 에스트라공: 무어라구? 블라디미르: 네 바지 올려 입으라구. 에스트라공: 내 바지를 벗으라구? 블라디미르: 올려 입으라구. 에스트라공: 참, 그렇군. 그가 바지를 올려 입는다. 침묵. 블라디미르: 자, 떠날까? 에스트라공: 떠나지.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 - 막이 내린다 - 끝. -추방당한 자 (사무엘 베케트 작) 현관 앞의 돌 층계는 높지 않았다. 나는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 몇 번이고 이 층계를 세어보았는 데도 지금은 그 숫자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보도를 디딘 다리를 하나로 세고 첫째 층계에 걸친 다음 다리를 둘로 세어야 하는가, 아니면 보도는 이 숫자에 넣어선 안되는가 전혀 갈피를 못잡았던 것이다. 층계 위에 다 올라간 다음에도 나는 같은 모순에 부딪치곤 했다. 반대의 경우 즉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별로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야 할는지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기로 하자. 그래서 나는 어느 것이 가장 옳은 것인지 알지 못한 채로 완전히 다른 세 개의 숫자에 이르렀던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숫자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할 경우 그것은 이들 세 개의 숫자 중의 어느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는 뜻인 것이다. 서사 기억 속에서, 분명히 그 안에 있긴 하겠지만, 이들 세개의 숫자중 어느 하나가 생각난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그것으로 그칠 뿐 여기서 나머지 두 개의 숫자를 연역해 내지는 못하리라. 그리고 비록 두 개까지 생각해낸다 하더라도 세 번째 것은 알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 기억 속에서 세 개를 모두 생각해 내기 전에는 이 셋을 다 알지는 못할 것이다. 추억이란 참 성가신 것들이다. 그러니 어떤 종류의 일들은, 마음에 걸리는 것들은 생각해서는 안된다기보다는 오히려 생각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생각하지 않고 있으면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재발견될 우려가 잇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진흙이 뛰어넘을 수 없으리만치 이들을 온통 뒤덮어 버리기까지 매일 같이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한참 동안, 충분히 이것들을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어쨌든 층계의 수와 사건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마음에 유의해야 했던 것은 그 층계가 높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아이로 치더라도 그것은 별로 높지 않았다. 매일처럼 오르내리면서 보거나, 층계 위에서 공기놀이며 지금은 이름조차 잊어버린 여러 놀이를 한 덕택에 잘 알고 있던 다른 현관 앞의 층계에 비해서. 하물며 성숙한 인간, 아니 너무나도 성숙해 버린 인간에게 있어서랴. 이런 까닭으로 낙상은 별로 심한 것은 아니었다. 떨어지면서도 나는 현관문이 쾅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추락하는 사이에도 나에게 안도감을 가져다 주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내가 지팡이를 든 주인에게 거리까지 쫓기어 통행인들의 눈 앞에서 지팡이로 얻어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들에게 그러고 싶은 생각만 있었다면 그들은 문을 닫지 않고 그대로 열어 둔 채 현관에 모인 사람이 내가 봉변당하는 것을 즐기고 거기서 하나의 교훈을 끌어내려고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배수구 속에서 몸을 일으키기 전에 이런 추론을 제법 해낼 만큼의 여유를 가졌었다. 이런 조건 아래선 바로 일어나야 할 아무런 까닭도 없었다. 참 기묘한 기억이긴 하지만, 나는 보도에 팔꿈치를 짚고 손바닥으로 귀를 받치고서 나 자신의 입장을 물론 뻔한 입장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 아까보다는 작은 소리였지만 의심할 여지가 없는 소리에 나는 몽상에서 깨어났다. 이 몽상 속에선 이미 아가위나무며 들장미가 만발하는 아름다운 풍경, 꿈과 고운 풍경이 온통 구성되었던 것인데, 나는 두 손을 보도 위에 평평하게 놓고 무릎을 뻗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내 모자가 빙빙 돌면서 하늘을 날아 이쪽으로 떨어진 것 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나꿔채어 머리에 썼다. 그들은 그들의 신의 뜻에 따라 아주 예의바르게 군 셈이다. 그들은 그러고 싶은 마음만 있었다면 이 모자를 자기들 곁에 잡아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이었다. 그래서 돌려준 것이다. 그러나 저주는 중단되고 있었다. 그 모자를 어떻게 묘사하면 좋을까? 또 뭣하러? 내 머리가 결정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최대한의 칫수에 달했을 대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아, 이리 와, 이녀석아, 네 모자를 사러가자. 그는 마치 내 모자가 오래 전부터 정해진 장소에 미리 존재해 있었던 것처럼 곧장 모자가게로 갔다. 나에겐 발언권이 없었다. 어느 모자가게로 가느냐에 대해서도. 아버지는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 의도는 없었으나 내가 젊고 아름다우며 좌우간 신선한 데 비해 자기는 나이가 들고 더럭더럭 살이 쪄 흉한 보라빛을 띠고 있음으로 해서 나를 질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고 종종 자문했던 것이다. 이날 이래로 아버지는 모자 없이 아름다운 밤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외출하는 것을 허용해 주지 않았다. 때로는 어쩔 수 없이 길에서 만나게 되는 같은 나이또래의 젊은이들은 나를 보고 비웃었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타일러 주는 것이었다. 모자 따윈 하찮은 것이다. 그들은 다시 없이 기발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인양 이 모자를 가지고 우스갯거리로 만들려고 하는데 불과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나와 같은 시대 사람들이 얼마나 세련됨이 없는가 언제나 통감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그저 자기만을 갈구해서 영혼을 발버둥치게 하고 있는 나는. 그러나 이것은 아마도 손쉬운 것들, 꼽추가 자기 주먹코에 대해 농담을 하는 종류의 것이리라. 아버지가 죽었을 때 마음만 있었다면 이 모자를 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 때는 이미 하등의 저항도 느끼지 않았으므로 나는 그렇게 하지를 않았다. 그렇긴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묘사해야 좋을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자, 다음 기회에. 나는 일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자기가 몇 살쯤 되었던가 이젠 까마득하게 잊어먹었다. 방금 일어난 일은 나의생애에서 어떤 시대를 그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 자기보다는 그것은 너무나도 많은 다른 요람이나 다른 묘의 비석과 비슷했으므로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허나 나는 사나이로서의 한창 때였다. 분명 세상에서 자기 능력의 완전한 소유라고 불리우는 그런 나이였다고 말해도 과장된 것은 아니라 생각된다. 물론 그렇다. 이것들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선 틀림없이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거리를 가로질러 방금 내쫓긴 집을 뒤돌아봤다. 지금까지 외출할 때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던 이 내가. 그 집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창가에는 제라늄 꽃이 놓여있었다. 나는 요 몇 년동안 제라늄위에 몸을 굽혔던 것이다. 제라늄은 심술궂었다. 허나 나는 마침내 이들을 온통 길들이고 말았던 것이다. 작은 돌 층계 위에 있는 그 집의 문, 나는 그것을 언제나 마음으로부터 감탄하고 있었다. 어떻게 묘사해야 좋을까? 그것은 묵직했으며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구멍이 뚫린 초록색과 백색의 줄무늬의 커버같은 것이 씌어져 그 구멍에서 우뢰같은 소리를 내는 무쇠 손잡이와, (먼지며 벌레, 참새를 막는 용수철달린 동판이 달린) 우편함에 대응하는 갈라진 틈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대충 이런 상태다. 그 집은 같은 갈색의 두 개의 잇대어 세운 기둥에 의해 측면이 보호되고 오른쪽 기둥에 방울이 달려있었다. 커텐은 다시 없이 확실한 취미를 엿보이게 하고 있었다. 굴뚝하나, 부엌의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연기조차 이웃집들의 연기보다도 훨씬 우수가 깃들어 줄곧 파랗게 퍼져 없어지는듯 보였다. 나는 맨 위층인 4층에 있는 자기방 창문을, 마치 모욕을 주는 듯 활짝 열려진 창문을 바라보았다. 한창 대소제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앞으로 몇 시간만 지나면 창문은 닫히고 커텐은 가려진 채 포르말린 분무가 행해지리라. 나는 모두 알고 있었다. 나는 기꺼이 이 집에서 죽으려 했었는데도. 일종의 환시 속에서 나는 문이 열려 내 발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실컷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커텐 뒤에서 엿보는 따위 짓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그러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그럴 수 있었겠지만. 그러나 나는 그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벌집의 작은 구멍에 돌아가서 각기 맡은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긴 하나 나는 그들에게 아무짓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 도시를 잘 알지 못했다. 자기가 태어나고 이생의 첫걸음을 내디딘 곳, 그로부터 내내 나의 발자취를 형편없이 서툴게 박엔 남기지 못했던 모든 종적이 남은 곳을. 나는 좀처럼 외출하지 않았던 것이다 가끔 창가에 서서 커텐을 걷고서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방 깊숙이 있는 침대 쪽으로 돌아가곤 하였다. 이들 모든 공기의 밑바닥에 잠기면 괜히 불안스러웠고 무수한 혼란된 광경의 입구에 서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런 심정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 나는 아직 행동할 수가 있었다. 그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엔. 그러나 나는 먼저 하늘로 눈을 돌렸다. 그 유명한 구원이 찾아오는 하늘, 길이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지 않아 사막 속처럼 자유롭게 방황할 수있는 곳, 어느 방향을 바라봐도 눈길닿는 곳 그 무엇도 가로막지 못하는 하늘로. 매사가 마음대로 잘 안되는 경우 나는 이처럼 하늘에 눈을 돌린다. 그것은 지루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잡답해서 현기증을 일으키게 하는 도시며 전원, 대지로부터, 비록 구름에 덮이거나 남빛을 하고 있거나, 비에 싸여 있거나 간에 거기에 가로 놓여져 있는 하늘을 향해서. 젊었을 때는 나도 들판의 한가운데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뤼느부르의 황야로 갔었다. 들판을 머리속에 그리면서 황야에 간 것이다. 가장 가까이에 다른 황야가 있었는데도 어떤 목소리가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뤼느부르 황야랍니다. 나는 별로 나 자신에 대해서 버릇없는 말투는 쓰지 않았었다. 뤼느(달)라는 요소가 어떤 종류의 역할을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말이야, 뤼느부르의 황야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말 전혀 쓸모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실망하며 그리고 동시에 안도감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렇지, 왠지는 모르지만 나는 동시에 혹은 바로 직후에 어길 수 없는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지 않고서는 결코 실망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엔 그런 일은 종종있는 법이었다. 나는 걷기 시작했다. 참 꼴불견이었다. 하반신의 경직, 마치 자연이 양 무릎의 움직임을 거부한 것 같다. 걸음걸이의 축이 되는 양쪽발의 비정상적인 간격. 이에 반해서 몸뚱이는 그 결점을 뜯어메우기 위한 조작의 결과인 것처럼, 넝마를 되는대로 주워 넣을 푸대같이 연하게, 골반의 예기하기 어려운 급격한 불규칙 동작에 따라 동요하는 것이었다. 나는 몇 번이고 이런 결정을 수정해서, 가슴을 똑바로 펴고, 무릎을 굽히며 두 다리를 번갈아 앞을 내밀려고 노력했다. 적어도 대여섯 번을 시험해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번히 마찬가지 결과로 끝나는 것이었다. 그 말은 목의 평형을 잃고 넘어지고 만다는 뜻이다. 마치 호흡을 할 때처럼 자기가 무엇을 하는가 생각하지 않고 걸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걷는 경우엔, 나는 앞서 말한것처럼 걸어버리고 말았으며, 또 자기 자신에 주의하기 시작하면 두 서너 걸음은 꽤 멋지게 걷지만 이내 넘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이런 까닭에 나는 되는대로 내 버려두기로 결심했다. 이런 자세는 나의 생각으로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내가 지금껏 완전히 해방되지 않는 어떤 성향 때문이기도 하며, 내가 감수성의 강한 나이 때, 즉 성격의 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월이 이 성향에 이바지하였음은 물론이다.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의자뒤에서 최초로 넘어진 것과 고전학급 3년생 때와의 사이에 한없이 이어지는 어떤 시대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해서 나에게는, 반 바지 속에서 오줌을 싸거나 똥을 재리면서도, 이런일은 오전중, 10시나 10시 반경에 제법 규칙적으로 일어난 일이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얼굴로 그래도 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실로 한탄스러운 습관이 있었던 것이다. 옷을 갈아입거나, 틀림없이 기꺼이 거들어 주었을 엄마에게 터놓고 이야기한다는 것 따위는 왠지는 모르지만 생각하기조차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잠자리에 들때까지 작은 허벅다리 사이며, 궁둥이에 따끔거리거나 척척한 고약한 냄새가 나는 배설의 결과를 말라붙게 한 채 뛰어다녔던 것이다. 여기서 생긴것이 이 두 다리의 조심스럽고 딱딱하며 크게 벌린 동작과 상반신의 절망적인 동요로서, 이것은 아마도 적당히 얼버무려서 상대방에게 나는 아무 근심없이 쾌활하며 원기 왕성하다고 믿게하여, 유전적인 류유마티스 때문으로 돌려버린 하반신의 경직에 관한, 자신의 설명을 진자처럼 그럴싸하게 보이려 하였기 때문이었으리라. 나의 청춘의 정열은 그것을 가짐에 따라 점점 닳아져 버려 나의 연령보다도 좀 빨리 우울해지고 의심많아져 조그마한 구석이나 수평의 자세를 열렬히 사랑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젊었을 때의 가련한 해결법, 그것들은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조금도 삼가할 필요따위는 없는 것이다 태연스럽게 되지도 않는 이유를 늘어놓자 안개는 완강히 저항하겠지만. 맑은 날씨였다. 나는 되도록 보도 가까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행길을 전진해 갔다. 막상 행동을 일으키는 판국이 되면 아무리 넓은 보도라도 나에게는 결코 지나치게 넓을 수는 없다. 그러면서 나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나 않을까 근심스러워 못견디는 것이었다. 경관이 나를 불러세우고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차는 차도를, 보행자는 보도를. 마치 구약성서의 말귀 같았다. 그래서 나는 발발기는 것처럼 하면서 보도로 올라가 이루다 표현할 수 없는 잡도 속을 꼭 20보 걸어갔는데, 기필코 아이 하나를 짓밟을 듯하여 땅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잘도 기억하고 있는데 그 아이는 방울이 여러 개 달린 작은 마루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 틀림없이 자기를 망아지거나 페르슈말이라고 믿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안된다는 법이야 없겠지. 할 수만 있으면 기꺼이 그 아이를 짓밟았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아주 싫어했다. 게다가 이렇게 하면 그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리라. 그러나 나는 보복을 두려워 한 것이다. 모두가 동포인 것이다. 이런 생각이 희망을 막아 버리는 것이다. 통행하는 거리에는 이런 더러운 작은 존재들의 전용도로를 설치했어야 할 것이다. 그들의 뚜껑덮힌 4륜마차며 굴림대의 림이며 외발 스케이트며 스쿠우터며 장난감이여 이형, 엄마나 유모, 공 따위, 뭔지는 몰라도 그들의 더러운 하찮은 행복을 위한 것들. 이렇게 해서 나는 넘어졌고 그 바람에 번쩍번쩍 빛나는 금속 조각이며 레이스에 두루 싸인 노부인, 2백파운드나 무게가 나갈것이 틀림없는 노부인도 같이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의 비명으로 순식간에 산더미같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나는 그녀의 비명으로 순식간에 산더미같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나는 그녀의 허벅지뼈가 부러졌으면 했다. 노부인들은 걸핏하면 허벅지뼈를 부러뜨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 정도까지는. 그 혼란을 이용해서 나는 뜻모를 저주의 말을 중얼거리면서 살살 빠져 나왔다. 마치 내가 희생자나 되는 것처럼, 그리고 사실이 그러했다. 그러나 증명하려 해도 할 수는 없었으리라. 어린아이나 갓난 아기들은 결코 린치를 받지 않는다. 어떤 일을 저질러도 미리부터 결백하기 때문이다 나라도 기꺼이 그들에게 린치를 가했으리라. 내 손으로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니 나는 깡패는 아니다.그런 짓을 않고 다른 녀석들을 부추겨서 일을 저지른 다음 그것이 끝나면 한 잔 사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놈의 뒷발치기와 절뚝거리는 사라반드춤을 재개하자마자 나는 두 번째의 경관에게 붙들리고 말았다. 이 경관은 매사가 처음 경관과 꾹 같아서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는 나에게 보도는 만인의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마치 내가 그 족속에 들었지 않음이 명백한 것처럼. 그렇다면, 하고 나는 조금도 헤레크라테스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나더러 개천속에나 떨어지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어디라도 너 좋은데 떨어지렴, 하고 그는 말했다. 좌우간 같은 장소를 점령해서는 안된다. 나는 그의 웃입술을 노렸다. 그것은 적어도 3센티의 두께나 있었다. 나는 그 위에 숨을 내뱉었다. 분명 나는 꽤 자연스럽게 그렇게 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건의 잔인한 압박에 견디다 못해 깊은 한숨을 내뱉는 사람처럼. 그러나 그는 손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틀림없이 시체해부며 시체발굴에 익숙했기 때문이리라. 여느 사람처럼 걸어다닐 수 없다면 하고 그는 말했다. 집에 처박혀 있는게 좋지않으냐. 그것은 바로 내 마음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자택을 마련해 준다고 해서 과히 불쾌한 마음은 아닐 것이었다. 마침 그 때 장례식의 행렬이 지나갔다.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모자가 일제히 벗겨짐과 동시에 몇 천씩 되는 손가락이 움직였다. 나 개인으로서는 만일 십자를 긋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빠졌다면 제대로 하고 싶어 못견뎠을 텐데. 코 밑둥, 배꼽, 왼쪽 젖꼭지, 오른쪽 젖꼭지도. 그런데 그들은 수선스럽게 적당히 손을 가볍게 대고서, 당신을 십자가에 걸고 만다. 전혀 몸차림도 바르게 고치지 않고 두 무릎을 턱 아래에 놓으면서. 두손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가장 열성적인 사람들은 부동의 자세를 취하고서 중얼거렸다. 경관은 어떤가 하고 보니 눈을 지그시 감고 한쪽 손을 경관모자에 대고서 가만히 있었다. 장례행렬 속에서는 열심히 지껄여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틀림없이 죽은 남자나 여자의 생전의 모습이 생각나서 그런 것일께다. 언젠가 영구차의 마구는 두 번다시 같은 것을 쓰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듯하나 나에게는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말들은 마치 시장에 갈 때처럼 방뇨하기도 하고 똥을 싸기도 했다.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그것은 빨리 지나가 버리고 만다. 최후의 나그네 길은 아무리 발리 걸어도 소용없다. 맨 끝의 근친자의 마차가 지나가면 휴식은 끝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시 되살아난다. 다시 조심하려무나, 이런 까닭으로 해서 나는 세 번째로 발을 멈췄다. 나 자신의 의지로, 그리고선 마차를 불러 세웠다. 방금 지나가는 것을 본 마차, 열심히 논의하는 사람들을 만재한 마차가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그것은 검은 칠을 한 커다란 상자 모양의 마차로서 스프링 위에서 좌우로 흔들리며 창문은 작고 승객은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으며 사방 문이 닫힌 방과 같은 냄새를 풍겼다. 나는 모자가 천정에 닿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나는 앞쪽으로 몸을 굽혀서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서 좌석으로 돌아와 등을 진행 방향 쪽으로 댔다. 마침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을 때 어떤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어마꾼의 목소리였다. 아마 그는 유리창 너머로 말을 걸다가 절망하고서 마차 문을 연 것일게다. 나에겐 상대방의 입 수염밖엔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죠? 하고 그는 말했다. 그 말을 하기 위해 일부러 어마대에서 내려온 것이다. 그런데 나는 벌써 꽤 멀리 와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기억속에서 어떤 거리나 어떤 기념비의 이름을 찾아내려고 생각해 봤다. 당신네 마차는 팔 것 아니오? 하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서 이렇게 덧붙였다. 말은 끼지 않고 말이야. 말 같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것보다도 마차는 어떻게 할 셈이니? 몸을 눕히기조차 가능할까? 식사는 누가 날라다 줄까? 동물원으로, 하고 나는 말했다. 너무 빨리 달리지 않도록 하라고. 그는 웃었다. 동물원으로 향하는데 서두른다는 암시가 그를 기쁘게 했음에 틀림없다. 마차를 없애 버린다는데 대한 전망에 대해 웃은 것이 아니라면 말이지만. 아니면 그저 나에게 이 나라는 인간, 마차속에 있는 나의 존재가 그의 성격을 일변시켜, 마침내 어마꾼은 얼굴을 천정 그늘에 가리고서 두 무릎을 유리창에 대고 있는 나를 보고서, 이것이 진짜 가지 마차인가 그것이 정말로 마차인가고 자문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는 당황해서 말을 보고 안심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가 어째서 웃는가를 알고있는 것일까? 어쨌든 그의 웃음은 짧았으며 나를 무죄로 만들어 준 듯했다. 그는 다시 문을 닫고서 어마대로 올라갔다. 잠시 후에 말이 몸을 움직였다. 물론 나는 그 당시 아직 얼마간의 돈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가 임종시에 무조건 선물로 남겨준 얼마간의 금액, 나는 지금까지도 그 돈을 도난당한 것이 아닌가고 생각한다. 그 후로는 이미 한푼없는 빈털털이였다. 그렇다고 해도 나의 생활은 계속되었다. 게다가 내가 이해하는 한은 어느 정도까지. 물건을 산다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정의될 수있는 이런 상태의 커다란 불편은 몸을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가령 문자그대로 빈털털이의 경우 가끔 자기가 처박혀 있는 집에 사람을 시켜 음식을 날라오게 하는 따위는 거의 없다. 따라서 불과불 외출해서 움직여 다니지 않으면 안된다. 적어도 1주일에 하루는. 이런 조건 아래서는 별로 솜씨를 부릴 여지가 없다. 강제되는 것이다. 그 결과 자기에 관계되는 문제도 사람들이 나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간 지난 다음이었다. 어떤 경위였는지 지금은 잊어먹었다. 나는 신문을 읽지 않았으며 그 당시 아무와도 잡담을 했다는 기억도 없다. 아마 세 번인가 네 번 음식문제로 말을 한 것을 제외하고선. 좌우간 어떤 방법으로, 아마 풍문으로 귀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코 니디에 변호사 있는 곳에 뭣하러 출두했겠는가, 어떤 종류의 이름은 암만해도 잊어버리게 안된다는 것은 기묘한 이야기다. 게다가 그로서는 결코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리라. 그는 나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것은 꽤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었다. 나는 모자 안쪽에 붙어있는 금속제의 이니시얼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아무 증명으로도 되지는 않았으나 확률은 높여주었다. 서명하시오, 하고 그는 말했다. 그는 원통형의 자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소라도 때려죽일 수 있을 정도의 것이었다. 셈을 하십시오, 하고 그는 말했다. 어떤 젊은 여자가, 아마도 매춘부이겠지만 이 회견에 열석했다. 다분히 입회인의 역할이었으리라. 나는 돈다발을 호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좋지 않구료 하고 그는 말했다. 나는 그가 서명시키기 전에 셈을 끝내도록 요구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는 편이 한결 분명했었을 것이리다. 당신은 어디서 뵐 수 있읍니까? 하고 그는 물었다. 만일의 경우에는? 계단 아래서 나는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잠시후 나는 다시 계단을 올라가서 그에게 이 돈이 어디서 왔는가를 물어보고 나에게는 그것을 알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여성의 이름을 말했으나 잊어먹고 말았다. 아마 그 여성은 아직도 산의를 입고 있을때 나를 무릎에 안고 나는 그녀에게 사랑의 말을 속삭였으리라. 때로는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산의를 입었을 때의 이야기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 이미 실기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말에 관해서는. 이런 까닭으로 해서 그 돈덕택에 나에겐 아직도 약간의 돈이 있었던 것이다. 극히 적은 것이지만. 그것은 장래의 생활에 의해 분할되어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하긴 나의 이 예측이 염세주의에 의해 과오를 범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고서지만. 나는 모자곁의 칸막이, 나의 계산이 옳다면 어마꾼의 등 그 자체를 쾅쾅 쳤다. 쿳션에서 먼지가 보얗게났다. 나는 호주머니에서 돌을 꺼내 마차가 정차할 때까지 그 돌로 두드렸다. 대개의 마차가 서기전에 보이는 그런 속도의 감소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 마차는 갑자기 정지했다. 나는 기다렸다. 마차는 진동하고 있었다. 어마꾼은 높은 좌석 위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음에 틀림없다. 나눈 육안으로 보듯이 말을 응시했다. 말은 불과 얼마 안되는 휴식에 의해서도 의기소침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았다. 양쪽 귀를 꼿꼿이 세우고 주의 깊은 태도였다. 나는 창문으로 바라봤다. 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또 한 번 정차할 때까지 칸막이를 두드렸다. 어마꾼이 욕지거리를 하면서 어마대에서 내려왔다. 나는 그가 문을 열지 못하도록 창문 유리를 내렸다. 더 빨리, 더 빨리, 그의 얼굴은 새빨갛다 못해 보라빛으로 되었다. 분노, 혹은 주행중의 바람. 나는 오늘 온종일 그를 고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3시에 장례식이 있다고 대답했다. 아아, 사자들. 나는 이젠 동물원엘 가기 싫다고 전했다. 동물원엔 가지 말기로 하자고 나는 말했다. 어디를 가건 마찬가지다. 하긴 동물이 있으니까 너무 멀어선 곤란하지만 하고 그는 대답했다. 미개인들의 언어의 특수성에 관해서는 많이 이야기 들은 바가 있다. 나는 그에게 레스토랑을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덧붙여 말했다. 당신도 같이 먹는거야. 그런 장소는 단골손님과 동행하는게 십상이다. 정확히 같은 길이의 두 발 짜리의 자를 측면에 늘어놓은 길다란 테이블이 있었다. 이 테이블 넘어로 그는 자기의 생활이며 처에 관한 것 동물에 대한 것 그리고 떠 이어서 생활이야기 특히 그의 성격으로 인한 궁색한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나에게 제아무리한 날씨 때에도 밖에 나와 있다는 것이 어떻다는 것을 이해하느냐고 물었다. 지금도 주차하고 있는 마차속에서 온기를 취하면서 하루를 지내며 손님이 깨워 일으켜 주기를 기다리는 어마꾼들이 있는 것을 나는 알았다. 옛날이라면 그런 일도 할 수 있었겠지만 오늘날엔 생활의 마지막에 지출분을 되찾고 싶으면 달리 방법이 필요한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자신의 입장, 내가 잃은 것과 찾고 있는 것을 이야기해 줬다. 우리 두 사람 모두 이해하기 위해 설명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온갖 짓을 했다. 그는 내가 방을 잃었으므로 다른 방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했으나 그 이외의 것은 모두 머리 속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내가 가구가 달린 방을 구한다고 멋대로 생각하고서 이젠 그 무엇으로도 그의 머리에서 이것을 씻어 낼 수가 없었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어제것, 아니 어쩌면 그저께 치의 석간신문을 꺼내어 3행 광고를 훑어보기 시작하였고 장차 경마에 이길 말 위에서 떨던 것과 작은 연필로 그 중 다섯 개나 여섯 개 아래에 선을 그었다. 아마도 그는 만일 자기가 나의 입장이라면 언더라인을 쳤음에 틀림없는 것, 혹은 동물을 위해 같은 지구에 대응하는 것에 언더라인을 쳤으리라. 특히 가구에 관해서는 방에는 침대밖엔 인정치 않는다는 것, 내가 들여놓기로 동의할 때까지는 모든 가구는 물론 나이로 테이블까지도 제거해야 한다고 내가 그에게 말해줌으로써 분명 그의 마음을 혼란시키는 데 그치고 말았다고 생각한다. 3시경 우리들은 말을 일으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그가 언더라인을 쳐 준 주소를 순서대로라고 생각하면서, 차례차례로 방문했다. 짧은 겨울의 하루는 종말에 가까와 오고 있었다. 때로 나는 이들이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나날인 것처럼 생각된다. 그리고 유독 그 중에서도 그 매력적인 순간, 밤의 말살이 거기서부터 태어나는 그 순간이. 그가 언더라인을 쳤다기보다는 차라리 하층 계급의 사람들이 흔히 하듯이 십자 표시를 친 몇군데 주소를, 그는 그것들이 못쓰겠다고 판명됨에 따라 사선으로 지워갔다. 후에 그는 이 신문을 나에게 내밀면서 이미 알아봤으나 쓸모가 없었던 곳을 두 번 다시 찾지 않아도 되도록 내가 잘 보존해 두라고 권했다. 닫혀진 창문유리며 마차의 끽끽거리는 소리, 왕래의 소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높은 어마대 위에서 혼자 노래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장례식보다도 나를 택했던 것이다. 이것은 영구히 계속될 듯한 일이었다. 그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젊은 영웅이 잠든 나라에서 멀리 떨어져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이 이 문귀뿐이다. 정차할 때마다, 그는 어마대 위에서 내려서 내가 내리는 것을 거들어 주었다. 나는 그가 지시한 집의 방울을 울리고 때로는 집 안으로 사라졌다. 지금껏 잘 기억하고 있는 데 그토록 긴 시간이 지난후 자기 주위에 또다시 집안이라는 것을 느낀다는 것은 몹시나 괴상한 일처럼 생각되었다. 그는 보도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또 마차에 타는 4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 어마꾼이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또 어마대 위로 기어올라가고 그리고 차는 다시 출발했다. 이윽고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는 차를 세웠다. 나는 졸음을 뿌리치고서 내리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그는 문을 열어 내 팔을 잡아주러 오지 않았다. 그는 호롱에 불을 붙였다. 나는 석유 호롱불을 좋아했다. 설사 양초 호롱불이라도 그리고 내가 안 최초의 빛인 하늘의 별을 제외하고서는. 나는 그에게 두 번째 호롱에 불을 붙여달라고 부탁했다. 처음것은 그가 자기 손으로 점화했기 때문이다. 그가 성냥갑을 넘겨주었으므로 나는 경첩이 달린 둥글고 작은 유리를 열고 점화하자 이내 닫았다. 바람이 심지에 닿지 않게 그리고 작은 집 속에서 조용히 밝고 따뜻하게 타듯이. 나에겐 다음과 같은 즐거움이 있었다. 이 호롱불의 빛으로는 우리들은 말의 희미한 형태 이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다른 사람들은 멀리에서 두 개의 노란 반점이 각기 독립해서 흔들리며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는것이다. 마차가 거리를 둘 때 경우에 따라서는 빨갛게 되기도 하고 초록색으로 되기도 하는 하나의 눈이 보였다. 그림 유리 속처럼 말고 끝이 뾰족한 불록꼴의 마름모 무늬. 마지막 주소를 찾아본 다음에 어마꾼은 낯익은 호텔로 안내하겠다고 제의해 왔다. 거기라면 안정이 될 것이다. 착실한 어마꾼, 호텔-이것은 정말이리라. 그의 소개라면 아무 걱정도 할 필요도 없으리라. 설비는 갖춰있읍죠 하며 그는 눈을 깜박거리면서 말했다. 분명 이 대화는 방금 들어갔다 나온 집 앞의 보도에서 주고 받은 것으로 안다. 나는 상기한다. 호롱불 불빛아래서 말의 움푹 조인 옆구리 그리고 문의 손잡이 위에는 어마꾼의 양털장갑을 낀 손. 나는 마치 지붕보다 머리길이만큼 키가 켰다. 나는 그에게 한 잔 하자고 제의했다. 말은 하루종일 마시지도 먹지도 않았다. 이 점을 어마꾼에게 지적하자 그의 말은 외양간에 돌아가서가 아니면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다는 대꾸였다. 만일 작업중에 아주 사소한 것, 가령 사과하나, 설탕 한 덩어리라도 먹이면 말은 배탈이 나서 복통을 일으켜 이 이상은 전진할 수 없을 뿐만아니라 치명적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까닭으로 해서 그는 어떤 이유로 말에서 눈을 돌려 볼일을 볼 때마다 통행인들의 선의로 괴롬을 당하지 않도록 가죽끈을 써서 턱을 묶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두 석잔 마시자 어마꾼은 제발 자기와 자기의 처에게 경의를 표하는 뜻으로 그의 집에서 자고 가도록 부탁했다. 과히 멀지는 않았다. 예의 그 유명한 후퇴의 은혜를 이용해서 잘 반성해 보니 그는 요컨데 그 날은 자기 집 주위를 빙빙돈 데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어느 안뜰 깊숙이 있는 마구간 위에 살고 있었다. 아주 멋진 상황이었다..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엄청나게 엉덩이가 큰 처에게 나를 소개하자 그는 우리들을 남겨놓고 사라졌다. 나와 단 둘이 되어서 그녀는 멋적은 듯했다. 그것은 잘 알수 있었다. 그녀의 기분은 이해할 수 있었으나 나는 그런 경우라도 태연했다. 그것을 그치게 하건 계속 그렇게 만들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럼 그치게 하자. 나는 마구간으로 내려가서 잘 테니까 하고 말했다. 어마꾼은 항의했다. 나는 버티었다. 그는 처의 주의를 내 머리 정수리에 생긴 부스럼 쪽으로 돌렸다. 나는 예의상 모자를 벗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짜내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어마꾼은 무척 높이 평가하고 있는 의사, 그의 변비를 제거해 준 의사의 이름을 대주었다. 꼭 마구간에서 나고 싶다면, 하고 처가 말했다. 마구간에서 재우면 되지 않아요. 어마꾼은 테이블 위의 호롱불을 손에 들고서 처를 깜깜한 어둠 속에 남겨둔 채 마구간으로 통하는 계단이라기보다는 사닥다리 앞에 서서 안내했다. 그는 한쪽 구석 토방 볏짚 위에 말을 덮어주는 덮개를 깔고 어둠 속에서 뭔가를 볼 필요가 생길 경우를 위해서 성냥갑 하나를 남겨주고 갔다. 그동안 말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지 않다. 어둠 속에 누워있자 말이 물을 마실 때 내는 소리, 이것은 아주 특수한 것이다. 쥐들이 갑자기 닫는 소리, 그리고 머리 위에서 나를 멋대로 비평하고 있는 어마꾼과 처와의 은은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성냥갑을 손에 쥐고 있었다. 대형의 스웨덴 성냥이다.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켜 한 개피를 그어봤다. 짧은 불꽃에 의해서도 마차의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마구간에 불을 지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가 이내 사라졌다. 어둠 속에서 마차를 찾아서 문을 열었다. 쥐가 튀어나왔으나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좌석에 앉자 마차는 이젠 수평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굴대가 땅바닥에 놓여져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편이 훨씬 좋았다. 덕택에 나는 두 다리를 머리보다도 높이 상대편 좌석 위에 올려놓고서 멋지게 몸을 눕힐 수가 있었다. 밤중에도 몇 번이고 말이 창문으로 들여다 보았으며 그 콧김을 느꼈다. 수레에서 풀어낸 말은 마차에 있는 나의 존재를 이상하게 생각했음에 틀림없다. 덮개를 씌울 것을 잊어먹었기 때문에 나는 추웠다. 허나 그것을 찾으러 갈 만큼 춥지는 않았다. 마차의 창문에서 보니 점차 환하게 마구간 창이 보이게 됐다. 나는 마차에서 밖으로 나갔다. 마구간 속은 전처럼 어둡지 않고 구유통, 마초 시렁, 매달려 있는 마구, 나아가서는 물통이며 솔 따위가 희미하게 보였다. 문있는 데까지 갔으나 열리지가 않았다. 말은 나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도대체 말들은 전혀 잠을 안자는 것일까? 어마꾼은 말을 붙들어 매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가령 구유통 앞에. 이런 까닭으로 해서 나는 창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손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손쉽다는 것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두 손을 편편하게 안들 땅바닥에 짚었으나 허리는 창틀에 끼어서 아직껏 몸부림치고 있었다. 몸을 빠져나오게 하기 위해서 두 손으로 풀수풀을 움켜쥐고 잡아당겼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외투를 벗어 창문으로 던진 것 같은데 그것도 아울러 생각해야 하리라. 앞뜰로부터 나오자 나는 뭔가를 생각했다. 피로. 나는 성냥갑 속에 지폐 한 장을 집어넣고서 앞뜰로 되돌아와 방금 빠져나온 창가에 그 갑을 놓았다. 말은 창가에 있었다. 그러나 거리에 나와 잠시 걷다간 나는 다시 안뜰로 되돌아가 지폐를 꺼냈다. 성냥은 그냥 남겨두었다.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은 여전히 창가에 있었다. 이 말에도 이젠 진절머리가 났다. 밤이 부옇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되도록 빨리 햇볕에 쬐이고 싶다고 생각하고 무턱대고 해뜨는 동녘을 향해 갔다. 수평선이거나 사막의 지평선이었으면 좋았을걸. 아침에 바깥에 있을 때 나는 태양을 마중하러 간다. 그리고 저녁 때 밖에 있을 때는 태양의 뒤를 따라간다. 사자들이 있는 곳까지.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으련만. 아마 다음 기회에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리라. 인간들이여, 이것들이 서로 잘 닮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리라. 끝. 노름의 끝장 <사무엘 베케느 작> 등장 인물: 햄, 크로브, 네그, 넬 가구가 없는 방안. 잿빛이 감도는 어두컴컴한 방안. 무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오른쪽과 왼쪽 벽에 높다랗게 두 개의 창문이 나 있고 거기엔 커어튼이 드리워져 있다. 오른쪽, 무대 앞 쪽으로 도어가 있고 그 도어 가까이에 뒤집어서 걸어 놓은 액자. 왼쪽, 무대 앞 쪽에 한 장의 낡은 시이트로 뒤엎힌, 서로 나란히 붙여 놓은 쓰레기통인 드럼통 두개. 중앙에 한 장의 낡은 시이트를 뒤집어 쓰고 바퀴 달린 의장에 앉아 있는 햄. 의자 곁에 꼼짝도 하지 않고 크로브가 햄을 내려다 보고 있다. 매우 붉은 얼굴이다. 크로브는 왼쪽 창 밑으로 간다. 뒤뚱거리며 쓰러질 듯한 걸음걸이다. 머리를 뒤로 젖혀서 왼쪽 창문을 쳐다본다. 목을 돌려서 오른쪽 창문을 바라본다. 오른쪽 창 밑으로 간다. 머리를 뒤로 젖혀서 오른쪽 창문을 쳐다본다. 밖으로 나가서 곧 발판을 가지고 되돌아오자 그것을 왼쪽 창문 밑에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커어튼을 열어 젖힌다. 발판에서 내려 오른쪽 창문을 향해 여섯 걸음 걷고 발판을 가지러 되돌아오자 그것을 왼쪽 창문 밑에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커어튼을 열어 젖힌다. 발판에서 내려와 왼쪽 창을 향해 세 걸음 걷고 발판을 가지러 되돌아가서 그것을 왼쪽 창 밑에 놓은 다음 위에 올라서서 바깥을 내다본다. 짧은 웃음. 발판에서 내려 오른쪽 창문을 향해 한 걸음 걷고 발판을 가지러 되돌아와서 오른쪽 창 밑에 놓고 위에 올라서서 창밖을 내다본다. 짧은 웃음. 발판에서 내려 드럼통쪽으로 가서 발판을 가지러 되돌아 오고 그것을 들어올리자 생각을 고쳐먹고 그것을 도로 내려놓은 다음 드럼통 쪽으로 가서 뒤덮힌 시이트를 벗겨 정성들여 개서 한 쪽 팔에 걸친다. 한 쪽 드럼통의 뚜껑을 들어올려 몸을 굽혀서 속을 들여다 본다. 짧은 웃음. 뚜껑을 닫는다. 또 하나의 드럼통에서 같은 짓을 되풀이한다. 다음에 햄 쪽으로 가서 뒤집어 쓰고 있는 시이트를 벗긴 다음 정성들여 개서 한 쪽 팔에 걸친다. 실내복을 입고 펠트의 둥근 모자를 썼으며 핏자국이 묻은 커다란 손수건으로 얼굴을 덮고 목에는 호루라기 첵 무늬의 여행용 담요를 무릎에 걸치고 두꺼운 양말을 신고 햄은 잠자고 있는 듯하다. 크로브는 햄을 바라다 본다. 짧은 웃음. 도어 쪽으로 가서 멈추어서 되돌아보고 무대를 바라다 본 다음 객석을 돌아다 본다. 크로브: (어떤 한 점을 응시한 채, 단조로운 목소리로) 끝, 끝이다, 끝나려고 하고 있다. 아마 끝날 것이다. (사이) 차례차례로 한 알 한 알이 모여서 어느 날 갑자기 퇴적으로 작은 퇴적으로 아무런 가치도 없는 퇴적이 된다. (사이) 이제 나를 벌할 수는 없다. (사이) 세로 3미터, 가로 3미터, 높이 3미터인 부엌으로 가자. 그 녀석이 피리를 불 때까지 테이블에 기대어 벽을 보고 있자. 크로브는 잠시 동안 그대로 서 있다. 그리하여 나가려고 한다. 곧 되돌아와서 발판을 들고 나간다. (사이) 햄이 꿈틀거린다. 손수건 아래에서 하품을 한다. 얼굴에서 손수건을 치운다. 매우 붉은 얼굴. 검은 색안경. 햄: 어어어-(하품)-내(사이) 차례다. (손수건을 자기 앞에 펼쳐든 채) 꽤 오래 쓴 물건이다. (안경을 벗고 눈과 얼굴을 닦은 다음 다시 그것을 쓰고 손수건을 정성들여 개서 얌전히 실내옷의 가슴계에 붙은 호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가슴팍 있는 데의 끈을 늦춘 다음 두 손을 한데 모아 손가락을 서로 맞춘다) 도대체 어어(하품)-나만큼... 나만큼 가련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있었는지도 몰라. 옛날에는. 그러나 지금엔? (사이) 우리 아버지? (사이) 어머니? (사이) 나의...개? (사이) 아냐,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의 괴로움이 있는지도몰라. 그러나 그것으로 우리들의 괴로움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하겠는가? 있는지도 모르지. (사이) 아니, 모든 것은, 어어어-(하품)-절대적이다. (자랑스럽게) 위대한 만큼 충실해있다. (사이. 음울하게) 그만큼 공허다. (코를 푼다) 크로브! (사이) 아니 나는 외톨박이였지. (사이) 엄청난 환상이다-그것도 복수의! 그 밀림! (사이) 이제 지긋지긋하다. 끝나도 좋을 때다, 이 숨어사는 집에서도. (사이) 그런데도 나는 주저하고 있다... 끝나게 하는 것을 주저한다. 그렇군, 확실히 그렇군, 이제 끝나도 좋을 때인데도, 나는 아직 어어어-(하품)- 끝나게 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하품) 아아, 피로하구나, 차라리 잠이나 자는게 좋겠다. (호루라기를 길게 한 번 분다. 크로브가 재빨리 나온다. 그리하여 의자 곁에 멈추어 선다) 네가 오니 공기가 탁해지는구나! (사이) 준비해 주게, 나는 잘 테니. 크로브: 조금 전에 깨웠잖아. 햄: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크로브: 깨웠다. 잠자게 했다, 5분마다 할 순 없단 말이야. 나도 일이 있단 말이야. 사이 햄: 너, 내 눈을 본 일이 없지? 크로브: 없어. 햄: 내가 자고 있는 동안에 안경을 벗기고 한 번 봤으면 하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단 말이야? 크로브: 눈까풀을 쳐들고 말이야? (사이) 아니. 햄: 언젠가 보여주지. (사이) 아무래도 거짓말 같군. (사이) 지금 몇 시나 됐지? 크로브: 언제나 같은 시간이야. 햄: 봤단 말이지? 크로브: 그럼. 햄: 그래서? 크로브: 제로(Zero). 햄: 비가 오지 않으면 안될 텐데. 크로브: 오지 않을거야. 사이 햄: 다른 일은 어때? 크로브: 그저 그래. 햄: 기분은 늘 같은 상탠가? 크로브: (초조하게) 그저 그렇다고 했잖아. 햄: 응, 좀 이상한 기분이다. (사이) 크로브. 크로브: 응. 햄:이젠 지긋지긋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크로브: 생각하고 말고! (사이) 뭐가? 햄: 이...이런...일이 말야. 크로브: 벌써 옛날부터 그랬어. (사이) 당신을 그렇잖았어? 햄: (음울하게) 그럼, 앞으로도 변치 않겠군. 크로브: 끝날는지도 몰라. (사이) 한평생, 내내 같은 물음에 같은 대답이란 말이지. 햄: 준비해 주게. (크로브 움직이지 않는다) 시이트를 가져와. (크로브 꼼짝도 하지 않는다) 크로브. 크로브: 응. 햄: 이제 먹을 것이라곤 아무것도 주지 않겠어. 크로브: 그렇게 되면 둘 다 죽잖아. 햄: 죽지 않을 정도의 것은 주지. 그러나 넌 늘 주린배가 될 거야. 크로브: 그렇다면 둘다 죽지 않는다. (사이) 시이트를 갖다 주지. 크로브 도어 쪽으로 간다. 햄: 그만 둬. (크로브 멈추어 선다) 하루에 비스킷 한 기씩만 주지. (사이) 한 개 반. (사이) 무엇 때문에 나와 함께 있지? 크로브: 왜 가지 못하게 말려? 햄: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크로브: 어디 다른데가 없기 때문이다. (사이) 햄: 그러나 너는 내게서 떠나갈 것이다. 크로브: 노력은 하고 있어. 햄: 내가 좋은 게 아니로군. 크로브: 응. 햄: 옛날에는 좋아했지. 크로브: 옛날 말인가! 햄: 너무 고생을 많이 시켰어. (사이) 그렇지? 크로브: 그렇잖아. 햄: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생시키지 않았단 말인가? 크로브: 시켰고 말고. 햄: (흐뭇한 표정으로) 암 그렇고 말고! (사이. 냉정하게) 용서해 주게. (사이. 다시 강조해서 강하게) 용서해 달라고 말하잖아. 크로브: 듣고 있단 말이야. (사이) 출혈은 좀 어때? 햄: 아까보단 좀 덜해. (사이) 진정제를 먹을 시간이 되잖았어? 크로브: 아니. 사이 햄: 네 눈은 좀 어때? 크로브: 나빠. 햄: 다리는. 크로브: 나빠. 햄: 그러나 움직일 순 있잖아? 크로브: 응. 햄: (격렬하게) 그렇다면 움직이란 말야! (크로브는 안 쪽 벽까지 걸어가서 이마와 두 손으로 벽에 기댄다) 어디서 있어? 크로브: 여기. 햄: 되돌아 오란 말이야! (크로브는 의자 곁의 아까 서 있던 곳으로 돌아온다) 어디 있어? 크로브: 여기. 햄: 왜 나를 죽이지 않지? 크로브: 찬장의 자물쇠를 열 줄 모르기 때문이야. 사이 햄: 자전거 바퀴를 두 개 갖다 줘. 크로브: 자전거 바퀴 따위가 어딨어. 햄: 너 자전거는 어떻게 했지? 크로브: 저전거라곤 가져본 일조차 없어. 햄: 그럴 리가 있나. 크로브: 그래도 자전거라도 있을 무렵, 난 그것이 갖고 싶어서 당신 발 아래 엎드려서 애원했잖아. 당신은 날 내쫓고 말았지. 오늘날엔 그 따위가 있을 턱이 있어. 햄: 그럼. 넌 심부름 땐? 나의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러 갈 땐 언제나 걸어갔단 말이야? 크로브: 때론 말을 타고 갈 때도 있지. (한 개의 드럼통 뚜껑이 열리고 네그의 두 손이 나타나서 가장자리에 매달린다. 이어서 머리가 불쑥 올라온다. 나이트 캡을 쓰고 있다. 매우 창백한 얼굴. 네그, 하품을 하며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는다) 나는 가야 돼, 할 일이 있단 말이야. 햄: 부엌에 말인가? 크로브: 응. 햄: 나가면 죽는 줄 알아. (사이) 좋아, 가보란 말야. (크로브, 나간다. 사이) 무얼 꾸미기만 해 봐라. 네그: 내 죽! 햄: 난, 누구라구! 재수없는 종마군! 네그: 내 죽! 햄: 아아! 아뭏든, 늙은이는 없어진 모양이군! 그저 먹는 것 밖엔 머리에 없으니 말이야! (호루라기를 분다. 크로브가 나와서 의자 곁에 선다) 아니, 넌 가 버린 줄 알았는데. 크로브: 아니, 아직. 네그: 내 죽! 햄: 죽을 주도록 해. 크로브: 죽은 이제 없어. 햄: (네그에게) 죽은 이제 없어. 이제 죽을 먹을 수가 없단 말이야. 네그: 죽이 먹고 싶어! 햄: 비스킷이나 한 개 주도록 해. (크로브 나간다) 간음의 되를 범한 자여! 손발은 좀 어때? 네그: 가만 둬달란 말이야. 크로브, 비스킷을 한 손에 들고 나온다. 크로브: 비스킷을 가지고 돌아왔읍니다. 크로브, 비스킷을 네그의 손에 건네 준다. 네그는 그것을 받아쥐고 쓰다듬어 보다가 냄새를 맡는다. 네그: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뭐야, 이건? 크로브: 늘 먹는 비스킷. 네그: (원망스러운 표정을 그대로 짓고) 딱딱하잖아! 난 이것을 먹을 수가 없단 말야! 햄: 처넣어 버려! 크로브, 네그를 드럼통에 밀어넣고 뚜껑을 닫는다. 크로브: (의자 곁으로 돌아가면서) 만약에 젊은 이에게 분별이 있고 늙은 이에게 능력이 있다면! 햄: 저 위에 앉아 있어. 크로브: 난 앉아 있을 수 없어. 햄: 아, 그렇군. 그리고 난 서 있을 수 없고. 크로브: 그런 셈이지. 햄: 인간은 제가끔 분업을 하기 마련이야. (사이) 전화 온데는 없었지? (사이) 웃지 않는군 그래? 크로브: (생각한 뒤) 특히 필요를 느낄 수가 없어. 햄: (생각한 뒤) 나도 느낄 수가 없어, (사이) 크로브. 크로브: 응. 햄: 자연은 우리들을 잊고 말았구나. 크로브: 자연 따위, 이제 없어. 햄: 자연이 없다고! 그건 너무 극단적이야. 크로브: 우리들 주위엔 말이야. 햄: 그러나 우리들은 호흡하고 있지 않아! 시시각각으로 변화 하고 있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이가 빠지지 않느냐 말이다! 모든 것을 잃고 있지 않는가! 우리들의 싱싱함도! 여러 가지 이상도 말이야! 크로브: 그럼, 아직 잊지 않고 있군. 햄: 그러나 넌, 이제 없다구 했단 말이야. 크로브: (슬픈 듯이)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우리들처럼 비뚤어진 생각을 하지 않을 거야. 햄: 무엇이든 분에 맞아야 하는 거야. 크로브: 그것이 잘못이란 말이야. 사이 햄: 너 자신 한 사람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렇지? 크로브: 천분의 한 사람 몫이야! 사이 햄: 봄날은 길기도 하구나. (사이) 진정제를 먹을 시간이 되지 않았어? 크로브: 아니. (사이) 나는 가 보겠어, 할 일이 있단 말이야. 햄: 부엌으로 말인가? 크로브: 응. 햄: 할 일이란 도대체 뭔가? 크로브: 벽을 바라보는 일이야. 햄: 벽! 그 벽에 도대체 뭐가 보인다는 거야? 멸망을 예언한 글자란 말인가? 아니면 나체를 그려놓았단 말인가? 크로브: 나의 빛이 사라져가는 것이. 햄: 너의 빛이!...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러나 말이야, 너의 빛이라면 여기서도 사라져갈 것이다. 잠시 날 보란 말야, 그리고 너의 빛이란 것에 대해서도. 사이 크로브: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잘못일텐데. 사이 햄: (냉정하게) 용서해 주게. (사이. 다시 강한 어조로) 용서해 달라고 말하고 있잖아. 크로브: 듣고 있단 말이야. 사이. 네그가 갇힌 드럼통의 뚜껑이 쳐들린다. 두 손이 나타나서 가장자리에 매어달린다. 이윽고 머리가 불쑥 올라온다. 한 쪽 손에 비스킷을 들고 두 사람의 얘기를 엿듣는다. 햄: 네가 뿌린 씨, 싹이 텄어? 뚜껑을 닫은 다음, 몸을 일으킨다. 크로브: (의자 곁으로 되돌아오며) 이젠 맥이 없어. 햄: 아니, 그 점은 저 게으름뱅이 계집의 잔꾀란 말일세. 그런데, 뭘 중얼거렸어? 크로브: 도망 가랬어, 황무지로 말야. 햄: 내가 알 바가 아니군. 그것 뿐이야? 크로브: 아아니. 햄: 그럼, 뭐야. 크로브: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햄: 밀어넣었군? 크로브: 응. 햄: 둘 다 밀어넣었군? 크로브: 응. 햄: 뚜껑을 못 열도록 해 두자. (크로브, 도어 쪽으로 가려고 한다) 서둘 것 없어. (크로브, 나가다 만다) 화났던 것이 가라앉으니 오줌이 마려워졌어. 크로브: 기구(카페텔-도요관)를 가져오지. 햄: 서둘 것 없어. (크로브 멈추어 선다) 진정제를 다오. 크로브: 아직 일러. (사이) 조금전에 각성제를 먹었잖아. 그럼 효력이 없어. 햄: 아침엔 자극되고 밤에는 마비되고 만다. 그렇잖으면 그 반대다. (사이) 물론 죽었겠지, 그 늙다리 의사는? 크로브: 늙은이가 아니었어. 햄: 그러나 역시 죽었겠지? 크로브: 물론이고 말고. (사이) 물어 볼 필요도 없지 않아? 사이 햄: 한 바퀴 돌려다오. (크로브, 의자 뒤로 돌아와서 의자를 앞으로 민다) 너무 빨라! (크로브, 의자를 민다) 세계일주를 해 보도록 하자! (크로브, 의자를 민다) 벽을 스쳐가도록 해 다오. 그리곤 한가운데로 간다. (크로브, 의자를 민다) 아까까지 한가운데에 있었지. 확실히? 크로브: 응. 햄: 진짜 바퀴가 달린 의자가 갖고 싶구나, 자전거 바퀴가 달린 것 말이다. (사이) 스쳐가고 있어? 크로브: 응. 햄: (벽을 손으로 더듬어 찾으면서) 거짓말이다! 왜, 거짓말을 하는거야? 크로브: (다시금 벽곁으로 밀어 붙여서) 자, 자. 햄: 스톱! (크로브, 안 쪽 벽 바로 곁에 의자를 멈춘다. 햄, 한 쪽 손으로 벽을 만진다. (사이)-오래된 벽이군! (사이) 저쪽 편은... 또 하나의 지옥이다. (사이. 격심하게) 좀더 가까이! 좀더 가까이! 꼭 붙게 하란 말이야! 크로브: 손을 치워. (햄, 손을 움츠려 내린다. 크로브, 의자를 벽에 바싹 붙인다) 자. 햄, 벽쪽으로 몸을 기울여 귀를 벽에 갖다댄다. 햄: 들려? (햄, 손가락 한 개를 굽혀서 벽을 두들긴다. 사이) 들리느냐? 벽돌에 공동이 있어? (다시 두들긴다) 이것, 모두 속이 비었군! (사이. 몸을 바로 세우고 격심하게) 이제 그만! 크로브 ; 아직 한 바퀴 돌지 못했어. 햄: 아냐, 아까 그것으로 데려다 줘. (크로브, 의자를 이전 장소까지 밀고 가서 멈춘다) 여기가 아까 그곳이란 말야? 크로브: 응, 여기가 그곳이야. 햄: 확실히 한복판이지? 크로브: 재 보지. 햄: 대충대충 말이야! 크로브: 그래. 햄: 대충 한복판이겠지? 크로브: 그런 것 같애. 햄: 그런 것 같다니! 한복판쯤 된다고 하면 어때! 크로브: 줄자를 가져오지. 햄: 눈대중으로, 눈대중으로 말이야! (크로브, 표나지 않을 정도로 의자를 움직인다) 꼭 한복판에 말이야! 크로브: 여기야. 사이 햄: 조금 왼쪽으로 치우친 것 같애. (크로브, 표나지 않을 정도로 의자를 움직인다. 사이) 크로브: 아니. 햄: 싹이 나오나 안나오나 흙을 조금 후에 보면 어때? 크로브: 싹은 나오지 않았어. 햄: 아직 이른지 모르잖아. 크로브: 싹이 나오려면 벌써 나와야 해. 싹은 절대로 나오지 않을거야. 사이 햄: 오히려 조금 전이 더 유쾌했는데. (사이) 그러나 하루의 마지막엔 언제나 이렇단 말이야. 그렇지, 크로브? 크로브: 항상... 햄: 오늘도 언제나와 같이 하루의 마지막과 같다. 그렇지, 크로브? 크로브: 아마 그럴 거야. 사이 햄: (고뇌에 찬 표정으로) 도대체 무엇이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크로브: 무엇인가가 궤도를 지나가고 있어. 사이 햄: 좋아, 가보도록 해. (피일체어의 등받이에 머리를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크로브도 움직이지 않는다. 깊은 한숨을 쉰다.햄, 머리를 들어올린다) 가보도록 하라고 말한것 같은데. 크로브: 그렇게 하려던 참이야. (도어 쪽으로 가서 멈추어 선다) 태어날 때부터 말이야. 크로브 가 나간다. 햄: 공연한 생각, 하지 말란 말이야. 햄은 의자의 등받이에 머리를 젖히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네그, 옆의 드럼통의 뚜껑을 두들긴다. 사이. 다시 세게 두들긴다. 뚜껑이 열리고 넬의 두 손이 나타나서 가장자리에 매달리며 이윽고 머리가 불쑥 올라온다. 레이스로 만든 나이트.캡. 매우 창백한 얼굴이다. 넬: 왜 그래요, 나의 뚱뚱보? (사이) 정사라도? 네그: 자고 있었어? 넬: 천만에! 네그: 키스해 줘. 넬: 할 수가 없어요. 네그: 해 보자. 두 개의 머리가 괴로운 듯 가까와지나 붙지 않고 떨어지고 만다. 넬: 왜, 이런 연극을 매일매일 하게 되나요 ? 사이 네그: 이를 하나 잃어 버렸어. 넬: 언제 말예요? 네그: 어제까지는 있었는데. 넬: (슬픈 노래의 가락으로) 아아! 어제! 두 사람은 괴로운 듯이 서로 상대방 쪽으로 향한다. 네그: 내가 보여? 넬: 어렴풋이. 당신은? 네그: 뭣이? 넬: 내가 보여요? 네그: 희미하게. 넬: 됐어 됐어. 네그: 그런 소리 하지 말아. (사이) 우리들의 시력은 떨어졌어. 넬: 그래요. 사이. 두 사람 다 정면을 본다. 네그: 내 목소리가 들려? 넬: 네. 당신은? 네그: 아아. (사이) 우리들의 청력은 떨어지지 않았군. 넬: 우리들의 뭐라구요? 네그: 우리들의 청력. 넬: 아아. (사이) 그것 뿐이예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은? 네그: 기억하고 있겠지... 넬: 아뇨. 네그: 2인승의 자전거가 넘어져서 둘 다 정강이가 벗겨졌던 일을. 두 사람은 웃는다. 넬: 아르데느에서의 일이었지요. 두 사람의 웃음소리. 약해진다. 네그: 스단에서 떠난 직후였지. (웃음소리, 다시금 약해진다) 춥지? 넬: 네, 굉장히. 당신은? 네그: 굳어졌다. (사이)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넬: 네. 네그: 그럼 들어가렴. (넬, 움직이지 않는다) 왜 들어가지 않아? 넬: 왜 그래요. 사이 네그: 톱밥은 갈아주던? 넬: 톱밥이 아니에요. (사이. 피로에 지친듯이) 좀 더 정확히 말할 수 없어요, 네그? 네그: 그럼 모래란 말인가, 어느 것이든 대수로운 일은 아니잖아. 넬: 대수로운 일이에요. 사이 네그: 전에는 톱밥이었어. 넬: 그랬어요. 네그: 그런데 지금 모래란 말인가. (사이) 바닷가의. (상. 먼저보다 강하게) 지금에 와서는 놈이 바닷가에서 사온 모래란 말이다. 넬: 그렇군요. 네그: 그 녀석이 모래를 바꾸었어. 넬: 아니. 네그: 내 것도 그대로다. (사이) 야단을 쳐 줘야지. (사이. 비스킷을 보여주며) 조금 들지? 넬: 필요없어요. (사이) 뭘? 네그: 비스킷이란 말이야. 네게 주려고 반 남겨 놓았었지. (네그, 비스킷을 바라본다. 자랑스러운 표정) 4분의 3이다. 네 몫이야. 자. (네그, 넬에게 비스킷을 내민다) 필요없어? (사이) 어디 편치가 않아? 햄: (지긋지긋한 표정으로) 이봐, 잠자코 있지 못하겠어,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사이) 얘기하려면 작은 소리로 하란 말야. (사이) 난들 꿈 속에서라면 사랑을 할는지 알아. 숲 속으로 가서, 눈에 비치는 것은...하늘, 대지. 나는 달리고. 쫓겨서 도망가는 것이다. (사이) 자연! 내 머리 속에는 물이 떨어지고 있다. (사이) 심장이, 심장과 같은 것이, 머리속에 사이 네그: (작은 목소리로) 들었지? 심장이 머리 속에 말이야! (조심스럽게 낄낄댄다.) 넬: 웃을일이 아니란 말예요. 네그. 어째서 언제나 그런 일에 웃는 거예요? 네그: 큰소리를 내지 말아요! 넬: (목소리를 줄이지 않고) 불행만큼 우스운 것도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네그: (분개한 어투로) 그래도! 넬: 아니에요, 그런 거에요.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것은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웃는 거예요. 웃고 말고요. 단 처음 얼마동안은 말입니다 .이렇게 한결같이 변화가 없어서야, 그렇잖아요. 몇 번이나 거듭 들은 얘기꺼리와 같이 여전히 재미있다고는 생각해도 웃지는 않게 되는 거예요. (사이) 그뿐이예요, 당신이 하고픈 말은? 네그: 응. 넬: 잘 생각해 보셔요. (사이) 그럼, 먼저 실례하겠어요. 네그: 비스킷은 필요없단 말이지? (사이) 너 주려고 남겨 두었는데. 넬: 실례하겠어요. 네그: 그 전에 좀 긁어 주지 않겠어? 넬: 안됩니다. (사이) 어디를? 네그: 등을. 넬: 안됩니다. (사이) 그 가장자리를 문지르면 되지 않아요. 네그: 훨씬 아랜 걸. 움푹 들어간 곳이란 말이야. 넬: 움푹 들어가다니, 어디? 네그: 움푹 들어간 데라고 하니. (사이) 안되겠어? (사이) 어젠 거기를 긁어 줘 놓고. 넬: (슬픈 노래가락으로) 아아! 어제! 네그: 안돼겠어? (사이) 너를 긁어줄까? 어때, (사이) 또 울고 있어? 넬: 울어보려고 하는 참이에요. 사이 햄: (낮은 목소리로) 혹은, 가는 정맥인지도 몰라. 사이 네그: 뭐라구 그랬지? 넬: 가는 정맥인지도 몰라. 네그: 도대체 무슨 뜻이야? (사이) 무슨 뜻이 있겠어. (사이) 양복 장수의 얘기를 해 주지. 네그: 웃으면 얼굴의 주름살이 펴지지. 넬: 그건 조금도 우습지 않아요. 네그: 언제나 그 얘기를 듣고 웃었잖었어. (사이) 맨 처음에 애기해줬을 때 넌 죽는 줄 알았지. 넬: 그건 코모의 호수 위에서였죠. (사이) 4월의 어느 오후. (사이) 정말 거짓말같군요. 네그: 뭣이? 넬: 코모의 호수 위에서 둘이서 놀던. (사이) 4월의 어느 오후. 네그: 우리들은 바로 그 전날 밤에 약혼을 했었지. 넬: 약혼! 네그: 네가 너무 웃는 바람에 배가 뒤집히고 말았지. 자칫 빠져 죽을 뻔 했었지. 넬: 그런 내가 행복했기 때문이었어요. 네그: 아니야. 틀려, 그건 내 얘기 솜씨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지금에도 너는 웃지 않아, 내가 애기할 때마다. 넬: 그처럼 깊은데도 바닥까지 환히 모였지, 그렇게 뚜렷이 말예요. 네그: 한 번 더 들어 봐. (해설자의 목소리로) 어떤 영국 사람이-(영국 사람과 같은 표정을 지은 다음 자기 얼굴의 표정으로 돌아온다)-새해 세배때문에 줄무늬바지가 필요해서 지나치던 양복점에서 치수를 재게했다. (양복점 주인 목소리로) "자, 다 쟀읍니다. 사흘 후에 들러주시면 완성돼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흘 후의 일입니다. (양복점 주인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여드레 후에 들러주십시오. 엉덩이둘레가 잘못됐읍니다"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엉덩이 둘레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드레 후. (양복점 주인 목소리로) "쏘오리, 열흘 후에 다시 들러 주십시오. 밑을 잘못 만들었읍니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밑이란 매우 미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열흘 후. (양복점 주인 목소리로) "정말 죄송하기 짝이 없읍니다. 보름 후에 들러 주십시오. 앞단추 다는 데가 잘못돼서." 지당한 말이었다. 앞단추 있는 데를 바느질하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사이. 보통 목소리로) 어설픈 얘기솜씨군. (사이. 우울한 말투로) 같은 얘기가 점점 어설퍼지는군. (사이. 해설자의 목소리로) 결국 가봉 실도 뽑지 않은 채 꽃피는 부활절이 되었으나 역시 단추구멍을 잘못내고 말았다. (손님의 얼굴표정을 짓고 다음에 그 목소리로) "갓댐. 써어, 아니, 그야말로 형편없군! 이봐 하나님은 엿새동안에, 그렇고 말고, 이봐요, 엿새 동안에 세계를 말이요. 세계를 말이요. 말이요. 그런데 당신은 석달이나 걸려도 바지하나 만들지 못한다 말이요!" (노한 양복점 주인 목소리로) "그러나 손님, 자 이것을 좀 보셔요-(혐오를 겉들인 경멸스런 몸짓으로)-이 세계를...(사이)...그건 그렇고, 어떻습니까-(자만을 곁들인 다정스런 몸짓으로) -제 바지는요" 사이. 네그는 아무 감동도 없이 넬을 초연한 눈짓으로 응시하고 강요된 날카로운 목소리로 웃기 시작하는데 중간에서 그치고 넬 쪽으로 얼굴을 내밀고 또 다시 웃기 시작한다. 햄: 이제 그만! 네그는 깜짝 놀라서 웃음을 그친다. 넬: 바닥까지 환히 보였어요. 햄: (초조한 듯이) 그만 두지 못하겠어. 도대체, 언제 끝낼 셈이야! (갑자기 미친듯이 노해서)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네그, 드럼통 속으로 몸을 숨기고 뚜껑을 닫는다. 넬은 움직이지 않는다.) 저것들에게 무슨 얘기가 통하겠어? 그래도 아직 얘기따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광신적으로) 쓰레기꾼을 데리고 오면 아늬 왕국을 주겠다! (호루라기를 분다. 크로브가 나타난다) 이 쓰레기통을 들어내! 바닥에 던져 넣어 버려! 크로브, 드럼통 쪽으로 가서 멈추어 선다. 넬: 그렇게 흰. 햄: 뭐? 뭐라고 말하고 있어? 크로브, 몸을 굽혀서 넬의 맥을 짚어본다. 넬: (낮은 목소리로 크로브에게) 도망가셔요. 크로브, 넬의 손목을 놓고, 넬을 드럼통속에 밀어넣고 이번엔 조금 오른쪽으로 치우친 것 같다. (같은 동작) 거기 있지 말아줘-(즉, 의자 뒤에)-네가 무서워지는군. 크로브, 의자 곁의 아까 서 있던 곳으로 되돌아온다. 크로브: 만약 이 녀석을 죽일 수만 있다면 만족해서 죽겠는데. 사이 햄: 날씨는 어떤가? 크로브: 언제나와 같다. 햄: 육지를 보란 말이야. 크로브: 망원경을 가져오지. 햄: 망원경 따위 필요없어! 크로브, 망원경을 한 쪽 손에 들고 나온다. 크로브: 망원경을 가지고 돌아왔읍니다. (오른쪽 창문 밑으로 가서 창문을 쳐다본다) 발판이 있어야겠군. 햄: 왜? 네 키가 오므라들기도 했담 말이야? (크로브, 망원경을 든 채 밖으로 나간다) 나는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지, 좋아하지 않고 말고. 크로브, 나온다. 발판은 들고 있으나 망원경은 가지고 있지 않다. 크로브: 발판을 가지고 돌아왔읍니다. (오른쪽 창문 밑에 발판을 놓는다. 위에 올라선다. 그러나 망원경을 갖고 오지 않은 것을 알아차린다. 발판에서 내려선다) 망원경이 필요하군. 크로브, 도어 쪽에 간다. 햄: (격렬하게) 있잖아, 망원경은! 크로브: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격렬하게) 있을게 뭐야, 망원경 따위가! 크로브, 나간다. 햄: 슬픈일이다. 크로브, 망원경을 한 쪽 손에 들고 나온다. 발판 쪽으로 걸어간다. 크로브: 또 즐거워지는데. (발판 위에 올라서서 망원경으로 바깥을 내다본다. 망원경이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진다. 사이) 일부러 떨어뜨렸어. (발판에서 내려와 망원경을 주워서 살펴보고 객석으로 돌려댄다.) 잘 보이는군...미치광이들의 무리가. (사이) 이건 확실히 긴 안목으로 본다는 거지. (망원경을 내리고 햄 쪽을 돌아다 본다) 웃지 않아? 햄: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다음) 난 별로. 크로브: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다음) 보이는 것은, 음...(망원경을 움직여 바라다 본다) 제로...(바라다 본다)...제로...(바라다 본다)... 그리고 제로. (망원경을 내리고 햄 쪽을 되돌아본다) 어때? 안심이 돼? 햄: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아, 모든 것은... 크로브: 제 햄: (심한 어투로) 누가 너한테 지껄이라고 했어! (보통 목소리로) 모든 것은...모든 것은...모든 것은, 뭐야?(심한 어투로) 모든 것은 뭐란 말야? 크로브: 모든 것은 뭣인가? 한 마디로 줄여서 말이지? 알고 싶은 것은 그것 뿐이지? 잠깐 기다려. (망원경을 들어 바깥을 내다 몬 다음 망원경을 내려서 햄 쪽을 돌아본다) 죽어서 멸망하는 것. (사이) 어때? 만족해? 햄: 바다를 바라 봐. 크로브: 같은 일이야. 햄: 대해를 보는 거야! 크로브, 발에서 내려와 왼쪽 창문을 향해 몇걸음 걷고 발판을 가지러 돌아가서 왼쪽 창 밑에 그것을 놓고 위에 올라 망원경을 밖으로 향하게 하여 오랫동안을 바라본다. 그는 깜짝 놀라서 망원경을 내리고 한참 살펴 본 다음 다시 밖으로 돌린다. 크로브: 이런 건, 한번도 보지 못했어! 햄: (불안스러운 표정으로) 뭐야? 배의 돛인가? 부대란 말인가? 연기가 보인단 말인가? 크로브: (여전히 바라다 보면서) 운하 가운데 등대가 있다. 햄: (안심한 듯) 뭐라구! 전부터 있던 거야. 크로브: (여전히 바라다 보면서) 운하 가운데 등대가 있다. 햄: (안심한 듯) 뭐라구! 전부터 있던 거야. 크로브: (여전히 바라다 보면서) 그 미련인가. 햄: 제방이겠지. 크로브: (여전히 바라다 보면서) 아아. 햄: 그래, 그밖엔? 크로브: (여전히 바라다 보면서) 이제 아무것도 없어. 햄: 갈매기는 없느냐? 크로브: (여전히 바라다 보면서) 갈매기크로브 햄: 수평선은? 수평선에도 아무것도 없어? 크로브: (망원경을 내리고 햄 쪽을 되돌아 보며 초조한 듯이) 수평선에 뭣이 있음 좋겠단 말야? 사이 햄: 파도는, 파도의 상태는 어때? 크로브: 파도? (망원경을 돌려서) 납이다. 햄: 태양은? 크로브: (여전히 바라다 보면서) 허무다. 햄: 그러나 지금 가라앉고 있겠지. 잘 찾아 봐. 크로브: (찾아 본 다음) 보일 리가 있어? 햄: 그럼 벌써 밤이란 말이지? 크로브: (여전히 바라다 보면서) 아니. 햄: 그럼 뭐란 말이야? 크로브: (여전히 바라다 보면서) 잿빛이란 말이다. (망원경을 내리고 햄 쪽을 돌아보면서 더 강한 어투로) 잿빛이다! (사이, 다시금 강한 어투로) 재-애-삐-치다! 크로브, 발판에서 내려와 햄의 뒤로 다가가서 귀엣말로 속삭인다. 햄: (깜짝 놀라서) 잿빛! 잿빛이라구? 크로브: 엷은 검정. 우주 전면에. 햄: 농담하지 마. (사이) 거기에 있지 말아, 네가 무서워진다. 크로브, 의자 곁의 본디 자리로 돌아온다. 크로브: 뭣 때문에 이런 연극을 하게 될까, 매일같이? 햄: 습관이야,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지 않아. (사이) 어젯밤, 내 자신의 가슴속이 보였어. 큰 부스럼이 나 있었어. 크로브: 그건, 당신 심장일 거야. 햄: 아니야, 그건 살아있었어. (사이. 고뇌에 찬 표정으로) 크로브. 크로브: 응. 햄: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어? 크로브: 뭣인가가 궤도를 지나가고 있어. 사이 햄: 크로브! 크로브: (초조한 듯) 왜 그래? 햄: 이렇게 하고 있어도 우리들에게도...그...어떤...의미가 있지 않을까? 크로브: 의미가 있다고? 우리들에게 의미가? (짧은 웃음) 아아, 이건 재미있군! 햄: 생각해 봤는데, (사이) 만약 어떤 존재가 땅 위로 돌아왔다면, 우리들을 관찰하고 있는 동안에 여러 가지 관념을 만들어내지는 않을까? (지적 존재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음, 좋아, 이것이 뭔지 알았다. 저 패거리들이 뭣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크로브, 깜짝 놀라서 망원경울 놓고 아래배를 두 손으로 긁기 시작했다. 햄, 보통 목소리로) 거기에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들 자신... 감동한 듯한 표정으로)... 우리들 자신...때로는...(열렬하게) 그야말로 언젠가는 이러한 것이 모두 혹은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크로브: (괴로움에 찬 표정으로 긁으면서) 벼룩이가 있다! 햄: 벼룩! 벼룩따위가 아직 있어? 크로브: (긁으면서) 그러잖으면, 이다. 햄: (매우 불안스런 표정으로) 그러나 그것이 바탕 되어 인류가 또 태어난다고는 할 수 없지! 잡는거야, 천지 신명에게 맹세해서! 크로브: 벼룩잡는 약을 찾아 오자. 크로브, 나간다. 햄: 벼룩이라니! 정말 놀랐다! 무슨 놈의 일수가 이래! 크로브, 마분지로 만든 분무기를 들고 나온다. 크로브: 돌아왔읍니다. 살충제를 가지고 말입니다. 햄: 흠뻑 뿌려주도록 해, 배가 터지도록 먹게! 크로브, 허리춤에서 와이셔츠를 끄집어내어서 바지 위쪽의 단추를 끄르고 바지와 배사이에 공간을 만든 다음 그 구멍에 가루를 뿌려 넣는다. 몸을 앞으로 구부려서 들여다 보며 기다린다. 몸부림을 친 다음 또 다시 미친듯이 가루를 뿌려 넣는다. 몸을 구부리고 들여다보며 기다린다. 크로브: 빌어먹을! 햄: 해치웠어? 크로브: 그런 것 같애 (마분지의 용기를 놓고 옷을 고쳐 입는다) 그렇찮으면 교미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햄: 교미! 숨어서 알이나 슬겠지. 그렇잖으면 숨어 있든지. 크로브 ; 뭐! 알을 슨다고? 왜 교미한다고 하지 않지? 햄: 이봐! 놈들이 교미한다면 이쪽은 마지막이야. 사이 크로브: 그런데 오줌은? 햄: 지금 보고 있어. 크로브: 아아, 그것 참 다행이야. 사이 햄: (약동적으로) 우리 둘이서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자, 남쪽을 향해서! 바다를 건너! 너는 뗏목을 만들어다오. 해류가 우리들을 날라서 멀리 다른 포유류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거야! 크로브: 불길한 소릴 하는 게 아냐. 햄: 나 혼자라도 나는 혼자서 떠나겠다! 곧 뗏목을 준비해 다오. 내일은 벌써 저편이다. 크로브: (도어 쪽으로 달려가며) 곧 착수해야지. 햄: 잠깐 기다려! (크로브, 멈추어 선다) 상어가 있을까? 크로브: 상어? 모르겠는데. 있다고 하면 있겠지. 크로브, 도어 쪽으로 간다. 햄: 기다려, 기다리란 말이야! (크로브, 멈추어 선다) 진정제 먹을 시간을 아직 멀었어? 크로브: (격심한 어투로) 아직 멀었어! 햄: 가만 있으라니까! (크로브, 멈추어 선다) 네 눈은 좀 어때? 크로브: 나빠. 햄: 그러나 보이긴 하겠지? 크로브: 부자유스럽진 않아. 햄: 다리는 어때? 크로브: 나빠. 햄: 그러나 걸을 순 있겠지. 크로브: 왔다갔다 서성거릴 순 있어. 햄: 집안에서라면 말이지. (사이. 예언적으로 또한 육감적으로) 어젠가 너는 장님이 될 것이다. 나와 같이. 공허속의 깨알만한 충실이 되어서 앉아있는 영원한 암흑 속에서 나처럼 말이야. (사이) 언젠가 너는 너 자신에게 말할 것이다. 아아, 나는 지쳤다, 이제 앉아야겠군, 하고 말이야. 그리하여 너는 앉는다. 그런 다음 또 말할 것이다. 배가 고프구나, 일어나서 먹을 것이라도 만들어 와야지, 라고. 그러나 너는 일어날 수가 없어. 그리고는 말할 것이다. 앉은 것이 잘못이군, 그러나 앉은 김에 좀 더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먹을 것을 만들어 가자고. 아뭏든 간에 너는 일어날 수가 없으며 먹을 것도 장만할 수가 없단 말이야. (사이) 잠깐 벽을 바라본 후 자신에게 말할 것이다. 눈을 감고 잠시 잠이라도 자자. 그리고 나면 좀 좋아지겠지, 라고, 그리하여, 너는 감을 것이다. 네가 눈을 떴을 때는 이제 벽은 없다. (사이) 너 주위엔 무한한 공허만이 있을 뿐이다.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 해도 그것을 채울 수는 없지. 너는 초원속의 작은 돌멩이처럼 될 것이다. (사이) 그렇다, 언젠가 너에게도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겠지. 나처럼 말이야, 단지 다른 것은 너에겐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네가 누구에게도 동정을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정을 베풀 상대마저 없기 때문이다. 사이 크로브: 그렇게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 (사이 ) 거리에다 당신이 잊고 있는 게 있어. 햄: 그래! 크로브: 난 앉을 수가 없는 거야. 햄: (초조하게) 그렇다면 넌 옆으로 길게 눕는 거야. 그런게 문제가 아니야. 그렇잖으면 서 있겠지, 그것 뿐이야, 지금처럼 선채로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말할 것이다. 나는 지쳤어, 멈추어 서자 그 말이다. 자세완 아무 관계가 없는 거야. 사이 크로브: 그럼, 당신네들은 모두 내가 나가 버리는 게 좋단 말이죠? 햄: 물론이다. 크로브: 그럼 가겠어. 햄: 갈 순 없을 거야. 크로브: 그럼 가지 않겠어. 사이 햄: 우리들을 단숨에 죽여주면 좋을텐데. (사이) 나의 급소를 찔러 주겠다고 맹세해 준다면 찬장의 자물쇠 여는 법을 가르쳐주겠는데. 크로브: 당신 급소를 찌르지 못해. 햄: 그럼 찌르지 않겠단 말이지. 사이 크로브: 난 가봐야겠어. 할 일이 있기 때문에. 햄: 네가 여기 도착했을 때의 일을 기억하겠어? 크로브: 아아니. 너무 어렸어, 그렇게 당신이 말했잖아. 햄: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어? 크로브: (싫증이 난 듯이) 또 대사구먼, (사이) 같은 것을 골 백 번이나 묻는군. 햄: 오래된 질문이 좋은 것. (약동적으로) 앙, 오래된 질문에, 오래된 대답, 그것 밖에 더 있어! 내가 네 애비 대신이다. 크로브: 응, (빙그르르 돌며, 주위를 돌아다 본다) 이것이었지. 햄: (자랑스럽게) 내가 없이는 (자신을 가리키는 몸짓을 한다.) 애비는 없다. 햄이 없다면 가. 사이 크로브: 난 가겠어. 햄: 생각해 본 일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 말이다. 크로브: 한 번도 없어. 햄: 여기에서 우리들은 굴 속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이) 그러나 산너머 저편에는? 응? 만약에 아직 푸르다면 말이야? 응? (사이) 꽃의 여신! 과수의 여신! (사이. 도취해서) 곡식의 여신! (사이) 넌 그다지 멀리 가지 않아도 될지 몰라. 크로브: 난 멀리 갈 수 없어. (사이) 가봐야겠어. 햄: 나의 개는 완성되었나? 크로브: 다리가 하나 모자라. 햄: 털은 매끄럽겠지? 크로브: 북실북실해. 햄: 데리고 와. 크로브: 다리가 모자라. 하나 햄: 데리고 와! (크로브 나간다) 달리 흉계를 꾸미지마. 햄, 손수건을 꺼내서 펼치지 않은 채 얼굴을 닦고 호주머니에 집어넣는다. 크로브가 보플이 검은 빌로오드로 만든 개의 세 다리 가운데 하나를 잡아쥐고 들어온다. 크로브: 당신의 개다. 크로브, 개를 햄에게 넘겨준다. 햄은, 자기 무릎 위에 그것을 앉혀놓고 손으로 더듬으면서 그것을 애무한다. 햄: 이놈은 흰 개구나? 크로브: 아마. 햄: 뭣이 아마야? 흰 거야. 희지 않아? 크로브: 희지 않아. 사이 햄: 너, 섹스를 잊고 있구나. 크로브: (기분이 언잖은 듯이) 아직 완성된 게 아니란 말이야. 섹스는 제일 나중에 달게 돼 있어. 사이 햄: 리본도 없잖아. 크로브: (화를 내며) 그렇기 때문에 아까부터 완성돼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 않아! 먼저 개를 완성한 다음에 리본을 다는 거야! 사이 햄: 설 수 있을까? 크로브: 글쎄. 햄: 해 봐. (햄, 크로브에게 개를 돌려 준다. 크로브, 그것을 마루 바닥에 놓는다.) 크로브: 조금 기다려. 크로브, 웅크리고 앉아서 개를 바로 세우려고 하나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개는 자꾸 쓰러진다. 햄: 어떻게 됐어? 크로브: 서 있어. 햄: (손으로 더듬어서) 어디? 어디 있지? 크로브, 개를 세우고 붙잡고 있다. 크로브: 여기야. 크로브, 햄의 손을 잡아끌어 개다리 쪽으로 이끈다. 햄: (대가리에 손을 얹어놓은 채) 나를 보고 있어? 크로브: 응. 햄: (거만하게) 마치, 산책이라도 가라는 듯이? 크로브: 글쎄. 햄: (거만하게) 그렇잖으면 먹다남은 뼈다귀라도 얻으려는 듯이? (손을 움츠려 들인다) 그대로 가만 두게, 나에게 뭣을 졸라대는 그대로 말일세. 크로브, 일어선다. 개는 또다시 쓰러진다. 크로브: 난 가봐야겠네. 햄: 아직 환상이 보여? 크로브: 전처럼 똑똑하지도 않아. 햄: 펙 노파네 집에 불이 켜졌어? 크로브: 불이라니! 어느 집이고 불 따위 있을 리가 있어. 햄: 그럼, 껴졌군 그래. 크로브: 물론 꺼지고 말고, 그 할멈은! 당신, 오늘 어떻게 된 게 아냐. 햄: 나는 언제나와 같은 궤도를 지나고 있어. (사이) 파묻었어? 크로브: 파묻다니! 누가 해준단 말이야. 햄: 네가 말이야. 크로브: 내가! 남을 파묻어 줄만큼 한가해 보여? 햄: 그러나 난 묻어주겠지. 크로브: 아아니 묻는 게 다 뭐야. 사이 햄: 그녀도 옛날에는 아름다왔지, 마치 꽃송이처럼 말이야. 거기에다 사내들에겐 약했지. 크로브: 우리들이라 하더라도 아름다왔지 뭐야-옛날은 말이야. 대개의 인간은 아름다운 것이야-옛날에는. 사이. 햄: 작살을 가져다 줘. 크로브, 도어 쪽으로 가다가 멈추어 선다. 크로브: 이것 해라, 해도 나는 그저 예 예하고 시키는 대로 하고, 결코 거절하지 않는다. 그건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햄: 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크로브: 그러는 동안에 하지 안하게 될 거야. 햄: 할 수 없게 되는 거야. (크로브 나간다) 아아, 그야말로 인간이란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뭣이고 간에 설명해 주지 않으면 모르니 한심한 일이야. 크로브, 작살을 한 쪽 손에 들고 들어온다. 크로브: 자, 작살을 가지고 왔어, 목구멍으로 밀어넣어 보기라도 할 셈이야? 크로브, 햄에게 작살을 넘겨준다. 햄을 그것을 의지해서 의자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려고 한다. 햄: 움직이는지 모르겠네. 크로브: 아아니. 햄, 작살을 집어던져 버린다. 햄: 기름치는 것을 가져다 줘. 크로브: 가지고 오면 어떻게 한다는 거야? 햄: 수레에 기름을 치는 거야. 크로브: 어제 쳤는데. 햄: 어제! 어떤 뜻이야. 어제란 것은! 크로브: (격심한 어투로) 불행의 토막을 말하는 거야. 나는 오로지 당신이 가르쳐 준 말만을 쓰고 있는 거야. 만약에 그것이 아무 뜻이 없는 말이라면 다른 말을 배우고 싶은 심정일세. 그렇지 않으면 제발 지껄이지 말아 줘요. 사이 햄: 세상의 종말이 왔다고 뼈 속까지 믿고 있던 미치광이와 가까이 지내던 시절이 있었지. 그 사내는 그림장이였는데 말이야. 나는 그 녀석을 좋아했지. 정신 병원에 자주 만나러 갔었지. 손을 잡아 창문 가에 자주 인도해 줬지. 그러고는 자, 저걸 보란 말이야! 저기에 보리 이삭이 물결치고 있는 것을! 그리고 저기 고깃배의 돛이 저렇게! 어때, 저런 아름다움은 하고 말해 줬지. (사이) 그녀석은 나의 손을 뿌리치고 구석 쪽으로 도망가곤 했지. 그야말로 완전히 돌았던 거야. 그녀석의 눈에 비친 것은 그저 온통 재 뿐이었던 것이야. (사이) 그녀석만이 구제되었던 셈이지. (사이) 잊혀졌기 때문이지. (사이) 아뭏든 이러한 증상이 적지 않은 모양이군... 크로브: 미치광이라고? 그건 언제 일인데? 햄: 아니, 먼 옛날 얘기야. 아마 너따윈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거야. 크로브: 좋은 시대였군! 사이. 햄, 둥근 모자를 벗는다. 햄: 난, 그 녀석이 좋았었지. (사이. 모자를 도로 쓴다. 사이) 그림을 그리던 녀석이었는데. 크로브: 무서운 일이란 얼마든지 있지. 햄: 아아니, 이제 그 정도는 지났어. (사이) 크로브! 크로브: 아아. 햄: 상당히 오래 계속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크로브: 생각하고 말고! (사이) 뭣이? 햄: 이...이런...일이 말야. 크로브: 그야, 훨씬 전부터 생각했었지. (사이)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햄: (우울하게) 그럼, 오늘도 여전한 하루란 말이겠는데. 크로브: 이런 생활이 계속되는 한은 말이야. (사이) 한평생 변함없는 헛소리란 말일세. 사이 햄: 나는 너로부터 떨어질 수가 없어. 크로브: 알고 있어. 그러나 나를 따라올 수도 없지 않어. 햄: 네가 가버린다면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크로브: (유쾌하게) 그야, 당신이 호루라기를 분다해도 달려오지 않으니, 그 땐 나는 가버린 거지. 사이 햄: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크로브: 글쎄, 아마 그럴 거야. 사이 햄: 그러나 그저 부엌에서 죽을지도 모르잖아. 크로브: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같은 게 아닐까. 햄: 음. 그러나, 그저 부엌에서 죽어 나자빠진 것을 어떻게 알까? 크로브: 그야...어느 때고 썩는 냄새가 나겠지. 햄: 지금도 너한테서는 냄새가 나잖아. 거기에다 온통 집안엔 송장 썩는 냄새 토성이니 말이야. 크로브: 온 세상이 말이지. 햄: (화를 내며) 세상이야 어떻든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 (사이) 무엇이고 간에 찾아다 줘. 크로브: 뭣? 햄: 어떤 방법을, 방법을 발견하는 거야. (사이. 화를 내서) 발견하는 거야, 좋은 방법을 크로브 크로브: 음, 그렇군 좋아. (마루 바닥에 눈을 떨어뜨리고 뒷짐을 진 채, 서성거리다가 멈추어 선다) 이건 한심한 일이군, 발이 아프기 시작하는데. 이러다간 생각할 수도 없게 되겠는데. 햄: 가 버릴 수도 없게 되겠는데. (크로브, 또다시 걷기 시작한다) 뭣을 하는 거야? 크로브: 발견하는 거야. (걷는다) 그렇지! 크로브 멈추어 선다. 햄: 형편없는 사상가군! (사이) 그래서? 크로브: 잠깐. (정신을 집중시킨다. 그다지 확신이 없는 듯이) 음...(사이. 아까보다는 확신을 갖고) 음. (머리를 쳐든다) 그렇다. 괘종 시계를 사용하는 거야. 사이 햄: 오늘은 피의 순환이 나쁜지도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나에겐- 크로브: 당신이 호루라기를 분다. 내가 나타나지 않는다. 괘종시계가 운다. 그 땐 나는 가버렸다. 괘종시계가 울지 않는다. 그땐 나는 죽어 버렸다. 햄: 괘종 시계는 가는 거야? (초조한 듯) 괘종 시계가 가는가 말이야? 크로브: 아아니, 거의 쓰지 않았잖아. 햄: (화를 내며) 그럼 너무 부려 먹지 않았으니. 크로브: 보고 와야지. (나간다. 손수건의 행위. 무대 옆에서 괘종 시계의 짧은 소리. 크로브 한 손에 괘종 시계를 들고 나타난다. 크로브, 햄의 귓가에 그것을 가까이 하여 종을 울리게 한다. 두 사람은 종소리가 다 할 때까지 그것을 듣는다. 사이) 최후의 심판과 같군! 들었어? 햄: 멍청한 것 말이야. 크로브: 마지막 부분이 훌륭하군. 햄: 나는 중간쯤이 좋은데. (사이) 진정제 먹을 시간이 되지 않았어. 크로브: 아아니. (도어 쪽으로 가다가 뒤돌아 본다) 너는 나가는거야. 햄: 내가 애기할 시간이다. 얘기가 듣고 싶어? 크로브: 아아니. 햄: 늙은이에게 내 얘기가 듣고 싶지 않은지 물어봐 주게. 크로브, 드럼통에 다가가서 네그가 들어 있는 쪽의 뚜껑을 들어올리고 속을 들여다보며 몸을 굽힌다. 사이. 몸을 일으킨다. 크로브 ; 자고 있어. 햄: 깨우는 거야. 크로브 몸을 굽힌다. 괘종시계를 울려서 네그를 깨운다. 또렷하지 않는 말. 크로브, 몸을 일으킨다. 크로브: 당신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던데. 햄: 엿을 주지. 크로브, 몸을 굽힌다. 또렷하지 않는 말. 몸을 일으킨다. 크로브: 설탕 과자가 먹고 싶대. 햄: 주고말고, 설탕 과자를. 크로브, 몸을 굽힌다. 또렷하지 않는 말. 몸을 일으킨다. 크로브: 좋아하는군. (크로브, 도어 쪽으로 간다. 네그의 두 손이 나타나고, 가장자리에 매달린다 이윽고 머리가 불쑥 올라온다. 크로브, 도어를 열다가 뒤돌아본다) 당신은 저 세상을 믿고 있어? 햄: 나는 언젠 저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거야. (크로브, 도어 소리를 내며, 나간다) 펑하고 한 발 쏘아 줬지. 네그: 듣고 있는 거야. 햄: 건달 같으니라구! 뭣때문에 날 만들었어? 네그: 거기까지 깨닫지 못했지. 햄: 뭣? 뭣까지 몰랐다구? 네그: 그게 넌 줄이야. (사이) 설탕 과자를 주겠어? 햄: 얘기를 듣는다면. 네그: 맹세하겠어? 햄: 응. 네그: 뭣에다 걸고? 햄: 명예를 걸고서 말야. 사이. 두 사람 웃는다. 네그: 두 개 줄 테야? 햄: 한 개다. 네그: 내게 한 개와, 또 하나- 햄: 한 개다! 시끄럽다! (사이) 어디까지 얘기했던가. (사이. 우울하게) 파괴되고 말았다. 우리들은 파괴되고 말았다. (사이) 숫구멍 때부터 머리 속에 물이 가득차 있다. (네그, 크게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고 있다) 그것이 언제나 같은 장소에서 찌그러지고 만다. (사이) 가는 정맥인지도 몰라(사이) 그렇찮으면 가는 동맥인지. (사이. 조금 기운을 차리고) 그럼, 시간이다.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사이. 해설자의 말투로) 사나이는 천천히 기어서 다가왔다. 그 창백한 안색과 앙상한 체구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사나이는 당장에라도 - (사이. 보통 말투로) 아니 이건 얘기했는 거야. (사이. 해설자의 말투로) 오랜 침묵이 들려왔다. (보통 말투로) 참 좋군, 이건. (해설자의 말투로) 나는 조용히 파이프에 담배를 담고 있었다-해포석으로 된 파이프에. 그리하여, 그렇군...성냥불이라 해 두자. 그 성냥불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두서너 모금 빨았다. 푸웃! (사이) 그런데, 그 날은 지금도 기억할 수 있으나 몹시 추운 날이었다. 한난계는 영도. 그러나, 그 날은 크리스머스 전야였기 때문에 조금도...놀랄 것은 없었다. 흔히 있음직한 계절에 맞는 날씨였다. (사이) 그래, 도대체 어떤 바람이 불었기에 이렇게 찾아온 거야? 사나이는 나를 향해 눈물과 때로 얼룩진 시꺼먼 얼굴을 돌렸다. (사이. 보통 말투로) 잘 돼 가겠는데. (해설자의 말투로) 제발 저를 보지말아 주십시오! 보지말아 주십시요! 사나이의 눈길을 떨어뜨리고 입 속으로 중얼중얼 말했다. 아마 사과의 말을 했겠지. (사이) 나는 알다시피 크리스머스 준비 때문에 매우 바쁜 몸인데, 도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 찾아온 거요? (사이) 그 날은 지금도 기억하고 잇는데 매우 맑은 날씨였지. 태양은 50도, 그러나 그 태양은 이미 서산을 넘어가려고 하고 있었다...죽은 이의 나라로. (보통 말투로) 참 좋군, 이 대목은. (해설자의 말투로) 자, 얼른 부탁할 일이란 것을 말하시요. 나는 이밖에도 할 일이 수두룩한 몸이니. (보통 말투로) 이건, 그야말로 프랑스적이다! 그러자, (해설자의 말투로) 거기에서 사나이는 결심한 듯, 저의 어린 자식이라니, 이건 귀찮게 돼 가는데 사내자식이 말입니다라고, 마치 성별이 중요한 것처럼, 말했다. 그 사내가 어디서 왔느냐구? 사내는 자기가 사는 곳을 나에게 말했다. 말을 타고 와도 온전히 한나절이나 걸린다 라고. 설마, 거기에 아직 사람이 살고 있다고는 할 수 없겠지! 아닙니다. 저와 자식놈 뿐입니다. 그 사내애가 사실상 있다고 치고 말이야. 좋아, 코우의 상태는 조사했지, 해협 저편 쪽을 말이야. 고양이 새끼 한 마리 없는. 좋아, 그런데 당신은 어린 아들을 그 곳에 혼자 있게 내 버려 두고 왔다고 말하는 거요, 그것도 살아 있는 채? 응, 정말이요! (사이) 그 날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몹시 바람이 불었지, 풍속계는 백, 바람은 마른 소나무를 뿌리째 멀리까지...날려 보내고 있었다. (보통 말투로) 조금 약한데, 이건. (해설자의 말투로) 글쎄, 잘 알겠는데, 결국 나에게 어떻게 해달라는 거요, 나는 전나무에 불도 켜지 않으면 안된단 말이요. (사이) 결국, 나는 그 사나이가 어린 자식을 위해서 방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빵이다! 매번 당하는 일이지만, 그는 거지에 지나지 않았다. 빵이라구? 그러나 우리 집엔 빵이 없는 걸, 소화가 잘 안돼서 말이야. 그럼, 보리를? (사이. 보통 말투로) 잘 돼 가는데. (해설자의 말투로) 확실히 보리라면 고방에 쌓여 있지. 그러나 좀 생각해 보란 말이요. 내가 당신네들 한테 보리를 1킬로 혹은 1킬로 반만을 준다고 하자. 당신은 그것을 어린 자식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지고 가서-아직 살아있다면 말이야-맛있고 영양이 있는 죽을(네그, 반응을 일으킨다) 한그릇, 혹은 한 그릇 반을 만들어 준다. 좋아, 어린 것은 곧 안색이 좋아진다-그럴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것으로 어떻게 된다는 거야? (사이) 나는 분개하고 있었지. 잘 생각해 봐요. 당신은 땅 위에 있는 거란 말이야! 구제할 방도가 없는 거란 말이야! (사이) 그날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매우 건조한 날이었지. 습도계는 제로, 나의 류마치스에는 꿈 같은 날이었지. (사이. 흥분해서) 대략적으로 당신의 희망이란 것은 뭣이란 말이요? 지구가 봄으로 다시 바뀌어 만들어지는 것이야? 바다나 강에 물고기가 가득차게 되는 거야? 하늘에서 또 감로의 비가 오는 거요, 당신과 같은 얼간이들을 적시려고? (사이) 조금씩 나의 기분은 가라앉아 갔다. 그리하여 그 사나이에게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쯤 걸리게 됐는가를 묻게 되었다. 꼬박 사흘. 두고 온 어린 것의 상태는 어땠는가. 깊은 자에 빠져 있었다. (강조하는 말투로) 그런데, 어떤 잠인가? 도대체 어떤 잠이란 말인가? (사이) 그래서 결국 나는 그 사나이한테 내 밑에서 일할 것을 제안했다. 내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거기에다, 나는 앞이 그다지 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웃는다. 사이) 어때? (사이) 어떻게 생각해? (사이) 여기라면 당신도 노력 여하에 따라서 깨끗하게 죽을 수가 있지, 발바닥이 젖지 않고 말이야. (사이) 어때? (사이) 이윽고 사나이는 어린 것이-아직 살아만 있다면-함께 둬 두겠느냐구 묻게 이르렀지. (사이) 내가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 순간이었다. (사이) 내가 어린 것을 떠맡는 것에 동의 안하나. (사이) 지금도 그 사나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꿇어앉아서 두 손을 땅에 짚고 미친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나의 기분을 알려 줬는데도. (사이. 보통 말투로) 오늘은 이것으로 그만. (사이) 이 얘기는 이제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아도 돼. (사이) 다른 인물을 등장시킨다면 또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말이야. (사이) 그러나 그것을 어디서 찾지? (사이) 어디서 발견하느냐 말이다? (사이. 호루라기를 분다. 크로브, 나타난다) 하느님께 기도하자. 네그: 설탕과자는? 크로브: 부엌에 쥐가 한 마리 있군. 햄: 쥐! 쥐 따위가 아직 있어? 크로브: 반쯤 죽여 놨지. 당신이 그걸 방해한 거야. 햄: 도망가지 않을까? 크로브: 급소를 찌르는 것은 나중을 미루고 하느님께 기도하자. 크로브: 또 한단 말이야? 네그: 설탕 과자! 햄: 하느님이 먼저다! (사이) 괜찮겠어. 모두들? 크로브: (체념하고) 좋아요. 햄: (네그에게) 넌? 네그: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재빠른 말투로) 하늘에 계신 우리... 햄: 시끄러워! 잠자코 속으로 비는 거야! 조금은 예외란 것을 생각하란 말이야! 자, 시작하자, (기도하는 모습. 침묵 제일먼저 그만두고) 어때? 크로브: (눈을 뜨면서) 어리석은 짓이야! 당신은? 햄: 안돼겠는데! (네그에게) 넌? 네그: 기다려. (사이, 눈을 뜨면서) 안돼겠는데! 햄: 그야말로 변변찮단 말이야, 하느님이란 것은! 천하기 짝이 없어! 크로브: 그리고 없잖아. 네그: 설탕과자! 햄: 이제 없어, 설탕과자 따윈. 사이 네그: 무리도 아니야. 아뭏든 나는 너의 애비다. 그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 하더라도 상관 없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건 변명이 될 수 없어요. (사이) 이를테면, 터어키 과자인 라하트.루쿰이다. 이제 그런게 없다는 것을 모두가 다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너의 비위를 맞춘 대가로서 내가 그것을 요구하면 너는 준다고 약속함에 틀림없이. 무엇이고 간에, 시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만 말이다. (사이) 네가 아직 어릴때, 밤에 무엇인가에 놀라서, 사람을 부르고 찾을 때, 누구를 찾은 줄 알아? 엄마? 천만에, 나였어. 너는 우는대로 내버려 두었었지. 결국에 가서는 안면 방해라고 하여, 다른 방으로 내쫓겼댔지. (사이) 나는 임금님처럼 잠자고 있었다. 그것을 깨워서 너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 했다. 그것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진실로 내가 듣는 것을 너는 바라지도 않았다. 첫째, 나는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이다. (사이) 언젠가, 진실로 네가, 내가 귀담아 들어주기를 바랄 때가 온다면 좋겠는데, 내 목소리를, 사람의 목소리라는 것을 듣고 싶다고 생각하는 날이 말이다. (사이) 그렇다. 나는 그날까지 살아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네가 아직 어려서, 밤에 뭣엔가에 놀라, 나만을 단 하나의 희망으로 여기고 있던 때와 같이 나를 부르는 것을 듣고 싶어서 말이다. (사이. 네그, 넬의 드럼통 뚜껑을 두들긴다) (사이) 넬! 사이. 넬, 자신의 드럼통 속으로 쑥 들어가며 뚜껑을 닫는다. 사이. 햄: 속이 들어다 뵈는 연극도 끝이다. (손으로 개를 더듬어 찾는다) 개가 나가고 없군! 크로브: 진짜 개가 아니니까 나갈 수가 없잖아. 햄: (손으로 더듬으면서) 없잖아. 크로브: 누워 있어서 그래. 햄: 이리다오. (크로브, 개를 주워서 햄에게 건네준다. 햄, 양팔로 그것을 껴안는다. 사이. 햄. 개를 팽개친다) 부정하다! (크로브, 마루바닥에 있는 물건을 줍기 시작한다) 뭣을 하고 있지? 크로브: 정돈이다. (몸을 일으킨다. 열띤 말투로) 뭣이고 간에, 귀찮은 것은 버려야겠다! 크로브, 또다시 줍기 시작한다. 햄: 정돈이라구! 크로브: (몸을 일으키면서) 난 정돈하는 게 제일 좋아. 내 꿈은 말이지, 뭣이고 간에 정적 속에 묻혀서 움직이지 않고 제가끔 최후의 장소에서 최후의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것과 같은 세계란 말이야. 크로브, 다시 줍기 시작한다. 햄: (애가 쓰여) 뭣을 해치우려고 하는 거야? 크로브: (몸을 일으키면서, 온화하게) 약간 정돈하려는 것 분일세. 햄: 내버려 둬. 크로브, 주운 것을 집어 던진다. 크로브: 그냥 깔아 놓아도 별 차이가 없군. 햄: (초조한 말투로) 어떻게 된거야, 너의 발은? 크로브: 발? 햄: 마치 용기병의 크로브 연대와 같군. 크로브: 편상화를 신었기 때문이야. 햄: 스립퍼론 아파서? 사이 크로브: 나가 보겠어. 햄: 안돼! 크로브: 있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 햄: 나의 대사 상대가 되는 거야. (사이) 얘기를 많이 진척시켰지. (사이) 상당히 앞으로 끌고 갔지. (사이) 어디까지 했더라. 듣겠어? 크로브: 아아, 그러고 보니, 당신 얘기는? 햄: (매우 놀라서) 얘기라니, 무슨 얘기야? 크로브: 당신이 훨씬 전부터 자기 자신에게 얘기하고 있는 얘기말이야. 햄: 아아, 내 소설을 말이지? 크로브: 그래그래. 사이 햄: (화를 내며) 좀더 당돌하게 묻는 거야, 당돌하게 말이야! 크로브: 꽤 얘기가 진척된 것으로 여기는데. 햄: (근엄한 표정으로) 아아니, 대수로운 것은 아니야. (한숨) 이런 날도 흔히 있지, 능률이 오르지 않는 날이 말이야. (사이) 저절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거야. (사이) 결코 무리를 해서는 안돼, 무리를 한다면 마지막이야. (사이) 그래도 얼마간 나아간 셈이지. (사이) 기술을 습득하고 있으면 말이야, 그렇지? (사이. 힘을 넣어서) 그래도 얼마간 나아갔다고 말하고 있잖아. 크로브: (감탄해서) 하항, 그것도! 그래도 진척시켰구먼! 햄: (근엄하게) 아아니, 대수로운 것은 아니야. 아뭏든, 온통 제로보단 낫지만. 크로브: 제로보단 낫다고! 이건, 멋진데. 햄: 너에게도 얘기해 주지. 사나이는 배를 깔고 엉금엉금 기어 왔다. 크로브: 누가 말야? 햄: 뭐라고? 크로브: 누구야, 사나이란? 햄: 이봐!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사나이란 말이야. 크로브: 아아, 그 사내란 말이지! 아니, 어떻게 된 건가 하고. 햄: 엉금엉금 기어와서, 어린 자식을 위해 빵을 구걸하러 왔다. 그 사람은 그 사나이에게 정원의 자리를 줬지. 사나이는 또, 그... (크로브, 웃는다) 어디가 우습다는 거냐? 크로브: 정원사의 자리! 햄: 그래서 웃었어? 크로브: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햄: 오히려 빵 때문이 아냐? 크로브: 응, 그렇잖으면 어린 것이겠지. 사이 햄: 확실히 이건, 모두가 실로 우습다. 어때, 함께 실컷 웃어 버릴까. 크로브: (한참 생각해 본 다음) 오늘은 더 웃을 수도 없을 것같애. 햄: (생각에 잠겼다가) 나도 안돼겠는데. (사이) 그럼, 계속하자. 사나이는 또, 그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전에 어린 것과 함께 있을 수 있겠는가고 물었다. 크로브: 몇 살이야? 햄: 응, 매우 어리지. 크로브: 나무 따위를 딸 수 있는 나이가 되겠지. 햄: 어지간한 장난도. 크로브: 그런 다음, 크게 자라기도 했겠지. 햄: 아마 그럴 거야. 사이 크로브: 좀더 찔러라 찔러! 햄: 그것 뿐이야. 거기에서 그친 것이야. 사이 크로브: 그 다음에 계속되는 것은 알고 있어? 햄: 대충은. 크로브: 얼마 가지 않아서 끝나는 게 아닐까? 햄: 그렇게 될 것 같아서 걱정이야. 크로브: 괜찮아, 또 다른 걸 만들어 내면 되잖아. 햄: 글쎄. (사이) 조금 허전한 느낌이야. (사이) 창조의 노력이 너무 길어져 버렸어. (사이) 만약에 바다까지 몸을 끌고 갈 수만 있다면 모래를 베개삼아 만조가 되는 것을 기다리겠는데. 크로브: 이제 조수따윈 없어. 사이 햄: 그 여자가 죽었는지 좀 봐 주게. 크로브, 넬의 드럼통에 다가가서 뚜껑을 쳐들고 몸을 굽힌다. (사이) 크로브: 죽은 것 같다. 크로브, 뚜껑을 닫고 몸을 일으킨다. 햄, 모자를 벗어 쳐든다. 사이. 또다시 쓴다. 햄: (손을 모자에 댄 채) 그럼, 네그는? 크로브, 네그의 드럼통 뚜겅을 열고, 몸을 굽힌다. 사이. 크로브: 아직 숨이 붙어 있는것 같애. 크로브, 뚜껑을 닫고 몸을 일으킨다. 햄: (모자에서 손을 떼고) 뭘 하고있지? 크로브, 네그의 드럼통 뚜껑을 쳐올리고 몸을 굽힌다. 사이 크로브: 울고 있다. 크로브, 뚜껑을 닫고 몸을 일으킨다. 햄: 그럼, 아직 살아 있군. (사이)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행복한 순간이 있었어? 크로브: 없지, 내가 알고 있는 한은 말이야. 사이 햄: 창문 밑으로 데려다 줘. (크로브, 의자 쪽으로 걸어간다) 얼굴에 햇빛을 느끼고 싶어. (크로브, 의자를 민다) 기억하고 있어? 처음 무렵, 나를 산책시키는 것이 실로 서툴었다는 걸 말이야. 위쪽을 너무 쳐들었지. 발자국을 뗄 때마다 팽개쳐질 것 같았어! (떨리는 소리로) 그래도 참 재미있었어, 둘이서 말이야. 그야말로 재미 있었어! (우울하게) 그러는 동안에 습관이 돼 버렸어 (크로브, 의자를 오른쪽 창문을 멈춘다) 벌써? (사이. 머리를 뒤로 젖힌다. 사이) 이제 밝아? 크로브: 밤이 아니야. 햄: (화를 내서) 밝으냐고 묻고 있잖아! 크로브: 응. 사이 햄: 커어튼을 내리치지 않았군? 크로브: 응. 사이 햄: 어느 쪽 창문이야? 크로브: 육지 쪽. 햄: 알고 있었어! (화를 내서) 그런, 이쪽으론 햇빛이 들어 오지 않잖아! 다른 쪽이란 말이야! (크로브, 의자를 왼쪽 창문 밑으로 밀고 간다) 육지라구! (크로브, 왼쪽 창문밑에 의자를 세운다. 햄, 머리를 뒤로 젖힌다) 아아, 이것이 햇빛이다! (사이) 태양 빛 같구나. (사이) 틀려? 크로브: 틀려. 햄: 내가 얼굴에 느끼고 있는 것은, 햇빛이 아냐? 크로브: 틀려? 사이 햄: 내 안색은 창백하지? (사이. 격심한 말투로) 안색이 창백하냐고 묻고 있잖아! 크로브: 다른 때와 변함이 없어. (사이) 햄: 창문을 열어다오. 크로브: 뭘 하게? 햄: 바닷소리가 듣고 싶다. 크로브: 당신에게는 들리지 않아요. 햄: 네가 창문을 열어 줘도 말인가? 크로브: 응. 햄: 그럼 열어도 소용이 없겠군? 크로브...응. 햄: (격심한 말투로) 그럼 여는 거야! (크로브, 발판 위에 올라서서 창문을 연다. 사이) 열었어? 크로브: 응 사이 햄: 확실히 열었겠지? 크로브: 응. 사이 햄: 아아니...? (사이) 매우 조용한 것 같은데. (사이. 격심한 말투로) 매우 조용하냐구 묻고 있잖아! 크로브: 응. 햄: 이제, 선원들이 없기 대문이겠지. (사이) 갑자기 말이 적어진 것 같은데, 몸이라도 불편해? 크로브: 춥다. 햄: 지금 어느 달이야? (사이) 창문을 닫아다오, 돌아가겠다. (크로브, 창문을 닫고 발판에서 내려와 의자를 본래 있던 곳으로 밀고 가서 그대로 의자 뒤에 얼굴을 묻고 서 있다) 거기에 있지 말란 말이야, 네가 무서워진다. 크로브, 의자 곁의 아까 서 있던 곳으로 돌아온다) 아버지! (사이. 다시) 아버지! 들었는가 좀 가 봐다오. 크로브, 네그의 드럼통에 다가가서 뚜껑을 열고 위로 몸을 굽힌다. 또렷하지 않는 말. 몸을 일으키다. 크로브: 들었대. 햄: 두 번 다? 크로브, 몸을 굽힌다. 또렷하지 않는 말. 몸을 일으킨다. 크로브: 한 번 밖에. 햄: 처음에 거야, 나중 거야? 크로브, 몸을 굽힌다. 또렷하지 않는 말. 몸을 일으킨다. 크로브: 모르겠다고 하는군. 햄: 나중 것이겠지. 크로브: 그건, 뭐라구 말할 순 없군. 크로브, 뚜껑을 닫는다. 햄: 여전히 울고만 있어? 크로브: 아아니. 햄: 불쌍한 죽은이들! (사이) 뭘하고 있었어? 크로브: 비스킷을 핥고 있었어. 햄: 생명은 계속된다. (크로브, 의자 옆의 본디 자리로 돌아간다) 담요를 다오, 추워 죽겠다. 크로브: 이제 담요 따윈 없어. 사이 햄: 키스를 해다오. (사이) 키스하고 싶지 않으냐 말이다 크로브: 응. 햄: 이마에라도 좋다. 크로브: 어디고 간에 키스 따윈 하고 싶잖아. 사이 햄: (손을 내밀고) 그럼, 하다못해 악수라도 해 다오. 크로브: 당신 살결에 닿고 싶지 않아. 사이 햄: 개를 다오. (크로브 개를 찾는다.) 아냐, 좋아. 크로브: 필요없어, 개는? 햄: 필요없어. 크로브: 그럼, 가보겠어. 햄: (얼굴을 묻고, 건성으로) 그렇군. 크로브, 도어 쪽으로 가다가 되돌아 본다. 크로브: 내가 죽이지 않으면, 그놈의 쥐, 죽고 말겠다. 햄: (얼굴을 파묻고, 건성으로) 그렇군. (크로브, 나간다. 사이) 내 차례다. (손수건을 꺼내 펼쳐서, 팔에 건다) 흉계를 꾸미지 마. (사이) 사람은 운다. 울어, 어떤 까닭이 있어서가 아니다. 웃지 않으려고 울겠지. 그리하여 조금씩...정말로 슬픔에 감싸이게 된다. (손수건을 접어서 호주머니에 넣고 약간 머리를 쳐든다) 모두 도울 수가 있었는데. (사이) 돕는다! (사이) 구제한다. (사이) 여기저기서 불쑥 나타나니. (사이. 격심한 말투로) 그러나 좀 생각해 보란 말이야, 잘 생각하는 거야. 당신네들은 땅 위에 있단 말이다! 구제 할 방도가 없지 않아! (사이) 가보시오, 그리하여 서로 사랑하든 서로 핥든 마음대로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사이. 아까보다는 조용히) 방이 아니면 파이를 원하겠지. (사이. 격심한 말투로) 가버리란 말이얏! 페팅의 파아티로 돌아가란 말이닷! (사이. 낮은 목소리로) 이것도 저것도 모두! (사이) 진짜 개 한 마리 없다! (아까보다 조용히) 마지막은 처음부터 있는 법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한다. (사이) 나의 얘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될는지도 모른다. (사이) 마루 바닥에 몸을 내던지게 될는지도 모른다. (괴로운 듯이 몸을 들어올리니 곧 미끄러져 내린다) 손톱을 틈서리에 끼워서 손목의 힘으로 몸을 앞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지도 모른다. (사이) 그것으로 마지막이 된다. 그렇게 되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뭣이 그 마지막을 가져왔을까, 그리고는 생각하게 될 것이다. 뭣이...(주저한다)...왜, 마지막은 이렇게 늑장을 부릴까고. (사이) 거기에서는 세상이나 사람을 피해 사는 오래된 집에서, 침묵과..(주저한다)...무기력을 혼자서 마주할 것이다. 만약 잠자코 있을 수가 있다면, 그리고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만 있다면, 소리와 운동에 대해서는 틀이 잡힐 것인데. (사이) 아비를 부르고, 그리고...(주저한다)...자식을 불러서. 두 번, 세 번이나 말이다. 첫 번째에, 혹은 두 번째에도 놈들에게 들리지 않을 경우에는 말이다. (사이) 그 녀석은 돌아올 것이라고 자신을 타이를 것이다. (사이) 그러나, 그리고는? (사이) 그리고는? (사이. 매우 흥분해서) 모든 종류의 환상이다! 눈여겨 바라보고 있는 듯한! 한 마리의 쥐! 발자국소리! 눈! 숨을 멈춘다. 그리하여...(숨을 내뱉는다) 그리고는 지껄인다, 빠른 말로, 말을, 마치, 밤, 모두와 함께 있고 싶어서, 함께 지껄이고 싶어서 몇 사람 몫의, 두 사람, 세 사람의 배역을 연출하고 있는 외톨박이 어린애처럼. (사이) 시시각각, 한 마디 한 마디, 저...(적당한 말을 찾는다)...늙다리 그리이스 인의 좁쌀처럼. 그리하여, 사람은 한 평생, 그것이 한 평생이 되는 것을 기다린다. (사이. 계속하려다가 단념한다. 사이) 아아, 틀이 잡히면, 틀이! (호루라기를 분다. 크로브, 한 쪽 손에 괘종시계를 들고, 나온다. 그는 의자 곁에 와서 멈추어 선다.) 흥! 멀리 가지도 않았고, 죽지고 않았구나? 크로브: 정신적으로 벌써 그렇다. 햄: 어느 쪽이야? 크로브: 양 쪽 다. 햄: 멀리 가서, 죽었다는 셈이군. 크로브: 순서가 거꾸로가 돼도 좋아. 햄: (거만스럽게) 나에게서 멀리 떠나가게 되면, 목숨이 없을 것이다. (사이) 그래서, 그 쥐는? 크로브: 도망가버렸다. 햄: 아뭏든 멀리 가지 않았을 거야. (사이. 불안스럽게) 그렇지? 크로브: 그 놈은 멀리 갈 필요가 없을 거야. 사이 햄: 진정제 먹을 시간이 되지 않았어? 크로브: 그렇군. 햄: 아아! 이제 겨우 먹게 됐군! 빨리 다오. 크로브: 진정젠, 이제 없어. 사이 햄: (기절 초풍을 해서) 하느님... (사이) 진정제가 없다니! 크로브: 이제 없어. 앞으로 결코 진정제를 먹을 순 없게 됐어. 사이 햄: 그러나 작은 둥근 상자엔, 그것이 가득 들어 있었는데! 크로브: 응. 그러나 지금은 텅 비어 있어. 사이. 크로브, 방안을 맴돌고 있다. 괘종 시계를 둘 곳을 찾고 있다. 햄: (낮은 목소리로) 앞으로 어떻게 할까? (사이. 고함을 치며) 앞으로 어떻게 한단 말인가? (크로브, 그림 액자에 눈을 돌려, 그것을 벗기고 여전히 뒤집어서 벽에 기대어 놓고, 그 대신 괘종 시계를 건다) 뭣을 하고 있는 거야? 크로브: 태엽을 감고 있어. 사이 햄: 육지를 봐다오. 크로브: 또 말이야? 햄: 너를 부르고 있으니 말이야. 크로브: 목구멍이 아프지 않아? (사이) 트로치는 어때? (사이) 필요없어? (사이) 유감인데. 크로브, 콧노래를 부르며 오른쪽 창문 쪽으로 가서 멈추어 선 다음 머리를 뒤로 젖히고 그것을 바라본다. 햄: 노래 따위, 제발 부르지 말아다오! 크로브: (햄 쪽을 뒤돌아보며) 이젠 노래할 권리도 없단 말인가? 햄: 없다. 크로브: 그럼, 어떻게 끝내면 좋단 말인가? 햄: 너, 끝내고 싶어? 크로브: 나는 노래하고 싶단 말이야. 햄: 노래하지 말란 법도 없겠지만. 사이. 크로브, 창문 쪽으로 돌아 선다. 크로브: 그 발판을 어디 뒀드라? (눈으로 찾는다) 보지 못했어, 발판을? (발견한다) 아아, 그래도 말이야! (왼쪽 창문 쪽으로 간다,) 때로는, 머리 반쪽이 어디 가버리지 않았느냐고 생각될 때가 있어. 그러나 그것이 지나고 나면, 또 명석해진단 말이야. (발판 위에 올라서서 창문 밖을 바라본다) 야, 이건 너무하네! 온통 물 밑이다! (바라본다) 어떻게 된 셈이야? (목을 내밀고 한 쪽 손을 들여다 본다) 비도 오지 않았는데. (유리창을 닦고 또다시 바라본다. 사이. 이마를 탁 친다) 왜 이다지도 난 바보스러울까! 방향을 잘못 잡았어! (발판에서 내려선 다음 오른쪽 창을 향해서 몇 걸음 걸어간다) 물 밑이라구! (발판을 가지러 돌아간다) 정말, 바보 같은 짓을! (오른쪽 창문까지 발판을 끌고 간다) 정말, 바보 같은 짓을! (오른쪽 창문까지 발판을 끌고 간다) 때론, 정신이 반쯤 어디 간 것처럼 생각된단 말이야. 그러나, 그게 지나고 나면, 또 정리되거든. (발판을 오른쪽 창문 밑에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창밖을 내다 본다. 햄 쪽을 뒤돌아 본다) 특히 흥미 있는 부분이 있는 거야? (사이) 그렇찮으면 그저 전체로서 좋은가? 햄: (아주 약하게 ) 전체다. 크로브: 전체적인 정세를 말이지? (사이. 창문 쪽으로 몸을 돌린다) 어디 보자. 크로브, 바라다 본다. 햄: 크로브! 크로브: (바깥에 정신이 팔려서) 음. 햄: 알겠느냐 말이다? 크로브: (바깥에 정신이 팔려서) 음. 햄: 난, 한 번도 거기 가 본 일이 없단 말이다. (사이) 크로브! 크로브: (햄 쪽으로 뒤돌아 보며, 초조하게) 뭐야? 햄: 난, 한 번도 거기 가본 일이 없단 말이다. 크로브: 운이 좋았어, 당신은. 크로브, 창문 쪽으로 향한다. 햄: 언제나 아무 것도 없었다. 무엇이고 간에, 나를 제외하고 일어났어. 어떤 일이 일어 났는지도 몰라. (사이) 넌 어떤 일이 있어났는가 알고 있어? (사이 ) 크로브! 크로브: (햄 쪽을 돌아보며, 초조하게) 당신은 나로 하여금 이 쓰레기 통의 거동을 보이고 싶소, 그렇찮으면, 보일 필요가 없다는 거요, 어느 쪽이야? 햄: 먼저 대답부터 하란 말이야. 크로브: 무슨? 햄: 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알고 있느냐 말이다? 크로브: 어디서? 언제? 햄: (격심한 말투로) 언제라구! 뭣이 일어났는가 말이다? 모르겠어! 뭣이 일어났는가? 크로브: 뭣이 일어나든, 그것이 어떻다는 거야? 크로브, 창문 쪽으로 몸을 돌린다. 햄: 나로선, 모르겠단 말이다. 사이. 크로브, 햄 쪽을 돌아본다. 크로브: (냉혹하게) 펙 노파가 램프에 칠 기름을 좀 달라고 찾아왔을 때, 당신은 풀이라도 뜯어 먹으라고 내쫓지 않았어. 그 때는, 당신도 뭣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알고 있었어. 내 말이 틀려? (사이) 펙 노파가 뭣 때문에 죽었는지? 그것도 알고 있을 게 아냐? 어둠 때문에 죽은 거야. 햄: (매우 약하게) 기름이 없었잖아. 크로브: (냉혹하게) 아니야. 많이 가지고 있었어! 사이 햄: 망원경을 갖고 있어? 크로브: 아아니, 이 이상 크게 뵈지 않아도 돼. 햄: 찾아서 갖다 주게. 사이. 크로브, 하늘을 쳐다보며 두 주먹을 위로 올린다. 중심을 잃고 발판에 매달린다. 한두 층계 내려와서 멈춘다. 크로브: 내 스스로가 어처구니 없을 때가 있다. (마루 바닥까지 내려와서 선다) 뭣 때문에 난 언제나, 당신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지 모르겠어. 설명해 줄 수 없을까? 햄: 안돼...반드시 동정심에서겠지. (사이) 위대한 동정의 일종인가. (사이) 아아, 넌 반듯이 앞으로 괴로와할 거야, 반드시 괴로와할 걸세. 사이. 크로브, 방안을 맴돌기 시작한다. 망원경을 찾는 것이다. 크로브: 이런 얘긴, 이제 신물이 났어. 그야말로 싫증이 난다. (찾는다) 당신이 깔고 앉은 게 아냐? 크로브, 의자를 움직이며 들어가 있을 만한 곳을 살핀다. 그리하여 또 찾기 시작한다. 햄: (고뇌에 차서) 나를 이런 곳에 두고 말이야. (크로브, 화난듯이 의자를 제자리로 옮기고 또 찾기 시작한다. 햄, 매우 약한 소리로) 꼭 한가운데겠지? 크로브: 현미경이라도 있어야지, 이건-(망원경이 눈에 띄었다) 아아, 그렇지 않으면! 크로브, 망원경을 집어들고 발판있는데 가서 그 위에 올라서서 망원경으로 바깥을 내다본다. 햄: 개를 다오. 크로브: (바라보면서) 귀찮아 죽겠구나! 햄: (다시 강하게) 개를 다오! 크로브, 망원경을 놓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다. 사이. 서둘러 발판에서 내려와 개를 찾고, 그것을 찾자 햄 쪽으로 달려가서 햄의 머리를 개로 세게 때린다. 크로브: 자, 당신의 개다! 개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사이 햄: 저 놈이 날 때렸다. 크로브: 당신이 화나게 하기 때문이다! 난 지금 화를 내고 있는 거야! 햄: 날 때리려면, 도낄 내려치는 거야. (사이) 그렇찮으면 작살로 말이다. 자, 이 작살로 하란 말이다. 개로 치지말고, 작살이나, 그렇찮으면 도끼로 하는 거야. 크로브, 개를 주워서 햄에게 건네준다. 햄, 그것을 두 팔로 안는다. 크로브: (애원하듯) 제발 그만 두자, 이런 승부는! 햄: 절대로 그만 두지 않겠다! (사이) 관 속에 넣어 다오. 크로브: 관 따위가 남아 있을 게 뭐야. 햄: 그렇다면, 이제 끝장이 나면 좋겠다! (크로브, 발판 쪽으로 간다. 햄, 격심한 말투로) 몽땅 날아가 버렸으면 좋겠다! (크로브, 발판 위에 올라서서 망원경을 찾으러 또 내려오고, 망원경을 찾아서 다시 올라서서 망원경을 쳐든다.) 어둠 탓이라구! 그렇다면, 난, 나는 단 한 번이라도 남에게 용서받은 일이 있느냐 말이다? 크로브: (망원경을 내리고, 햄 쪽을 돌아보며) 뭣? (사이) 남이라니 나를 가리키는 말야? 햄: (화를 내며) 방백이란 말이다! 이 멍청아! 처음 듣는 거야, 방백을? (사이) 마지막 독백을 시작하는 참이다. 크로브: 말해 두겠는데. 당신의 분부이기 때문에, 나는 이 쓰레기통을 이제부터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이다. (망원경을 집어든다) 헌데, 이렇게 본 결과...(망원경을 돌린다). 아무 것도 없다. ...없어...좋아...진실로 흡족해...아무 것도 없다...진실로-(깜짝 날라며 망원경을 내려 살펴 본 다음 또 다시 집어든다. 사이) 아니, 아니, 아안! 햄: 뭐야, 귀찮게! (크로브, 발판에서 내려온다) 제발 큰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크로브, 창가에 발판을 가까이 당겨서 위로 올라가며 망원경을 잡아든다. 사이 크로브: 아니, 아니, 아아니. 햄: 나뭇잎이야? 꽃인가? 그렇찮으면, 토마아아아-(하품을 한다) 토냐? 크로브: (바라보면서) 뭣이 토마토란 말이야! 사람이다! 사람이다! 햄: 그렇다면 때려 죽이고 와. (크로브, 발판에서 내려 온다) 사람이라면! (목소리를 떨며) 직분을 완수해야지! (크로브, 도어쪽으로 달려 간다) 아냐 그럴 필요는 없어. (크로브, 멈추어서 선다,) 거리는? 크로브, 발판으로 돌아와서 그 위에 올라가 망원경을 들어 올린다. 크로브: 70...4미터 햄: 가까이 오는 거야, 멀어져 가는 거야? 크로브: (여전히 바라보면서) 움직이지 않아. 햄: 성별은? 크로브: 어느 쪽이든 상관없잖아? (창문을 열고 몸을 바깥으로 내민다. 사이. 몸을 일으켜 세우고 망원경을 내린 다음 햄 쪽을 돌아본다. 두려운 듯이) 어린애 같은데. 햄: 직업은? 크로브: 뭣? 햄: (격한 말투로) 뭣하고 있는 거야, 그놈은? 크로브: (격한 말투로) 뭘하고 있는지 알 게 뭐야! 어린애가 하는 일 따위. (망원경을 집어든다. 사이. 망원경을 내리고 햄 쪽으로 돌아다 본다) 앉아 있는 것 같애, 뭣에 기대서. 햄: 파낸 돌이야. (사이) 너의 시력이 좋아진 것 같은데. (사이) 아마 집을 보고 있겠지. 다 죽어가는 모세의 눈으로. 크로브: 틀려. 햄: 그럼 뭣을 보고 있는 거야, 그놈은? 크로브: (격한 말투로) 뭣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어! (망원경을 잡아든다. 사이. 망원경을 내리고 햄 쪽을 돌아다 본다) 자기 배꼽이다. 아뭏든 그 근방이야. (사이) 왜, 그런 신문을 하지? 햄: 아마, 죽었겠지. 크로브: 가보자. (발판에서 내려와 망원경을 버리고 도어 쪽으로 가다가 멈추어 선다) 크로브, 작살을 찾아서 줍고 도어 쪽으로 간다. 햄: 필요없다. 크로브, 멈추어 선다. 크로브: 필요없다고? 미래의 생식계라고 하는데도? 햄: 정말로 거기에 있다면, 이리로 오든지, 거기에서 죽는다 만약, 정말로 있지 않다면, 보러 갈 필요가 없어. 사이 크로브: 나를 신용하지 않는군? 만들어서 하는 소린 줄로 아는 모양이지? 사이 햄: 마지막이다, 크로브. 우리들은 이제 끝장이다. 이제 끝장이다. 이제 난, 네가 필요치 않아. 사이 크로브: 그것, 참 잘 됐군. 크로브, 도어 쪽으로 간다. 햄: 작살은 두고 가. 크로브, 작살을 건네주고 도어 쪽으로 가서 멈추어 선다. 괘종 시계에 눈길을 주자, 그것을 벗겨서, 보다 나은 장소를 눈으로 찾다가 발판으로 걸어가서, 그 위에 올려놓고 의자 곁의 장소로 돌아온다. 사이 크로브: 가겠어. 햄: 가기 전에, 무슨 말이고 해다오. 크로브: 아무 말도 할 게 없어. 햄: 두서너 마디로 족하다...내가 되풀이 할수 있는 ...마음 속으로 말이야. 크로브: 마음, 당신 마음이라고! 햄: 그렇다 (사이. 힘을 넣어서) 그렇고 말고! (사이) 다른 것과 함께...그림자라든가, 지껄임이라든가, 모든 괴로움이라든가, 이윽고는 함께 끝장을 보기 위해서. (사이) 크로브... (사이) 그녀석은 한 번도 나에게 말하지 않았는데도 말을 건네왔다. 그녀석은 말했다... 크로브: (절망적으로) 아아...! 햄: 뭣인가... 네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을. 크로브: 내 마음이라구! 햄: 뭣이고 간에 한 마디... 네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을. 크로브: (노래한다) 아름다운 작은 새여, 초롱에서 나와, 님을 만나러 날아가거라, 사랑스런 그녀의 가슴에다가, 속삭여 전해다오, 찾아간다고. 사이 됐어 이젠? 햄: (불쾌한듯) 텟! 사이 크로브: (한 점을 바라본 채, 단조한 목소리로) 누군가가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야, 그것이 사랑이다. 정말이야, 정말이고 말고. 당신도 알고 있겠지, 얼마나- 햄: 똑똑하게 말이지! 크로브: (여전히 한 점을 바라본 채, 단조한 목소리로)-그것이, 정다운 것인가. 누군가가 말했다. 그것이야, 그게 바로 우정이란 것이다. 여부가 있겠어. 정말이고 말고, 틀림없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먼 데 있는 것이 아니잖아. 누군가가 말했다. 거기에 있는 거다. 바로 거기 멈추어 서서, 머리를 쳐들어 이처럼 멋들어진 것을 한 번 보란 말이야. 이 질서! 누군가가 말했다. 자, 너도 동물이 아니고 사람이니, 그런 것을 생각해 보란 말이야. 그렇게 하면 뭣이고 간에 확실해지는 거야. 간단하다! 누군가가 말했다. 이렇게 다 죽어가는 상처입은 사람도, 온정성을 다하여, 돌보고 있지 않느냐고 말이야! 햄:이제, 그만! 크로브: (여전히 한 점만을 바라본 채, 단조한 목소리로) 나는 생각하였어-때대로 말이다. 크로브, 만약 사람이-언젠가-너를 벌하기에 지쳤을 때, 좀 더 너는 괴로와 하지 않으면 안돼. 나는 생각하였다. -때때로 말이다. 크로브, 만약 사람이-언젠가-네가 나가기를 원한다면, 좀 더 거기에 있지 않으면 안돼. 그러나, 난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익히기엔, 나이가 너무 많고, 너무 현재의 생활에 파고 든 것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이것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난 즉, 결코 나가지 않겠다. (사이) 그리하여, 어느 날엔가 갑자기 그것이 끝난다. 그것이 달라진다, 나에겐 전연 알 수 없다. 그 쪽에서 알 수 없다. 난 남아있는 말 가운데서, 그것을 묻는다-잠, 깨어 남, 저녁, 아침. 그러나, 말에는 아무 뜻도 없다. (사이) 나는 감방 문을 열고 나간다. 허리가 온통 굽어져서 눈을 들어도 발 밖에 보이지 않고, 두 발 사이에 거무칙칙한 얼마되지 않은 먼지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는 지구가 불을 끈 것이라 생각한다. 더우기 불을 켠 것을 본 일마저 없지만. (사이) 혼자 그렇게 될 것이다. (사이) 넘어지면, 행복하게 울 수 있을 것이다. 사이. 크로브 도어 쪽으로 간다. 햄: 크로브, (크로브, 뒤돌아보지 않은 채, 걸음을 멈춘다. 사이) 아니, 아무 것도 아냐. (크로브, 다시 걷기 시작한다) 크로브! 크로브, 뒤돌아보지 않고 멈추어 선다. 크로브: 이걸, 만류하는 솜씨라구 하지. 햄: 고마왔어, 크로브. 크로브: (뒤돌아서서, 기운차게) 잠깐, 고마왔던 것은 이쪽이야. 햄: 그럼, 피차 고마왔던 셈이다. (사이. 크로브, 도어 쪽으로 간다) 또 하나. (크로브, 그 자리에 선다) 마지막 친절로 (크로브 나간다) 날 시이트로 덮어다오. (긴 사이) 안돼? 좋다. (사이) 내, (사이) 차례다. (사이. 전저리나는 듯이) 긴 승부의 낡아빠진 끝남, 지는 것도 끝. (사이. 조금 힘을 차려서) 거기에서. (사이) 아아, 그렇군! (작살에 몸을 지탱해서 의자를 움직이려고 한다. 그 사이에 크로브, 나온다. 파나마 모자, 아래 위가 같은 맞춤 양복, 한 쪽 팔에 레인코오트, 우산, 슈우트케이스. 도어 곁에서 햄에게 시선을 못박고 무표정하게 크로브는 마지막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다. 햄, 단념하다) 좋다. (사이. 버려야겠다. (작살을 버린다. 개도 버리려 하다가 생각을 고쳐 한다) 허리를 펴서는 안돼. (사이) 그리고는? (사이) 들어 올린다. (모자를 벗어 위로 쳐든다) 지켜주십사, 우리의...엉덩이를. (사이) 그리곤 또 머리에 쓴다. (모자를 머리에 올려놓는다) 이것으로 무승부. (사이. 안경을 벗는다) 닦는다. (손수건을 꺼내서 접힌 채 안경을 닦는다) 그리고는 쓴다. (손수건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안경을 쓴다) 드디어 마지막 장면이군. 얼마쯤, 이런 바보스런 흉내를 낸 다음, 부르겠어. (사이) 시를 조금. (사이) 너는 불렀다-(사이. 다시 고쳐 말한다.) 너는 <원했다>, 저녁의 어둠을 저녁의 어둠은 온다-(사이. 고쳐 말한다) 저녁의 어둠은<내려서>, 재빨리. (되풀이한다. 굉장하게 노래라도 하는 투로) 너는 원했다. 저녁의 어둠을. 저녁의 어둠을 내려서, 재빨리. (사이) 좋군, 이것은. (사이) 그리고? (사이) 무의미한 순간, 언제나 무의미, 그래도 셈에는 들어간다. 셈이 갖추어져서, 얘기는 끝났다. (사이, 해설자의 말투로) 어린 것과 함께 있을 수 없겠읍니까... (사이) 내가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 순간이었다. (사이) 당신은 어린 것을 버리고 싶지는 않아? 자신은 시들어가면서, 자식이 커가는 것이 좋단 말이지? (사이) 마지막 15분간을 어린 것을 위해 부드럽게 해달란 말인가, 십만 번이나? (사이) 어린 것은 알지 못해, 어린 것은 굶주림과 추위와 그 뒤에 있는 죽음 밖에 모른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은 세상이란 것이 어떻다는 것을 벌써 알고 있을 것이다. (사이) 아니, 나는 그 사나이에게 자신의 책임을 생각나게 했을 뿐이었다! (사이. 보통 말투로) 그러면, 이것으로 됐다, 이젠 다 됐어. (호루라기를 들고, 주저하다가 놓아 버린다. 사이) 그래, 그야말로!(호루라기를 분다. 사이. 다시 세게 분다. 사이) 좋아좋아. (사이) 아버지! (사이. 다시 세게) 이봐요, 아버지! (사이) 좋아좋아. (사이) 드디어 마지막 장면이다. (사이) 그럼, 마지막에는? (사이) 버린다. (개를 버린다. 호루라기를 쥐어뜯는다) 자! (호루라기를 자기 앞에 버린다. 사이. 냄새를 맡는다. 낮은 목소리로) 크로브! (긴 사이) 틀렸나? 좋아좋아. (손수건을 끄집어낸다) 이것이 승부의 습관이니...(손수건을 펼친다)... 습관에 따라...아무것도 말하지 않겠다. (두팔 끝으로 자기 앞에 손수건을 펼친다) 오래 쓴 때묻은 것이다! (사이) 너는 버리지 않겠다. (사이. 햄, 손수건을 자기 얼굴에 가져간다.) - 막이 내린다 - 끝.